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별일 아닙니다. 제가 곧 처리하겠습니다.”“내 병원에서 사람을 잡아간다는데, 별일이 아니라고요?”경찰관은 말문이 막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했다.강소아는 눈앞의 남자를 쳐다보았다. 인자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온몸에는 감히 건드릴 수 없을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따르지 않고서는 안 될 것 같았다.강소아를 본 윤찬도 깜짝 놀랐다. 그는 강소아의 손목에 걸린 팔찌에 시선을 고정했다. 윤찬이 인상을 찌푸렸다.잘못 봤을 리는 없을 것이다. 금풍옥로의 디자인과 재질은 모두 세계 유일한 것이다. 전에는 누나가 자주 끼고 다녔는데, 아이를 낳은 후로 혹시 망가질까 봐 잘 보관해 뒀었다. 그런 팔찌가 이 여자의 손목에 나타나다니!윤찬 옆의 비서가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형사님, 원장님께서는 방금 수술을 끝내서 피곤한 상태입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 주세요, 그래야 원장님이 쉬실 수 있으니까요!”“네, 네...”윤찬이 강소아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그래서 대체 무슨 일입니까?”“저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형사님, 구자영 말 믿지 마세요. 그 크림은 제가 면세점에서 산 거예요, 영수증도 있다고요! 그리고... 그건 구자영이 빼앗아 간 거지, 제가 준 게 아니에요!”“이 X!”구자영이 병실 안에서 뛰쳐나왔다. 미라처럼 얼굴을 붕대로 둘둘 감은 채 두 눈만 내놓았다. 구자영은 하수영에게 달려들더니 그녀의 뺨을 힘껏 때렸다.옆의 간호사가 급히 그녀를 말렸다. 한리도 일이 크게 번질까 봐 그녀를 말리기 시작했다.구자영에게 맞은 하수영의 한쪽 볼은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 복도 전체에 구자영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혼란스러운 틈에 강소아는 누군가에게 떠밀려 윤찬과 부딪쳤다. 윤찬이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그는 확신했다. 강소아의 팔에 있는 팔찌는 금풍옥로가 분명했다!“죄송합니다...”“괜찮아요.”윤찬이 빙긋 웃고는 다시 형사를 쳐다봤다. 형사는 그 뜻을 알아차리고는 위엄 있게 외쳤다.“병원입니다, 모두 조용히 하세
“아, 네. 구자영 씨의 진술에 의하면, 이 두 분의 혐의가 가장 큽니다.”“하지만 이 크림은 하수영 씨가 산 거고, 하수영 씨가 꺼낸 건데, 강소아 씨와는 무슨 상관이 있죠? 진술 한 마디로 사람을 잡아가려 하다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 경찰이 이런 조직입니까?”형사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었다. 윤찬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 같은 한낱 의사가 경찰 업무에 개입하면 안 되는 거 압니다. 이 사건은 전적으로 형사님이 처리하세요. 전 그저 사건이 병원에 끼치는 영향을 최대한 낮추고 싶은 것뿐입니다.”형사는 윤찬의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 윤찬은 이미 강소아를 막아서고 보호하고 있었다. 형사는 몸을 곧게 펴고 공손하게 대답했다.“네!”윤찬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형사가 손을 까딱했다.“용의자 하수영, 체포해!”“네? 왜 절 데려가세요? 소아... 강소아도 있는데! 왜 소아는 안 데려가는 거예요? 이봐요, 이렇게 마구 체포해도 돼요? 이거 놔요!”하지만 하수영이 아무리 몸부림쳐도 양옆의 경찰들은 그녀의 팔을 꽉 붙잡고 있었다. 하수영의 항의 소리가 점점 잦아들었다.하얘졌던 강소아의 머리에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하수영이 해하려던 게... 사실은 강소아라면?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강소아는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슬프기도 했다. 전에 그렇게 친하던 하수영이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형사가 공손하게 말했다.“원장님, 사건은 이미 해결했습니다. 그럼 이만.”윤찬은 몸을 돌려 강소아를 흘깃 쳐다보았다. 그녀 손목의 팔찌가 어떻게 온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얼굴에 붕대를 둘둘 감은 그 학생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싶었다.그는 비서더러 크림을 가져오라고 했다.LC, 오랜 역사가 있는 유럽의 브랜드였다. 효과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것이었다.그런데 이렇게 심한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다니?그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믿기 어려워할 일이었다. 윤찬은 크림을 쥐고 한참 생각하고는 말했다.“이 일은 완전히
강소아가 정신을 차렸다.원장?아마도 조금 전 하얀 가운을 입었던 중년 남자일 것이었다. 방금 그가 자신을 막아서서 경찰로부터 그녀를 보호했을 때, 그녀는 정말 마음이 따뜻했다.어찌 됐든 감사 인사는 해야 할 것이었다.윤찬은 커다란 책상 앞에 앉아 환자 차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강소아가 들어오자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앉으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강소아가 먼저 말했다.“원장님... 정말 감사합니다!”윤찬이 고개를 들자 90도로 허리를 숙인 강소아가 눈에 보였다.“괜찮아요,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 강소아 씨?”“네.”윤찬의 시선이 강소아의 팔찌에 가 닿았다. 그 시선을 의식한 강소아가 손으로 팔찌를 가렸다. 이를 본 윤찬이 소리 없이 웃고는 가볍게 말했다.“팔찌 예쁘네요.”“남편이 준 거예요.”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윤찬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전에 아빠가 말하는 걸 듣자니, 군형이는 자신의 아내가 대황궁에 간다고 윤씨 가문과 장군부에 전화를 돌렸다고 한다. 송혁준도 그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오늘 그녀를 직접 보니 최군형이 왜 그러는지 알 것 같았다.윤찬은 웃으며 강소아와 몇 마디 나누었다.“맞다, 방금 복도에서 동기들이 싸울 때 소아 씨도 밀린 것 같은데, 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그러고 보니 팔이 조금 아픈 것도 같았다. 구자영이 난동 부릴 때 강소아를 할퀴고는 밀어놓기까지 했었다. 그녀의 팔에 붉은 자국이 몇 개 나 있었다.“간호사와 같이 정밀 검사를 하러 가요.”“원장님, 괜찮아요! 이 정도 상처는 정말 괜찮아요!”강소아는 윤찬에게 폐가 될까 봐 급히 말했다. 윤찬이 웃으며 대답했다.“저도 정말 괜찮아요. 작은 상처라도 감염의 위험이 있으니, 잘 검사하는 게 좋아요. 일반 검사이니 걱정 마요. 검사가 끝나면 기사를 붙여 호텔까지 데려다줄게요.”“이...”강소아는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몰랐다. 남양에 온 뒤로 안 좋은 일이 많았지만 언제나 잘 해결됐었다. 믿을 수 없었다
제시는 윤찬의 말에 빠르게 반응하고는 말을 이었다.“이분,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거였네요!”“아, 그...”윤찬이 멍해졌다. 그는 구자영이 강소아를 욕하는 게 짜증 나서 정신과 의사를 불러오라 했지, 정말 구자영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제시가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원장님, 저 알겠어요! 구자영 씨 정신에 문제가 생긴 거죠. 뭔지도 모르는 물건을 얼굴에 바르고는 저희한테 뒤집어씌우려는 거죠!”“그렇게 말한 적은...”“정신병자의 말을 어떻게 믿겠어요?”“아...”윤찬이 눈을 크게 떴다. 그새 제시는 활짝 웃으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아니, 그게...”“원장님, 걱정 마세요! 바로 돌아가 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병원에는 아무 영향도 없게 하겠습니다!”윤찬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차트를 덮었다. 제시의 말을 들은 구자영은 더욱 난폭해져서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제시는 차분하게 핸드폰을 꺼내 구자영의 모습을 녹화하고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떠났다.옆에 선 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원장님, 정신과 주임을 불러올까요?”윤찬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LC가 남양에 남아있으려면 윤 씨 가문에게 밉보여서는 안 될 터였다. 그러니 방금 제시의 말은 모두 진짜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들은 윤제 그룹을 끌어들이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강소아는 이 사태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구자영과 하수영, 그들의 복잡한 일은 그들이 상관할 바 아니었다.윤찬이 가볍게 대답했다.“됐어, 좀 있다가 검사 결과나 가져와. 참, 제시에게 연락해서 내가 커피 한 잔 사겠다고 해.”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오후 윤찬은 약속 장소인 카페에 도착했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실시간 검색어는 모두 지워지고 없었다. 구자영이 난동을 부리는 영상이 인터넷에 퍼졌고 여론은 삽시에 뒤집혔다. 모두 정신병자에게 잘못 걸린 LC를 동정하고 있었다.하지만 기사 그 어디서도 병원에 관한 얘기는 없었다. 거기에 얽힌 사람들의 이름은 더더욱 찾을 수 없었다.윤찬은 가볍게 웃고는
육연우는 긴장한 듯싶었다. 등에 식은땀이 돋아났다.육명진의 날카로운 시선을 마주하고 그녀는 애써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했다.“엄마 약값이 떨어졌어요.”육명진의 얼굴에 긴장이 풀렸다. 그는 검은 옷의 남자더러 자리를 피하게 하고는 육연우를 방으로 데려가 서랍에서 꺼낸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이거 먼저 써.”육연우가 카드를 받으려는데 육명진이 갑자기 카드를 거둬들였다.“그 전에 말해줘야 할 게 있어. 방금 뭘 들은 거야?”“저...”육연우의 옷자락을 쥔 손이 또다시 떨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육명진이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을 들었지만 정확한 이유는 듣지 못했다. 어렴풋이 하수영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뿐이었다.그러고 보니 전에 병원에 갔을 때 그녀가 매수한 사람으로부터 육 선생님이 가져온 DNA 표본은 모두 하수영이라는 사람이 제공한 것이라고 들었다.설마... 하수영이 진짜 육소유인가?“연우야!”육명진은 인내심을 잃고 그녀를 서늘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육연우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안고 육명진을 한참 쳐다보다가 더듬거리며 말했다.“아,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전 방금 도착했어요. 그냥 돈이 필요해서...”“그래?”“네.”육명진은 살짝 웃고는 그녀를 깐깐히 쳐다보았다. 그녀가 감히 자신을 속일 수 있을지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카드를 육소유에게 쥐여주며 경고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말을 잘 들어야 네 엄마 목숨이 붙어있어. 알지?”육연우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고 고개를 끄덕였다. 육명진은 그 모습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남양에 온 지도 어느덧 2주가 되었다. 많은 일을 겪은 강소아는 조금 우울해졌다.이럴 때일수록 최군형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루 종일 전화가 통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강소준에게 전화를 걸어 봤지만 그들은 최군형이 가게에 갔다고만 했다. 아마도 창고에 있어 신호가 좋지 않기에 전화를 못 받는 것이라고 했다.강소아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온 하루 정신을 차릴 수
그녀는 하수영을 떠올렸다. 엉망이 된 우정을 생각하니 저절로 슬퍼졌다.박나연은 강소아의 표정 변화를 알아차리고는 걱정스럽게 울었다.“왜 그래? 맛없어?”“아니야... 진짜 맛있어. 나연아, 고마워. 마침 우울했는데 네 덕분에 많이 나아졌어...”강소아가 억지로 웃으며 답했다. 박나연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헤헤, 다행이다. 소아야, 난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오늘 일로 너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너무 좋아!”“우린 계속 친구 아니었어?”“아니... 너랑 수영이 같은 친구 말이야.”하수영을 언급하자 강소아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소아야, 넌 너무 좋은 사람이야. 너처럼 우수한 사람은 친구들도 우수해야 할 거야. 난... 너무 평범해서 그럴 자격이 안 돼.”박나연이 머쓱하게 웃었다. 그녀의 웃음은 단순하고 부드러웠다. 박나연에게는 강소아가 가까이할 수 없는 존재였다.강소아는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박나연이 그녀에게 준 따뜻함은 하수영이 그녀에게 안겨준 실망을 점차 밀어내고 있었다.따뜻한 사람은 따뜻한 사람을 끌어당기기 마련이다. 결이 맞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든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나연아, 정말 고마워.”“괜찮아, 괜찮아!”박나연이 환하게 웃었다.“소아야, 기분 안 좋은 거야?”“그렇지...”“구자영 때문이야? 걱정하지 마, 경찰에 잡혀간 건 하수영이지 네가 아니잖아. 넌 편하게 있어. 다른 사람의 잘못 때문에 마음고생할 필요 없어.”“그 때문이 아니야. 우리 남편이 전화를 안 받아서...”“응?”박나연은 연애 경험이 없었기에 그 심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축 처져 있는 강소아가 안쓰러워서 속으로 그녀의 남편을 한참 욕했다.박나연은 조심스럽게 강소아를 쳐다보며 즐거운 일을 얘기하려고 노력했다.“맞다, 소아야! 내가 검색해 봤는데, 남양의 별은 소원을 들어준대?”“그래? 우리 남편도 그렇게 얘기했어.”“어떻게든 네 남편 얘기로 돌아가는구나...”박나연이 씁쓸하게 말했다. 강소아가 풉 하고 웃었다.박나연이 호
강소아는 화면을 살짝 훔쳐보다가 다시 얼굴을 돌렸다. 최군형이 어디 있는지는 자세히 보지 못했다.“하루 종일 전화했는데도 안 받다니... 핸드폰은 장식이에요? 아니면 내 전화를 받기 싫은 거예요? 거기 더 좋은 게 있나 봐요?”누가 봐도 질투하는 모습이었다. 최군형이 웃으며 그녀를 놀렸다.“네, 오늘 일이 좀 생겨서요.”강소아는 입술을 깨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최군형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소아 씨, 하늘을 봐요. 오늘 별이 참 예뻐요.”강소아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멀지 않은 곳의 나무 뒤에서 그 익숙한 사람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그녀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최군형의 등 뒤에는 어둠만이 가득했다.강소아가 가볍게 물었다.“그쪽은요? 그쪽은 별이 있어요?”“네, 방금 별 하나와 상의해서, 그 별더러 남양으로 날아가 소아 씨 곁에 있어 주라고 했어요.”강소아가 그제야 웃었다.“그런 느끼한 대사는 언제 배운 거예요?”“아닌데, 진짠데.”최군형이 진지하게 말했다. 강소아가 오리무중에 빠져있는데, 최군형이 다시 물었다.“호텔 정원에 있죠?”“네...”“전에 영상 통화할 때 보니, 정원 안에 큰 나무가 있던 것 같은데.”강소아가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큰 나무가 있었다.“그쪽으로 가봐요. 별에 거기 떨어지라고 얘기해 뒀어요.”“군형 씨!”강소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느끼할 뿐만 아니라 유치하기까지!“네, 지금 가요! 별이 안 보이면 아주 혼을 내 줄 거...”말이 끝나기도 전에 풍선 하나가 나무 뒤에서 날아왔다. 강소아는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풍선을 잡자 반짝이는 목걸이가 눈에 들어왔다. 별 장식이 달린 목걸이였다.강소아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핸드폰 화면을 쳐다보았다.“군형 씨, 이건...”“별을 잡았으니, 소원 하나만 빌어요!”강소아는 말문이 막혔다. 최군형이 입꼬리를 올리고 매력적인 저음으로 말했다.“아니면 제가 대신 빌어줄까요? 지금 나 엄청나
“절 만난 게 싫은가 봐요?”“당신...”강소아는 코끝이 찡해졌다. 그녀는 오만 가지 감정이 밀려들어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최군형을 끌어안았다. 눈물 한 방울이 그녀의 눈에서 흘러나왔다.최군형도 강소아를 꽉 끌어안았다. 급히 가느라 수염을 못 밀어서 뾰족한 수염들이 강소아를 콕콕 찔렀다. 하지만 강소아는 신경 쓰지 않고 최군형의 품에 안겼다. 이 모든 게 꿈인 것처럼, 금방이라도 꿈에서 깰 것처럼.최군형은 품속의 사람이 어깨를 들썩거리며 몸을 떠는 것을 알아차렸다. 마치 우는 것 같았다.“소아 씨, 미안해요. 얘기도 없이 와버려서. 혼자 외로울 것 같아서 빨리 옆에 있어 주고 싶었어요. 다른 건 생각할 시간이 없었어요.”그는 구자영이 하수영이 산 크림을 바르고 병원에 실려 갔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 마음이 급해졌다. 강소아가 그 위험한 여자와 함께 있을 것을 생각하니 이성을 잃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은 채 가장 빠른 항공편으로 남양에 도착했다.그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집 쪽은 걱정 마요. 내가 다 말해뒀어요. 가게도 다 정리했고요. 그리고 며칠밖에 안 있을 거라 괜찮을 거예요. 소준이도 가게 일을 도울 수 있고요. 구자영이 남양에서 사고를 당했으니 구 씨 집안은 이미 난리가 났을 거예요. 당분간은 잠잠할 테니 걱정 마요. 내가 여기 있잖아요. 다 괜찮아질 거예요. 소아 씨, 어디 아픈 건 아니죠?”최군형이 강소아의 차가운 두 손을 잡고 물었다. 강소아는 그제야 웃음을 터뜨리며 작은 주먹으로 최군형을 두어 번 쳐놓았다.“진짜 나빠요! 어떻게 얘기 한마디 안 하고 와요?”“먼저 얘기하면 소아 씨를 놀라게 해 줄 수 없잖아요.”최군형은 웃으며 목걸이를 그녀의 목에 걸어주었다. 목걸이에 박힌 보석은 아주 비싼 것은 아니었다. 더 비싼 걸 사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신분이 들통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이 목걸이를 준비한 것이다.하지만 설사 최군형이 유리를 선물했다 하더라도 강소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