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01화

드디어 검은 포스를 풀풀 풍기던 대표님이 가신단다. 신세희는 아무렇지도 않은 눈치였다. 부소경이 있든 없든 그녀는 한결같이 업무를 보았을 테고 집에서도 늘 그와 식사를 함께했으며 밤에도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으니 그가 무서울 리 없었다.

“조심해서 가요.”

신세희가 도안을 내려놓으며 그에게 말했다.

“차는 식기 전에 마시고.”

부소경이 말했다.

“네.”

“그리고 반 시간마다 목 스트레칭도 하고, 건강 챙겨야지.”

부소경이 또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네.”

“......”

이쯤되니 부소경은 문득 궁금해졌다. 두 친구와 있을 때는 그렇게 활짝 웃었으면서 왜 남편인 자기한텐 이렇게 무뚝뚝한 걸까. 당장 따져 묻고 싶었지만 여자들까지 질투하는 사람으로 기억될까 봐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불만을 억누르며 사무실을 나섰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신세희는 그를 배웅하지도 못했다. 할당된 업무는 제때 완성해야 할 게 아닌가. 사실 오전이면 끝날 업무였으나 임서아와 부소경의 방해로 아직 절반밖에 해내지 못한 참이었다. 게다가 부소경이 회사를 벗어나기만 한다면 동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몰려들어 그녀에게 말을 걸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부소경이 엘리베이터에 오르자마자 사람들은 신세희를 빠짐없이 둘러쌌다.

“어쩜 저렇게 따뜻한 남편을 두셨어요.”

“F그룹의 대표님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뻔했지 뭐예요?”

“세상에... 세희 씨, 대체 저 살아있는 염라대왕 같은 분을 어떻게 길들인 거예요?”

“저도 가르쳐 주세요.”

“어떻게, 무릎이라도 꿇을까요?”

신세희는 말문이 턱 막혔다. 부소경을 길들였다고? 그가 과연 길들여지는 사람이었던가? 그녀는 한 번도 누군가를 길들인다거나 굴복시키려고 한 적 없었다.

다만 그녀가 겪어야 했던 고난들에 마음은 이미 무뎌진 상태였다. 그녀는 벼랑 끝을 걷는 기분으로 6년을 버텨왔다. 두려움과 걱정으로 가득 채워진 나날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감정이 되어버린 것이었지만 사무실 동료들이 그녀의 사정을 알 리 없었다. 신세희는 이내 설핏 웃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