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어?” 임서아는 의기양양 해하며 신세희에게 물었다.신세희는 차갑게 임서아를 쳐다보았다. “그게 누군데?”“한 번 맞춰봐.”“감옥에 있는 범인? 사형수야?” 신세희는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그날 그 남자를 만나러 갔을 때, 그는 완전히 갇혀 있는 상태였다.그녀의 말에 임서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세희, 넌 틀림없이 그게 누군지 맞추지 못할 거야. 그러니까 내가 알려줄게. 내일 아침 일찍, 한 일곱 시? 그때 이 근처 아롱분식에서 만나자. 만나서 자세하게 알려줄게. 그래도 되지?”“왜 지금 안 알려주는 건데?” 신세희가 그녀에게 물었다.“그게, 지금은 날이 너무 어두워졌잖아. 너한테 알려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알려줘야 할 거 아니야. 나도 지금 너랑 같아. 배 속에 애가 있어. 난 부씨 집안 도련님의 애를 배 속에 품고 있어. 이 아이가 얼마나 귀한지 알아? 난 아주 작은 사고도 나면 안 돼. 그래서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해. 이거 하나만 기억해. 내일 아침 일찍, 아롱분식에서 만나는 거야. 알았지?”“무슨 꿍꿍이야?”신세희의 말에 임서아가 웃기 시작했다. “걱정하지 마. 너 모레면 떠나잖아. 그런 너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하겠어? 그리고 지금 내 신분으로, 그것도 부씨 집안에서 나한테 들이는 정성으로 너 같은 애 하나 없애는 게 얼마나 쉬운지 알아? 개미 한 마리 죽이는 것보다 더 쉬울걸? 내가 그런 너한테 무슨 짓을 하겠어?”“…” 임서아의 말이 맞았다.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이틀 후에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마침 내일 하루의 시간이 비게 된다. 진짜 임서아의 말대로 아이의 아빠가 살아 있고 그것도 이 도시에 있다면 신세희는 그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었다. 자기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 변명의 여지라도 남기고 싶었다.몇 분 뒤, 신세희는 임서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알겠어. 내가 뭘 해주면 되는데?”임서아가 이런 큰 비밀을 아무런 조건 없이 알려줄 리가 없다.“당연히 네가
신세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 있음에도 머리가 어질어질했고, 본인이 말하는 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었다. “너… 방금 뭐라고 한 거야?”“오늘은 내가 결혼하는 아주 경사스러운 날이라고. 나 오늘 운성에서 제일 잘나가는 남자랑 결혼해. 그리고 그 남자가 네 아이의 아빠야.” 임서아가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그녀는 절친한 친구에게 말하는 것처럼 신세희에게 말했다.신세희는 넋을 놓고 임서아를 쳐다보고 있었다.그녀는 영혼이 빠져나간 것처럼 앉아있었다. 그녀는 계속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이래?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그 남자 이미 죽은 거 아니었나?”그 남자 이미 죽은 거 아니었어?그 남자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세희는 계속 이 화제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이 얘기를 꺼낼 때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해 보였으니까.인생에 한 번뿐인 첫 경험을 곧 죽어가는 남자에게 줘버렸다.게다가 그 죽은 남자의 아이까지 임신했다.심지어 그녀는 그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 남자는 젊은 남자였을까, 늙은 남자였을까?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자신의 배 속에 아이가 그녀의 유일한 위로였다. 앞으로 이 아이의 출신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그녀는 배 속의 아이를 하늘이 자신에게 내려준 더없이 귀중한 선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이 세상에 남은 가족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그녀에게는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게 바로 신세희가 다른 도시에 가고 싶어 했던 이유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 남자 살아있을 줄은 몰랐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그 남자가 부소경이라고?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왜 그러면 안 되는데?”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한 신세희의 얼굴에 임서아는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신세희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이미 탈진한 상태라 몸에 힘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런 그녀의 상태를 훤히 꿰뚫어 본 임서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미소 지었다."얘, 세희야, 너랑 난 그래도 의매잖니. 넌 우리 집에서 8년이나 함께 지냈어. 부모님은 널 딸처럼 여기시면서 먹이고 입혀주셨고 나도 널 언니처럼 따랐다고. 그런데 진실을 말해줘도 어떻게 그걸 농담 취급할 수 있어? 오늘은 내 결혼식 날이야. 내가 농담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사실 신세희는 임서아가 그녀에게 농담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을 뿐이었다.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낸 임서아가 한 동영상을 신세희에게 보여주었다."이걸 봐."저도 모르게 동영상으로 눈길을 돌린 신세희의 표정에 대번에 놀라움이 번졌다.영상 속 장소는 산 중턱의 별장이었다. 바로 3개월 전 그날 밤 그녀가 갔던 곳 말이다.신세희는 낡고 오래된 그 별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카메라가 천천히 클로즈업되면서 대문을 지나쳐 흐릿한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신도 가본 적 있는 방이었다.그러나 영상 속의 방은 지난번처럼 어두컴컴하진 않았다. 대신 누런 조명이 켜져 있었다.희미한 조명 아래 수염이 덥수룩하고 수척한 남자가 앉아 있다.카메라가 그 남자의 얼굴을 가까이하자 신세희는 비로소 그가 부소경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정말 부소경이었다니!눈물이 두 볼을 타고 툭 떨어졌다. 그에게도 이렇게 초라한 시절이 있었단 말인가?"똑똑히 봤지? 이젠 좀 내 말이 믿어져? 내 남편이 확실하지? 맞아, 이 영상은 네가 그 사람과 하룻밤을 보내기 보름 전에 촬영한 거야. 그때 아빠가 부소경의 소재를 그의 맏형인 부소건에게 보고하려고 찍은 영상이지. 이렇게 네가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임서아가 만족스럽다는 듯 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경악하고 발악하다가 나중에는 체념하는 신세희의 모습을 꼭 보고 말리라 다짐했다.아니나 다를까 벌떡 일어난 신세희가 히스테릭하게
신세희가 딱딱한 어조로 물었다."임지강이 겉으로는 부소건 편을 드는 척하면서 몰래 나를 내세워 부소경에게 잘 보이고 있었다고?"임서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런 건 아니고. 네가 누구의 비위를 맞추는 걸 도울 주제나 되는 것 같아?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어. 너는 그저 죄수일 뿐이었지, 감옥에 갇힌 죄수 말이야.아빠는 사실 부소건 쪽으로 더 치우치셨어. 왜냐하면 그는 명실상부한 부씨 집안의 큰 도련님이니까. 몰래 부소경을 도와준 건 단지 일종의 보험이었던 거지. 혹시라도 부소경이 판을 뒤엎으면 어떡해? 그래도 대비는 해야 할 거 아니야. 부소건이 가장 신뢰하는 사람도 우리 아빠였어. 그는 부소경을 죽이는 일도 우리 아빠한테 맡겼지. 사실은 그냥 창녀 하나 구해다 쓰고 없애버리라고 했거든? 하지만 우리 아빠는 매우 꼼꼼한 분이시잖니. 어차피 없앨 거 감옥에 있는 사람이어도 괜찮겠다 싶으셨던 거야. 다 쓰고 나면 다시 감옥에 돌려보내면 되니까. 만약 부소경이 정말 죽기라도 한다면 너에게 탈옥해서 살인을 저지른 죄를 뒤집어씌워 사형에 처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이렇게 배은망덕한 수양딸을 제거해버린다면 나중에 번거롭지도 않을 거고, 부소경도 제거할 수 있고, 무엇보다 부소건의 일등 공신도 될 수 있잖아. 이거야말로 일석삼조 아니겠어?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부소경이 판을 뒤집었을 때 우리 아빠가 부소경을 구한 일등 공신이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지. 그때가 되면 그를 구한 여자는 네가 아니라 바로 나, 임서아가 될 테고 말이야. 나는 그의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아이도 임신한 셈이지. 하하, 신세희, 우리 임씨 집안의 계책이 정말 훌륭하지 않니?"신세희의 입가에 조용히 쓴웃음이 맺혔다."정작 그의 목숨을 구해준 여자는 임서아 네가 아니라 나인 거고, 그의 아이를 밴 여자도 나였던 거야.""맞아!"임서아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네 가족은 이걸 다 알고 있었어?"신세희가 물었다."당연한 거 아니야? 신세희, 우리 아빠가 널 감옥에
신세희는 멍하니 임서아를 쳐다보았다. 입은 꾹 다문 채로 눈동자는 흐리멍덩하니 초점도 없어서 꼭 마치 백치 같았다.이 모습에 임서아는 더욱 기뻐하며 그녀를 자극하려 들었다."왜냐하면, 네가 어제 부씨 저택에서 상류층 전체의 미움을 샀을 뿐만 아니라 내 남편 부소경의 눈 밖에도 났으니까. 넌 네 휴대폰을 박살 내면서 모든 사람에게 앞으로 다시는 운성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고 다시는 부소경과 얽히는 일이 없을 거라고 단호하게 말했잖아. 어제 그렇게 맹세해놓고 오늘 바로 내 남편을 찾아가면 우리 그이가 널 어떻게 생각하겠어. 흠, 잔인한 내 남편의 성정으로 보았을 때 당장 너를 걷어차 버리지 않을까? 맞아, 그이는 분명 네 배를 뻥 차버릴 테지. 아아, 정말 너무 재미있는 구경거리겠어. 하하하."생각할수록 너무 훌륭한 계책 같았다.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역시 자신의 엄마인 허영뿐이었다.사실 이 계책은 허영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심지어 임지강도 몰랐다.허영은 당시 임서아에게 이렇게 당부했었다."신세희를 완전히 없애버리려면 생각을 비틀기도 해야 하거니와 위험한 수도 둘 줄 알아야 해. 이 사건의 진실을 신세희에게 알리는 거야. 그 애 배 속에 품고 있는 아이야말로 부소경의 친자라는 사실을!"허영의 이런 계책을 들은 임서아는 가슴이 철렁했다."엄마, 그러면 신세희는 반드시 소경 오빠를 찾아가 한바탕 난리를 피울 거라고. 그럼 우린 끝난 거 아니야?""바로 그거야. 난리를 피울수록 부소경은 점점 더 그년을 혐오할 거란다. 만약 신세희가 결혼식 날에 소란을 피운다면, 설령 부소경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부씨 집안 어르신의 그 불같은 성정으로 보았을 때 당장 지팡이로 그년의 배를 쳐버리지 않고는 못 배길걸? 그럼 아이도 함께 사라지는 거야."허영이 악독한 표정을 지으며 임서아를 구슬렸다.생각할수록 훌륭한 계략이었다."정말 잘 됐다, 역시 엄마야!"허영은 더욱 기고만장하게 말했다."만약 부소경도, 어르신도 신세희에게 손을 대지 않더라도 우리에겐
케이스는 텅텅 비어있었다.'감히 나를 속여?'임서아는 식탁 위로 거칠게 케이스를 내던졌다.직원이 임서아에게 따졌다."손님, 가게에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시면 안 됩니다!""돈을 더 내면 될 거 아니야!"임서아는 십만 원을 꺼내 탁자 위에 던지고는 가방을 챙겨 가게를 나섰다.직원이 뒤에서 구시렁거렸다."돈이 많으면 다야? 저런 지랄맞은 성격으로 평생 결혼은 꿈도 못 꿀 거다."갑자기 몸을 홱 돌린 임서아가 직원을 거만하게 쳐다보았다."이런 데서 서빙이나 하는 불쌍한 알바생아, 잘 들어. 오늘이 바로 내 결혼식 날이란다. 우리 남편이 누군지 알아? 그이는 널 한 손으로 짓이겨버릴 수도 있는 사람이야."직원은 임서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몸을 흠칫 떨었다.임서아가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내 남편은 이 남성에서 가장 권력 있는 사람인 부소경이라고. 부소경 몰라? 우리 오늘 결혼해! 질투나 죽겠지? 나는 남성의 모든 여자가 날 질투했으면 좋겠어. 이제부터 내가 부씨 집안 안주인이니까. 하하하!"광기 가득한 임서아가 분식집을 나섰다.부아가 치밀어 오른 직원은 침을 뱉듯이 읊조렸다."결혼식 거하게 망해버려라."임서아가 미처 듣지 못한 저주였다.분식집을 나선 임서아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겨우 1, 2분 남짓한 시간에 신세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설마 충동적으로 차도로 뛰어들어 자살한 건 아니겠지?'재미없긴.'임서아는 신세희가 알아야 할 두 가지 비밀을 준비해둔 참이었다. 그러나 미처 두 번째 비밀을 알리기도 전에 떠나버리다니.'그 초라한 월셋집으로 돌아갔겠지?'임서아는 빈민촌에 가서 신세희의 모습을 다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했던 터라 바로 돌아가서 메이크업을 받아야 했다. 그녀는 반드시 이 운성에서 가장 빛나는 신부가 되어야 했다.임서아는 아쉬운 마음을 안고 자신의 스포츠카를 타고 돌아갔다.한편 넋이 나간 신세희는 터덜터덜 골목길을 걸으며 임서아의 말들을 곱씹었다.배 속의 아이가 부소경의 아이라니!드디어 임씨 집
부소경이 바로 그날 밤 그 남자였다.벅차오른 신세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보처럼 웃었다."아이 아빠가 살아있었어? 그것도 부소경이라니. 하느님, 제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어떻게 아셨나요. 절 도와주시는 거죠? 이젠 아이에게도 아빠가 생기게 되는 거죠? 우리 아이는 자기 아빠처럼 인정받지도 못한 채 쫓기듯 살 필요는 없겠죠? 부소경 씨는 꼭 저와 제 아이를 인정해주겠죠? 네?"신세희는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초라한 월셋집으로 달려갔다.그녀는 달리면서도 고개를 위로 젖히고 때론 웃다가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그녀를 발견한 행인들은 저마다 수군거렸다."봐봐, 바로 저 여자야, 명문가에 연줄이 닿고 싶어서 안달 난 여자.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있던 그 영상 봤었어? 그런데 지금은 아마 영상들이 다 내려갔을걸?""부잣집 도련님을 둘이나 끼고도 왜 아직도 이런 빈민촌에 살고 있대?""고작 저런 여자가 부잣집 도련님과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는다고? 그 사람들 눈은 장식이겠어? 하물며 몇조 원의 자산을 가진 그들 부모가, 그런 거물급들이 그렇게 멍청할 리가 없잖아!""다 저 여자가 주제를 몰랐던 거지. 그런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면 확 뜰 거라고 생각했나 봐. 그런데 그 영상은 풀린지 고작 하루 만에 말끔히 지워졌잖아.""그 잘난 상류층 사람들이 자기네 도련님들의 스캔들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저 여자는 그저 상류층의 가벼운 웃음거리일 뿐이야.""휴, 불쌍해라.""자업자득이라고!"지나가는 이웃들은 신세희를 보며 별말을 다 지껄였지만 그녀의 귀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월세방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휴대전화가 깨졌으니 부소경도, 조의찬도, 서시언의 연락처도 찾을 수 없었다. 불현듯 어제 오후 서준명이 그녀에게 어려운 일이 있으면 꼭 연락하라고 남겼던 연락처가 떠올랐다.그때 화가 난 그녀는 그의 연락처를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었다.하지만 아침 일찍부터 임서아와 약속을 잡았기에 미처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했으
서준명은 잠시 멈칫하다가 침착하게 물었다."신세희 씨, 뭐라고 하신 거죠?""서준명 씨, 저를 도와주실 수 있다고 하셨죠? 한 번만 도와줘요, 부탁할게요. 어제 휴대폰이 깨져서 연락처가 모두 사라졌어요. 지금 당장 부소경 씨를 만나야 하는데, 그 사람이 오늘 어디에서 결혼식을 하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반드시 그 사람을 만나야 해요. 부탁드려요, 서준명 씨.""세희 씨, 진정해요. 일단 무슨 일인지 저한테 알려줄 수 있어요? 부소경은 왜 찾으시는 거죠? 오늘은 그 사람 결혼식이에요. 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제가 도와드릴게요."서준명이 다시 물었다."아무도 도울 수 없는 일이에요! 오늘 부소경 씨가 임서아와 어디에서 결혼하는지 알려주세요. 부탁드려요!"신세희는 서준명과 가까이에 있던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도 들릴 만큼 매우 다급하고도 큰 소리로 외쳤다.서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부소경의 결혼식에 참석할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서씨 집안 어르신과 부태성 어르신 두 분 사이가 워낙 좋기도 했었고, 부씨 집안의 자손들 모두 서씨 집안 어르신을 존경했다. 더구나 서씨 집안 어르신은 늘 공정하게 모든 사람을 대했었다. 반년 전 부씨 집안의 권력투쟁이 한창 치열하던 때, 부씨 가문의 장손 부소건이 그에게 자신을 도와 부소경을 처리할 것을 부탁드렸을 적에도 이렇게 말했었다."소건아, 소경이는 비록 계승권이 없는 서자이긴 하나, 내 눈엔 그 아이 또한 부씨 가문의 자손이다. 나는 너희 부씨 집안 사람들을 늘 동등하게 생각한단다. 너희 집안의 권력투쟁에서 누가 옳든 그르든 나는 참여할 생각이 없구나. 나는 너를 돕지도 않을 것이고 그 아이는 더더욱 돕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그 누가 권력을 손에 쥔다고 하더라도 나는 변함없는 너희들의 서씨 할아버지란다. 다만 나는 너희들이 서로를 다치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구나."이 말을 들은 부소건은 그에게 존중을 표했었다.당시 서씨 집안 어르신의 언행은 수동적인 상황에 처해 있었던 부소경에게도 전해졌었고 나중에 부소경이 권력을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