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혁이 두 번이나 설득했는데 만약 윤슬이 계속 망설인다면 살짝 미안할 것 같았다.더구나 부시혁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한번 놓친 기회는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그렇다면 윤슬이 해야 하는 건 기회를 잡는 거다.그리고 이 부품은 부시혁이 소성 손에서 뺏어온 거라서, 부품 개조 실험이 실패한다고 해도 천강에는 아무런 손실이 없을 것이다.아무래도 돈 한 푼도 안 쓰고 얻은 재료들이니까.회사 고위층들도 이 사실을 알면 절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윤슬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네가 너무 귀여워서, 순간 못 참았어.”부시혁은 엄지로 입술을 한번 만지며 말했다.그러자 윤슬은 그를 흘겨보았다.“하루에 키스를 몇 번이나 하는데, 다 못 참아서 그런 거예요?”“안 돼?”부시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미소를 지었다.그 미소는 약간 사악해 보였다.다른 남자가 이런 미소를 짓는다면 약간 느끼해 보이겠지만, 부시혁이 이렇게 웃으니 사람을 설레게 만들었다.‘이런 요물! 너무 섹시한 거 아니야? 아니, 남자가 어떻게 이렇게 섹시할 수가 있어?’“웃지 마요. 그만!”윤슬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남자에게 말
소유가 윤슬의 드레스를 망칠 때, 아마 윤슬의 기분을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니까 윤슬도 마찬가지로 소유를 걱정하거나 동정하고 싶지 않았다.‘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절대로 마음 약해지지 않을 거야.’“도착했습니다.”그 경찰은 윤슬과 부시혁을 한 사무실 앞까지 안내하고 그냥 가버렸다.부시혁은 윤슬과 눈을 한번 마주치더니, 손을 내밀고 문을 두드렸다.그러자 안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오세요.”윤슬과 부시혁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목소리의 주인은 책상 뒤에 앉아서 바쁘게 일을 처리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두 분의 뜻을 용의자와 용의자 가족에게 전해 드리겠습니다.”임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용을 기록했다.그리고 고개를 들고 윤슬과 부시혁을 보며 또 물었다.“용의자의 판결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묻고 싶습니다.”최종 판결은 법원 쪽에서 내리는 거지만 피해자도 자기 생각을 제기할 수 있다.물론 피해자의 의견을 채용하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아무래도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피해자가 많기 때문이었다.그렇기에 채용하진 않겠지만 물어볼 필요는 있었다.이것도 필요한 절차니까.“없어요. 전 제 사욕 때문에
“재판 시간을 미리 알려주세요. 시간에 맞춰 변호사를 보낼 테니까요.”부시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그러자 윤슬이 고개를 돌리고 그를 쳐다보았다.“재판에 참석하지 않으려고요?”“증거가 확실한 재판에 출석하는 건 시간 낭비야.”부시혁은 윤슬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러자 윤슬이 갑자기 웃었다.“맞는 말이네요. 그런 사람을 때문에 시간 낭비할 필요가 확실히 없네요. 그럼 변호사한테 맡기세요.”“머리가 빠른 장 변호사한테 의뢰를 맡기려고.”부시혁은 이렇게 말하며 그윽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사람을
“네? 원래 이길 것 같았던 쪽이 지고 징역까지 갔다고요?”윤슬은 이 반전에 어리둥절해졌다.임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민사 소송 때문에 징역을 갔으니, 이 장 변호사의 위력이 얼마나 대답한지, 예상이 가시겠죠? 그리고 또 다른 사기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을이 갑에게 200만 원을 빌리고 규정 시간에 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갑이 사기죄로 을을 고소했고 마찬가지로 장 변호사한테 의뢰했습니다.”“이번에도 이긴 건가요?”윤슬이 추측했다.하지만 임 팀장은 고개를 저었고 옆에 있던 부시혁 얼굴에 담긴 미소가 더욱
“제 애인의 섭외가 거절당했다는 것까지 말했어요.”윤슬은 고개를 돌리고 남자를 쳐다보며 눈짓을 보냈다.그러자 임 팀장은 허벅지를 탁 치며 말했다.“맞습니다. 거기까지 말했군요.”“궁금한 게 하나 있어요.”윤슬은 시선을 거두고 고운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네, 말씀하세요.”“장 변호사가 왜 어설픈 변호사라고 불리는지 궁금해요. 계속 이상했는데 아무도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아서. 장 변호사는 거의 모든 소송을 승소했고 실패한 것도 의뢰인이 장 변호사의 미움을 사서 그런 거잖아요. 승소율이 이렇게 높은데 엄청 대단한 거 아닌가
‘아마 생사를 너무 많이 봐서 덤덤한 걸 거야. 형사들도 그렇잖아. 살인 사건을 많이 겪다 보면 그 어떤 참혹한 시체도 점점 익숙해지고 무덤덤해지니까.’“임 선생님은 참 위대한 것 같습니다.”임 팀장은 이렇게 말하며 한 마디 감탄했다.윤슬은 그저 웃으며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론 한숨 놓았다.‘임이한이 위대한지는 모르겠어. 아무래도 임이한 성격으로 사람을 살리려고 의사를 한 건 아닐 거야.’임이한 본인이 한 말에 따르면 그는 단순하게 사람을 해부하는 그런 느낌이 좋아서 의사를 한 거라고 했다.약간 변태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