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 안에는 족히 2, 30명이 넘는 남자가 앉아있었다. 조의찬과 서시언 말고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눈에 띄는 노란색 머리를 하고 있거나, 비싼 옷을 걸치고 있거나, 건들거리며 담배를 물고 있었다.그들은 마치 사냥감을 보는듯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쳐다보고 있었다.하지만 신세희는 그들이 누군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남자들 맞은 켠에는 서른 명이 넘는 여자들이 앉아있었다.서른 명이 넘는 여자들은 무척이나 시원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고 전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신세희는 룸 안에 있는 사람들을 한번 흘겨보았다. 그녀는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지난번 크루즈에서 일어났던 일보다 훨씬 더 자극적일 거라는 사실을 알아챘다.그녀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 막 밖으로 나가려는데 서른 명의 여자 중 한 명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라이벌이 또 나타났네? 빨리 들어와서 앉아요. 근데 옷 너무 보수적으로 입은 거 아니에요? 이런 곳은 옷 그렇게 입고 오면 안 되는데.”그 말에 신세희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 당신 라이벌 같은 거 아니거든요!”“어머? 의찬씨는 그렇게 말 안 했는데? 의찬씨가 그랬어요. 당신 수단이 엄청나다고. 말솜씨가 엄청나다면서요? 동시에 세 다리, 네 다리도 걸친다고 그랬는데. 늙은 남자, 젊은 남자, 덩치 큰 남자, 몸이 약한 남자… 의찬씨, 총 몇 명이라고 그랬었죠?” 여자는 몸을 일으켜 조의찬 옆에 자리를 잡더니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말하기 시작했다.조의찬은 그 여자를 자신의 다리 앉히고는 눈동자를 굴리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한번 계산해 보자.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만… 맞아! 네 명이야!” 말을 끝낸 후, 조의찬은 구석에 앉은 서시언을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시언아, 오늘 이 형이 신세희 저 촌년 너한테 서비스로 선물해줄게. 대신 조건이 있어. 남자 네 명을 이겨야 해.”“…”조의찬과 서시언은 죽마고우
그렇게는 안 되지!조의찬은 오늘 신세희에게 자신의 매운맛을 보여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부소경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하는 사람은 아니었다.조의찬은 음흉하고도 냉랭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쳐다보았다.신세희는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의찬씨, 미안해요. 이번 일은 하지 않을게요. 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당신한테 고백하는 게 아닌데… 앞으로 다시는 귀찮게 굴지 않을게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말을 끝낸 후, 신세희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그녀는 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문이 열리지 않았다.신세희는 질겁 해하며 고개를 돌렸고 조롱이 가득한 말투와 일그러진 얼굴로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하고 말았다.조의찬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들어오기는 쉬워도 나가기는 어렵다는 말, 들어봤어요?”“그래요?” 신세희는 순식간에 감정을 가다듬은 후 조의찬을 쳐다보더니 그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오호, 벌써 생각을 바꾼 거예요?” 조의찬이 음흉하게 웃었다.신세희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의찬에게 다가갔다. 순식간에 그녀의 손에 주사기 하나가 들려있었다 주사기 안에는 보랏빛이 도는 빨간색의 액체가 담겨있었다.그녀는 주사기를 조의찬의 목에 갖다 대더니 악랄하게 냉소하기 시작했다. “이런 게임이 진짜 재밌죠!”조의찬은 깜짝 놀랐는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아… 안에 뭐가 들었는데요?”“글쎄요? 뭘까요?”“당… 당신!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에요!” 조의찬은 몸이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소파에 쓰러져버렸다.옆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미 머나먼 구석으로 피신한 지 오래였다. 여자 몇 명은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당신, 차단제는 있어요?” 신세희가 냉랭하게 웃으며 말했다.“…”“없어요? 그럼 더 좋고요.” 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잠깐… 신세희씨… 우리 말로 해요. 필요한 건 뭐든지 줄게요. 당신, 잠… 잠깐만요. 가까이 오지 말아요…”신세희는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의찬씨, 의찬씨가 날 사랑
신세희는 룸에서 나온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녀는 하마터면 바닥에 그대로 쓰러질뻔했다.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조의찬은 그녀의 마음속에 유일하게 남은 온기였다. 하지만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그녀에게 나타났다. 조의찬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가지고 놀 줄은 몰랐다. 그녀는 쓰레기통으로 걸어가 닭 피가 들어있는 주사기를 버려버리고는 넋을 잃은 채로 걸어가기 시작했다.문을 나서자마자 구역질이 나기 시작했고 그녀는 아무 곳에나 쭈그려 앉아 속을 게워내기 시작했다.막 속을 다 게워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신세희는 그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나섰고, 검은 옷을 입고 어둠 속에 서 있는 남자 한 명을 발견했다. “곽대표님, 조의찬 그 자식 제일 안쪽에 있는 룸에 있는 거 맞죠? 확실한 거죠?”상대방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목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 문은 눈 감고도 열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깔끔하게 처리할게요. 보장할 수 있어요. 대신 제 계좌에 1억 넣어주시는 거 잊지 마세요.”신세희는 그대로 얼어버렸다.전화를 끊은 남자는 제자리에서 담배를 피며 자신의 옷과 도구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신세희는 발걸음을 돌리더니 건물 안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더니 다시 옥상으로 돌아갔다.조의찬이 있는 룸 앞에 도착한 그녀는 주먹이 부서져라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문 열어요! 당장 문 열어요! 의찬씨, 문 좀 열어줘요!”같은 시각,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어느 정도 평정심을 되찾은 상태였다.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중에 있던 남자 한 명이 조의찬을 비웃기 시작했다. “우리 도련님 방금 엄청 놀라시던데, 요즘 그런 피를 어디서 구한다고. 본인이 그런 병에 걸리지 않은 이상 구하기 힘들어요. 그리고 그런 병에 걸릴 이유도 없잖아요.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교도소에서 2년이나
신세희가 다시 깨여났을 때 그녀는 이미 응급차에서 내려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신세희는 의사의 손을 잡더니 이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 저한테 마취제 놓지 말아 주세요… 제발요. 저 마취 안 할래요.”“…”“저 임산부예요. 제 아이를 지키고 싶어요. 저는 이제 남은 가족이 아무도 없어요. 배 속에 있는 아이가 제 유일한 가족이에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제발… 마취하지 말아 주세요.” 신세희가 울면서 애원했다.“…”“엄청 아플거에요. 견딜 수 있겠어요?”신세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죠!”“알겠어요.” 말을 끝낸 후, 의사는 그녀를 수술실로 끌고 갔다.서시언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수술실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한 시간 뒤, 신세희는 수술실에서 빠져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무척이나 창백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한가득 나 있었다.서시언은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서시언씨, 고마워요, 이제 돌아가셔도 돼요.” 신세희가 허약한 말투로 말을 걸었다.그녀의 말에 서시언이 반박했다. “어떻게 그래요? 당신 이제 금방 수술 끝냈어요. 배 속에는 아이까지 있는 상태고요. 옆에 보살펴주는 사람도 없이 어떻게 지낼 거예요?”신세희는 서글픈 얼굴로 서시언을 쳐다보았다. “서시언씨, 바라는 게 뭐에요? 내가 뭘 해주길 바라는 거예요? 당신도 나 갖고 노는 거예요?”“…”조의찬은 줄곧 그녀의 옆에 있어 주었다. 그런 조의찬이 이런 짓을 했는데… 그녀가 서시언을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그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걱정하지 말아요. 난 당신한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말을 끝낸 후, 그는 신세희를 병실로 데려다주었다.서시언은 그녀를 위해 간병인을 고용했고, 매일 병원에 찾아와 신세희를 보살펴주었다. 마취를 하지 않은 이유와 적당한 날씨 덕분에 신세희의 상처는 빠르게 아물었다. 사실 사흘만 입원해도 충분했다.하지만 서시언은 그녀가 병원에 조금 더 있으면 했다.신세희가 병원에 입원한 동안 조의찬
”너 이 년!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이야? 그렇게 우리 집안에 들어오고 싶어? 처음에는 우리 손자한테 다리를 걸치더니, 이제 희망이 없어 보이니까 우리 외손자한테까지 달라붙어? 이 쌍년, 내 말 잘 들어. 앞으로 한 번만 더 우리 집 남자들한테 빌붙으면 바로 확 묻어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아!” 제일 앞쪽에 서 있던 부태성이 신세희에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신세희의 얼굴빛은 점점 더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상황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어르신, 죄송해요. 하지만 전 어르신 손자 부소경한테 꼬리친 적 단 한 번도 없어요! 어르신 외손자인 조의찬도요! 오히려 제가 조의찬의 목숨을 구해줬어요!”“네가 우리 의찬이 목숨을 구해줬다고?” 그녀의 말에 중년의 귀부인이 예리하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네가 아니었다면 우리 의찬이가 그런 위험에 빠졌을까? 우리 의찬이가 왜 곽세건의 심기를 건드리게 됐는데? 이게 다 네가 벌인 그 말 같지도 않은 일들 때문이잖아! 미천한 년! 곽세건의 목숨도 감히 건드리는 애가 무슨 일을 못 해내겠어! 소경이한테 붙었다, 의찬이한테 붙었다, 곽세건 그놈한테도 붙었다. 말해봐! 대체 얼마나 많은 남자한테 꼬리를 친 거야?”신세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가요! 지금 당장 나가세요! 여긴 내 병실이에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침대맡에 있는 벨을 누르기 시작했다.잠시 후, 간호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병실에 가득 찬 사람을 보자 간호사는 깜짝 놀라 버렸다. “제가 시끄러운 걸 못 참아서요. 지금 잠깐 좀 쉬고 싶은데… 이 사람들 좀 다 내보내 주세요.” 신세희는 평온하게 말했다.간호사는 화가 난 얼굴로 신세희의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당신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환자분 임신 중이라 수술할 때 마취도 안 했어요. 그런 아픔을 억지로 버텨온 사람이에요. 지금 겨우 버티고 있는 사람을 이렇게 방해하면 어떻게요? 모두 나가세요!”간호사는 병실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 만약 알
분명히 그럴 것이다.임서아는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혹시 오늘 저랑 웨딩드레스 피팅하러 가려는 거예요? 요 며칠 또 살이 쪘지 뭐예요. 특히 뱃살이 좀 심해요. 배가 점점 더 불러와서 더 늦으면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을 수 없을 거예요."부소경이 싸늘하게 말했다."엄 비서를 보낼 테니까 내일 피팅해.""그럼 오늘은..."특별히 같이 있어 주려고 온 건가?임서아는 더욱 기뻤다."임씨 집안에서는 전에 곽세건과 왕래했습니까?"부소경이 불쑥 질문했다.허영과 임서아는 깜짝 놀라며 몸을 흠칫 떨었다.부소경이 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한단 말인가?허영이 횡설수설하며 말했다."도련님, 아시잖아요, 우리 임 씨 집안은 줄곧 도련님을 따랐습니다. 곽세건이 도련님과 철천지원수라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 우리가 감히 어떻게 그런 자와 왕래할 수 있겠습니까?"임서아도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오빠. 저희는 곽세건 같은 인간과 연락하며 지내지 않아요.""며칠 전에 곽세건과 통화했던데."부소경은 여전히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그러나 허영과 임서아는 너무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당황한 두 사람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노련함은 인생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먼저 마음을 가라앉힌 허영이 입을 뗐다."다 신세희 때문이지요. 그 애는 비록 우리 집에서 자랐다고는 하나 전혀 말을 듣지 않았어요. 어릴 때부터 해라는 공부는 안 하더니 대학에 가선 글쎄 곽세건과 눈이 맞는 게 아니겠어요? 곽세건이 신세희를 찾지 못하니까 전화한 겁니다.""그랬어?"부소경이 물었다.임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저를 못 믿는 거예요?"자리에서 일어난 부소경은 임서아의 어깨를 매만지며 다시 말했다."내일 엄 비서를 보낼게."그 말을 들은 임서아가 곧바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네."부소경이 자리를 떠났다.그날 오후 쯤,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 부소경은 또다시 신세희가 있는 병원에 갔다. 이번에 그는 혼자 찾아갔다. 그런데 병
잠시 멍하니 있던 서시언은 곧 난처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다 이내 웃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넷째 도련님.""두 번 말하게 하지 마."부소경의 말투는 여전히 차분했다.서시언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부소경의 악랄함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은 비록 차분한 말투로 말하지만 다음 순간 돌변하여 죽이려 들 수도 있었다.서시언이 떠난 뒤, 신세희의 곁에 다가온 부소경은 쌀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신세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이혼 절차를 밟으려고 온 거예요? 하지만 난 지금..."그녀는 난처한 표정으로 자신의 두 팔을 바라보았다.부소경이 입을 열었다."남자를 꾀는 데 도가 텄군! 처음엔 나였다가 그다음엔 서준명, 그러다가 의찬이도 건드리고 나중에는 곽세건까지... 이젠 하다 하다 서시언이 직접 밥까지 먹여주는 거야?""무슨 뜻이에요?""서시언이 밥 먹여주니까 좋아?""......"왠지 부소경이 다짜고짜 화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고요한 눈동자 속에 분노가 가득 차올라 있었다.사실 부소경은 정말 화가 잔뜩 난 상태였다.매번 신세희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부소경은 알 수 없는 분노와 울화가 치밀었다.그 자신조차 영문을 몰랐다.신세희가 그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을 때, 목욕을 마치고 욕실에서 나오다 그의 품에 부딪혔던 날부터 그는 특별한 느낌이 들었다.어쩐지 그날 밤의 여자가 임서아가 아니라 신세희인 것만 같았다.그동안 여러 번 꿈을 꿨는데도 항상 꿈속에 신세희가 나타났었다.하지만 꿈은 꿈일 뿐 현실이 아니었다.진실은 그날 밤 그의 목숨을 구한 여자가 임서아라는 점이었다.분명 그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이상하게 신세희 곁의 다른 남자를 볼 때마다 부소경은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까만 해도 부소경은 서시언의 목숨을 끊어버릴 뻔했다.사실 그의 뾰족한 살의를 감지한 서시언은 거기에 놀라 도망친 것이었다.병원 복도를 뛰쳐나가 주차장까지 한걸음에 달려간 서시언은 놀란 가슴을 달
퉷,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서시언이 침을 내뱉었다."당신들... 조의찬이든, 서준명이든, 곽세건이든, 아니면 넷째 도련님이든... 다들 그러고도 남자라고 할 수 있어요? 남자가 돼서 어떻게 힘 없고 나약한 여자를 괴롭힐 수 있어요? 창피하지도 않나? 응? 특히 넷째 도련님은, 자기 어머니도 부씨 집안에 인정받지 못했던 가여운 분이셨는데 동정심도 없대요?"말을 마친 서시언은 죽음을 각오한 결연한 눈빛으로 엄선우를 보았다.마음속에 계속 담아두었던 말이었으나 사실 예전의 그라면 이런 말들을 감히 내뱉을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엄선우의 말에 다급해진 그는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엄 비서님, 내 목숨을 원하면 가져가도록 해요. 다만 우리 가족은 내버려 두길 바랄게요. 3개월 전 부씨 집안에서 피바람이 불었던 걸 기억하고 있어요. 많은 집안이 이 싸움에 연루됐지만 우리 가문은 전혀 참여하지 않았죠. 그러니 넷째 도련님과 그분의 어머니를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해서 우리 가족은 건드리지 말길 부탁드립니다."엄선우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서시언을 바라보았다."자식, 이런 인성으로 왜 조의찬 도련님과 어울리는 거람? 정말 안타깝군.""......""앞으로 조의찬 도련님과는 어울리지 말아요, 친구 하기엔 부족한 사람이니까."엄선우가 말했다.서시언이 자조하듯 대답했다."저라고 과거가 깨끗했겠어요? 저도 의찬이 못지않았다고요. 요즘은 의찬이가 하도 신세희 씨한테 수작을 부리는 바람에 저도 억지로 신세희 씨를 알게 된 겁니다. 전... 신세희 씨가 좋습니다."엄선우가 언성을 높였다."어허, 못 들은 걸로 할 테니까 얼른 꺼지세요!""날 이렇게 보낸다고요?""상대하기도 귀찮군요, 가세요!""고마워요..."서시언은 차를 몰고 사라졌다.서시언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던 엄선우는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병실 앞에 도착한 그는 안에서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췄다."곽세건, 의찬이 다음엔 이젠 서시언까지. 바빠서 숨돌릴 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