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윤슬은 집사의 의미심장한 미소에 불편함을 넘어 왠지 소름까지 돋았다.게다가 방금 전 성준영의 이상행동까지...이 집 사람들 뭔가 이상한데...하지만 곧 자신의 생각이 무례했음을 반성하며 마음을 다잡았다.“윤슬 씨, 차 마셔요.”집사가 찻잔을 건네고 윤슬이 미소를 지으며 응답했다.“네,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 도련님과 얘기 나누세요.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바로 말씀하시고요. 그냥 자기 집에 있다 생각하시면서 편하게 지내세요.”“아... 네.”지나친 친절에 불편해진 윤슬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뭐야? 왜
한편 왕수란은 부시혁의 언짢은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혼자 신나서 말을 이어갔다.“유나가 너 퇴원했다는 소식 듣고 직접 여기까지 온 거야. 입원내내 유나 만나주지도 않았다면서. 무슨 일로 싸웠는지는 모르지만 사랑 싸움도 너무 오래 끌면 안 좋아. 오늘 마침 퇴원했겠다 두 사람 얘기도 나누면서 서로 화해해. 아, 참. 유나는 오늘 우리 집에서 자고 가기로 했어.”“아니요. 됐습니다.”하지만 부시혁은 단호한 말투로 왕수란의 제안을 거절했다.아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은 부시혁의 차가운 모습에 고유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랬지. 엄마가 워낙 유나 누나 칭찬을 하기도 했고 형이 워낙 좋아했으니까. 형 정도 되는 사람이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좋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으니까 무작정 좋아했었지. 그러다 유나 누나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됐고 있던 정 없던 정 다 떨어졌던 거지 뭐.”부민혁의 대답에 부시혁은 침묵했다.그래. 평범한 사람이라면 아무리 좋아했다 해도 추악한 진짜 모습을 발견한다면 정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그는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걸까?질문만 하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부시혁의 모습에 부민혁이 고개를
“들어오세요.”침대에 기댄 채 책을 읽고 있던 부시혁이 말했다.“시혁아, 저녁에 먹어야 할 약이야. 잊지 말고 먹어.”방안으로 들어온 왕수란의 말에 부시혁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일찍 쉬어.”“네.”왕수란이 방을 나선 뒤 부시혁은 책을 덮고 온갖 알록달록한 약들을 단숨에 삼켜버렸다.약을 먹고 나니 곧 바로 잠이 쏟아졌다. 방금 전 먹은 약들의 부작용이었다. 책을 덮고 침대에 누운 부시혁은 아주 깊은 잠에 빠졌다.그날 밤, 부시혁은 아주 긴긴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고유나가 깨어난 뒤, 부시혁은 현실에서
“젠장. 고유나가 고도식 친딸이 아니라니.”성준영이 짜증스럽게 머리를 헝클었다.“휴, 어쩔 수 없죠 뭐. 고유나가 고도식 부부의 친딸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고유나가 친딸이 아닌 이상 그 여자 머리카락은 쓸 수가 없어요. 고도식이나 채연희의 머리카락이 필요해요.”윤슬의 말에 턱을 만지작거리던 성준영이 대답했다.“이 일은 나한테 맡겨요.”“어떻게 할 생각인데요?”성준영의 입가에 매력적인 미소가 피어올랐다.“슬이 씨처럼 하면 되죠. 아무나 찾아서 고도식한테 시비를 걸게 만드는 거예요. 그럼 자연스럽게 실랑이가 오
고도식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그게 말은 바로 하죠? 그쪽이 먼저 와서 부딪힌 거잖아요.”고도식의 말에 건달의 눈이 더 커다래졌다.“뭐요? 내가 부딪혔다고? 아니, 이 아저씨가 말이면 단 줄 아나. 아저씨가 앞도 제대로 안 보고 다녀서 나랑 부딪힌 거 아니에요! 안 되겠다. 가뜩이나 기분도 안 좋은데 아저씨, 오늘 좀 맞읍시다.”말을 마친 건달은 바로 고도식을 향해 뺨을 날려버렸다.50이 넘었지만 이렇게 대놓고 맞은 적은 처음인데다 남자의 팔힘이 너무 세서인지 눈앞에 별이 보이는 기분이었다.겨우 정신을 차린
사실 그때 당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한 번 몰래 사진 찍은 것 외에는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윤슬은 그 후로도 몇 번 부시혁을 몰래 본 적이 있었다. 윤슬은 결혼하면 부시혁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큰 착각이었다. 부시혁이 윤슬을 좋아하기는커녕 더 싫어하자 윤슬은 점점 지쳐갔다. 또한 부시혁은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따뜻한 청년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윤슬은 마음속의 남아있는 미련과 집착 때문에 이혼하지 않고 악착같이 6년 동안 부가 집
“그리고 또 있나요?” 신 의사가 턱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부 대표님,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말씀하신 두 가지로는 최면에 걸렸는지 알 수 없어요.”“또 있어요.” 부시혁이 두 눈을 감으며 말했다.이번이 진짜 중요한 증거이다.부시혁은 한숨을 내쉬고 흥분한 감정을 억누르며 침착하게 말했다. “저는 유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그런데 유나를 볼 때마다 제 안에 누군가 ‘나는 지금 유나를 사랑해, 유나를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해, 유나를 위협하는 사람은 없애버려야 해’라고 말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뭐죠?” 신 의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