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소리는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송혁준 인생의 어둠을 밝혀줬다.그는 흑인 백인 몇 명이 얼만큼 맞아서야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는지, 또 어떤 비천한 자세로 그 앞에서 사과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그냥 그때가 인생에서 유일하게 보호를 받은 것이라는 것만 기억한다.태양신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그 용사는 그에게 희망과 따뜻함을 주었다.“괜찮아요?”송혁준은 그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저는 복싱팀 리더 최연준입니다.”“최연준...”그는 그 각진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우는 것보다 더 볼썽사나운 미소를 지었다....“전하, 왜 그러세요?”송혁준은 번뜩 두 눈을 뜨고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는 눈앞의 빈 커피잔을 보며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커피를 이렇게 많이 마셨는데 어떻게 잠이 들 수가 있지? 심지어 그런 꿈을 꾸다니...’송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부하가 갑자기 그를 치면서 눈은 문 쪽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야?”송혁준도 시선을 따라 바라보고는 잠시 멈칫했다.송지아가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그녀는 사양하지 않고 송혁준 맞은편 소파에 앉아 저녁을 먹지 않았다고 말하며 트러플 한 접시를 주문했다.송혁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송지아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부하들을 모두 물러가게 했고 넓은 공간에는 그들 남매 둘만 남았다.이제는 무슨 얘기든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최연준 만났어?”송혁준은 잠시 멈칫하고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송지아는 웃었다. 눈썰미가 좋은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이 어리석은 남동생이 또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참 아깝네.”그녀는 트러플 한 점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먹었다.“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처자식이 있고 너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잖아!”“나는 그 사람이 나를 기억하기를 바란 적이 없어.”송혁준은 느릿느릿한 말투로 말했다.“그리고... 누나가 좋아하는 그 사람도 누나를 좋아하지 않잖아!”“너...”송지아는 그를 노려보았
그러나 이 대궐 안에서 오직 송혁준만이 그녀의 친형제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현재 분위기에 따르면... 송혁준이 그녀보다 먼저 이 황위에 오를 것이다!송지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차가운 그녀의 눈빛에 그를 향한 원망이 더해졌다.“잘난척하지 마.”그녀는 냉소했다.“나는 언젠가는 나석진을 차지할 것인데 너는 영원히 최연준을 갖지 못할 거야.”“갖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송혁준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했다.“나는 그저 그 사람이 행복하길 바랄 뿐이야.”“그래. 너만 고상하고 위대하다고 쳐. 최연준이 너의 마음을 안다면 여전히 지금 처럼 행복할 수 있을까?”송지아는 그를 비꼬았다.“누나! 너...”송혁준은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었고 이마에 핏대가 솟구쳤다.송지아는 의기양양하면서 이것이 송혁준의 한계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두려워해야 할 것은 송혁준이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리고 동생 어깨에 한 손을 올리며 앉으라고 했다. 가느다란 목소리에 약간의 도발과 비아냥거림이 담겨 있었다.“내 귀여운 동생아, 왜 말만 하면 조급해하니? 걱정하지 마. 누나는 입이 무거워서 소문날 일이 없을 거야! 하지만... 이 누나는 어릴 때부터 버릇이 있는데 너도 알고 있을 거야...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아무도 가져갈 수 없어! 만일 누가 가져간다면, 내가 조급해서 무턱대고 세상에 까발릴 수도 있겠지. 남양의 미래 존경받고 사랑받는 군주께서 사실은 내면이 더럽고 추잡한 괴물이라고!”송혁준은 안색이 변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며 입술을 살짝 떨었다.그는 세상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볼지 걱정하지 않는다. 오직 최연준과 강서연에게 폐를 끼칠까 두려워했다.송지아는 양손으로 가슴을 감싸안았다.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작은 카페에 울려 퍼졌다.그녀는 송혁준의 창백한 얼굴과 이마에 맺힌 땀방울, 그리고 살짝 떨리는 두 어깨를 보면서 더욱 흥분했고 거만스럽게 그를 쳐다보았다.곧이어 그녀는 송혁준
송혁준은 혼이 나간 채 자신의 궁전으로 돌아왔고,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듯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그의 귓가에 송지아의 말이 울려 퍼졌다.“서지현을 없애줘. 내가 황위에 앉고 나석진과 결혼하면 네 비밀은 영원히 비밀이 될 거라고 약속해 줄게! 그리고 내가 윤제 가문에도 더 좋은 대우를 해줄 수 있어... 최연준에게 아들이 있잖아. 윤 회장의 외손자인데, 내가 작위를 내려주면 남양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이가 될 거야!”송혁준은 힘껏 미간을 꼬집었고 눈을 들어 테이블 위의 크리스탈 접시를 보았다. 그 안의 과일 중에는 즐겨 먹는 파인애플이 없어 화가 나 접시를 떨어뜨렸다.모든 시종이 몹시 놀라서 한쪽에 서서 숨을 쉬지도 못했다.석진 친왕은 평소 성격이 온화하고 사람을 대하는 것도 너그럽고 자상하여 황궁 안의 많은 시종들이 머리를 쥐어 짜내며 그의 곁에 머물고자 하였다.그런데 오늘은 평소답지 않게 화를 냈다...송혁준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도 여전히 짜증이 나서 두루마기를 몸에 걸친 채 뛰쳐나갔다.그는 스포츠카를 몰고 나와 아무도 따라오지 못하게 했다. 스포츠카의 가속 페달이 굉음과 함께 고요한 산길을 질주했다.송혁준은 목적 없이 달려 먼저 윤상 빌라의 남쪽, 최연준과 강서연이 살고 있는 그 별장 주변에 도착했다. 집 안은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이따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잠시 보다가 기분이 나아진 듯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러나 그는 최연준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슬그머니 떠났고 이후 자신도 모르게 나석진이 그에게 몇 번이나 말했던 그 옛 거리로 왔다.이 시간에도 옛 거리는 여전히 북적거리며 장사꾼들로 가득 찼고 거리 양옆에는 네온사인이 반짝였다. 많은 가게 뒤편에는 야자수가 심어져 있었는데 바람에 따라 나뭇잎들이 흔들리고 형형색색의 불빛과 어울려 남양의 특색을 띠고 있었다.송혁준은 멀리 세워두고 도보로 이 거리를 오가며 인파 속에서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는 분위기를 느꼈다. 그는 간식을 먹고 향신료를 샀고 가운 한 벌에 눈독을 들
송혁준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아는 나석진이 술 게임을 안다고?정말 말이 안 된다!서지현은 황급히 그를 가게로 불러 앉히고, 또 그녀가 직접 만든 장미빙수를 그릇에 담아줬다.송혁준은 예의를 차리며 그녀와 잠시 수다를 떨었는데 의외로 공통언어가 많았다. 나석진은 몇 년 전 숙부를 따라 맨체스터에 간 적이 있다고 말했다.서지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폐하를 따라 방문하러 간 거예요?”“아닌 것 같아요.”송혁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사실 그 일에 대한 인상이 어렴풋했고, 당시에 남양왕이 맨체스터에 가서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그저 숙부께서 어떤 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돌고 또 돌아다니며 누군가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만 기억난다.송혁준은 탄식하며 아픈 관자놀이를 주물렀다.“전하, 왜 그러세요?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아요.”서지현이 걱정스럽게 그를 바라보자 송혁준이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제가 봤을 때... 전하께서 걱정이 있는 것 같아요.”서지현은 사람의 말과 표정을 살피는 데 있어서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다.송혁준은 오늘 밤 속앓이를 해서 나왔다는 것이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서지현은 작은 얼굴을 받쳤다. 그녀의 큰 눈 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황실 사람도 고민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황실의 사람도 사람이에요.”송혁준은 부드럽게 말했다.“황실의 고민거리는 일반인보다 적지 않아요. 그저 사람 앞에서는 귀하고 사람 뒤에는 고통을 받을 뿐이에요.”서지현은 눈을 굴리며 씩 웃었다.“다른 분과 황위를 다투고 있어요?”“그게...”송혁준은 어깨를 으쓱했다.“그런 셈이죠.”“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졌어요?”송혁준은 그녀 때문에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진 것도 아니에요. 저는 사실 쟁취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그 사람 손에 제 비밀이 있고, 그리고... 그 사람이 저더러 한 사람을 없애라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계속 말씀하세요.”서지현이 웃으며 말했다.“더 말하고 싶은 것은 없어요. 아무튼 딱 한 마디 해주고 싶네요. 오늘 제가 배운 말인데 다른 사람이 저를 건드리지 않은 이상 저도 남을 건들지 않을 거예요.”“그러면 다른 사람이 저를 건드린다면요?”“싹을 잘라 버려야죠!”송혁준은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서 확 깨달은 것 같았다.소녀도 아는 도리를 그는 지금까지 얽매이고 있다니?어려서부터 송혁준은 가족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했다. 송지아는 누나지만 항상 그를 눈엣가시로 여겼고, 그 역시 가족들의 거듭된 세뇌 속에 자기 때문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다.지금까지 그는 줄곧 송지아의 말만 듣고 살아왔는데 또 무엇을 얻었는가?그녀의 욕심만 키웠을 뿐이다.서지현은 생각에 빠진 송혁준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하여 민망하게 머리를 긁적였다.“전하, 저를 비웃지 마세요! 저는 머리만 길었지 견식이 짧아서 잘못 말한 부분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서현 씨가 말한 말이 맞아요.”송혁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했다.“일일이 양보해도 소용없어요. 제가 황위를 차지해야 악당들이 더 이상 악행을 저지르지 못하게 할 수 있고 그래야... 당신들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어요.”“네?”송혁준은 그녀를 돌아보며 진지하게 말했다.“저는 이 나라의 미래의 왕이 될 거예요!”이번에는 서지현이 멈칫했다.이분이 방금 들어왔을 때는 마음이 심란해 보였는데 지금은 또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얼굴이 환해졌다... 남자는 정말 변덕스러운 동물이구나!“누가... 누가 왕이라고?”이때 문 앞에서 취객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쿵 하는 소리가 났다.서지현이 깜짝 놀라 문 쪽을 보니 만취한 나석진이 문틀에 머리를 부딪친 것이었다.“아저씨!”서지현은 급히 가서 그를 부축했다.나석진은 술에 취해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며 눈빛에 초점을 잃은 채 서지현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장군댁은 너무 멀어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송혁준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개인 저택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요?”서지현은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저었다.“지현 씨 집은 여기서 가까워요?”서지현이 난감해하였다.“제 집은 여기서 멀지 않지만 아저씨를 끌고 가기에는 힘들어요!”송혁준은 곰곰이 생각하고는 전화를 걸어 그의 개인 캠핑카를 몰고 오라고 했다.서지현은 이런 초호화 캠핑카는 처음 봐서 눈이 번쩍 뜨였다. 캠핑카 내부는 공간이 넓어 필요한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감탄했다. 이것은 캠핑카가 아니라 분명히 스위트룸을 옮겨온 것이다!“둘이 캠핑카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할 것 같아요.”송혁준은 온화하게 웃었다.“이것은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이에요.”서지현은 고마워하며 그를 바라보았다.나석진을 차에 태우고 송혁준은 차 문을 닫았다.이 넓은 공간에는 서지현과 나석진만 남았다.나석진은 침대에 누운 채 깊은 잠에 빠졌고 서지현은 그의 곁을 지켰다. 달빛이 창살을 통해 그녀의 행복 가득한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그녀는 아저씨가 이렇게 못생긴 모습으로 자는 것을 처음 알았다. 가뜩이나 손과 발이 긴데 잠이 들면 사방팔방으로 뻗어 침대 전체를 차지하고 입을 벌린 채 요란하게 코를 골았다.서지현은 웃으며 작은 손은 자기도 모르게 그의 얼굴에 닿았다.“밥 한 끼 같이 먹었을 뿐인데 술을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이때 나석진이 몸을 움직이며 입을 쩝쩝거리자 서지현은 놀라서 황급히 손을 움츠렸다.그는 잠꼬대를 하며 중얼거렸다.“마셔... 계속 마셔! 지현아, 내가... 내가 이겼어. 누가 감히 너한테 다른 마음을 품어...”서지현은 어안이 벙벙하고 갑자기 입에 짭짤한 맛을 느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저에게 접근하지 못해요.”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왜 그런지 알아요?”나석진은 또 크게 코를 골았다.서지현은 웃으며 조심스럽게 주머니에서 반지 두 개를 꺼냈다.반지라고 하기에는 정확하지 않고
서지현은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나석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남자는 움직임 없이 깊이 잠들어 있었다.서지현은 그를 몇 번이나 밀쳤고 마지막 한 번 시험해 보고서야 이 모든 것이 우연임을 확인했다. 이 사람은 정말 깊이 잠들었다.그래서 그녀는 살금살금 다가가 반지를 빼려고 했다.하지만 그 순간 나석진은 몸을 뒤척여 그녀를 등지고 누웠다.반지 낀 손은 정확하게 그의 몸 밑에 깔았다.서지현은 전략이 실패하자 그의 등을 노려보며 사람을 때리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이때 그녀의 아저씨는 그녀를 등지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는 것을......송혁준은 계속 캠핑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수행원은 그에게 돌아가자고 권했다.“전하, 석진 도련님의 기사와 경호원이 있으니 아무 문제 없을 것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지금... 곧 황궁 통금 시간이니...”“요섭아, 너는 내 옆에 몇 년이나 있었어?”송혁준이 묻자 요섭은 갑자기 날아온 질문에 어리둥절 했다.겠다.대답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런 걸 묻는 건지 이상하게 생각했다. 분명 걸을 수 있을 때부터 친왕을 따라다녔는데 말이다!그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송혁준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3위 안에 들 것이라고는 자신했다.“전하, 왜 그러세요?”“괜찮아.”송혁준이 부드럽게 웃었다. “원래 이름이 요섭이가 아니라 이 이름은 내가 지어준 거잖아. 너는 얍삽하게 빨리 뛰는 것뿐만 아니라 소식도 빨리 알 수 있어 공개 된 소식이든 비공개 된 소식이든 너는 항상 제일 먼저 알았어!”요섭은 부끄러워서 머리를 긁적였다.“전하께서는 저를 칭찬하는 거예요 아니면 욕하는 거예요?”“내가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송혁준은 얼굴을 돌려 눈빛이 어두워졌다.“아니, 나는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어.”“전하, 무슨 말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송혁준은 뜸을 들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해 숙부께서 나를 데리고 맨체스
최연희는 장난스럽게 웃기 시작했고 신석훈은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두 사람이 동시에 손에 낀 약혼반지를 드러내자 사람들은 모두 가서 구경했다.배경원이 외쳤다.“이야, 둘이 참 오래도 숨겼네요. 언제 약혼했어요?”육경섭은 또 일관된 촌스러운 기질을 발휘했다.“이봐요. 반지가 너무 작은 데요? 이 작은 다이아몬드로 연희 씨를 꼬셔가고 싶다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머리에는 임우정의 주먹이 날아왔다.“말 못 하면 닥치라고!”육경섭의 그 잘생긴 얼굴은 억울해서 구겨졌다.“저는 이 반지가 예쁘다고 생각해요.”임수정이 부드럽게 웃었다.“다이아몬드 크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마음에 달렸어요!”“맞아요, 마음이죠!”사람들이 잇달아 축복을 보냈고 강서연은 더욱 기뻐하며 직접 부케를 최연희에게 건넸다.다만 한 사람의 얼굴이 조금 어두웠다.최연준은 둘러싸인 최연희를 가만히 지켜봤다.정말 이상하다. 전에는 신석훈이 눈치가 없어 최연희의 마음을 모를 때 화가 났는데 이제는 두 사람이 정말 잘되니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자기가 어릴 때부터 아껴왔던 여동생이 시집을 간다니...남매가 각자 가정을 꾸리면 더 이상 남매가 아니라 친척이 되겠지.이를 생각하니 씁쓸한 감정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여보, 왜 그래요?”강서연이 그의 팔짱을 꼈다.최연준은 가볍게 웃었고 눈앞의 사람을 보니 애틋함이 더해졌다.“연희 씨가 곧 시집간다는데 기쁘지 않아요?”“당연히 기쁘지.”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석훈 씨가 나중에 연희를 괴롭힌다면 결코 가볍게 용서하지 않을 거야!”“이 말이 맞아요!”뒤에서 갑자기 윤찬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형부가 우리 누나를 괴롭히면 나도 형부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왜 그래요?”그 사람들이 또 돌아와서 시끌벅쩍했다.“누가 누굴 괴롭힌다고 했어요?”“맞다.”곽보미가 나와 말했다.“남양 결혼식에 특별한 의식이 있다고 들었어요. 바로 신부가 신랑의 발을 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