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부시혁은 안색이 급변하고 동공이 떨렸다.“이전에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네.”윤슬이 말했다.“지난 6년, 당신은 날 안중에도 두지 않았어요.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까지 돌아가시고 천성의 주인이 바뀌었죠. 그때 저를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고립되어 구원을 받을 데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죠.”“이 때문에 당신의 새엄마, 당신의 동생, 당신의 파트너, 당신 뒤에 당신을 사모하는 사람들, 모두 나를 비웃고 모욕했어요. 이 모든 것은 당신이 조금도 날 생각하지 않아서였죠. 그
윤슬은 부시혁과 차분하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제가 너무 연약한 상대였던거죠. 좋은 가문도, 부모도, 남편의 관심도 없었어요. 사람들은 약자를 괴롭히고 강자를 두려워해요. 이걸 알고 나니 내가 너무 약했던 사람이었구나 깨달았어요.”“그리고 결심했죠. 반드시 강해져야겠다고. 그리고 단순히 실력만 갈고 닦는 것이 아니라 인맥을 쌓아 더 높이 올려가야 한다고. 그래야만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그리고 남에게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혼자잖아요.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어요.”
“이런 일에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제가 말하지 않았으니 몰랐던 건 당연해요.”“앞으로 나는 너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거야. 네가 이렇게 걱정하지 않도록 할게.”부시혁이 고개를 숙여 윤슬의 머리에 키스하며 말했다.“그리고 넌, 그 누구의 말에도, 그 어떤 시선에도 휘둘리지도 말고 영향받지도 말아. 너의 가문이 어떻든 난 상관없어.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가 네 가문이 아니니까. 내 눈에 넌 그 누구보다도 빛나는 사람이야. 넌 최고야, 이보다 더 완벽한 사람은 없어.”윤슬은 그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말을 그렇게
윤슬이가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아마도 제가 고집이 센 편인가 봐요. 예전에 그런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트라우마로 남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네요.”“앞으로는 그런 말 신경 쓰지 마.” 부시혁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알겠어요.”윤슬이가 대답했다.“당신이 이렇게까지 말해 줬는데 또 같은 일을 반복하면 그땐 그냥 죽어야죠.”“죽는다는 말 하지 마.” 부시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윤슬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윤슬은 웃으며 그의 손을 치웠다.“농담으로 한 말을 왜 하늘이 무너질 것처럼 심각하게 받
부시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침묵했다.잠시 후, 시혁은 갑자기 두 팔의 힘을 조여서 윤슬을 다시 꼭 껴안았다.“어쩐지 부품이 3일 동안 사라졌는데도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고 했어. 만약 내 사람들이 소성의 주려려가 신한그룹에 간 것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당신 회사에서 이렇게 큰일이 벌어진 것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저택을 담보로 내놓은 게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어? 그 저택은 당신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 텐데.”윤슬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웃으며 그 남자를 바라보
부시혁은 긁적였다.‘그렇게 티가 나?’남자가 가볍게 기침하며 말했다. “됐어, 더 보지 마.”시혁은 윤슬의 눈을 가렸다. 들키고 나니 쑥스러웠다.윤슬도 남자가 눈을 가리게 내버려 두었지만 그녀의 붉은 입술은 더욱 올라갔다. “봐요. 그런데 누가 당신이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고 그래요? 당신은 항상 나를 도와주고 있었는데.”“드레스, 대출, 그리고 찾게 된 부품들, 모든 일에서 당신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잖아요. 내가 당신을 찾지 않았더라도 나를 도와준 사람은 항상 당신이었어요.”윤슬의 이 말은 시혁의 마음에 꽂혔고 들
그렇지 않다면 육재원은 그렇게 관대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남자 품으로 밀어내지 않을 것이다.보아하니 이제 육재원에 대한 경계를 완전히 거둬야 할 때인 것 같다.“어떻게 보답할 건데요?” 윤슬이 부시혁의 손을 잡으며 궁금해했다.부시혁은 그녀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섭섭해하지는 않을 거야.”윤슬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난 당신이 그들을 섭섭해할 거라고 말한 적 없어요. 당신 같은 사람이 그렇게 인색하게 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부시혁은
거실의 티테이블 앞에 도착한 부시혁은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직원들로부터 온 업무 메시지가 있는지 확인했다. 메시지가 없는 걸 확인한 그는 장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장 비서는 이 시간에도 회사에서 야근 중이었다. 곧 명절이 다가오고 있어 업무 정리를 시작해야 했다.부씨그룹은 매우 커서 백 개가 넘는 자회사와 투자 및 지분을 가진 관련 회사들이 있었다. 일단 업무 정리를 시작한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방대한 작업량이다.이런 상황에서 그의 보조인 장 비서도 아직 퇴근하지 못하고 회사에서 밤을 새워 업무 정리를 준비하고 있었다.하지만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