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사무실을 나서자, 앞에서 걸어오는 유신우를 봤다.“누나, 나가려고요?” 유신우가 윤슬 맞은편에 멈춰서, 윤슬 어깨위에 걸친 가방을 보고 물었다.윤슬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응, 경찰서에 한번 가려고.”“경찰서에 가요?” 유신우가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누나, 무슨 일 생겼어요?”“별거 아니야, 한밤중에 우리집 큰 창문에 해골영상을 띄운 수상한 사람을 잡았어!” 윤슬이 간단명료하게 말했다.유신우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한밤중에 누나 집 창문에 해골영상을 띄웠다고요?”“응!”“누나, 이 일을 왜 저한테 말 안 했
윤슬이 발걸음을 멈췄다, “고대표님 볼일 있어요?”유신우도 고개를 돌려 고도식을 바라봤다.고도식은 두 사람을 향해 몇 걸음 앞으로 다가왔고, 악랄한 눈빛으로 윤슬을 노려봤다, “유나가 당한 이 일, 네가 한 짓 아니야?”처음에, 그는 확실히 유나가 괴롭힘을 당한 것이 단지 뜻밖의 사고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나중에 그가 냉정하게 자세히 분석해보니, 이 일의 배후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이라는 걸 발견했다.만약 유나가 단지 뜻밖의 사고로 괴롭힘을 당한 것이라면, 그렇게 유나를 괴롭힌 사람들은, 절대 유나를 번화가에 내던지지 못
윤슬은 고도식의 위협적인 말을 듣고, 발걸음을 멈춰, 바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요? 그럼 기다릴게요.”유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돌렸고, 아까와 같은 눈빛으로 차갑게 고도식을 노려보며, 마치 고도식을 단단히 마음속에 새겨 두려는것 같았다고 계단을 오르려고 할 때 그는 비로소 고개를 돌렸다.취조실 밖, 윤슬은 문 앞에 서서, 문 유리창을 통해 안에 있는 용의자를 봤고, 평범한 외모에 마른 남자였다.그 남자는 의자에 앉아서, 거무튀튀한 바바리코트를 두르고, 목과 어깨를 움츠린 채,
“맹소은 아가씨, 저희가 누군가 윤슬 아가씨의 창가에 공포 영상을 띄웠다는 신고를 받아서 지금 그 사람을 잡았는데, 당신이 시킨 일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지금 경찰서에 한 번 와 주시겠습니까?”전화기 속의 여형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맹소은은 죽음을 재촉하는 망혼처럼 들렸고 놀라서 얼굴이 창백해졌다.“뭐...... 뭐라고요? 윤슬이 신고를 했다고요?”맹소은에게 아무 관심이 없던 장용이 가려던 참에 갑자기 맹소은의 입에서 윤슬 이름이 나오는 것을 듣고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네. 윤슬 아가씨가 신고하셨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남자는 그가 윤슬 누나를 손에 넣는 과정에 있어서 제일 큰 위협이었다!유신우의 눈빛을 느낀 부시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윤슬을 쳐다봤다.그녀는 과연 유신우가 그렇게 간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까?“대표님, 왜 저를 보시는 거예요?”윤슬은 부시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빤히 자신을 보자 참지 못하고 보기 좋은 미간을 찌푸렸다.부시혁의 눈빛이 살짝 반짝이더니 가볍게 얇은 입술을 열고 대답했다“네가 경찰서에 있다는 것을 듣고 특별히 보러 온 거야. 방금 네가 말한 창가 해골은 어떻게 된 거야
“됐어요!”윤슬은 이마를 만지며 귀찮은 듯한 어투로 말했다.“다른 사람 걱정하기 전에 당신 자신이나 구속되지 않을까 걱정하세요!”“구속?”맹소은의 낯빛이 변했다.“제가 왜 구속돼요? 경찰서에 왔잖아요!”“진짜 모른 거야 모르는 척을 하는 거야?”유신우는 팔짱을 낀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당신이 사람을 시켜 누나 창가에 그런 영상을 띄우라고 한 것이 이미 범죄야. 고의 위협죄!”“아니...... 무슨 고의 위협죄예요. 저는 그냥 저 여자를 놀래키려 했던 것뿐인데 어떻게 그게 범죄예요? 기껏 해야 장난일
그녀는 급히 윤슬을 쳐다보며 말했다.“윤슬 아가씨, 제가 잘못했어요. 한 번 봐주세요. 저 구속되고 싶지 않아요. 제발요. 진짜 잘못했어요 흑흑흑......”맹소은은 울어서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고, 불쌍해 보였다.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 하나 그녀를 동정하는 사람이 없었다.윤슬은 차갑게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이럴 거면 애당초에 왜 그랬어요? 모두 성인인데 성인은 자기가 한 일에 책임을 져야죠. 그리고 저는 정말 당신이 잘못을 뉘우쳤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구속되는 게 무서워서 저한테 사과하는 거잖아요.
“됐어요!”윤슬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아예 등 뒤로하며 깔끔하게 거절했다.부시혁의 손은 허공에서 굳었고, 한참 후에 주먹을 쥐며 손을 거두었다. 마음속은 매우 허탈했다.“누나, 미안해요......”유신우는 고개를 숙인 채 다시 한번 사과했고 매우 자책하는 표정이었다.그는 정말 고의로 그녀를 다치게 한 것이 아니었다.그는 마음속의 그 사악한 기운을 억누를 수가 없어 저도 모르게 손을 썼다.윤슬은 평소 온화한 청년을 보고 있자니, 지금은 잘못을 저지른 큰 강아지 같아 마음이 단번에 약해졌다.그녀는 손을 내밀어 그의 머리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