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는 안 되지!조의찬은 오늘 신세희에게 자신의 매운맛을 보여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부소경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는 사람은 아니었다.조의찬은 음흉하고도 냉랭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신세희는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의찬씨, 미안해요. 이번 일은 하지 않을게요.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당신한테 고백하는 게 아닌데… 앞으로 다시는 귀찮게 굴지 않을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말을 끝낸 후, 신세희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신세희는 질겁 해하며 고개를 돌렸고 조롱이 가득한 말투와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말았다.조의찬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들어오기는 쉬워도 나가기는 어렵다는 말, 들어봤어요?”“그래요?” 신세희는 순식간에 감정을 가다듬은 후 조의찬을 쳐다보더니 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오호, 벌써 생각을 바꾼 거예요?” 조의찬이 음흉하게 웃었다.신세희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의찬에게 다가갔다. 순식간에 그녀의 손에 주사기 하나가 들려있었다 주사기 안에는 보랏빛이 도는 빨간색의 액체가 담겨있었다.그녀는 주사기를 조의찬의 목에 갖다 대더니 악랄하게 냉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게임이 진짜 재밌죠!”조의찬은 깜짝 놀랐는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아… 안에 뭐가 들었는데요?”“글쎄요? 뭘까요?”“당… 당신!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조의찬은 몸이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소파에 쓰러져버렸다.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미 머나먼 구석으로 피신한 지 오래였다. 여자 몇 명은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당신, 차단제는 있어요?” 신세희가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없어요? 그럼 더 좋고요.” 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잠깐… 신세희씨… 우리 말로 해요. 필요한 건 뭐든지 줄게요. 당신, 잠… 잠깐만요. 가까이 오지 말아요…”신세희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의찬씨, 의찬씨가 날 사랑
신세희는 룸에서 나온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녀는 하마터면 바닥에 그대로 쓰러질뻔했다.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조의찬은 그녀의 마음속에 유일하게 남은 온기였다. 하지만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그녀에게 나타났다. 조의찬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가지고 놀 줄은 몰랐다. 그녀는 쓰레기통으로 걸어가 닭 피가 들어있는 주사기를 버려버리고는 넋을 잃은 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문을 나서자마자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고 그녀는 아무 곳에나 쭈그려 앉아 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막 속을 다 게워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신세희는 그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나섰고, 검은 옷을 입고 어둠 속에 서 있는 남자 한 명을 발견했다. “곽대표님, 조의찬 그 자식 제일 안쪽에 있는 룸에 있는 거 맞죠? 확실한 거죠?”상대방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 문은 눈 감고도 열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깔끔하게 처리할게요. 보장할 수 있어요. 대신 제 계좌에 1억 넣어주시는 거 잊지 마세요.”신세희는 그대로 얼어버렸다.전화를 끊은 남자는 제자리에서 담배를 피며 자신의 옷과 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신세희는 발걸음을 돌리더니 건물 안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더니 다시 옥상으로 돌아갔다.조의찬이 있는 룸 앞에 도착한 그녀는 주먹이 부서져라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문 열어요! 당장 문 열어요! 의찬씨, 문 좀 열어줘요!”같은 시각,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느 정도 평정심을 되찾은 상태였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중에 있던 남자 한 명이 조의찬을 비웃기 시작했다. “우리 도련님 방금 엄청 놀라시던데, 요즘 그런 피를 어디서 구한다고. 본인이 그런 병에 걸리지 않은 이상 구하기 힘들어요. 그리고 그런 병에 걸릴 이유도 없잖아요.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교도소에서 2년이나
신세희가 다시 깨여났을 때 그녀는 이미 응급차에서 내려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신세희는 의사의 손을 잡더니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 저한테 마취제 놓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저 마취 안 할래요.”“…”“저 임산부예요. 제 아이를 지키고 싶어요. 저는 이제 남은 가족이 아무도 없어요.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제 유일한 가족이에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제발… 마취하지 말아 주세요.” 신세희가 울면서 애원했다.“…”“엄청 아플거에요. 견딜 수 있겠어요?”신세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죠!”“알겠어요.” 말을 끝낸 후, 의사는 그녀를 수술실로 끌고 갔다.서시언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수술실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한 시간 뒤, 신세희는 수술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한가득 나 있었다.서시언은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서시언씨, 고마워요, 이제 돌아가셔도 돼요.” 신세희가 허약한 말투로 말을 걸었다.그녀의 말에 서시언이 반박했다. “어떻게 그래요? 당신 이제 금방 수술 끝냈어요. 배 속에는 아이까지 있는 상태고요. 옆에 보살펴주는 사람도 없이 어떻게 지낼 거예요?”신세희는 서글픈 얼굴로 서시언을 쳐다보았다. “서시언씨, 바라는 게 뭐에요? 내가 뭘 해주길 바라는 거예요? 당신도 나 갖고 노는 거예요?”“…”조의찬은 줄곧 그녀의 옆에 있어 주었다. 그런 조의찬이 이런 짓을 했는데… 그녀가 서시언을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그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걱정하지 말아요. 난 당신한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말을 끝낸 후, 그는 신세희를 병실로 데려다주었다.서시언은 그녀를 위해 간병인을 고용했고, 매일 병원에 찾아와 신세희를 보살펴주었다. 마취를 하지 않은 이유와 적당한 날씨 덕분에 신세희의 상처는 빠르게 아물었다. 사실 사흘만 입원해도 충분했다.하지만 서시언은 그녀가 병원에 조금 더 있으면 했다.신세희가 병원에 입원한 동안 조의찬
”너 이 년!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그렇게 우리 집안에 들어오고 싶어? 처음에는 우리 손자한테 다리를 걸치더니, 이제 희망이 없어 보이니까 우리 외손자한테까지 달라붙어? 이 쌍년, 내 말 잘 들어. 앞으로 한 번만 더 우리 집 남자들한테 빌붙으면 바로 확 묻어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아!” 제일 앞쪽에 서 있던 부태성이 신세희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신세희의 얼굴빛은 점점 더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상황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어르신, 죄송해요. 하지만 전 어르신 손자 부소경한테 꼬리친 적 단 한 번도 없어요! 어르신 외손자인 조의찬도요! 오히려 제가 조의찬의 목숨을 구해줬어요!”“네가 우리 의찬이 목숨을 구해줬다고?” 그녀의 말에 중년의 귀부인이 예리하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네가 아니었다면 우리 의찬이가 그런 위험에 빠졌을까? 우리 의찬이가 왜 곽세건의 심기를 건드리게 됐는데? 이게 다 네가 벌인 그 말 같지도 않은 일들 때문이잖아! 미천한 년! 곽세건의 목숨도 감히 건드리는 애가 무슨 일을 못 해내겠어! 소경이한테 붙었다, 의찬이한테 붙었다, 곽세건 그놈한테도 붙었다. 말해봐! 대체 얼마나 많은 남자한테 꼬리를 친 거야?”신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가요! 지금 당장 나가세요! 여긴 내 병실이에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침대맡에 있는 벨을 누르기 시작했다.잠시 후,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병실에 가득 찬 사람을 보자 간호사는 깜짝 놀라 버렸다. “제가 시끄러운 걸 못 참아서요. 지금 잠깐 좀 쉬고 싶은데… 이 사람들 좀 다 내보내 주세요.” 신세희는 평온하게 말했다.간호사는 화가 난 얼굴로 신세희의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당신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환자분 임신 중이라 수술할 때 마취도 안 했어요. 그런 아픔을 억지로 버텨온 사람이에요. 지금 겨우 버티고 있는 사람을 이렇게 방해하면 어떻게요? 모두 나가세요!”간호사는 병실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 만약 알
분명히 그럴 것이다.임서아는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혹시 오늘 저랑 웨딩드레스 피팅하러 가려는 거예요? 요 며칠 또 살이 쪘지 뭐예요. 특히 뱃살이 좀 심해요. 배가 점점 더 불러와서 더 늦으면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을 수 없을 거예요."부소경이 싸늘하게 말했다."엄 비서를 보낼 테니까 내일 피팅해.""그럼 오늘은..."특별히 같이 있어 주려고 온 건가?임서아는 더욱 기뻤다."임씨 집안에서는 전에 곽세건과 왕래했습니까?"부소경이 불쑥 질문했다.허영과 임서아는 깜짝 놀라며 몸을 흠칫 떨었다.부소경이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한단 말인가?허영이 횡설수설하며 말했다."도련님, 아시잖아요, 우리 임 씨 집안은 줄곧 도련님을 따랐습니다. 곽세건이 도련님과 철천지원수라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 우리가 감히 어떻게 그런 자와 왕래할 수 있겠습니까?"임서아도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오빠. 저희는 곽세건 같은 인간과 연락하며 지내지 않아요.""며칠 전에 곽세건과 통화했던데."부소경은 여전히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그러나 허영과 임서아는 너무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당황한 두 사람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노련함은 인생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먼저 마음을 가라앉힌 허영이 입을 뗐다."다 신세희 때문이지요. 그 애는 비록 우리 집에서 자랐다고는 하나 전혀 말을 듣지 않았어요. 어릴 때부터 해라는 공부는 안 하더니 대학에 가선 글쎄 곽세건과 눈이 맞는 게 아니겠어요? 곽세건이 신세희를 찾지 못하니까 전화한 겁니다.""그랬어?"부소경이 물었다.임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저를 못 믿는 거예요?"자리에서 일어난 부소경은 임서아의 어깨를 매만지며 다시 말했다."내일 엄 비서를 보낼게."그 말을 들은 임서아가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네."부소경이 자리를 떠났다.그날 오후 쯤,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 부소경은 또다시 신세희가 있는 병원에 갔다. 이번에 그는 혼자 찾아갔다. 그런데 병
잠시 멍하니 있던 서시언은 곧 난처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다 이내 웃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넷째 도련님.""두 번 말하게 하지 마."부소경의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서시언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부소경의 악랄함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비록 차분한 말투로 말하지만 다음 순간 돌변하여 죽이려 들 수도 있었다.서시언이 떠난 뒤, 신세희의 곁에 다가온 부소경은 쌀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신세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이혼 절차를 밟으려고 온 거예요? 하지만 난 지금..."그녀는 난처한 표정으로 자신의 두 팔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이 입을 열었다."남자를 꾀는 데 도가 텄군! 처음엔 나였다가 그다음엔 서준명, 그러다가 의찬이도 건드리고 나중에는 곽세건까지... 이젠 하다 하다 서시언이 직접 밥까지 먹여주는 거야?""무슨 뜻이에요?""서시언이 밥 먹여주니까 좋아?""......"왠지 부소경이 다짜고짜 화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고요한 눈동자 속에 분노가 가득 차올라 있었다.사실 부소경은 정말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매번 신세희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부소경은 알 수 없는 분노와 울화가 치밀었다.그 자신조차 영문을 몰랐다.신세희가 그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을 때, 목욕을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다 그의 품에 부딪혔던 날부터 그는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어쩐지 그날 밤의 여자가 임서아가 아니라 신세희인 것만 같았다.그동안 여러 번 꿈을 꿨는데도 항상 꿈속에 신세희가 나타났었다.하지만 꿈은 꿈일 뿐 현실이 아니었다.진실은 그날 밤 그의 목숨을 구한 여자가 임서아라는 점이었다.분명 그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상하게 신세희 곁의 다른 남자를 볼 때마다 부소경은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까만 해도 부소경은 서시언의 목숨을 끊어버릴 뻔했다.사실 그의 뾰족한 살의를 감지한 서시언은 거기에 놀라 도망친 것이었다.병원 복도를 뛰쳐나가 주차장까지 한걸음에 달려간 서시언은 놀란 가슴을 달
퉷,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서시언이 침을 내뱉었다."당신들... 조의찬이든, 서준명이든, 곽세건이든, 아니면 넷째 도련님이든... 다들 그러고도 남자라고 할 수 있어요? 남자가 돼서 어떻게 힘 없고 나약한 여자를 괴롭힐 수 있어요? 창피하지도 않나? 응? 특히 넷째 도련님은, 자기 어머니도 부씨 집안에 인정받지 못했던 가여운 분이셨는데 동정심도 없대요?"말을 마친 서시언은 죽음을 각오한 결연한 눈빛으로 엄선우를 보았다.마음속에 계속 담아두었던 말이었으나 사실 예전의 그라면 이런 말들을 감히 내뱉을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엄선우의 말에 다급해진 그는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엄 비서님, 내 목숨을 원하면 가져가도록 해요. 다만 우리 가족은 내버려 두길 바랄게요. 3개월 전 부씨 집안에서 피바람이 불었던 걸 기억하고 있어요. 많은 집안이 이 싸움에 연루됐지만 우리 가문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죠. 그러니 넷째 도련님과 그분의 어머니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해서 우리 가족은 건드리지 말길 부탁드립니다."엄선우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서시언을 바라보았다."자식, 이런 인성으로 왜 조의찬 도련님과 어울리는 거람? 정말 안타깝군.""......""앞으로 조의찬 도련님과는 어울리지 말아요, 친구 하기엔 부족한 사람이니까."엄선우가 말했다.서시언이 자조하듯 대답했다."저라고 과거가 깨끗했겠어요? 저도 의찬이 못지않았다고요. 요즘은 의찬이가 하도 신세희 씨한테 수작을 부리는 바람에 저도 억지로 신세희 씨를 알게 된 겁니다. 전... 신세희 씨가 좋습니다."엄선우가 언성을 높였다."어허, 못 들은 걸로 할 테니까 얼른 꺼지세요!""날 이렇게 보낸다고요?""상대하기도 귀찮군요, 가세요!""고마워요..."서시언은 차를 몰고 사라졌다.서시언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엄선우는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병실 앞에 도착한 그는 안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곽세건, 의찬이 다음엔 이젠 서시언까지. 바빠서 숨돌릴 틈도
당장 꺼지라는 부소경의 말을 들은 신세희는 가슴 한쪽이 유난히 따끔거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의연하게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2천만 원만 주면 당장 꺼져 줄게요.""이 도시에 얼씬도 하지 마.""당연하죠."신세희가 맞받아쳤다.몸을 일으킨 부소경은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면서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꼭 누군가를 죽여야 할 것처럼 속이 너무 갑갑했다.병실은 나선 부소경은 문밖에 서 있는 엄선우를 보았다."네가 왜 여기 있어?"부소경이 물었다."넷째 도련님, 오전에 은행에서 개인 계좌로 10억 인출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신세희 씨에게 주려던 10억 말입니다. 방금 은행 측에서 준비가 다 되었는데 언제 찾으러 오시겠냐고 문의가 왔습니다."엄선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필요 없어."부소경은 병원 밖으로 나가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네?"엄선우는 모른 척 되물었다."안 받겠다잖아!""......"엄선우는 신세희가 너무 안타까웠다.바보 같으니라고, 어떻게 10억을 마다할 수 있단 말인가!달라고 해도 안 줄 것 같다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부소경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다.그는 여태 한 번도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엄선우는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릴 뿐 입도 벙긋 못한 채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부소경을 따라 급히 걸음을 옮겼다.부소경이 차에 오르고, 병원을 막 나서며 엄선우가 어디로 갈 거냐고 물으려던 때 전화가 울렸다."여보세요?""고객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웨딩드레스 전문 업체입니다. 며칠 전에 약혼할 때 저희 가게의 웨딩드레스를 착용하셨는데, 그때 고객님께서 말씀하시길 곧 결혼식을 올릴 거라며, 다시 저희 가게의 웨딩드레스를 착용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마침 저희 가게에 신상이 들어왔는데 혹시 약혼녀분과 함께 보러 오시겠어요?"상대가 매우 정중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나 부소경을 쌀쌀하게 대답했다."필요 없어요.""네?""금액은 예정대로 지불하겠습니다. 웨딩드레스는 그쪽에서 알아서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