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은 그 소녀의 눈에서 아무런 악의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긴장하고 불안한 표정에 윤슬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왜 사진을 찍은 건지 궁금해서 그러는데, 물어봐도 될까요?”“네.”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쭈뼛쭈뼛하다가 약간 쑥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사실…… 전 부귀영화의 일원이에요.”여자는 이렇게 말하며 빨개진 얼굴로 윤슬을 한번 보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이 대답을 들은 윤슬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부귀영화? 나랑 부시혁의 커플 팬클럽 이름이잖아.’네티즌들이 윤슬과 부시혁 커
‘눈앞에서 두 사람이 이러는 거 보니까 너무 행복해! 부 대표님 윤슬 언니한테 너무 부드러우신 거 아니야? 방금 나랑 말할 때는 그렇게 차가우셨는데.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남한테 차갑고 여자 친구한테만 따뜻한 그런 남자잔하. 역시 부 대표는 세상에서 제일 좋고 제일 안정감 있는 남자야.’성격이 부드럽고 상냥한 남자는 오히려 여자한테 인기가 없었다. 왜냐면 누구한테 다 그러니까.그래서 소녀는 두 손을 모으고 윤슬과 부시혁을 보며 헤벌쭉 웃기 시작했다.소녀의 눈빛이 너무 뜨거워서 윤슬과 부시혁이 무시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부 대표님의 신분이라면 더 좋은 데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소녀는 윤슬을 가리키고 또 부시혁을 한번 가리켰다.이 부근에 돈 많은 사람이 살긴 하지만 그래도 진정한 명문 앞에서는 빈민가와 다름이 없었다.진정한 재벌들은 거의 산을 사서 그 위에 별장이나 저택을 지어서 살지, 이렇게 사람이 많은 빌라에 살진 않는다.그래서 윤슬과 부시혁이 이 근처에 산다고 했을 때, 소녀는 많이 놀랐다.“여기서 사는 것도 그저 잠시뿐이에요.”부시혁은 윤슬의 손을 잡고 덤덤하게 말했다.“나중에 이사 갈 겁니다.”윤슬은 남자의 팔
윤슬은 가늘고 하얀 손가락을 내밀었다.그러자 부시혁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손을 내밀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뭔가 암시하는 것처럼 그 손가락을 주물렀다.남자의 의도를 눈치챈 윤슬은 못마땅하게 그를 노려보았다.‘이 남자가 정말, 틈만 나면 스킨십을 하려고 그래.’두 사람의 행동을 본 소녀는 또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시작했어! 또 시작했어! 두 사람이 내 눈앞에서 알콩달콩한 걸 보니까, 너무 행복하다.’소녀는 너무 행복해서 기절할 것 같았다. 그리고 흐리멍덩하게 윤슬의 말에 대답했다.“말씀하세요. 무슨 조건이든 다
류은미는 고유나 그 여자가 너무나도 무서웠다.자기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자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사람을 죽이는 일은 절대로 하지 못했다.하지만 고유나는 전혀 꺼림 없이 삼 년이나 사귄 남자 친구를 죽였으니, 얼마나 무서운 여자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더구나 류은미는 고유나 손에 죽을 뻔했었다.만약 류은미의 할아버지, 류덕화가 부시혁의 스승이 아니었다면 고유나는 정말 류은미를 죽였을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류은미가 죽으면 류덕화는 틀림없이 부시혁을 찾아가 진실을 조사해 내라고 할 테니까.아무튼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고유
이 일을 알았을 때 류은미는 기뻐서 미칠 지경이었다.왜냐면 그 두 여자가 다투는 걸 누구보다도 기대하고 있었으니까.고유나를 상대로 윤슬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윤슬은 부시혁을 성공적으로 협박했던 사람이었다.즉, 윤슬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고유나한테 지겠지만 그래도 상대방한테 큰 데미지를 줄 것이다.그럼 그때 류은미가 나서서 고유나를 상대하면 성공할지도 몰랐다.그래서 류은미는 두 여자가 다투는 걸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사실이 증명하건대 윤슬은 확실히 보통 놈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고유나 손에서
지피지기해야 승산이 더 큰 법이기에 류은미는 윤슬이 어떻게 반격할지 알고 싶었다.류은미가 보기엔 이번 계획은 아주 완벽했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 못 한 건 부시혁이 움직였다는 것이다.부시혁은 그 루머가 가짜라는 걸 증명했고 심지어 윤슬을 믿는다고 했다.부시혁의 성격으로 이런 게시글을 올릴 리가 없었다.인터넷에 일어난 일을 늘 무시했던 부시혁이 갑자기 달라졌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그래서 류은미는 또다시 윤슬이 부시혁을 협박했다고 생각했다.‘심지어 오빠한테 우리 류씨 가문이랑 결렬하라고 했을 거야. 이런 악독한 여자
‘이 요물!’부시혁은 시선을 내리고 어두운 눈빛을 감추었다. 그리고 혀끝을 깨물며 참았다.그는 윤슬이 아이스크림을 위해 이렇게까지 애교 부릴 거라고 예상 못 했다. 그것도 사람이 많은 마켓 안에서.윤슬은 부끄럼을 잘 타서 평소에 다른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키스만 해도 얼굴이 한참이나 빨개지곤 했다.그런 그녀가 주동적으로 애교부리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물론 그렇다고 애교 부린 적 없는 건 아니었다.두 사람이 화해하고 지금까지, 부시혁 기억 속에 윤슬이 애교부린 적이 기껏해야 세 번이었다.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매번 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