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무슨 과일을 드시고 싶으세요?”“과일이요?”강서연이 눈을 끔뻑이며 물었다.“안 먹을 건데요.”“그럼 서방님께서 왜 창고에 가신 거예요? 거긴 과일을 보관하는 곳이잖아요.”강서연은 더더욱 어리둥절해졌다. 얼마 되지 않아 최연준이 두리안 두 개를 들고 와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뭐... 뭐 하는 거예요?”강서연이 뒷걸음질하며 물었다.최연준은 의연한 얼굴로 몇 글자 내뱉었다.“나 무릎 꿇을게.”“연준 씨...”“여보, 우리 약속했잖아.”그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언제 어디서든 와이프가 최우선이라고. 이번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야. 그러니 마땅히 벌받아야지. 이 두리안 위에 무릎을 꿇고 앉을게.”강서연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녀는 그 순간 마음이 약해졌다. 저 뾰족뾰족한 두리안 위에 앉았다가 찔려 다치기라 도하면 어찌한단 말인가...이어 그녀는 습관적으로 자기반성을 하기 시작했다. 설사 송혁준이 정말 남편을 좋아한다고 해도, 그는 선을 넘는 행동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늘 그들 부부를 지켜주었다.수년간 최연준과 함께 갖은 곤란을 헤쳐왔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최연준의 그녀에 대한 사랑과 의리는 하늘보다도 높고 바다보다도 깊다.그런 사람에게 왜 투정을 부렸을까... 강서연은 후회 어린 얼굴로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어느덧 눈시울까지 붉어졌다.괜찮다고 말하려고 하던 찰나, 살짝 위로 올라간 남자의 입꼬리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또 최연준의 꾀에 넘어갔구나!그녀가 두리안 위에서 무릎을 꿇겠다고 하면 마음 아파할 거라는 걸 예상한 것이다!하지만... 이번엔 호락호락 당하지 않을 것이다.강서연은 그를 힐끗 보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잘못을 뉘우치는 태도 아주 좋아요.”최연준의 입꼬리가 더 큰 호선을 그렸다.“정말 두리안 위에서 무릎을 꿇을 거예요?”“당연하지!”“좋아요. 그럼 그렇게 해요.”“??
최연준이 위층으로 올라가 보니 안방엔 아무도 없었다.그는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이 방으로 향했다.그 방엔 아기침대 외에도 밤에 군형이를 보살필 유모와 도우미를 위한 침대도 마련되어 있었다.아들을 꼭 껴안고 그 작은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는 강서연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최연준은 입을 삐죽거리며 어두운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의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감돌았다.‘역시 여자는 오냐오냐 예뻐만 해주면 안 돼! 첫날밤 각방을 쓰려 한다고? 잠시 후 반드시 남편의 위엄이 뭔지 똑똑히 깨닫게 해줄 거야!’하지만 그의 실제 행동은 완전히 달랐다.침대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발걸음은 점점 더 조심스러워졌다. 그는 침대 끝자락 작은 공간에 큰 몸을 구겨 넣었다.“여보.”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당신과 군형이랑 함께 잘 거야.”강서연은 깊이 잠든 탓에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저 무의식적으로 안으로 몸을 옮길 뿐이었다.최연준은 큰손으로 조심스레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아내는 그의 품에, 아들은 그 옆에, 3명의 가족이 작은 침대 위에 몸을 비비며 누워있으니...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한 만족감이 들었다.최연준이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하지만 그때, 최군형이 눈을 떴다.‘어? 저 사람은 몸을 뒤척일 때마다 날 깔아뭉개고, 날 자꾸 하늘로 던지는 아빠잖아!’어두운 방 안, 최연준과 최군형의 맑은 두 눈이 마주쳤다. 최군형은 곧바로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아들, 아들아, 울지 마.”최연준은 당황스러움에 곧바로 손으로 아이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서연은 울음소리에 잠이 깨어버렸다. 옆에 누군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화들짝 놀랐으나 최연준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최연준의 손은 여전히 아들의 얼굴에 올려져 있었다....아래층에서 휴식하고 있던 집사와 도우미들의 귀에도 위층의 소란스러움이 들려왔다.“서방님 목소리 아니에요?”“무슨 일일까요? 설마 아가씨가 서방님을
“폐하!”가연 왕후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그를 쳐다보며 그의 손을 꽉 잡았다.그녀는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전엔 호위대 몇 명만 남아있었고 두 명의 시중도 믿을만한 이들이었다.그녀는 사람들을 모두 물렸고, 그렇게 그곳엔 가연과 송이수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가연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월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으시다는 거 압니다.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고, 우리에게 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쪽 궁전에서 최고의 약을 들여 치료받게 한 것만으로도 저흰 최선을 다한 겁니다.”“그리고, 당시의 상황에서... 임월은 황위에 앉지 못했을 겁니다.”송이수의 머릿속에 어렴풋한 옛 기억이 떠올랐다.황실 남매 중에서 그는 송임월과 가장 가까웠다. 어렸을 적 임월은 아주 총명하고, 예뻤고, 능력도 출중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선 고귀하고 우아한 공주님이었지만 오빠 앞에선 애교스럽고 장난기 많은 여자아이였다.황궁 밖엔 바닷가가 있었는데, 그곳은 송이수와 송임월의 비밀 아지트였다.두 남매는 매일 학교를 마치고 나면 늘 이곳에 모여 신발을 벗고 맨발로 파도를 느꼈다. 갈매기가 자유롭게 날갯짓하는 아름다운 석양 아래엔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흘러넘쳤다. 힘들 때면 그녀는 송이수의 등에 뛰어 올라가 업어달라고 조르곤 했다.“임월아, 앞으로 나처럼 널 업어줄 수 있는 남자친구를 찾아야 해. 알았지?”“네... 하지만 못 찾으면요?”“그럴 리가 없어. 모든 면에서 훌륭할뿐더러 남양의 재물 모두를 가진 너를 어떤 남자가 좋아하지 않겠어?”“오빠, 만약 찾지 못한다면 오빠가 평생 궁궐에서 저와 함께 살며 업어주면 안 돼요?”송이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당시의 농담이 이런 식으로 반쪽짜리 현실이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임월은 정말 평생 궁에 남게 되었고, 평생 업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오빠는 그 후로 다시는 그녀를 따뜻하게 업어주지 못했다...“폐하? 폐하!”멍하니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본 가연은 걱정스러운 마
“그때 난 황위에 눈이 멀어 그릇된 선택을 했소. 더는 이대로 잘못된 길을 걸을 수 없소.”송이수가 고개를 들고 단호한 얼굴로 말했다.“어떤 대가를 치르든 반드시 윤정재에게 임월의 병을 치료해 내게 하겠소!”“또한 반드시 그 아이를 찾아내 두 모녀를 만나게 할 것이오.”...결혼식에서의 소동이 끝난 뒤, 강서연은 다친 서지현을 집으로 데려갔다.서지현은 그저 작은 상처일 뿐이라는 생각에 못내 미안해했다. 반면 강서연이 보기에 만약 서지현이 나서지 않았다면 그 포크는 틀림없이 자신의 아이에게 향했을 것이다.그 때문에 서지현은 그들 모자의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었다.“당분간 이곳에서 푹 쉬어.”강서연이 말했다.“너 대학 갈 준비한다면서? 여긴 넓고, 조용하고, 책도 많으니까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을 거야.”“양복점에 계속 출근하고 싶다면 운전기사가 매일 출퇴근 시켜줄 거야. 하지만 일하고 싶지 않고, 또 이곳에서 공짜로 먹고 자는 게 미안하다면...”강서연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그럼 날 도와 정원을 가꿔줘. 우리 군형이한테 옷도 만들어주고. 괜찮아?”“안 괜찮아!”그때 문 쪽에서 돌연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석진이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걸어들어왔다.역광을 받으며 등장하는 그 모습은 마치 신화 이야기 속 신 같았다.“왜 안 괜찮다는 거예요?”강서연이 눈을 흘겼다.“그럼 지현이를 오빠 집에서 머무르게 하려고요?”나석진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거 좋은 생각이네!”“오빠...”“전 어디도 안 갈 거예요.”서지현이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요즘 며칠 동안 자신을 위해 정신없이 돌아치는 나석진을 보며 그녀는 감동했었다.하지만 그날 대황궁에서 주아에게 추파를 던지던 그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질투의 감정에 사로잡혔다.하여 더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어디도 안 가겠다고?”나석진이 이마를 찌푸렸다.“그럼 뭘 하고 싶은데? 계속 그 낡아빠진 양복점에서 지낼 거야?”“낡아빠진 양복
“지현이가 말을 안 하면 오빠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야죠.”강서연은 그들 두 사람보다 더 조급해하고 있었다.“지금보다 어떻게 더 다가가야 하는데?”나석진이 이마를 찌푸리고는 또다시 아래턱을 치켜들고 평소의 오만한 모습으로 말했다.“난 이미 고백까지 했어. 하지만 고백하고 있을 때 지현이가 뭘 했는지 알아? 청개구리와 놀고 있더라고! 난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하지 않아. 아니면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할 것 같아!”“...”“괜찮아. 천천히 지현이와 맞춰 가면 돼.”나석진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마지막에 누가 이기는지 보자고!”강서연은 곧바로 얼굴을 감싸 쥐고 도망쳤다.저 두 사람은 정말이지 똑같이 호락호락하지 않다.“어이, 동생, 어디 가는 거야? 내 계획을 아직 말하지 못했단 말이야!”“듣지 않을래요. 듣지 않을래요.”강서연은 결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군형이가 절 찾아요.”“하나만 더!”나석진이 뒤에서 소리쳤다.“서지현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잖아. 검사 결과 어땠어?”...송지아는 시간 맞춰 편전에 도착했고, 가연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마음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얼굴엔 내비치지 않았다.“숙모님...”송지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가연이 힘껏 그녀의 따귀를 때렸다.송지아는 퉁퉁 부어오른 얼굴을 부여잡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가연을 바라보았다.그때의 가연은 평소 자애로웠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채 분노에 씩씩거리며 송지아를 노려보고 있었다.“너 재밌는 일을 했더구나!”“숙모님, 전...”“대체 왜 송임월을 풀어준 거야?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잖아. 네 큰아버지를 망가뜨리고 싶어서 그래?”송지아는 최선을 다해 변명했다.“숙모님, 제가 한 게 아니에요.”“너 정말 큰아버지와 날 바보 멍청이라고 생각하는 거야?”가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송지아,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읜 너를 가엾이 여겨 황궁에서 자라게 한 건 나와 네 큰아버지야. 네가 어떤 성
“그리고 서지현은...”가연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서지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보아하니 서지현은 나석진이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 있는 사람인 듯하다. 또한 송혁준이 나석진을 총애하는 정도와 계급이나 출신 관념이 별로 없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는 아마 두 사람의 결혼을 흔쾌히 허락할 것이다.망둥이처럼 날뛰는 송시아가 나씨 가문의 심기를 거스르게 하는 것보단, 서지현을 이용해 나씨 가문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어찌 됐든 그녀의 최종 목표는 송이수가 천하를 지키게 하는 것이니 말이다.그녀는 송이수를 사랑한다. 그에게 득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대가를 치르든 감수할 수 있다. 윤씨 가문이든, 나씨 가문이든 손을 잡고 협력하기만 한다면, 송이수의 든든한 오른팔과 왼팔이 될 것이다.반면 누군가 송이수의 앞길을 막는다면, 그녀는 무슨 수단을 동원하든 깡그리 치워버리고 말 것이다!“숙모님...”송지아가 조심스레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서지현을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가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다음에 다시 얘기해!”“송지아.”편전을 나서기 전 가연은 특별히 당부했다.“더는 사고 치지 않고 얌전히 조용하게 엎드려 있는 게 좋을 거야. 그럼 내가 널 밀어줄지도 몰라.”송지아는 화들짝 놀랐다.“숙모님?”“난 송혁준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가연이 한숨을 내쉬었다.“황실 전통과 법도는 송혁준 같은 군왕을 용납할 수 없어. 차라리 평생 친왕의 자리에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유유자적 보내는 것이 송혁준에게도 더 좋을 거야.”그 말을 들은 송지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아직 좋아하긴 일러.”가연이 차갑게 그녀를 노려보았다.“다시 한번 네 큰아버지의 자리를 위협하는 일을 저지른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편전을 떠났다.가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송지아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전하, 괜찮으세요?”시녀가 걸어와 송지아의 낯빛을 살피며 물었다.“황후 마
순간 윤정재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어 보였다.송혁준이 다시 돌아와 얼어붙은 분위기를 풀었다.“윤 회장님 댁에 아주 귀한 꽃이 있다고 들었는데, 기회가 된다면 혹시 감상할 수 있을까요?”“물론입니다!”윤정재는 곧바로 대답했다.“전하, 이쪽으로 오시지요.”송혁준은 윤정재와 함께 웃음꽃을 피우며 꽃을 구경했다. 그로 인해 뒤에 혼자 버려진 송지아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전하, 저 사람들에게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옆에 있던 시녀가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응. 신경 쓰고 싶지 않아.”송지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난 미래의 군왕이야. 언젠가 분명 날 이렇게 무시한 걸 후회하는 날이 올 거야!”“네. 그날이 곧 올 겁니다.”시녀가 몰래 그녀에게 창문 쪽을 보라고 눈짓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그곳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호숫가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서지현과 나석진이었다.윤씨 저택 정원은 마치 숲속과도 같았다. 잔잔한 물보라가 일렁이는 호수, 무성하게 자란 오동나무, 은은한 꽃향기가 배어든 시원한 공기까지...몸과 마음을 행복하게 만드는 훌륭한 경치였지만, 송시아에게는 심장을 찌르는 날카로운 비수와도 같았다.서지현이 개구리 한 마리를 잡고 들어 올리자 결벽증으로 유명한 나석진은 뜻밖에도 개구리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그 모습에 서지현은 깔깔 웃어댔다.“전하...”시녀가 조심스레 그녀의 얼굴색을 살폈다.“제가 가서 석진 도련님을 모셔 올까요?”“됐어!”송지아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말했다.“저런 비천한 여자가 좋다면 같이 엉겨 붙으라지 뭐!”“전하, 고작 저런 저급한 여자 때문에 도련님을 놓치면 안 됩니다. 저 여자를 제거할 방법은 많습니다!”송지아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두 사람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너무 놀란 나머지 하마터면 눈알까지 튀어나올 뻔했다. 서지현의 머리끈이 떨어지는 바람에 예쁜 긴 머리가 스르륵
최연준은 얼굴을 감싸 쥐고 한숨을 내쉬었다.아들이 태어나기 전 나날들은 정말 행복하고 아름다웠었다... 그때 강서연은 물처럼 부드러웠고, 토끼처럼 온순했다. 그녀는 그의 가슴에 기대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세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큰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곳이 바로 그의 넓은 가슴이라고 하면서 말이다...하지만 지금은?아들이 그녀의 몸, 그녀의 마음, 그녀의 세계까지 송두리째 빼앗아 갔다.최연준은 이 모든 것을 바꿀 방법을 찾고 싶었다.그중 하나가 바로 모유 수유를 끝내는 것이었다.군형이가 태어난 지 6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강서연은 모유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그 질도 좋지 않았다. 또한 아이의 입안에 이가 자라나 가끔 꽉 깨물 때면 강서연은 통증에 정신이 아찔해 났다.그때마다 최연준은 식은땀에 흠뻑 젖어있음에도 아이가 깰까 봐 입술을 꽉 깨물고 소리조차 내지 않는 강서연의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곤 했다.하지만 그대로 가만히 놔둘 최연준이 아니었다.그는 옆에 있는 방울을 집어 들고 아들의 주의력을 끌었다. 역시나 군형이가 입을 열고 큰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최연준의 입꼬리가 스르륵 올라갔다. 이놈은 정말 배가 고픈 것이 아니라 이가 자라나 씹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뭐 하는 거예요?”강서연이 눈을 부릅떴다.남자는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큰손으로 아이를 안아 재빨리 도우미에게 건네고는 분부했다.“데리고 나가서 우유를 먹이세요.”도우미와 유모가 아이를 데리고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강서연은 옷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채 급히 따라 나가려 했다.하지만 최연준이 그녀를 막아 세우고 품 안에 꼭 끌어안았다.“이거 놔요!”강서연은 때리고 발길질하면서 벗어나려 했다.“군형이가 아직 못 먹었단 말이에요.”“유모도 있고 우유도 있으니 배고프진 않을 거야.”최연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이제 더는 모유 먹이지 마!”“뭐라고요?”“군형이한테 물린 것 좀 봐!”강서연은 난처한 얼굴로 옷을 내렸다.하지만 그 두 곳이 옷과 접촉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