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혁은 이마를 찌푸리며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검색어가 뭔데?""윤슬 씨가 윤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이 폭로되었어요."장 비서가 다급하게 대답했다."뭐?"부시혁이 등을 곧게 세우며 음침한 표정으로 물었다."폭로됐다고?""네.""어떻게? 누가 폭로한 거야?"부시혁이 사나운 목소리로 물었다.윤슬이 윤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육씨 가문과 할머니가 폭로했을 리는 없으니 남은 건 그와 임이한뿐이었다.하지만 임이한일 가능성도 없었다. 임이한은 이런 일을 주동적으로
댓글이 사라진 걸 보자, 부시혁은 장 비서가 손 쓴 거라고 눈치챘다.그리고 라이브를 끄고 미간을 눌렀다. 하지만 마음이 전혀 놓이질 않았다.댓글을 지웠다 해도 일이 해결된 게 아니니까. 그리고 이미 모두에게 다 알려진 상황이었다.그러므로 아직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그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윤슬은 부시혁이 골라준 검은색 실크 슬립 스커트를 입고 안에서 나왔다.그녀가 맨발로 카펫을 밟고 있어서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그녀 몸에서 풍겨온 향기 때문이 아니었다면 부시혁은 아마 그녀가 나왔는지도
그래서 드라이기를 하고 나면 손이 시큰거렸다.정말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중도에 포기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부시혁은 인내심 있게 끝까지 말려 줬고 그래서 그녀는 너무 기뻤다."고마워요."윤슬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쓸어 넘기고 고개를 돌려 드라이기를 치우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하지만 남자는 이마를 찌푸리며 뭔가 고민하고 있었다.윤슬이 두 눈을 깜박이며 물었다."왜 그래요? 제가 욕실에서 나왔을 때도 안색이 별로 안 좋더니.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예요?"부시혁은 드라이기를 침대 옆의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대답했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윤슬 말로는 윤강호가 다시 결혼할 마음이 없었는데 결국은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건, 이 안에 분명 무슨 원인이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그리고 그녀의 미묘한 표정으로 보아, 아마 좋은 원인이 아닌 것 같았다.아니나 다를까 윤슬이 고개를 살짝 내리며 말했다."네, 아버지가 함정에 빠진 셈이죠. 그때 제 아버지가 고객을 만나러 갔는데 호텔 직원인 이수지한테 찍혔어요. 이수지는 아버지의 술에 약을 탔고 그래서 아버지가 걸린 거죠. 이튿날 이수지는 아버지가 깨어나시기 전에 이미 도망쳤어요. 그리고 윤연을 가진 걸
"그럼 증거는 있어?"부시혁이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전 제 부모님이 입양한 아이예요. 입양한 거면 분명 증명서 같은 게 있을 거예요. 어머니가 아버지를 배신한 적 없다는 게 밝혀지면 윤연의 첫 번째 거짓말도 자연스레 들통나겠죠. 그리고 전에 제가 한 얘기 기억해요? 어렸을 때 윤연 모녀한테 자꾸 괴롭힘을 당해서 아버지가 절 위해 CCTV를 설치했다고 한 거.""당연하지!"부시혁이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네 일이라면 한 번도 잊은 적 없어."윤슬이 그를 한번 흘겨보았다.'지
윤슬이 SNS를 올리고 있을 때 부시혁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도 핸드폰을 들고 자기의 SNS에 들어가 글을 올렸다.그는 상업계의 유명인이라서 일반인부터 상업계의 다른 유명인까지, 그를 주목하는 사람은 아주 많았다.그래서 그가 SNS를 올리자마자 많은 사람이 소식을 얻었다.그리고 다들 경악을 금치 못했다.평소에 SNS를 거의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글을 올렸는데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그리고 그가 올린 글의 내용을 보고 다들 또 한 번 놀랐다.[다들 윤슬이 저랑 안 어울린다고, 윤슬이 나쁘고 음흉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사실 전
그녀는 이를 떨며 엄지손가락을 물고 있었다. 그리고 붉어진 두 눈으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정신을 차린 네티즌들이 윤슬과 부시혁을 도와 발언하는 걸 보고 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피를 토해낼 뻔했다.'어떻게 된 거야? 부시혁이 올린 SNS 하나 때문에 다들 이상해졌어. 그 SNS의 위력이 이렇게나 크다고?'윤연은 이를 갈며 발을 동동 굴렀다.'안돼. 내가 어떻게 해서 만든 여론인데. 그리고 다들 윤슬을 비난하게 했어. 조금만 더 있으면 윤슬이 참지 못하고 나한테 지분을 넘겨줄 텐데.'부시혁이 글을 올린 탓에 윤슬에게 판을 뒤집
그래서 장 기자가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왜냐면 이미 큰코다쳤으니까.윤연의 몸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지금 몹시 두렵고 불안하기만 했다.전화 맞은편의 남자가 또 말했다."그러니까 이번엔 정말 못 도와드리겠네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매체가 도와주지 않을 거예요. 물론 개인 기자들도요. 지금 부 대표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장 기자와 똑같은 결말을 초래할 테니까요. 그래도 하룻밤 잔 사이니까 제가 선심을 써서 알려주는 거예요. 빨리 포기하세요. 왜 윤슬을 건드리는지 모르겠지만 부 대표가 있는 이상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거예요."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