‘설마 네티즌들이 정말 이런 가소로운 사과를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류씨 가문이라면 정말 그렇게 생각할지도 몰랐다.그들 눈에 네티즌들은 그저 재벌을 우러러보는 일반인이었다.그래서 아무리 터무니없는 사과라고 해도 재벌의 말이라면 네티즌들이 순순히 믿을 거라고 생각했다.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정상적인 사람이 대부분이었다.아무리 일반인이라고 해도 자본의 말을 무턱대고 받아들이진 않는다.아무튼 이번에 류씨 가문이 네티즌을 너무 우습게 보고 낮잡아본 게 문제였다.사실 네티즌을 다루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인터넷의 서민들이 아직도 우릴 욕하고 있다고? 말도 안 돼!’하지만 비서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류진영은 주먹을 쥐고 망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럴 리가.”잔주름이 있는 그의 얼굴은 더욱 늙어 보였다.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사과했잖아. 그 서민들이 왜 아직 우릴 욕하고 있는 거야?’류진영의 의문을 알아챈 비서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비웃음이 담긴 눈빛을 감추었다.‘아직도 자기 잘못을 눈치채지 못한 거야? 나도 정말 그만둘 생각을 해봐야겠네. 이러다가 류씨 미디어가 망하는 것도 시간문제
집에 요리를 만들 재료가 없어서 두 사람은 시장에 들러 장을 보기로 했다.부시혁이 직접 장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물론 평소에 요리하긴 하지만 재료는 전부 윤슬이 미리 준비해 놓은 것들이었다.그래서 재료가 부족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처음이긴 하지만, 단풍이랑 오니까 새롭고 좋네.’고급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윤슬은 카트 하나를 가져와 밀려고 했는데, 이때 부시혁이 갑자기 카트를 끌어갔다.윤슬은 허공에 굳어져 있는 두 손을 한번 보고 또 고개를 돌려 부시혁을 쳐다보았다.“왜요?”“내가 밀게.”부시혁은 얇
마켓 안에 사람이 너무 많은 게 아니라면 부시혁은 이 자리에서 윤슬에게 키스를 했을 것이디.부시혁의 뜨거운 눈빛을 느낀 윤슬은 얼굴이 더욱더 빨개졌다. 그리고 남자의 손을 탁 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경고했다.“경고하는데, 이상한 짓 하지 마요.”부시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허스키했다.“알았어. 집에 돌아갈 때까지 참을게.”이 말을 들은 윤슬의 입꼬리가 움찔했다. ‘이 남자가 정말…….’윤슬은 이제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하지만 여전히 남자의 팔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마켓에 들어가자, 부시혁은 각
윤슬은 그 소녀의 눈에서 아무런 악의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긴장하고 불안한 표정에 윤슬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왜 사진을 찍은 건지 궁금해서 그러는데, 물어봐도 될까요?”“네.”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쭈뼛쭈뼛하다가 약간 쑥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사실…… 전 부귀영화의 일원이에요.”여자는 이렇게 말하며 빨개진 얼굴로 윤슬을 한번 보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이 대답을 들은 윤슬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부귀영화? 나랑 부시혁의 커플 팬클럽 이름이잖아.’네티즌들이 윤슬과 부시혁 커
‘눈앞에서 두 사람이 이러는 거 보니까 너무 행복해! 부 대표님 윤슬 언니한테 너무 부드러우신 거 아니야? 방금 나랑 말할 때는 그렇게 차가우셨는데.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남한테 차갑고 여자 친구한테만 따뜻한 그런 남자잔하. 역시 부 대표는 세상에서 제일 좋고 제일 안정감 있는 남자야.’성격이 부드럽고 상냥한 남자는 오히려 여자한테 인기가 없었다. 왜냐면 누구한테 다 그러니까.그래서 소녀는 두 손을 모으고 윤슬과 부시혁을 보며 헤벌쭉 웃기 시작했다.소녀의 눈빛이 너무 뜨거워서 윤슬과 부시혁이 무시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부 대표님의 신분이라면 더 좋은 데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소녀는 윤슬을 가리키고 또 부시혁을 한번 가리켰다.이 부근에 돈 많은 사람이 살긴 하지만 그래도 진정한 명문 앞에서는 빈민가와 다름이 없었다.진정한 재벌들은 거의 산을 사서 그 위에 별장이나 저택을 지어서 살지, 이렇게 사람이 많은 빌라에 살진 않는다.그래서 윤슬과 부시혁이 이 근처에 산다고 했을 때, 소녀는 많이 놀랐다.“여기서 사는 것도 그저 잠시뿐이에요.”부시혁은 윤슬의 손을 잡고 덤덤하게 말했다.“나중에 이사 갈 겁니다.”윤슬은 남자의 팔
윤슬은 가늘고 하얀 손가락을 내밀었다.그러자 부시혁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손을 내밀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뭔가 암시하는 것처럼 그 손가락을 주물렀다.남자의 의도를 눈치챈 윤슬은 못마땅하게 그를 노려보았다.‘이 남자가 정말, 틈만 나면 스킨십을 하려고 그래.’두 사람의 행동을 본 소녀는 또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시작했어! 또 시작했어! 두 사람이 내 눈앞에서 알콩달콩한 걸 보니까, 너무 행복하다.’소녀는 너무 행복해서 기절할 것 같았다. 그리고 흐리멍덩하게 윤슬의 말에 대답했다.“말씀하세요. 무슨 조건이든 다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