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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1화

ผู้เขียน: 십일
[정말 이렇게 무서운 거예요? 그럼 나도 볼래요!]

[저만 믿어요, 이 소설 보고 나면, 앞으로 절대 두부를 먹고 싶지 않을 거예요.]

[왜요?]

[답은 모두 책 속에 있어요.]

이틀 후, ‘뚱보 책읽기’는 또 하나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이번에 그는 아버지 대신 『7일담』의 표지만 올렸다.

[와, 그 세대의 사람들은 정말 좋은 책만 본 것 같아.]

<7일담>은 이 일을 빌어 젊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젊은이들이 출격하기 시작했다.

이주도 안 되는 시간에 ‘7일담 클럽’이라는 계정까지 나타났다.

나이 먹은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던 작가가 마침내 젊은이 사이들에서 유명해졌다고 느꼈다.

그제서야 『7일담』의 독자들은 비로소 뒤늦게 모든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작가 선생님은?]

책이 이렇게 터졌는데, 왜 작가에 관한 소식이 조금도 없는 것일까?

전에 판매량이 좀 좋았던 책들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자마자 작가가 튀어나오며 이 기회를 틈타 자신을 홍보했다.

『7일담』은 모두 여러 차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는데, 작가님은 아주 조용했고 심지어 핸드폰이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이미숙은 확실히 이 일을 몰랐다.

그녀는 일찍이 인터넷을 탈퇴했고, SNS 계정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핸드폰조차도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그런 것을 할 줄 모른다는 게 아니라, 이미숙은 이런 느낌을 더욱 즐겼다. 마치 핸드폰이 나타나지 않았을 때, 한가하게 책을 보던 시간으로 돌아간 것처럼.

그녀는 인터넷 여론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고,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만 쓰고 싶어 주동적으로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했다.

비방과 욕설이 있으면 자연히 박수와 칭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숙은 그것이 좋든 나쁘든 전부 차단하고 싶었다.

...

정은은 이 말을 듣고 즉시 핸드폰을 꺼내 책 제목을 검색했다.

[7일 담.]

‘헐, 정보가 쏟아져 나오는구나.’

네티즌들의 추천도 있었고, 유명한 독자들의 추천도 있었다. 물론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은 바로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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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빈은 미소가 굳어졌다.계속 사진을 뒤지니, 다음 사진이 바로 그가 방금 찍은 음식 사진이었다.그는 마음이 움직여 SNS를 클릭해 이 사진을 올렸다.[가족 모임.]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렀고, 일부 사람들은 댓글을 달며 소란을 피웠다.[집잔치야?][현빈이 형 또 새 애인 생겼어!][모처럼 SNS에 사진을 올렸는데, 드디어 금융 뉴스가 아니네.][우리 형님 몰래 큰일을 해냈네요][이야, 전에 같이 솔로로 지내기로 했는데, 어떻게 여자 친구 데리고 부모님을 만나러 간 거야?][쯧쯧, 이런 사진을 올리다니, 이제 결혼하려는 거야?]현빈은 사진을 클릭하며 쳐다보다가 갑자기 멈칫했다.그는 저도 모르게 사진을 확대한 뒤, 사진의 오른쪽 구석에서 정은의 반쪽 얼굴을 발견했다.비록 턱과 입술밖에 안 보이지만, 현빈의 친구들은 저마다 홈즈로 변신하여 이 실마리를 발견했다.현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설명하려 했고, 생각하다 또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아무튼 모두들 농담이었으니, 만약 특별히 해석한다면 오히려 도둑이 제 발 저린 것 같았다.이때, 현빈은 갑자기 문자 한 통을 받았다.대학 동창인데 지난번에 그 샤브샤브 가게 사장님이었다.[축하한다, 친구야.][다음에 샤브샤브 먹으러 오면 무료야!]‘됐어, 답장하기 귀찮아.’...밤의 장막이 내리자, 등불이 켜졌다.전선우는 모이자며 동건과 도겸을 불렀다.동건은 처음에 퇴근한 수민을 데리러 가야 한다며 거절했다.그러나 5분 후에 동건은 다시 전화를 했다.[지금 시간 생겼어. 곧 도착할 거야.]선우는 약간 어리둥절했다.“이게 무슨 상황이에요?”[아, 수민이가 임시로 야근을 해야 한다고 했거든.]그리고 잠시 후 다시 덧붙였다.[오늘 밤을 새워야 한데.]선우는 갑자기 어이가 없었다.‘수민, 수민, 그놈의 수민... 여자친구 생겼다고 자랑은? 진짜 여친도 아닌데.’“형 진짜 조수민에게 반한 거 아니지?”맞은편은 잠시 침묵에 잠기더니 곧 버럭 했다.[꺼져! 내가 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52화

    현빈이 말했다.“이렇게 푸짐한 밥상에, 정은이는 또 이원이 처음이니 같이 사진 한 장 찍을까요?”이 제안에 두 노인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그들은 아직 손녀와 함께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다.이춘재는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확실히 기념할 만한 일이지.”“현빈아, 너 좀 잘 찍어. 나중에 프린트해서 앨범에 넣을 거야.”현빈은 미소를 지었다.“저 말고 이모님에게 찍어달라고 해야죠.”“허허, 나 좀 봐, 너도 들어와야 한단 걸 깜빡했네...”현빈은 가정부를 불었다.정은은 얌전하게 봉수진의 곁에 서서 웃으며 그녀의 팔을 껴안았고, 옆에는 현빈이 서 있었으며, 가장 왼쪽에는 이춘재였다.“준비되셨나요?” 가정부가 물었다.봉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찰칵.셔터를 누르면서 이 순간이 고정되었다.두 노인은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고, 정은은 방긋 웃고 있었으며, 현빈도 담담하게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가정부는 잘 못 찍었을까 봐 몇 장 더 찍었다.두 노인은 사진을 보고 나서 아주 만족스러웠다.가정부는 핸드폰을 현빈한테 돌려줬다.봉수진은 사진을 꼭 프린트해야 한다며 신신당부했다.“안심하세요. 저도 다 기억하고 있어요.”봉수진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현빈은 사진을 보며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이모님의 월급을 좀 올려도 될 것 같은데.’그리고 핸드폰으로 탁자 위의 음식을 몇 장 찍어서야 앉아서 밥을 먹었다....식사를 마친 후, 정은은 봉수진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았다.이춘재는 수십 년 된 이웃과 산책을 하러 나갔다.멀리서도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래, 찾았어! L시에서, 이미 결혼을 했더군...”“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아, 소설을 쓰는 작가야. 미스터리 소설... 참, 꼭 을 읽어봐. 내 딸이 쓴 거야... 들어봤다고? 그럼 잘 됐네! 꼭 봐야 돼!”“오늘 온 그 아이는 내 손녀인데 서비대학교의 대학원생이야. 학술 때문에 바빠서 아직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았어...”“하하... 그래, 하늘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51화

    현빈은 정은에게 문을 열라고 표시했다.정은은 손을 들어 손잡이에 가볍게 힘을 주었다.그는 줄곧 현빈의 품위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눈에 들어온 모든 것은 여전히 정은의 상상을 초월했다.청아한 디퓨저 냄새가 전해져 왔는데, 정은이 좋아하는 박하향으로 신선하고 쾌적했다.방 배치는 전체적으로 연한 색깔이었다.벽은 베이지색이었고, 나무로 된 바닥에는 부드러운 긴 털 카펫이 깔려 있었다.밟으면 편하고 가뿐했다.아마도 자신이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벽쪽에 특별히 책장을 몇 개 더 추가했다. 책장 앞의 창문 옆에 의자 하나까지 있었다.부드러운 햇빛이 큰 창문을 비추며 책장에 떨어졌고, 생각만 해도 편안했다.뿐만 아니라 방에는 작은 탁자, 정교하고 나른한 작은 소파, 심지어 작은 다탁까지 있었다.커튼을 열면 바깥은 독립된 베란다였다. 멀리 바라보면 하늘, 산, 숲, 풀밭이 있어 마음이 탁 트이고 기분이 상쾌했다.“마음에 들어?”정은은 현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엄청 마음에 들어요.”말하면서 다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지금의 모든 것이 너무 환상적이네요. 마치...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 이야기처럼, 신데렐라는 공주가 되어 그녀만의 성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정은은 말투가 가벼웠고, 표정이 평온했다.그녀는 이 모든 것에 대해 놀라움을 느꼈지만, 결코 빠져들지 않았다.현빈은 고개를 돌려 갑자기 입을 열었다. “너는 신데렐라가 아니야.”정은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그가 계속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신데렐라는 영원히 연약하잖아. 왕자가 자신을 구하기를 기다리고 있고. 넌 아니야. 넌 자신을 그런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고, 주동적으로 어려움을 파헤치며 자신을 구할 거야.”현빈은 미소를 지었다.“너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겨울 왕국의 여왕 엘사야. 용감하고 지혜롭지.”정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오빠가 날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는데요? 눈에 콩깍지라도 씐 거예요?”남자는 웃음을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50화

    “좋아요. 방금 들어왔을 때 힐끗 보았을 뿐, 아직 자세히 보지 못했거든요.”봉수진은 허리가 좋지 않아 오래 앉아 있으면 몸이 불편했기에, 정은은 원래 그녀를 모시고 정원을 둘러볼 생각이었다. 그래서 잘됐다 생각하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하늘은 흐렸고, 햇빛은 구름 뒤에 숨어 있다가 가끔 가느다란 빛을 비추었지만 금세 사라졌다. 겨울의 J시에서 푸른 식물을 보기 어렵고, 대개 앙상한 가지들뿐이었다. 그러나 이원의 화원은 예외였다.거대한 유리 온실에는 다양한 꽃과 식물들이 계절과 상관없이 만발했고, 겨울에 가장 선명한 색채를 이루고 있었다. 봉수진은 특별한 취미가 없어 그저 꽃과 식물을 가꾸는 것을 좋아했다. 원래 이런 일에도 흥미가 없었지만, 이춘재가 봉수진이 점차 침울해진 모습을 보고는 주의를 좀 돌리라고 권한 것이었다. 처음엔 탐탁지 않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봉수진은 장갑을 끼고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은 채 작은 화원의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정은도 꽃가지를 다듬고 새 흙으로 덮어주는 것을 도왔다. 봉수진은 힐끗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능숙한 손놀림에 감탄했다. 식물의 습성을 잘 알고 있어, 어떤 식물은 물을 많이 주고, 어떤 식물은 적게 주어야 하는지, 어떤 식물은 아예 물을 주면 안 되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딱 봐도 평소에 화초를 다듬는 사람인 게 분명했다“우리 정은이는 공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화초 가꾸는 솜씨도 대단하구나.” 봉수진은 웃으며 말했다.요즘 젊은이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화초를 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할머니께서 너무 잘 가꾸셔서 저는 그저 거들었을 뿐이에요.”정은은 발밑에 자란 말리꽃을 바라보았다. 작은 떨기로 자라난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더 무성하게 자랄 것이었다.봉수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넌 듣기 좋은 말로 나를 달래는구나.”“아니에요, 진짜예요. 이 장미도 정말 예쁘잖아요. 그런데 모양이 조금 이상한데, 마치 배추 같아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49화

    “골치 아픈 아이라고요? 왜요?” 이미숙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을 처음 들은 정은은 호기심이 자자했다.“네 엄마는 지금 얌전하고 책 보기 좋아하지만, 어렸을 때 나무에 올라가 새를 잡거나 강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았어.”정은은 깜짝 놀랐다.“정말이에요?”“이곳의 복도에 총 68 세트의 가드레일이 있어. 원래는 없었는데, 나중에야 추가한 거야.”“저희 엄마 때문에요?”이춘재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네 엄마가 연못에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정은은 말을 잇지 못했다“어때? 상상 안 가지?”정은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상상할 수가 없네요.”“하하... 이따가 네 엄마 어렸을 때 사진 보여줄게. 다 증거로 남아 있어.”“지금 갈까요?”정은은 두 눈에 빛이 났다.이춘재는 뜻밖에도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심지어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2층으로 올라갔다.전화를 받고 돌아온 현빈은 거실에 사람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1층을 낱낱이 뒤졌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고, 주방으로 걸어갔다.“할머니, 할아버지와 정은이는요?”“방금까지 거실에 있었는데?”“지금은 거기에 아무도 없어요.”봉수진이 말했다.“그럼 분명히 다른 데에 놀러 갔을 거야. 그냥 내버려둬. 참, 너도 오늘 야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얼른 회사로 돌아가.”“저 안 가요. 하나도 안 바쁘단 말이에요.”‘아니, 방금 집사가 그러던데. 회사 전화가 집에까지 걸려왔다고.’현빈이 다시 찾기도 전에 이춘재는 이미 사진첩을 든 채로 정은과 함께 위층에서 내려왔다.마침 봉수진도 요리를 마치고 주방에서 나왔다.온 가족이 소파에 앉아 사진첩을 뒤적였다.“이건 네 엄마가 금방 태어났을 때야. 3kg넘는 하얗고 뚱뚱한 아기였지... 이것은 세 살 때 네 고모 할머니가 네 엄마에게 사준 생애 첫 하이힐이고... 이건...”두 노인은 딸을 아주 귀여워했는데, 이미숙이 태어날 때부터 실종될 때까지 수많은 사진을 남긴 뒤, 사진첩으로 만들어 기록했다.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48화

    재석은 계속 입을 열었다. “이거... 옥수수 같은데요?”현빈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몇 번 먹어 봐서 딱 보면 알죠.”‘내가 언제 물어봤다고? 그냥 설명해 버리네. 정말 자기 자랑은 알아줘야 한다니까.’재석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정은이는 정말 세심하고 자상하죠. 모든 사람을 배려할 줄 아니까요.”현빈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다들 조 교수님이 과묵하다고 하던데, 말이 꽤 많으시네요?”“말 많고 적음은 상대에 따라 다르죠. 심 대표님도 평소에는 말수가 적은 편 아닌가요? 그런데 오늘은 꽤 말을 많이 하네요. 오고 가는 말이 있어야 예의 아니겠어요?”현빈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지었다.“자, 이제 가요.” 정은은 남은 샌드위치를 냉장고에 넣고 찻잔까지 깨끗이 씻은 후 나왔다.고개를 들자 마침 재석이 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선배님, 오늘도 집에 있었어요?”“응.” 정은을 바라보는 재석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심 대표님과 함께 외출하려고?”“네, 우리...”“얼른 가자.” 현빈은 자연스럽게 정은의 가방을 받아들었다. “골목에 차를 오랫동안 세우면 또 누가 뭐라고 할지도 모르잖아.”“아, 네! 선배님, 그럼 이만 가볼게요. 나중에 봐요.”재석은 ‘우리'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귀에 거슬렸다.그는 속으로 피어오르는 의심을 애써 누르며 대답했다. “그래.”가는 길에 정은이 물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언제 돌아오셨어요?”현빈은 앞을 똑바로 보며 짧게 대답했다. “저번 주 금요일.”“잠깐 마트에 들러서 과일 좀 살게요.”“누구에게 줄 건데?”“당연히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께 드리는 거죠.”“그럴 필요 없어. 남도 아닌 가족인데, 뭘 사? 빈손으로 가도 괜찮아.”“그래도 처음 찾아뵙는 건데 그냥 가면 좀 실례인 것 같아서요.”“그게 두 분께 더 거리감을 줄 수도 있어. 내 말 들어.”“알겠어요.”이씨 가문 본가는 유서 깊은 곳으로 호수 근처에 자리 잡고 있었는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47화

    정은은 멍해졌다.남자는 잘 재단된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고, 몸에 꼭 맞는 핏이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와 탄탄한 체형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하지만...얼굴 살이 좀 빠진 것 같았다. 살짝 움푹 패여 두 눈은 더욱 깊고 가늠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자아냈다.현빈은 살짝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 뜨거운 온기가 잔을 타고 손바닥에 전해졌다.“난 차 가리지 않아. 고마워.”“먼저 좀 앉아 있어요. 안에 가서 물건 좀 챙겨야 해서야. 그리고 바로 출발해요.”“알았어.”현빈은 정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맑은 차를 응시했다.예전에 현빈은 농담으로 정은에게 몇 번이나 위층에서 차 한 잔을 대접해 줄 수 있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예외 없이 거절당했다.그런데 지금은 버젓이 집 안에 들어와 정은이 직접 끓인 차를 받아들고 있다니. 손 닿을 거리에서 건네받은 이 상황은 왠지 모르게 낯설었다.현빈이 수없이 바라왔던 장면이 현실이 되었지만, 그 이유는 두 사람의 관계가 연인이 아니라... 남매처럼 변했기 때문이었다.‘참 아이러니하네.’혀끝에 감도는 씁쓸함을 삼키며 현빈은 시선을 돌렸다.오늘은 영하 3도. 정은은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핑크색 패딩에 카키색 캐시미어 니트와 울 스커트를 매치했다. 스커트 길이와 패딩 길이가 비슷해 전체적인 실루엣이 단정하면서도 발랄했다.거기에 롱부츠까지 신으니 젊고 생기 넘치는 분위기가 한층 더해졌다.작은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어제 충분히 쉰 덕분인지 혈색도 좋아 보였다.“다 됐어요, 오빠. 가요.”정은의 목소리는 부드럽게 현빈의 심장을 파고들어갔다.간지럽고 짜릿했다.“오빠?”현빈은 정신이 번쩍 들더니 다소 급하게 소파에서 일어섰다.“응, 가자.”말을 끝내자마자 그는 먼저 현관으로 향했다.몸을 돌리는 순간,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옆에 늘어진 손은 서서히 주먹으로 쥐어졌다.현빈은 감정을 억누르고, 또 억눌렀다.정은은 그 뒤를 따르다가 식탁 위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46화

    정은은 전화를 받으며 약간 멍해졌다.저쪽에서는 조용히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왜 그래? 나를 ‘오빠’라고 불렀으면서, 이제 와서 만나기 망설여지는 거야? 아니면...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 걸 받아들이기 싫은 거야? 그때 했던 말들은 전부 거짓이었어?]“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려요. 지금 내려갈게요.” 정은은 단번에 대답했다.현빈의 말이 맞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됐으니 더 이상 거리낄 게 없었다.그녀의 단호한 대답에 저쪽에서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에야 현빈은 다시 입을 열었다.[할아버지랑 할머니가 L시에서 돌아오셨어. 네가 최근에 프로젝트를 끝냈으니 시간 있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 너 데리고 본가에 가서 같이 식사하자고 하셨어.]이춘재와 봉수진은 L시에 머물면서 점점 그곳에 정이 들었고,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매일 딸을 볼 수 있는 데다 소진헌과 같은 자상하고 든든한 사위가 곁에서 돌봐주니 하루하루가 평온하고 만족스러웠다.그러다 이미숙은 출판사의 초청을 받아 G시에서 사인회를 열게 되었고, 이어서 S시로 날아가 독자와의 사인회에 참가해야 했다.물론 소진헌도 함께 가기로 했다. 출판사에서는 이미 이미숙 가족의 숙박, 식사, 항공권까지 전부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야말로 최상의 경험을 보장해 이미숙이 앞으로 더 많은 오프라인 행사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였다.출판사는 이미숙을 행사에 초대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정작 두 어르신은 가고 싶어 하면서도 긴 여행에 노쇠한 몸이 무리일까 걱정했다. 결국 이민이 가장 먼저 반대했다.원래 이미숙은 혼자 G시로 가고 소진헌은 집에 남아 이춘재와 봉수진을 모시기로 했었다.소진헌은 상관없다고 했지만, 두 어르신은 그가 함께 가서 이미숙을 돌봐주길 원했다.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엿보였다.소진헌은 꽤 흐뭇했다. 평생 강단에 서는 것 외에는 자신이 이렇게 중요하게 여겨진 적이 없었기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결국 이미숙도 두 어르신의 뜻을 꺾지 못했고, 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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