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알았을 때 류은미는 기뻐서 미칠 지경이었다.왜냐면 그 두 여자가 다투는 걸 누구보다도 기대하고 있었으니까.고유나를 상대로 윤슬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래도 윤슬은 부시혁을 성공적으로 협박했던 사람이었다.즉, 윤슬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고유나한테 지겠지만 그래도 상대방한테 큰 데미지를 줄 것이다.그럼 그때 류은미가 나서서 고유나를 상대하면 성공할지도 몰랐다.그래서 류은미는 두 여자가 다투는 걸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사실이 증명하건대 윤슬은 확실히 보통 놈이 아니었다. 몇 번이나 고유나 손에서
지피지기해야 승산이 더 큰 법이기에 류은미는 윤슬이 어떻게 반격할지 알고 싶었다.류은미가 보기엔 이번 계획은 아주 완벽했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 못 한 건 부시혁이 움직였다는 것이다.부시혁은 그 루머가 가짜라는 걸 증명했고 심지어 윤슬을 믿는다고 했다.부시혁의 성격으로 이런 게시글을 올릴 리가 없었다.인터넷에 일어난 일을 늘 무시했던 부시혁이 갑자기 달라졌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다.그래서 류은미는 또다시 윤슬이 부시혁을 협박했다고 생각했다.‘심지어 오빠한테 우리 류씨 가문이랑 결렬하라고 했을 거야. 이런 악독한 여자
‘이 요물!’부시혁은 시선을 내리고 어두운 눈빛을 감추었다. 그리고 혀끝을 깨물며 참았다.그는 윤슬이 아이스크림을 위해 이렇게까지 애교 부릴 거라고 예상 못 했다. 그것도 사람이 많은 마켓 안에서.윤슬은 부끄럼을 잘 타서 평소에 다른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키스만 해도 얼굴이 한참이나 빨개지곤 했다.그런 그녀가 주동적으로 애교부리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물론 그렇다고 애교 부린 적 없는 건 아니었다.두 사람이 화해하고 지금까지, 부시혁 기억 속에 윤슬이 애교부린 적이 기껏해야 세 번이었다.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매번 부시
부시혁은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이 사람들은 목적이 있어서 부시혁을 접근하러 왔다.야심이 훤히 다 보이는 그 사람들의 눈빛 때문에 부시혁은 기분이 언짢았다.부시혁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이 무슨 목적으로 인사하러 온 건지.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은 생각은 맞지만 아쉽게도 이 사람들은 눈치가 없었다.부시혁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짜증으로 가득했다.그런데 주위에는 온통 재잘거리면서 자기소개를 하는 사람과 자기 회사 상품을 소개하는 사람이었다.다들 부시혁의 흥미를 일으켜 투자나 합작 기회를 얻으려
부시혁은 자존심이 아주 강한 사람이라서 무슨 일이 있어서도 고려하거나 참지 않았다.하지만 윤슬과 사귄 후부터, 부시혁도 많이 달라졌다.무슨 일을 하든 윤슬을 먼저 생각했고 윤슬한테 폐가 된다 싶으면 그냥 참았다. 속으로는 답답하지만 그래도 참아야 했다.그래서 윤슬이 수고했다고 한 것이다.여자의 말을 들은 부시혁은 그녀의 이마에 가벼운 꿀밤을 때렸다.“무슨 소리야. 이건 수고가 아니라 행복이야.”“이게 행복이라고요?”윤슬은 꿀밤을 맞은 자리를 만지며 남자의 말에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부시혁은 고개를
윤슬은 한숨을 쉬며 손을 저었다.“알았어요. 일단 밥이나 먹어요. 배고파 죽겠네.”“그럼 다 먹고 계속한다?”부시혁은 두 손으로 윤슬의 얼굴을 잡으며 그녀가 후회할까 봐 조마조마했다.그러자 윤슬은 고개를 들고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이번엔 그녀가 말실수한 거기 때문에 반박할 핑계가 없었다.만약 떼를 쓰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껌딱지 부시혁은 그녀가 고개를 끄덕일 때까지 못살게 굴 것이다.그러니까 차라리 깔끔하게 허락하는 게 나았다.어차피 윤슬도 점점 그런 일에 익숙해졌다.그래서 이젠 아주 평온하게
“그랬군요.”윤슬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또 이마를 찌푸렸다.“방금 왕 교수가 바나나 껍질을 밟아서 그 자리에 사망했다고 했죠? 근데 너무 공교롭다고 생각하지 않아요?”이 말이 나오자 부시혁이 얼어버렸다.그리고 윤슬의 뜻을 눈치챈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계속 말해 봐.”그러자 윤슬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말했다.“생각해 보세요. 당신의 선생님이 될 사람은 왕 교수랑 류덕화 어르신 둘 중 한 명이잖아요. 하지만 당신은 이미 왕 교수를 선택하기로 결정했고 심지어 스승으로 모실 준비까지 다 했는데, 마침 이때 왕 교수가 사고로
“역시 단풍이. 참 똑똑해.”부시혁은 원래 엄숙했던 표정을 거두고 여자를 보며 웃었다.그러자 윤슬은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당연하죠. 이 사고에 문제 있다고 먼저 의심한 사람은 저예요.”“맞아. 그럼 이따가 내가 어떻게 칭찬해 줄까?”부시혁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그러자 윤슬의 표정이 순간 굳어지더니 두 손으로 자기 앞을 막으며 말했다.“그만. 꿈도 꾸지 마요.”‘꿈도 꾸지 마?’부시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미안하지만, 꿈은 이미 몇 번이나 꿨어. 어차피 내가 칭찬해 주겠다고 결정했으니까, 이따가 약속 지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