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혁준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아는 나석진이 술 게임을 안다고?정말 말이 안 된다!서지현은 황급히 그를 가게로 불러 앉히고, 또 그녀가 직접 만든 장미빙수를 그릇에 담아줬다.송혁준은 예의를 차리며 그녀와 잠시 수다를 떨었는데 의외로 공통언어가 많았다. 나석진은 몇 년 전 숙부를 따라 맨체스터에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서지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폐하를 따라 방문하러 간 거예요?”“아닌 것 같아요.”송혁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사실 그 일에 대한 인상이 어렴풋했고, 당시에 남양왕이 맨체스터에 가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그저 숙부께서 어떤 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돌고 또 돌아다니며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만 기억난다.송혁준은 탄식하며 아픈 관자놀이를 주물렀다.“전하, 왜 그러세요?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아요.”서지현이 걱정스럽게 그를 바라보자 송혁준이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제가 봤을 때... 전하께서 걱정이 있는 것 같아요.”서지현은 사람의 말과 표정을 살피는 데 있어서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다.송혁준은 오늘 밤 속앓이를 해서 나왔다는 것이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서지현은 작은 얼굴을 받쳤다. 그녀의 큰 눈 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황실 사람도 고민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황실의 사람도 사람이에요.”송혁준은 부드럽게 말했다.“황실의 고민거리는 일반인보다 적지 않아요. 그저 사람 앞에서는 귀하고 사람 뒤에는 고통을 받을 뿐이에요.”서지현은 눈을 굴리며 씩 웃었다.“다른 분과 황위를 다투고 있어요?”“그게...”송혁준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런 셈이죠.”“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졌어요?”송혁준은 그녀 때문에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진 것도 아니에요. 저는 사실 쟁취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 손에 제 비밀이 있고, 그리고... 그 사람이 저더러 한 사람을 없애라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계속 말씀하세요.”서지현이 웃으며 말했다.“더 말하고 싶은 것은 없어요. 아무튼 딱 한 마디 해주고 싶네요. 오늘 제가 배운 말인데 다른 사람이 저를 건드리지 않은 이상 저도 남을 건들지 않을 거예요.”“그러면 다른 사람이 저를 건드린다면요?”“싹을 잘라 버려야죠!”송혁준은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확 깨달은 것 같았다.소녀도 아는 도리를 그는 지금까지 얽매이고 있다니?어려서부터 송혁준은 가족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다. 송지아는 누나지만 항상 그를 눈엣가시로 여겼고, 그 역시 가족들의 거듭된 세뇌 속에 자기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다.지금까지 그는 줄곧 송지아의 말만 듣고 살아왔는데 또 무엇을 얻었는가?그녀의 욕심만 키웠을 뿐이다.서지현은 생각에 빠진 송혁준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하여 민망하게 머리를 긁적였다.“전하, 저를 비웃지 마세요! 저는 머리만 길었지 견식이 짧아서 잘못 말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서현 씨가 말한 말이 맞아요.”송혁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일일이 양보해도 소용없어요. 제가 황위를 차지해야 악당들이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할 수 있고 그래야... 당신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어요.”“네?”송혁준은 그녀를 돌아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저는 이 나라의 미래의 왕이 될 거예요!”이번에는 서지현이 멈칫했다.이분이 방금 들어왔을 때는 마음이 심란해 보였는데 지금은 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얼굴이 환해졌다... 남자는 정말 변덕스러운 동물이구나!“누가... 누가 왕이라고?”이때 문 앞에서 취객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쿵 하는 소리가 났다.서지현이 깜짝 놀라 문 쪽을 보니 만취한 나석진이 문틀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었다.“아저씨!”서지현은 급히 가서 그를 부축했다.나석진은 술에 취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며 눈빛에 초점을 잃은 채 서지현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장군댁은 너무 멀어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송혁준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개인 저택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서지현은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지현 씨 집은 여기서 가까워요?”서지현이 난감해하였다.“제 집은 여기서 멀지 않지만 아저씨를 끌고 가기에는 힘들어요!”송혁준은 곰곰이 생각하고는 전화를 걸어 그의 개인 캠핑카를 몰고 오라고 했다.서지현은 이런 초호화 캠핑카는 처음 봐서 눈이 번쩍 뜨였다. 캠핑카 내부는 공간이 넓어 필요한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이것은 캠핑카가 아니라 분명히 스위트룸을 옮겨온 것이다!“둘이 캠핑카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할 것 같아요.”송혁준은 온화하게 웃었다.“이것은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이에요.”서지현은 고마워하며 그를 바라보았다.나석진을 차에 태우고 송혁준은 차 문을 닫았다.이 넓은 공간에는 서지현과 나석진만 남았다.나석진은 침대에 누운 채 깊은 잠에 빠졌고 서지현은 그의 곁을 지켰다. 달빛이 창살을 통해 그녀의 행복 가득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그녀는 아저씨가 이렇게 못생긴 모습으로 자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가뜩이나 손과 발이 긴데 잠이 들면 사방팔방으로 뻗어 침대 전체를 차지하고 입을 벌린 채 요란하게 코를 골았다.서지현은 웃으며 작은 손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얼굴에 닿았다.“밥 한 끼 같이 먹었을 뿐인데 술을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이때 나석진이 몸을 움직이며 입을 쩝쩝거리자 서지현은 놀라서 황급히 손을 움츠렸다.그는 잠꼬대를 하며 중얼거렸다.“마셔... 계속 마셔! 지현아, 내가... 내가 이겼어. 누가 감히 너한테 다른 마음을 품어...”서지현은 어안이 벙벙하고 갑자기 입에 짭짤한 맛을 느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저에게 접근하지 못해요.”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왜 그런지 알아요?”나석진은 또 크게 코를 골았다.서지현은 웃으며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반지 두 개를 꺼냈다.반지라고 하기에는 정확하지 않고
서지현은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나석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남자는 움직임 없이 깊이 잠들어 있었다.서지현은 그를 몇 번이나 밀쳤고 마지막 한 번 시험해 보고서야 이 모든 것이 우연임을 확인했다. 이 사람은 정말 깊이 잠들었다.그래서 그녀는 살금살금 다가가 반지를 빼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나석진은 몸을 뒤척여 그녀를 등지고 누웠다.반지 낀 손은 정확하게 그의 몸 밑에 깔았다.서지현은 전략이 실패하자 그의 등을 노려보며 사람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이때 그녀의 아저씨는 그녀를 등지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는 것을......송혁준은 계속 캠핑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수행원은 그에게 돌아가자고 권했다.“전하, 석진 도련님의 기사와 경호원이 있으니 아무 문제 없을 것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지금... 곧 황궁 통금 시간이니...”“요섭아, 너는 내 옆에 몇 년이나 있었어?”송혁준이 묻자 요섭은 갑자기 날아온 질문에 어리둥절 했다.겠다.대답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런 걸 묻는 건지 이상하게 생각했다. 분명 걸을 수 있을 때부터 친왕을 따라다녔는데 말이다!그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송혁준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3위 안에 들 것이라고는 자신했다.“전하, 왜 그러세요?”“괜찮아.”송혁준이 부드럽게 웃었다. “원래 이름이 요섭이가 아니라 이 이름은 내가 지어준 거잖아. 너는 얍삽하게 빨리 뛰는 것뿐만 아니라 소식도 빨리 알 수 있어 공개 된 소식이든 비공개 된 소식이든 너는 항상 제일 먼저 알았어!”요섭은 부끄러워서 머리를 긁적였다.“전하께서는 저를 칭찬하는 거예요 아니면 욕하는 거예요?”“내가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송혁준은 얼굴을 돌려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니, 나는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어.”“전하, 무슨 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송혁준은 뜸을 들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해 숙부께서 나를 데리고 맨체스
최연희는 장난스럽게 웃기 시작했고 신석훈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두 사람이 동시에 손에 낀 약혼반지를 드러내자 사람들은 모두 가서 구경했다.배경원이 외쳤다.“이야, 둘이 참 오래도 숨겼네요. 언제 약혼했어요?”육경섭은 또 일관된 촌스러운 기질을 발휘했다.“이봐요. 반지가 너무 작은 데요? 이 작은 다이아몬드로 연희 씨를 꼬셔가고 싶다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머리에는 임우정의 주먹이 날아왔다.“말 못 하면 닥치라고!”육경섭의 그 잘생긴 얼굴은 억울해서 구겨졌다.“저는 이 반지가 예쁘다고 생각해요.”임수정이 부드럽게 웃었다.“다이아몬드 크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마음에 달렸어요!”“맞아요, 마음이죠!”사람들이 잇달아 축복을 보냈고 강서연은 더욱 기뻐하며 직접 부케를 최연희에게 건넸다.다만 한 사람의 얼굴이 조금 어두웠다.최연준은 둘러싸인 최연희를 가만히 지켜봤다.정말 이상하다. 전에는 신석훈이 눈치가 없어 최연희의 마음을 모를 때 화가 났는데 이제는 두 사람이 정말 잘되니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자기가 어릴 때부터 아껴왔던 여동생이 시집을 간다니...남매가 각자 가정을 꾸리면 더 이상 남매가 아니라 친척이 되겠지.이를 생각하니 씁쓸한 감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여보, 왜 그래요?”강서연이 그의 팔짱을 꼈다.최연준은 가볍게 웃었고 눈앞의 사람을 보니 애틋함이 더해졌다.“연희 씨가 곧 시집간다는데 기쁘지 않아요?”“당연히 기쁘지.”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석훈 씨가 나중에 연희를 괴롭힌다면 결코 가볍게 용서하지 않을 거야!”“이 말이 맞아요!”뒤에서 갑자기 윤찬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형부가 우리 누나를 괴롭히면 나도 형부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왜 그래요?”그 사람들이 또 돌아와서 시끌벅쩍했다.“누가 누굴 괴롭힌다고 했어요?”“맞다.”곽보미가 나와 말했다.“남양 결혼식에 특별한 의식이 있다고 들었어요. 바로 신부가 신랑의 발을 밟아야 한다
“지금...”최연준은 자수로 만든 남양 전통 가운을 입고 있어 전혀 몸을 크게 펴지 못하고 눈만 부릅뜨고 있었다.그는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방한서까지 배신 때릴줄이야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세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들자 최연준은 꼼짝달싹 하지 못했다.“경섭 형님, 머리를 밟아야 할까요?”“그건 안 돼요. 그래도 오늘 신랑감인데 머리를 밟는 것은 불길해요!”“그럼 발을 더 세게 밟읍시다!”“너무 세게 밟으면 서연 씨가 마음 아파할 거예요.”“그러면...”배경원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그의 신발을 벗겼다.“한서 씨, 간지럽히세요!”최연준은 발버둥 치며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당신들, 너무 해요.”...햇빛 아래서 환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궁에서 이렇게 시끌벅적한 것은 오랜만이다.서지현은 잔을 들고 조용히 멀리 떨어져 서 있는데, 그곳의 떠들썩함이 부럽기도 했지만 감히 가까이 가지 못했다.그녀가 황궁에 올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나석진 체면 때문이었다. 나석진이 송혁준에게 그녀를 데려오겠다고 하자 송혁준은 그녀에게 초대장을 보냈다.하지만...서지현은 비참하게 고개를 숙였다.이 결혼식에 올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부자거나 귀족들이다. 그녀는 그들의 세계에 녹아들지 못하고, 그 사람들의 눈빛에서도 그녀를 경멸하고 깔보는 것을 알 수 있다.하긴 다른 사람들은 모두 특별히 주문 제작한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는데 그녀만 자신이 수놓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아가씨, 우리 남양에서는 남의 결혼식에서 한숨을 쉬는 손님은 내쫓는다고 했어요!”서지현은 이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부드러운 눈동자와 마주쳤다.“전하!”그녀는 잠시 멈칫하고 부랴부랴 인사를 했다. 왼발 오른발이 잘 못 꼬여 몇 번 왔다 갔다 했는데 고라파덕 같이 웃겼다.송혁준은 웃으며 인사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전하.”서지현의 작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제가... 일부러 한숨 지은 건 아니에요! 서연 언니 결
서지현은 입을 삐죽 내밀고 있는데 마치 화난 것 같았고 두 손으로는 옷의 술을 하염없이 잡아당기고 있다.참석한 연예인들은 모두 어진 엔터테인먼트와 정섭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모두 대스타들이다.이런 자리에는 당연히 여우주연상의 미모를 빼놓을 수 없다.서지현의 시선은 그녀만 주시하고 있었다.주아는 파란색 머메이드 스커트를 입고 다소 중성적인 메이크업을 더해 카리스마가 넘치면서 여왕 포스를 물씬 풍겼다.어쩐지 레드 카펫 킬러라더니 이런 외모 조건을 가져서 어떤 연예인이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할까.서지현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아저씨는 계속 주아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설마 자기를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심지어 둘의 대화 소리까지 똑똑히 들린다.조금 전에 나석진은 주아를 보자마자 먼저 그녀에게 크게 포옹을 했고 주아도 미소를 띠며 심지어 나석진의 볼을 만졌다.“나 배우께서 역시나 잘생겼어요?”“주아 씨도 눈부시게 아름다워요!”“듣기로는 돌아와서 가업을 물려받는 다면서요?”“저희 집에 재산이 어디 있어요!”나석진은 입꼬리를 올렸다.“우리 집에는 군대밖에 없어요!”주아는 나석진의 센스에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녀의 웃음소리는 서지현의 귀에 너무 거슬렀다!“그만 잡아당겨요!”송혁준이 빵 터졌다.“지금 옷을 보세요...”서지현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망했어! 술이 다 빠졌잖아!’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다급하고 마음이 아팠다.송혁준은 그녀가 좋아하면서도 말하기를 꺼리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 애써 웃음을 참으며 위로했다.“괜찮아요, 궁에 수녀가 있으니 피팅룸에 가서 기다리면 바로 준비할게요!”“그런데...”서지현이 좀 난감해했다.“어떻게 전하에게 심부름을 시킬 수 있겠어요...”“미안하다고 생각하면 다음날에 황궁에 와서 장미빙수를 만들어 주세요.”송혁준이 웃었다.“제가 석진이의 이 옹졸한 버릇을 고쳐줘야겠어요. 어떻게 한 그릇의 얼음빙수도 나랑 따지는지!”서지현이 웃음을 터뜨리며 송혁준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누나, 너무 흥분해하지 마. 내가 하나씩 대답해 줄게. 일단 내 병이 이렇게도 빨리 나아질 줄은...”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이 맴돌았다.“생각보다 빨리 좋아졌어요!”“너...”“그리고 계집애가 아니라 서지현이야. 우리는 어려서부터 궁중 예절을 배웠는데, 예절 선생님이 누나에게 사람을 존중하지 말라고 가르쳤어? 품위 있는 군주는 사람을 대하는 너그러운 마음이 없고 존경과 존엄을 다하지 못하면 어떻게 황위에 앉겠어?”송지아는 이를 악물고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셋째, 서지현 씨의 초대장은 내가 준 거야. 오늘 서지현 씨는 내 손님이야.”송혁준은 또박또박 말했다.“오늘 이 자리에서 지현 씨를 건드리면 나랑 싸우자는 거나 다름 없어. 숙부의 마음이 아직 완전히 누나한테 기울어진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건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야. 앞길을 망치는 거라고, 안 그래?”송지아가 소리쳤다.“송혁준!”송혁준은 더 짙은 웃음을 띠며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은 도발이 아니라 그녀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과 같다.‘언제든지 덤벼. 난 너 안 무서워!’송지아는 심호흡을 했다.그녀는 약간 놀랐다. 이런 송혁준은 낯설게 느껴졌고 등골이 오싹했다.“아, 마지막 말을 깜빡했네!”송혁준이 웃었다.“우리가 했던 거래? 누나, 그건 거래가 아니야.”“뭐라고?”“나는 최연준을 좋아해. 또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지. 이건 숨길 필요가 없어.”송지아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을 수가 없었다.“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지만 가정을 파괴하지는 않았어.”송혁준의 얼굴은 웃음기가 사라지고 진지해졌다.“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을게. 나는 단지 그 취향에 약간의 문제가 있을 뿐, 천리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어. 사람을 해친 적도 없고 더구나 극악무도한 죄를 지은 것도 아니잖아.”그는 사람을 해친 적이 없다. 정반대로 그는 어릴 때부터 연민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남양의 많은 복지원, 자선 재단, 유기 동물 구조소,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