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은 박경수에게 즉시 가정의를 오게 하여 할아버지에게 전면 검사를 하도록 했다.그리고 그녀는 최지한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주버님께서 안내 좀 해주세요!”최지한은 못 알아들은 척했다.“뭐 하는 거야?”강서연이 웃으며 또박또박 말을 내뱉었다.“가서 간통하는 것을 잡아야죠!”...최지한과 최진혁은 지금 최씨 가문의 두 잡초로, 모두가 짓밟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어서 말을 안 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에는 경호원이 그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 강서연을 데리고 해원 별장으로 갔다.객실에서는 성설연이 구현수를 도와 약을 발라주고 있었는데 능청스럽게 눈물 몇 방울을 흘리며 그에게 덤벼들려고 하자 구현수가 목청껏 외쳤다.“오지 마!”음 이탈까지 하여 성설연이 매우 놀랐다.구현수의 몸에 난 상처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아파서 앓는 소리를 계속 냈다.“도련님...”성설연이 그를 부드럽게 불렀다.“도련님께서 다친 이후로 제가 이미 여기서 며칠 동안 간호해 줬잖아요!”“어? 그래...”구현수는 그녀가 돈을 원한다고 생각해서 귀찮게 손사래를 쳤다.“돈이 필요하면 큰 도련님을 찾아가. 내가 이미 많이 서명해서 적지 않은 돈을 벌었을 거야!”“그게 무슨 뜻이에요?”성설연이 어안이 벙벙해하자 구현수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도련님.”성설연이 눈을 굴리고 말했다.“나는 도련님 사람인데 도련님께서는 내가 연예계에서 이렇게 바둥거리는 모습이 안쓰럽지도 않으세요?”구현수가 눈을 비스듬히 떴다.“지금 생활에 만족 안 하고 있어?”“당연하죠! 그 사람들은 나를 무시해요...”“너는 대스타가 아니라서 그 사람들이 너를 무시하는 것도 정상이야!”“지금...”성설연은 심호흡하고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구현수는 이미 지금 생활에 지쳐갔다. 온몸이 상처로 가득한 데다가 성설연이 하루 종일 귓가에서 돈을 써서 그녀에게 투자하라고 중얼거리는데 그로 하여금 인생에 대해 회의하게 되었다.“도련님, 도와주지 않으면 안 돼요!”성
강서연은 말주변이 뛰어나고 안주인의 기질이 있다.그러나 성설연은 일부러 구현수의 목에 팔을 두르고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사모님, 여기는 해원 별장 큰 도련님의 댁 아니에요? 최씨 가문은 예절을 중요시하는 가문일 텐데 이렇게나 많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아주버님을 묶어놓고 남편을 교훈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세요?”강서연은 잠시 멈칫하고 바로 웃음이 나왔다.이전에는 성설연의 마음 씀씀이가 바르지 않다는 것만 알았을 뿐, 그녀가 이렇게 어리석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성설연 씨, 당신이 안고 있는 사람이 내 남편인 게 확실해요?”성설연은 어안이 벙벙했고 구현수를 바라보았지만 구현수는 일부러 그녀의 눈을 피했다.그녀는 그저 이게 남자들의 정상적인 반응일 거로 생각했다. 간통하는 것을 현장에서 잡히면 당황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면 강서연이 한 말의 의미가... 설마 이혼하자는 건가 싶었다.성설연은 그러기를 바라서 얼굴에는 득의양양한 표정이 드러났다.그녀는 강서연의 앞에 거만하게 서 있었다.“사모님, 왜 이렇게 쩔쩔매고 있어요? 도련님의 마음은 당신에게 있지도 않아요! 요 며칠 집에도 안 가고 나랑만 같이 있었어요! 도련님께서 이번에 다친 것도 내가 옆에서 보살폈어요! 나는 도련님에 대해 이 정도까지 해줬는데 사모님께서는 해준 게 뭐가 있어요?”구현수는 얼굴빛이 변했고 곧장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힘껏 눌렀다.“잡지 마세요!”성설연이 그의 팔짱을 꼈다.“도련님, 오늘 사모님 앞에서 똑똑히 말해보세요! 도련님은 나를 사랑하는 거죠?”“너 정신 나갔어?”구현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도련님...”“성설연, 너 당장 꺼져!”구현수는 그녀를 힘껏 밀어냈다. 그는 그녀를 쫓아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구현수는 눈알을 굴리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 해원 별장 안팎에 지키는 사람들은 모두 강서연의 사람들이고 최지한마저 그녀에게 묶여 있다.지금 여기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은 별 따기보다 어
경찰관은 구현수에게 다가가서 신분증을 제시했다.“구현수 씨!”경찰관이 냉소했다.“당신이 최연준 씨의 필적을 위조해 3억 달러에 달하는 최상 그룹의 중요 문서에 서명했습니다. 경찰 측은 당신을 사기죄로 기소할 것입니다! 당신이 서명한 그 문서들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구현수는 심장이 멎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졌고, 두 경찰관이 그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저 아니에요!”구현수가 소리쳤다.“저 아니라고요! 최지한이 저보고 서명하라고 시켰어요. 저는...”그의 목소리는 사람과 함께 점점 멀어졌다.강서연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최연준의 부드럽고 깊은 눈빛과 마주쳤고 그의 눈에서 그녀에 대한 칭찬을 느꼈다.“우리는 집에 가자.”최연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서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뒤돌아서 최지한을 바라보며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연준 씨. 아주버님...”최연준도 최지한을 바라보는데 바로 이때, 최지한이 갑자기 쓰러지며 경련을 일으켰다. 가뜩이나 창백했던 얼굴이 더욱 귀신처럼 변해 사람을 놀라게 해서 강서연이 낮은 소리를 내며 연거푸 물러났다.최지한은 죽어가는 물고기처럼 푸드덕거리며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쳤고 키 큰 경호원들조차 그를 통제하지 못했다.그의 손이 선반에 걸리자 꽃병 하나가 소리를 내며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강서연은 잠시 멈칫하고 머릿속에서 강유빈의 얼굴이 순간 스쳐 지나갔다...그때 마장에 갇혀 있는 강유빈을 보았을 때도 그녀는 이렇게 창백하고 온몸을 떨며 쓰러져서 경련을 일으켰는데, 지금의 최지한과 똑같았다.“연준 씨...”강서연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최지한도... 무슨 아이스를 먹었을까요?”최연준은 아무런 표정 없이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최지한이 순간 깨진 유리 조각을 들고 강서연에게 달려들어 결사적으로 싸울 기세였다.“서연아, 비켜!”최연준이 큰소리치며 강서연을 뒤로 보호하는 바람에 최지한이 손에 들고 있던 유리 조각은 그의 팔에 깊숙이 찔
방한서가 최연준을 여주 별장으로 호송하자 의사가 급히 와서 소염하고 약을 발라 주었고 강서연은 한쪽에 서서 집중해서 지켜보고 있었다.온라인은 최씨 가문 때문에 시끌벅적했고 오후부터 저녁까지 실시간 검색을 점령하고 내려오지 않았다.「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 타인에게 사칭 당하여 문서에 서명.」「최씨 가문 큰 도련님 친형제 살해 미수.」여론이 점점 더 거세지고 기사를 클릭하는 사람 수가 너무 많아 인터넷이 한동안 마비될 지경이었다.하지만 강서연은 이런 것들을 볼 마음이 없었고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최연준의 상처와 의사가 몇 시간에 한 번씩 어떤 약을 먹으라고 당부했던 것만 마음속에 새겼다.두 사람이 저녁에 에덴으로 돌아가자 그녀는 더욱 조심스럽게 자기 남편을 부축하고 있었다.최연준의 왼발이 문에서 들어오자 그녀는 몸을 구부려 슬리퍼를 가져다주었다.그는 오른발을 허공에 대고 한참 동안 굳어 있었다.“여보, 그렇게 할 필요 없어! 내가 다친 건 손이지 발이 아니야!”강서연은 그를 향해 달콤한 미소를 지었고 그녀는 그를 돌보는 것을 좋아했다.최연준은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마음속은 흐뭇했다. 상처를 입으면 이런 급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그는 자진해서 팔을 뻗어 최지한에게 찌르라고 말했을 것이다.강서연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그를 침대에 부축해 이불을 꼼꼼히 덮어줬고 또 야식을 준비해서 먹여 줬다.최연준은 그녀가 이렇게 분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강서연은 바쁘게 움직이다 문득 무언가가 떠올라 돌아서서 핸드폰을 잡았다.영상통화가 연결되고 저쪽에 있는 엄마 아빠 뒤로는 우림이 펼쳐져 있었고 한 명은 카디건을 입고 한 명은 사롱을 입고 있는데 모두 남양 전통 의상이다.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산책하고 있었는데 강서연의 전화를 받고는 반가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서연아, 잘 지내고 있어?”윤문희가 걱정했다.“좀 마른 것 같은데...”“그래?”윤정재가 갑자기 다가와서 눈을 부릅뜨고 화면을 자세히 보았다.강서연은
“아빠?”강서연은 윤정재가 카메라 앞에서 눈을 뒤집고 입을 삐죽거리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겼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몰라 연신 몇 번이나 불렀다.“아빠, 무슨 생각을 하세요?”“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윤정재는 정신을 차리고 헤헤 웃었다.“서연아, 그 상처는 빨리 나으려면 네가 자주 씻겨줘야 해!”“네?”강서연은 어안이 벙벙했다.“상처는 물에 닿으면 안 되잖아요?”최연준은 침상에 기대어 안색이 어두웠고 윤정재의 말에 기가 차서 웃음이 나왔다.“당연하지.”윤정재는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당연히 일반 물로 씻으면 안 되지.”“그래요...”“과산화수소를 써야 해!”강서연은 열심히 듣고는 과산화수소를 종이에 적었다.“서연아...”윤정재가 계속하여 말했다.“과산화수소는 염증을 없애고 살균하는 거라서 상처를 깨끗이 씻어내는 데 특히 효과가 있어. 꼭 100퍼센트 농도를 사용해야 해, 들었어? 잘 소독하고 상처를 잘 씻어야 빨리 낫지! 농도는 반드시 100퍼센트, 기억하지? 아이구...”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문희에게 머리를 한 대 맞았다.최연준은 화면으로 다가가 봤다.윤정재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고 억울한 듯 볼을 부풀린 채 옆에 있는 윤문희를 보며 속삭였다.“지금 통화하고 있잖아... 영상통화여서 딸이 다 보고 있어!”윤문희는 기가 막히며 웃었다.“서연아, 아빠 말 듣지 마! 과산화수소는 살균은 되지만 농도는 그렇게 높으면 안 돼! 너 정말 시키는 대로 하면 최 서방이 아파 죽을 거야. 그건 알코올보다 더 독한 거야!”“쉿...”윤정재는 조급해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저리 가요!”윤문희는 그를 밀어냈다.“서연아, 윤제 그룹에 치료하는 약이 있어서 내일 내가 보내줄게... 음, 윤제 그룹 전용기로 보내면 내일 도착할 수 있어!”“네!”강서연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엄마!”최연준도 웃으며 결정적인 순간에는 역시 장모님에게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아빠는 말이에요.”강서
최연준은 그 두 사람을 몇 번 보더니 답답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요.”보아하니 그는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았다.두 사람은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 이때 강서연의 맑고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신 의사님과 유 변호사님이세요? 빨리 들어와서 앉으세요!”최연준은 그제야 어두운 얼굴로 비켜섰다.강서연은 두 사람과 고개 인사를 하고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가 과일을 썰었다.신석훈과 유찬혁은 모두 눈치가 빠른 사람이어서 얼굴이 빨개진 그녀의 모습을 한 번 보고, 또 기분이 언짢은 최연준의 표정을 보니 바로 알아차려 웃음을 참지 못했다.예전에 나쁜 사람 몫은 항상 배경원과 방한서였는데 그들 두 사람에게도 이런 날이 있을 줄은 몰랐다.“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최연준은 신석훈을 바라보며 물었고 그 검은 얼굴에는 글자가 쓰였다.‘중요한 발견이 없다면 내가 너희들을 가볍게 용서하지 않을 거야!’신석훈은 입술을 핥고 검사 결과 보고서를 한 부 꺼냈고 위에는 각종 수치가 적혀 있어 오래 보면 현기증이 날 것 같았다.하지만 최연준은 각종 데이터에 강한 면역력과 강력한 논리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어 잠시 본 뒤 문제점을 발견했다.“이 수치는 정상 범위를 벗어난 거죠?”“네, 맞아요.”신석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최지한이 요즘 해원 별장에 갇혀 있는데 내가 슬그머니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요. 최지한의 표정이 매우 이상했고 정신을 잃으면 미친 듯이 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거예요... 그리고 또 원흥이 사람들이 주의하지 않을 때 몰래 무엇인가 주사를 놓아주는 것을 발견했어요.”최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표정은 차가웠다.“최씨 가문 의료진들은 이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요. 최지한이 장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힘이 없어도 선뜻 건드리지 못하고 이 일에 대해 눈감아 주고 있어요.”최연준이 그에게 물었다.“이 보고서는 어떻게 얻은 거예요?”“기회를 봐서 의료진으로 분장하고 해원 별장에 잠입해서 최지
“원흥의 모든 배경 자료를 상세하게 조사해주세요. 그리고 원흥과 가까이 지내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감시하세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뒤를 돌아서자 세 남자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는 것을 보았다.특히 최연준이 너무 쳐다봐서 강서연은 조금 의아해하며 걸어가서 그의 얼굴을 좌우로 바라보았다. “여보, 왜 그래요?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예요?”최연준이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당신이 내 대사를 모두 뺏어갔어!”강서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신석훈도 웃었다.“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정말 부부상이 되는 것 같아요!”“맞아요.”강서연도 농담했다.“연희 씨도 석훈 씨와 오래 있더니 공부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에이, 저와 연희는 달라요!”신석훈이 웃으며 진지하게 해명했다.“연희는 동생이어서 우리 둘은 기껏해야 남매상이에요!”“그게...”강서연만 말문이 막힌 것이 아니라 최연준도 고구마 백 개를 먹은 듯 안색이 너무 안 좋았다.“석훈 씨!”강서연이 급하게 그에게 눈짓을 했다.“어떻게 아직도 연희 씨를 여동생으로 생각해요?”하지만 눈치 없는 신석훈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고 여전히 진지하게 대답했다.“나와 연준 씨는 형제잖아요! 연준 씨의 동생은 당연히 내 동생이죠! 연준 씨, 서연 씨, 걱정하지 마세요! 연희가 그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오성 의대에 합격하는 것은 절대 문제가 안 됩니다! 오늘 내가 여기 오기 전에도 연희에게 시험지 두 장을 더 풀어야 한다고 특별히 당부했어요...”“석훈 씨.”최연준의 얼굴은 어두웠다.“그만 돌아가세요.”“네?”“집에 가도 된다니까요!”“왜... 왜요?”신석훈은 어안이 벙벙했다.‘태도가 너무 빨리 변하잖아!’강서연은 몰래 웃으며 조금 전에 중얼거리는 신석훈의 모습은 정말 당승을 닮았다고 생각했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당승과 비슷하다고 느꼈다.일편단심으로 사업에 열중하여 여자에게 접근하지 않고 완고하고 보수적인 사람이다.하지만 그는
최연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얼른 풀어주고 다시 강서연을 뚫어지게 쳐다봤다.“서연아, 또 다른 반응은 없어?”“글쎄...”강서연이 다시 기억을 돌이켜보며 고개를 저었다.“없는 것 같아요.”“휴!”최연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긴장한 얼굴에는 마침내 한 가닥 미소가 드러났다.“없으니 다행이야!”“네?”“내 말은...”최연준은 눈썹을 움직였다.“반응이 없으면 임신이 아니잖아!”“그렇게 단정 지을 수도 없어요.”신석훈은 금테 안경을 밀면서 전문가의 모습으로 설명했다.“사람마다 체질이 달라서 임신 반응도 똑같지는 않아요. 어떤 사람은 많이 먹고 많이 자고 구토 반응이 없어요.”“석훈 씨.”최연준은 그를 째려보았다.“오늘 말이 너무 많네요.”신석훈은 어이가 없어 제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사실 최연준의 마음은 극도로 모순적이었다. 어른들의 입을 틀어막을 아이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과 강서연과의 둘만의 시간을 아이가 방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했다.특히 꿈에서 나온 아기를 생각하면... 그는 더욱 마음이 답답해졌다.유찬혁은 그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기 시작했다.“연준 씨, 이렇게 합시다.”신석훈이 제안했다.“이따가 주변 약국에 가서 서연 씨에게 임신 테스트기를 사다 주고 내일 아침에 내 진료소에 오세요. 내가 자세히 검사해 볼게요.”“맞아요.”유찬혁도 찬성했다.“우리가 여기서 함부로 추측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니 그래도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어요.”“나는... 아닌 것 같아.”최연준은 두 번의 기침을 하며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이미 당황하고 있었다.한 명이 더 나타나 아내를 두고 싸우고 싶지 않았다!유찬혁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웃었고 신석훈과 함께 에덴을 떠났고 그들 둘은 상가의 길목에서 헤어졌다.신석훈은 진료소에서 야간 근무를 해야 해서 인사를 하고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다. 유찬혁이 시계를 보니 저녁 8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고 상가가 한창 떠들썩할 때였다.사
그 순간, 조순철의 묵직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오늘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온유가 돌아왔다는 이유만은 아닙니다. 여러분과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이유만도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오늘 드디어 백인서 씨의 결백을 밝혀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뭐라고요?”영미의 귀에서 윙 하는 소리가 났다.“알고 있습니다. 요 며칠, 외부에서 떠도는 소문이 많았습니다. 온유의 실종이 백인서 씨와 연관되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었죠.”조순철의 목소리는 단호하면서도 힘이 실려 있었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또렷하게 공간을 메웠다.“심지어 경쟁자들이 저를 음해하기 위해 이런 추문을 이용하려 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조순철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시선을 돌려 영미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렇죠, 영미 아가씨?”영미는 얼어붙었다. 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영미에게 쏠렸다. 그 시선은 바늘처럼 날카로워 영미의 온몸을 꿰뚫는 듯했다. 영미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었다.“조... 조 시장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영미 아가씨, 제 말을 정말 이해 못 하시겠습니까?”조순철의 미소 속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빛이 서려 있었다.그리고 권욱의 시선은 더욱 살기를 띠고 있었다.부모는 자신에게 닥친 모든 일은 어떻게든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아이에게 손을 댄 사람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강소아와 최군형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부하들이 정대명을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영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영미는 본능적으로 정대명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나 정대명은 그녀를 보자마자 구원의 손길이라도 찾은 듯 온몸을 흔들며 다급히 외쳤다.“아니, 영... 영미 씨! 영미 아가씨! 제발 나 좀 도와줘!”“뭐 하는 짓이에요?”영미는 분노에 차 외쳤다.“제가 왜 당신을 도와줍니까?”“영미 아가씨가 나한테...”“그래요, 제가 당신에게 돈을 줬죠.”영
연회는 여전히 그 4성급 호텔에서 열리고 있었다.손님들 사이에서 소곤소곤 대화가 오가고 있었다. 시장님이 정말 청렴하셔서 연회도 대단하게 하지 않고 이렇게 간소하게 한다는 대화였다.“무슨 소리야? 새로 취임했으니 당연히 이미지 관리를 하는 거겠지!”“하지만 권씨 가문이나 조씨 가문 정도라면 연회를 더 화려하게 할 수도 있잖아? 아무리 시장이라고 해도, 사위는 사업가 아닌가?”“맞아. 게다가 사대 가문과의 관계를 생각해 봐도, 좀 더 사치스럽게 해도 문제 될 건 없지.”“혹시... 이 호텔을 선택한 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걸까?”영미는 한쪽에서 조용히 이 대화를 듣고 있었다.특별한 이유라... 글쎄, 그런 건 없을 것 같았다. 영미는 그저 자신만 무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조순철은 무대 위에 서서 손을 가볍게 들어 올리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음악이 멈추고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조순철에게 집중됐다.비록 나이가 들었지만, 조순철은 여전히 허리를 꼿꼿이 펴고 기품 있는 모습으로 무대에 섰다. 그의 목소리는 힘 있고 우렁찼다.“먼저, 오늘 연회에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선거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여러분의 지지 덕분입니다.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오성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오성을 더 밝은 미래로 이끌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청중들은 힘찬 박수로 화답하며 잔을 들어 축하의 뜻을 전했다.“또한, 여러분께서 제 외손녀 권온유를 많이 걱정해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조순철의 말이 끝나자마자 권온유가 무대로 달려 나와 외할아버지에게 안겼다. 조순철은 권온유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애로운 미소를 지었다.무대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대부분 사람이 권온유가 납치당한 일을 알고 있었고 권온유가 이렇게 빨리 돌아온 건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이 모든 행운이 가능했던 건 정승우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그 순간, 정승우는 한쪽 구석에서 권온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부
“정 선생님, 아직도 진실을 말할 생각이 없으신가요? 영미가 대체 얼마나 좋은 조건을 내걸었기에, 백인서를 모함하는 데 가담한 거죠?”정대명은 눈동자를 굴리며 머뭇거렸다. 어디까지 입을 열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당신이 인서의 양아버지라는 말은 사실입니까?”“그... 그건 두말할 필요도 없이 진실이야!”“그렇다면 딸을 키운 정도 있을 텐데 왜 모함하려 하신 거죠?”정대명의 몸이 떨렸고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정 선생님, 이제 영미조차도 당신을 지켜줄 수 없습니다. 진실을 말하지 않으신다면 감옥에서 나올 수 없게 될 겁니다!”그때, 바깥에서 소연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소아는 정대명을 매섭게 노려본 뒤, 사람을 시켜 문을 잠그도록 지시했다.소연화는 최군형과 최지용을 데리고 들어왔다.“여보!”최군형은 강소아를 보자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권온유와 정승우, 두 아이 모두 찾았어!”“정말인가요?”“그래.”최지용도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드디어 인서의 억울함을 풀 수 있게 됐어.”“인서는 원래부터 결백했어요!”강소아가 웃으며 말했다.“누가 아이들을 찾았나요?”“아이들이 어찌나 영리하던지, 스스로 빠져나왔더군.”최군형이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그날 밤, 우리가 정대명을 찾았을 때, 정대명의 머리가 다쳐 있었던 거 기억하지? 그 틈을 타 도망쳤대. 길에서 착한 운전사분을 만나 도움을 받았고 그 운전사가 집까지 데려다줬어. 차 안에서 정승우가 휴대전화를 빌렸는데 다행히도 권온유가 자기 엄마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어서 덕분에 바로 연락할 수 있었어. 아마 20분 후면, 두 아이 모두 안전하게 권씨 집안에 도착할 거야.”“정말 놀랍군요...”강소아는 감탄이 담긴 눈빛으로 답했다.“이렇게 어린아이들이 그런 상황 속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니. 역시 아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어요! 저도 이제부터 가원이에게 제 전화번호를 외우게 해야겠어요!”“그런 말 하지 마!”최군형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영미의 마음속엔 불안이 가득 찼다. 그러다 문득 시장 선거의 마지막 대결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스쳤다.지금이라도 폭탄 같은 뉴스가 터진다면 사람들의 관심은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쏠릴 것이 분명했다.그리고 그 뉴스가 백인서와 관련된 것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영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가에 자신감 넘치는 차가운 미소를 띠며 휴대전화를 들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용히 기자와의 약속을 잡았다.“조순철 씨의 외손녀가 실종된 사건, 알고 계십니까?”카페의 한구석, 눈에 잘 띄지 않는 자리였다. 영미는 얼굴을 거의 가릴 만큼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맞은편에는 기자는 커피잔을 천천히 저으며 영미의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이건 단순한 어린이 실종 사건이 아닙니다. 누군가 계획적으로 벌인 일입니다.”“영미 씨.”기자가 녹음기를 켜며 말했다.“아시는 내용을 모두 말씀해 주세요. 자료는 제가 정리해 영미 씨 말씀대로 보도하겠습니다.”“좋아요.”영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제가 알고 있기로, 권씨 가문의 어린 딸을 데려간 사람은 바로 그 공익학교 프로젝트에 있던 한 학생입니다. 그리고 그 학생은 백인서의 지시를 받았죠!”녹음기를 쥔 기자의 손이 떨렸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강소아는 방문 앞을 서성이며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그 방에는 정대명이 갇혀있었는데 강소아가 아무리 질문해도 정대명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육경섭은 딸이 안절부절못하는 것을 보고 희철을 시켜 예전 식으로 정대명을 다루려 했지만, 강소아가 막아섰다.현재 육씨 가문은 이미 정식 사업가로 자리 잡은 상황이었다.과거의 폭력적인 방식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았다.강소아는 육경섭을 설득해 물러서게 한 뒤, 다음 수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소연화가 급히 뛰어왔다.“아가씨, 이것 좀 보세요!”소연화는 휴대전화를 내밀었다.화면에는 뉴스가 떠 있었고 제목은 눈에 띌 정도로 충격적이었다.[조씨 공익학교에서 터진 충격적인 추문, 관리직
가끔 차가 지나갔지만, 정승우가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어도 아무도 멈춰 서지 않았다.어둠이 내려앉았고 기온은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며칠 동안 육체와 마음이 지친 권온유는 이제 무너질 듯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었다.정승우는 어쩔 수 없이 온유를 등에 업고 비틀거리며 길을 걸었다.“오빠...”권온유는 울먹이며 말했다.“해가 졌어요. 저... 무서워요.”“괜찮아.”정승우는 뒤돌아 미소를 지었다.“오빠가 집에 데려다줄게.”“오빠, 우리 그냥 돌아가요...”“뭐라고?”권온유의 시선이 정승우의 피로 물든 발에 닿았다.“발이 많이 아프죠?”권온유의 작은 얼굴 위로 눈물이 두 줄기 흘러내렸다.“오빠, 저 내려주세요. 그냥 돌아가요...”“온유야?”권온유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그 집이 낡고 춥긴 해도... 오빠 발에서 피가 나진 않잖아요!”정승우는 멍하니 잠시 굳어 있다가 그 어눌한 말 속에 담긴 다정함을 깨달았다.이 작은 아이는 납치당했던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라도 정승우가 이렇게 고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정승우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작은 새들이 집으로 향해 줄지어 날고 있었다.정승우는 온유를 데리고 반드시 집으로 돌아갈 거라고 다짐했다.“바보야.”정승우는 온유를 내려놓지 않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난 하나도 안 아파. 그리고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어.”“그 사람이... 우리를 때릴까요?”“그럴 거야.”정승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어린 시절, 정대명에게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탈출할 때 그의 뒤통수를 내려친 한 방은 그동안의 빚을 모두 갚은 셈이었다.“그런데 오빠, 그 사람은 오빠 아빠잖아요?”권온유는 작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하지만 오빠가 아프다고 제가 말했을 때 오빠 아빠가 들어왔었잖아요.”정승우는 쓴웃음을 지었다.자신이 아프다는 말을 듣고 정대명이 들어온 것은 아마 걱정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죽으면 함께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없어질까 봐서였었다.정대명은 단지
차 안의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영미는 조용히 걸음을 옮겨 정대명에게 다가갔다. 그의 머리 아래로 어두운 핏자국이 퍼져 있었고 그 흔적은 이미 굳어 있었다. 영미는 정대명의 코 밑에 손을 가져다 댔다.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영미는 떨리는 마음을 억누른 채 차가운 눈빛으로 정대명을 내려다보다가 거칠게 발길을 휘둘렀다.“일어나요!”강소아와 최군형도 다가와 공장 안을 살폈지만 안은 고요히 비어 있었다.“아이들은요?”“아이고...”정대명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서 있었다.“살려줘, 살려줘... 저 괘씸한 녀석이!”“정대명 씨!”영미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어쨌든 이번 일은 영미가 자신 있게 권온유의 행방을 안다고 장담한 일이었다.영미는 정대명과 정승우가 백인서와 함께 권온유를 납치했다고 확신에 차 말했다.그런데 지금... 정대명은 다쳐 쓰러져 있고 두 아이는 사라졌었다.백인서를 함정에 빠뜨리려던 영미의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린 것이다.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정대명은 도움을 청하려다 영미가 눈짓을 주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영미의 눈길을 따라 보니 최군형과 강소아도 함께 와있었다.정대명은 예전에 영미가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아는 척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정대명은 머리를 살짝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당신이 정대명인가요?”최군형이 다가가 물었다.정대명은 말끝을 흐리며 최군형의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백인서의 양아버지시고?”최군형은 다시 물었다.“당신이 당신 아들과 함께 권씨 가문의 딸을 납치한 게 맞나요?”“아니야, 나 아니야!”정대명은 크게 당황하며 손을 흔들었다.“이봐, 동생, 난 억울해! 내 아들 녀석이 나를 해치려고 했어! 내 머리를 봐, 그 자식이 벽돌로 내리쳤다니까!”“그만해요!”영미는 정대명의 말이 길어질수록 상황이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정대명을 노려보며 더 이상 말을 못 하게 했다.강소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들의 서툰 수법이 한심하기만
경찰서 밖에서 최지용은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가 고개를 들어 보니, 젊은 경찰관이 안에서 뛰어나오고 있었다. 최지용은 급히 다가가며 말했다.“정호야!”정호라는 젊은 경찰관은 최지용을 보자 반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이 녀석!”최지용은 정호에게 다가가 가볍게 주먹을 툭 날리며 말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 왜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거야?”정호는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방금 최씨 집안에서 백인서를 데려간 사람 중에 정호도 있었다. 최지용도 놀라웠지만, 영미 역시 경찰이 직접 찾아올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떠나기 전, 정호가 살짝 눈짓을 보냈고 최지용은 그의 의도를 알아채 경찰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지용이 형.”정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형수님께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잘 구분하고 계시니 문제없을 겁니다!”“도대체 누구 지시로 백인서를 여기로 데려온 거지?”“소아 아가씨예요!”정호는 어깨를 으쓱했다.“소아 아가씨가 갑자기 지시한 거라 사전에 전할 시간이 없었습니다.”최지용은 살짝 놀랐다. 강소아의 지시라니.“형수님께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으니까요. 그 아이가 실종되기 전에 형수님께서 만난 적이 있거든요. 경찰이 형수님을 데려가서 조사하는 건 당연한 절차입니다.”최지용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피식 웃음을 지었다.강소아가 이런 ‘당연한 절차’를 이용해 백인서를 경찰서로 보낸 이유는 경찰서야말로 가장 안전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또 누군가가 음모를 꾸며 백인서에게 덮어씌우려 한다 해도 경찰서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경찰서 안에는 일을 봐주는 사람들도 있으니 백인서가 여기서 며칠 지내는 동안 힘든 일 없이 외부의 소란도 피할 수 있는 셈이었다.최지용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강소아는 정말 자매를 위한 배려가 남달랐다. 이렇게까지 배려심 깊은 방안을 생각해 내다니!“지용이 형.”정호가 계속해서 말했다.“도련님께서
영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소아 언니, 저를 믿지 않으세요?”“난 오직 사실만을 믿어.”“권씨 가문의 딸이 실종된 사건에 백인서 씨의 양아버지와 남동생이 관련되었어요, 그게 바로 사실이에요!”강소아는 순간 멍하니 있다가 어이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려 했다.세상에 이렇게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다 있나 싶었다.호텔 뒷뜰에 있는 그 CCTV가 정말 완전히 고장 났다고 생각하는 걸까? 육씨 가문과 최씨 가문이 힘을 합쳐 그 고장 난 CCTV 하나도 못 고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최군형은 강소아의 어깨를 가볍게 눌러 안심시키며 슬며시 휴대전화를 건넸다.강소아는 화면을 확인했다. 최군형의 부하가 보낸 메시지였다.“도련님, CCTV 데이터를 복구 중입니다. 곧 진실이 밝혀질 겁니다!”강소아는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영미가 이렇게까지 백인서를 몰아세우는 걸 보니 마음 한구석에 무언가 꺼림칙한 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어차피 꼬리가 저절로 드러날 것이었기에 그저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기로 했다.바로 그때, 집사가 다소 당황한 얼굴로 방에 들어섰다. 집사의 뒤에는 몇 명의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신분을 밝힌 후 방 안을 둘러보며 엄숙한 목소리로 물었다.“여기 백인서 씨가 계십니까?”표아정은 등을 꼿꼿이 펴고 대답했다.“경찰관님께서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요?”“당신이 백인서 씨인가요?”“저는...”“백인서 씨가 납치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신고를 접수했습니다!”“뭐라고요?”백인서는 얼굴이 창백해졌다.“백인서 씨, 조사에 협조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와 함께 가 주셔야겠습니다.”...권온유가 납치된 지 하루가 지났다.그동안 정대명은 단 한 번 음식을 가져왔는데, 그것도 차갑게 식은 죽 한 그릇과 딱딱한 빵 한 조각뿐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귀하게 자란 권온유에게 이런 음식은 처음이었다. 울고 싶었지만, 감히 울지 못하고 그저 눈물을 참으며 빵을 조금씩 뜯어 먹고 있었다.정승우는 그런 온유의 모습을 보고
“아줌마,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그럼, 제가 알아낸 사실을 전부 말씀드릴게요!”영미는 입가에 교만한 미소를 띠며 백인서를 차갑게 한 번 쳐다보았다.“백인서 씨의 친어머니인 백홍은 인신매매범이었다는 사실, 모두 아셨나요? 백인서 씨의 어머니는 백인서를 정대명의 집에 맡겼고... 흥! 정대명의 아내도 백홍이 납치해 왔다는 소문이 있어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잖아요. 제 생각엔... 인신매매범의 딸이라면 그런 일쯤은 익숙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은 권온유의 실종이 정말로 백인서 씨와 무관하다고 생각하시나요?”“영미!”강소아가 나서며 분노를 가득 담아 소리쳤다.“허위 사실을 퍼뜨리지 마!”“소유 아가씨, 억울하네요!”영미는 강소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이렇게까지 조사한 건 다 아가씨를 위한 거예요! 딸도 있는 사람이 백인서를 곁에 두고도 마음이 놓이세요?”“그만해!”최지용이 크게 소리쳤다.백인서는 몸을 떨며 믿기지 않는 눈으로 최지용을 쳐다보았다.그러나 최지용의 얼굴에는 의심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최지용은 굳건한 눈빛으로 뒤에 있는 백인서를 지키고 있었다.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처럼 백인서를 아끼고 있었다.백인서는 코끝이 찡해지며 본능적으로 최지용의 손을 꼭 붙잡았다. 최지용의 따스한 손은 백인서에게 큰 용기를 주었고 그 온기가 어둠의 두려움을 잊게 해주었다.최지용은 백인서에게 부드럽게 미소 지어 보였고 다시 영미를 바라볼 때는 눈빛이 한층 더 깊어졌다.“영미야.”최지용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두 집안의 관계를 생각해서 그저 넘어가는 거야. 더 이상 선을 넘지 마.”최군형도 나서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백인서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모르겠어요? 영미 아가씨, 우리 최씨 가문 사람들을 바보로 생각하는 건 아니죠?”영미는 순간 긴장했다. 최군형의 말 속엔 어딘가 숨은 뜻이 있는 듯했다.최군형의 깊고 복잡한 눈빛을 파악하기 어려웠다.표아정은 천천히 일어나 어깨에 걸친 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