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혁은 바보가 아니다. 어떻게 선생님의 말을 듣고 눈치채지 못할 수 있었을까, 류덕화는 윤슬의 이미지를 더럽히고 시혁과 헤어지게 하려 했다.그러나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선생님이 집안을 차별한다는 사람이란 것이었다.그렇다, 집안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건 다른 명문가 집안에나 해당되는 것이다.부씨 집안은 다른 집안의 도움은 필요 없을뿐더러, 더욱이 정략결혼은 할 필요가 없었다.부씨 집안은 이미 정상에 이르렀기에 국가 차원에서 부씨 집안이 더 이상 성장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그가 평범한 집안 출신의 여자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윤슬 씨의 목소리가 많이 흔들렸거든요. 이 사건이 적잖이 충격이었을 겁니다.”그도 그럴 것이 윤슬은 일을 하기 위해 간 곳에서 아무 이유 없이 사진을 찍혀 인터넷에 모든 헛소문이 떠도니 기분이 좋으면 이상한 일이었다.윤슬의 상태가 안 좋아 보였다는 말을 들은 시혁은 가슴이 아팠고 더욱 냉랭해졌다.“누가 그랬는지 알아냈어?”그는 이 스캔들을 맨 처음 퍼뜨린 매체가 DS패치라는 장용의 말을 떠올렸다.‘DS패치라면 소형회사잖아. 분명 배후에 누군가가 지휘했을 가능성이 커.’그래서 시혁은 DS패치는 미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부시혁은 눈을 가늘게 떠 홍보부에게 전화했다.[네, 대표님.]전화기 너머 홍보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곧바로 시혁이 물었다.“장 비서가 인터넷을 정리하라고 하지 않았나? 삭제하긴 한 거야?”홍보실장은 시혁의 말에 깜짝 놀라 재빨리 대답했다.[대표님, 장 비서님께서 지시를 내린 즉시 저희는 그대로 행했습니다. 대표님과 윤슬 씨에 관련된 일인데 저희가 어떻게 대충할 수 있겠습니까?]“지금 인터넷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하고나 말해!”시혁은 그의 말에 만족하지 못했다.[인터넷이요?]홍
그러나 시혁은 자신의 스승이니 전화를 거절할 수 없어, 잠시 뜸을 들인 후 전화를 받았다.“네, 선생님.” [시혁아, 지금 인터넷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니?]류덕화는 차 뒷좌석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시혁이 막 말하려던 그때 류덕화의 목소리가 들렸다.[이걸 깜빡했네, 너도 알아야지. 네 비서가 찾아와서 그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지? 아마 이 일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구나.]시혁은 그의 말에 개의치 않았다.류덕화의 눈엔 뭔가가 번쩍이고 한숨을 쉬며 그를 위하는 것처럼 입을 열었다.[시
윤슬은 자존감이 낮고 여려서 류덕화가 부시혁과 그녀가 어울리지 않다고 말하면 자발적으로 이별을 고할 것이었다.윤슬의 성격상 동의하지 않더라도 속에 응어리가 남아서 시혁과 자신을 끝까지 의심할 게 뻔했다.결국 그녀에게 권할 사람은 시혁이 존경하는 스승이었다.남편이 존경하는 선생님이 계속해서 어울리지 않다고 말하는데 윤슬이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시혁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매만졌다.‘앞으로 선생님과 슬이는 만나면 안 될 것 같아.’‘나도 이제 이런 소리는 듣기 싫으니, 선생님을 멀리해야겠어.’시혁은 한숨을 쉬
“류덕화 어르신의 손녀예요.”“류덕화 어르신이요?”“네.”윤슬은 고개를 끄덕였다.“류덕화 어르신은 시혁 씨의 스승이에요. 손녀도 시혁 씨와 소꿉친구고요. 그런데도 일이 잘 해결될 수 있을까요?”박 비서는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배후에 있는 사람이 이렇게 강력할 줄은 몰랐어요!”박 비서는 상대방의 집안 배경을 말한 게 아니다. 그저 상대방과 시혁의 관계를 말한 것이다.“이사장님, 그럼 부 대표님께서 이사장님을 위해 나설 거란 보장이 없다는 뜻이에요?”박 비서는 걱정스럽게 윤슬을 바라봤다.윤슬
[슬아, 괜찮아?]윤슬이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귀가 찢어질 듯한 준영의 큰 목소리가 들렸다.그것은 그녀 또한 놀라게 했다.과거 준영은 아무리 방정맞은 말투를 써도 목소리만큼은 작지도 크지도 않은 딱 적당한 크기였다.‘왜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는 거야?’마치 휴대폰에 대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았다.윤슬은 준영의 큰 목소리에 마비된 귀를 문지르며 대답했다.“난 괜찮아.”[정말 괜찮은 거 맞아?]준영의 큰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던데? 시골에서 조사하다 들어서 급하게 신호가 잡히는 곳을 찾아
비록 성준영은 윤슬의 행동을 볼 수 없었지만 전화기 너머에 있는 그녀의 행동은 상상할 수 있었다.그는 매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축하해줘서 고마워. 걱정 마, 내가 합격하고 돌아가면 든든한 네 지원자가 될게.]준영은 가슴을 두드렸다.그 소리는 휴대폰 너머 그녀의 심장이 다 떨릴 정도로 잘 들렸다.‘아니, 저렇게 세게 치는데, 이러다가 명치 부러지는 거 아니야?’“그럼 고맙지.”윤슬은 황급히 감사 표시를 한 후 준영이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리는 것을 막았다.준영은 행동을 멈추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비서를 향해 걸어갔다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