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들어가?”그녀가 어디서 회의 자격이 생겨서 참여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부시혁은 윤슬도 회의에 참여하러 온 걸 알았다.윤슬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물었다.“먼저 들어가세요. 같이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요.”그녀는 룸 안에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들이 함께 들어간다면 누군가는 쓸데없는 생각을 할 것이다. 어쨌든 그들의 관계가 이렇게 어색하니 말이다.부시혁은 무언가 깨달은 듯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3분 남았다. 지각하면 회의 자격 취소야.”말을 마친 그는 룸 문을 열고 들어갔다.윤슬은 의아하다는 듯 그
윤슬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었다.윤슬은 손바닥을 꽉 쥐었고 낯빛은 어두워졌다.부시혁이 TOP 20의 기업만 초대한 것을 그녀도 그제야 알았다. 그렇다면 주호준은 도대체 어떻게 회의 자격을 얻었을까?그리고 주호준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은 건 이 사람들이 그녀를 모욕하게 하려고 한 게 분명했다.화가 난 윤슬은 몸을 벌벌 떨었다.그녀의 모습은 본 그녀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아팠지만, 표정은 여전히 차갑고 담담했다.“추가 인원입니다. 저희 비서에게 시킨 겁니다. 일부 중기업도 추첨을 통해 당첨될 수
윤슬이 웃었다.“아니야?”고유나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남자 아니었나?고유나가 눈물 몇 방울 흘려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것처럼 굴더니.그를 바라보는 눈빛에 담긴 차가움과 냉정함에 부시혁은 왠지 가슴이 시려왔다.윤슬, 날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굳은 표정으로 일어선 부시혁이 한 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여러분, 윤 대표님이 말씀하신 문제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번 협력은 공평하고 공정하게 진행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박 대표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마음이
박수혁의 불쾌함이 눈에 보였지만 윤슬은 싱긋 미소 지었다.“미안, 난 원래 이런 성격이라서요. 나랑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한테는 항상 이런 태도예요.”적대적인 관계?윤슬의 말에 부시혁이 몰래 주먹을 쥐었다.뭐야? 날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고유나 때문인 거야 아니면 단순히 내가 싫은 거야...“그렇게 추잡한 짓 안 해.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번 경합은 공정하게 진행될 거야.”부시혁이 미간 사이를 꾹꾹 눌렀다.“그래요? 그럼 안심이고요. 그런데 난 왜 기다린 거예요?”윤슬이 잔머리를 뒤로 넘기며 물었다.“너
“부 대표가 전화 줬어요.”윤슬이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하자 육경자가 코웃음을 쳤다.“그 자식. 너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거늘.”“할머님.”육경자의 말에 윤슬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왜 저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신 거예요. 이젠 제가 싫어지신 거예요?”“그럴 리가.”육경자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윤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냥 너 걱정할까 봐 그랬지.”“할머님이 아무 말씀도 안 하시는 게 더 걱정돼요. 이번 일도 그래요. 한참 뒤에야 알게 돼서 제가 얼마나 죄책감이 들었는지 아세요?”윤슬이 육경자의 손등을 쓰다
윤슬... 도대체 어떻게 구워삶은 거야?역시 불쾌한 표정을 짓던 왕수란이 팔짱일 끼며 물었다.“어머님, 좋은 물건 있으시면 저희한테 먼저 주셔야죠. 윤슬 쟤가 뭐라고...”“뻔뻔한 것.”이때 육경자가 언짢은 듯 왕수란을 노려보았다.“부씨 집안에 네가 시집온 지도 벌써 십 년이 넘었어. 그런데 남의 물건에 탐내는 그 고약한 버릇은 여전히 그대로구나. 내 물건이야. 누구한테 주든 버리든 내 자유라고. 그리고 이건 애초부터 슬이 거였으니 입 다물 거라.”육경자의 말에 윤슬이 눈썹ㅇ르 치켜세웠다.뭐지? 부시혁은 올해 서른인데
윤슬은 이곳에서 나간 뒤 바로 병원으로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고유나가 이렇게까지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건지 알아보고 싶었다.“그래. 그럼 약 꼭 챙겨먹고.”윤슬이 고집을 부리니 육경자도 더는 별말하지 않았다.“네까짓 게 뭔데 어머님 뜻을 거역해?”“닥쳐!”육경자의 호통에 왕수란이 움찔 하더니 더는 말하지 않았다.비록 나이가 들긴 했지만 왕수란에게 육경자는 여전히 호랑이 같은 시어머니였다.“슬아, 이거 받아.”이때 육경자가 베개 밑에서 빨간 끈에 묶인 열쇠 하나를 꺼냈다.“할머님, 저한테 주시려
“뭐라고요?”고유나의 말에 윤슬의 눈빛이 흔들렸다. 좋은 의도가 아니라는 건 예상했지만 아예 그녀를 죽여버리려 할 줄이야.“날 죽일 생각이에요?”통화 볼륨을 올리며 윤슬이 물었다.한편, 통화를 듣고 있던 부시혁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성큼성큼 입원 병동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유나가 윤슬을 죽이려고 하고 있어!칼날처럼 시퍼런 빛이 고유나의 눈동자를 스치고 지났다.“죽이다니요. 그렇게 끔찍한 말씀을 하세요. 그쪽 죽음은 사고사로 판명될 거예요. 저랑은 아무 상관도 없을 거라고요.”말을 마침과 동시에 고유나가 윤슬을 향해 천천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