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혁이 성준영의 말에 동의하자 고유나는 몰래 입술을 깨물었다. 성준영은 그녀가 등산을 싫어하는 걸 눈치채고 일부러 그쪽으로 유도하는 게 분명했다. 게다가 성준영의 의도를 알면서도 그의 말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고유나를 더 짜증 나게 만들었다.그럼에도 고유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준영 씨,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그냥 너무 높으면 힘들지 않을까 라고 말한 거지 돌아가겠다고는 안 했는데요.”“그럼 유나 씨도 올라가겠다는 거네요?”성준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당연하죠.”고유나가 고개를 끄덕이자 성준영은 의미심장한
“우리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어. 30분 전 정도?”육재원이 손수건을 꺼내 윤슬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주었다.“30분? 난 한참 전에 도착한 줄 알았는데.”“음...”윤슬의 질문에 육재원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사실 훨씬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었는데 부민혁 그 자식이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한참 헤맸지 뭐야...”“아니, 그게 어떻게 내 탓이에요? 그쪽이 날 못 이길 것 같으니까 일부러 틀린 길을 가리킨 거잖아요.”육재원의 말을 엿들은 부민혁이 바로 반박했다.“그래, 내가 속였다고 치자. 멍청하게 그 말을
역시나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유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손에 든 도시락을 내팽개치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이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유나는 두 눈을 꼭 감고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모두들 식사를 시작하고 도시락을 한 입 맛 본 부시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유명 셰프가 만든 도시락이라 그런지 맛은 훌륭했다. 하지만 왠지 어젯밤 윤슬이 직접 만든 국수가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이상하지. 요리 실력이라면 분명 셰프가 훨씬 좋을 텐데...부시혁도 왜 자기가 이런 생각이 드는지 이해
진서아의 말에 생수 병뚜껑을 따던 성준영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고유나는 아주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시혁이 형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죠. 굳이 따지자면 시혁이 형에 대한 사랑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할 수밖에요. 정말 시혁이 형을 사랑한다면 그런 짓들을 저지를 수가 없죠. 뒤처리는 항상 시혁이 형 몫이잖아요.”성준영의 말에 육재원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요. 이게 무슨 민폐예요. 참나,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고유나 씨는 부 대표님을 별로 사랑하지 않는다는
“부민혁, 억지 부리지 말고 얼른 유나한테 사과해.”부시혁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재촉하자 부민혁이 고개를 푹 숙였다.“죄송합니다.”누가 봐도 억지로 하는 사과에 부시혁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진심으로 사과하라고!”형의 압박에 부민혁은 입을 잔뜩 내민 채 소리를 높였다.“죄송합니다, 유나 누나! 됐지?”“됐어. 그만해.”그제야 고유나가 웃으며 손을 젓고 부민혁은 고개를 홱 돌린 채 다른 곳으로 걸어갔다.굳은 얼굴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부시혁이 고유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유나야, 미안. 민혁이가 아직 철이 없어
부민혁의 말에 고유나를 안은 부시혁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턱을 만지작거리던 성준영이 대신 대답했다.“검은 피는 아니니까 괜찮은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얼른 병원으로 가보는 게 좋겠어.”성준영의 말에 부시혁은 바로 고유나를 안아든 채 케이블카로 향했다.케이블카가 구름 사이로 사라지고 윤슬 일행은 바위에 앉아 다음 케이블카를 기다리기 시작했다.“자기야, 그런데 어디서 갑자기 뱀이 나타난 거야?”윤슬에게 생수를 건네던 육재원이 물었다.생수를 받아든 윤슬은 생수병을 딸 힘도 없는지 고개를 저었다.“나도 모르겠어.”뱀이
“알... 알겠어요...”부민혁이 고개를 끄덕였다.고유나가 착한 여자가 아니라는 건 부민혁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악행을 직접 본 적이 없는 터라 단 한 번도 고유나가 무섭다고 느껴진 적은 없었다.그런데 정말 사람을 죽일 마음으로 달려드는 여자라는 걸 직접 느끼게 되니 왠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안 되겠어. 이대로 넘어가면 안 돼. 고유나 그 여자한테 복수해 줘야지.”육재원의 말에 윤슬이 입술을 깨물었다.“어떻게? 고유나가 일부러 그랬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증거 있어? 서아 씨의 일방적인 증언을
이때 케이블카가 도착하고 윤슬 일행은 대화를 멈추고 다시 케이블카에 탑승했다.별장에 도착하고 별장 셰프가 의사를 배웅하는 걸 발견한 진서아가 윤슬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고유나 씨 괜찮은가 봐요.”“하여간 운도 좋지.”육재원이 입을 삐죽거리자 윤슬이 그의 옆구리를 툭 건드렸다.“됐어. 일단 들어가자.”“시혁이 형, 유나 씨는 좀 괜찮아?”성준영이 예의상 부시혁에게 묻자 부시혁은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괜찮아. 독이 없는 뱀이라.”“아쉽네요.”이때 진서아가 불쑥 끼어들자 부시혁은 차가운 눈으로 진서아를 노려보다 성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