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꺼지라는 부소경의 말을 들은 신세희는 가슴 한쪽이 유난히 따끔거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의연하게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2천만 원만 주면 당장 꺼져 줄게요.""이 도시에 얼씬도 하지 마.""당연하죠."신세희가 맞받아쳤다.몸을 일으킨 부소경은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면서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꼭 누군가를 죽여야 할 것처럼 속이 너무 갑갑했다.병실은 나선 부소경은 문밖에 서 있는 엄선우를 보았다."네가 왜 여기 있어?"부소경이 물었다."넷째 도련님, 오전에 은행에서 개인 계좌로 10억 인출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신세희 씨에게 주려던 10억 말입니다. 방금 은행 측에서 준비가 다 되었는데 언제 찾으러 오시겠냐고 문의가 왔습니다."엄선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필요 없어."부소경은 병원 밖으로 나가면서 싸늘하게 말했다."네?"엄선우는 모른 척 되물었다."안 받겠다잖아!""......"엄선우는 신세희가 너무 안타까웠다.바보 같으니라고, 어떻게 10억을 마다할 수 있단 말인가!달라고 해도 안 줄 것 같다니?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부소경을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다.그는 여태 한 번도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엄선우는 마음속으로만 중얼거릴 뿐 입도 벙긋 못한 채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부소경을 따라 급히 걸음을 옮겼다.부소경이 차에 오르고, 병원을 막 나서며 엄선우가 어디로 갈 거냐고 물으려던 때 전화가 울렸다."여보세요?""고객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웨딩드레스 전문 업체입니다. 며칠 전에 약혼할 때 저희 가게의 웨딩드레스를 착용하셨는데, 그때 고객님께서 말씀하시길 곧 결혼식을 올릴 거라며, 다시 저희 가게의 웨딩드레스를 착용하겠다고 하셨습니다. 마침 저희 가게에 신상이 들어왔는데 혹시 약혼녀분과 함께 보러 오시겠어요?"상대가 매우 정중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나 부소경을 쌀쌀하게 대답했다."필요 없어요.""네?""금액은 예정대로 지불하겠습니다. 웨딩드레스는 그쪽에서 알아서
참으로 고고하기 짝이 없었다.그에 비하면 임서아는 그야말로 사교계의 꽃 같은 존재였다.부소경의 머릿속에 두 사람의 모습이 섞여 들기 시작했다. 비록 신세희는 여러 남자와 얽혀있었고 자신도 동기가 불순했노라 인정한 적 있었지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시종일관 담담하고 고고한 이미지의 신세희였다. 특히 곽세건을 불구로 만들었을 때라든지, 팔로 조의찬 대신 칼을 막아주었을 때라든지... 이 모든 장면은 늘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임서아는 어떠한가.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구하고 아이도 임신한 상태였다. 아무리 그녀가 싫더라도 자신은 반드시 책임져야 했다.이날 오후, 부소경은 어머니 하숙민의 무덤 앞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머물다가 밤이 되어서야 다시 돌아갔다.다음날,회사의 일을 처리하던 부소경에게 임서아가 전화를 걸었다. 여전히 치가 떨리는 애교 가득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오빠, 나 웨딩드레스를 고르고 싶은데... 혹시 오빠는 시간이 안 되는 거예요?"목소리에는 애교뿐만 아니라 원망도 깃들어 있었다.오늘 아침, 딱히 할 일이 없었던 임서아는 웨딩드레스숍에 전화를 걸어 신상 드레스가 있는지 문의했었다. 신상이 나오면 그녀에게 보여달라고 할 심산이었는데 글쎄 직원의 말로는 때마침 어제 오후에 신상이 도착해서 부소경에게 연락했더니 숍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이 말을 들은 임서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직원에게 노발대발했다"가게 문 닫고 싶나 봐? 어떻게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일을 내 약혼자에게 문의할 수가 있죠? 여자가 어떤 웨딩드레스를 좋아하는지 대체 남자가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 당연히 내게 먼저 연락했어야죠!""고객님,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직원은 부소경의 약혼녀에게 미움을 살까 두려웠다."잘 들어요. 어제 도착한 신상들, 모두 내 앞에 가져와요. 이미 팔린 것, 예약된 것, 전부 다! 다른 여자들은 내가 선택한 나머지 중에서 골라야 할 거예요."임서아는 바락바락 악을 썼다."......"정말 무리한 요
묵직한 봉투를 건네받았지만 신세희의 마음은 절대 홀가분하지 않았다.만약 다른 방도가 있었더라면 신세희는 이 돈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2천만 원은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존엄을 짓밟기엔 충분한 것이었다. 그러나 생존 앞에서 그깟 존엄이 다 무슨 소용일까? 입술을 꽉 깨문 신세희는 봉투를 들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을 한 부소경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원래는 10억 원을 주려 했다고. 내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 그쪽이야.'그의 표정은 점점 더 싸늘해졌다.신세희는 기분이 복잡미묘했다.이혼하고 법원을 나서는 순간 신세희는 앞으로 부소경과는 더 이상 접점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결혼생활이었지만 셀 수 없는 일들과 갈등이 존재했다.그렇지만 신세희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런데 이때, 아랫배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마치 딸꾹질을 하는 것 같은 작은 움직임이었다.아직 3개월밖에 안 되는 아이가 딸꾹질할 리는 없었다.이건 심장 소리일 가능성이 컸다. 산부인과에서 검진했을 때 의사가 그녀에게 해준 말이 떠올랐다."3개월이 지나면 서서히 태아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 처음이 언제일지, 잘 느껴보세요."계속 신경을 썼으나 알아채지 못한 그녀가 의사에게 다시 물어보니 의사는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고 했다.지금 이 순간, 배 속의 아이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자신의 심장 박동을 느끼게 한 것이다. 마치 배 속의 작은 아이도 부소경을 아쉬워하는 것만 같았다.대체 뭐가 아쉬운 걸까?그는 하루 이틀에 불과한 짧은 온기와 옷, 그리고 비싼 노트북을 주었지만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그녀를 차갑게 경계하고 경멸했다. 그런데 대체 왜 미련이 남았단 말인가?'신세희, 당장 떠나란 말이야! 부소경은 임서아의 남자라고.'여기까지 생각하던 신세희는 돈봉투를 안은 채 떠나려 했다."거기 서!"부소경이 그녀를 불러세웠다.그녀는 걸음을 멈추었지만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부소경
"사실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때요?"신세희가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그게 당신과 무슨 상관인데요? 내가 곽세건의 아이를 뱄다고 해도 그건 당신과 결혼하기 전이었어요. 정말로 곽세건과 특별한 관계라고 해도, 지금의 당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요. 우린 이미 이혼했으니까! 당신은 나와 곽씨 집안 사이의 일에 참견할 자격이 없어요!""그럼 당장 꺼져!"부소경이 화를 냈다."당신이 나를 불러 세웠잖아요!"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부소경 씨, 우리 앞으로 영원히 보지 말아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몸을 홱 돌리며 자리를 떠났다.사실 그녀는 부소경에게 나중에 아주머니의 무덤에 가봐도 되는지 묻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질문마저도 잊었다.한 발 내디딘 그녀의 팔을 엄선우가 홱 낚아챘다.부소경의 비서이자 경호원이기도 한 엄선우는 항상 차분하고 과묵했다. 그러나 이혼하고도 이렇게 싸우는 두 사람을 보니 도저히 참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부소경은 늘 일 처리가 대담했는데 그건 부씨 집안의 핏줄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인내심이 없는 그는 신세희와 곽세건의 사이를 알아보려고 직접 임씨 집안에 찾아가 캐묻기도 했다.그러나 그 집안에서도 딱히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다.부소경은 단지 그녀의 입에서 직접 진실을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 경위를 알아야 그녀를 도와 곽세건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 아닌가."엄 비서님, 이거 놓으세요!"신세희는 화난 표정으로 엄선우를 바라봤다."세희 씨, 도련님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엄선우가 타이르듯 말했다."당장 꺼지라고 해!"부소경이 엄선우에게 호통쳤다.엄선우는 처음으로 부소경의 명령을 어겼다. 여전히 신세희의 팔뚝을 잡은 채로 엄선우가 입을 열었다."세희 씨, 대표님은 당신이 걱정돼서 그런 겁니다. 정말 의찬 도련님의 허세 한방으로 곽세건을 억누를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설령 의찬 도련님이 정말로 곽세건을 제압했다고 해도 그건 대표님의 위세를 빌린 것에 불과합니다. 세희 씨도 보시
손에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지만 그의 표정은 더없이 차분하고 냉정했다. 부소경의 품에 안긴 신세희는 혼비백산하며 눈물을 흘렸다."소경 씨, 당신... 손에서 피가 나고 있다고요. 흑..."예전에도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 앞에서 "소경 씨"라고 다정하게 불렀던 적이 있었다.그는 눈살조차 찌푸리지 않은 채 낮게 야단쳤다."울긴 왜 울어."그와 동시에 신세희를 찌르려고 시도했던 여인도 엄선우의 발길질 한 번에 멀리 날아갔다.걷어차인 여인이 입에서 피를 왈칵 토했다.부소경이 칼을 던지자 신세희는 즉시 피가 흥건한 그의 손을 꽉 감쌌다. 점점 많아지는 피의 양에 놀란 그녀는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오히려 부소경이 차갑게 냉소했다."곽세건을 찔렀을 때도 온몸을 피투성이로 만들지 않았던가?"신세희가 어이없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그땐 날 보호하기 위해서 찔렀던 거예요. 너무 화가 나서 두려움도 잊어버린 채 당장 그 자식을 죽여버리고 싶었다고요. 하지만 지금은..."그녀는 피가 콸콸 흘러나오는 손과 찢어진 상처를 보고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이 정도의 상처로는 죽지 않아. 그쪽 목도리를 풀어서 지혈이나 해."부소경이 명령했다."아."신세희는 허둥지둥 목도리를 풀어 부소경의 팔을 묶어 지혈했다.여자를 발밑에 제압한 엄선우가 고개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가 부소경에게 알렸다."도련님, 제가 아는 사람입니다!""누군데?""곽세건이 바깥에 두고 있는 대여섯 번째 정부입니다. 아니, 여덟 번째인가? 올해 삼십 대 초반인데 몇 년 전에 곽세건의 아들을 낳았습니다. 도련님이 곽세건의 부동산 대부분을 차지해버린 바람에 얼마 남지 않은 재산은 모두 그의 아들, 첫째 부인과 둘째 부인이 나눠 가졌어요. 여덟 번째 정부를 위해 남겨둔 게 없었던 거죠. 그래서 그 분노를 세희 씨에게 쏟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여자는 엄선우의 발밑에 밟히고도 여전히 욕설을 퍼부었다."창녀! 내 남편 눈에 들었으면 감사한 줄 알아야지. 은혜도 모르고 감히 찔
그 여자는 원래 시골에서 살던 사람이라 글자도 잘 몰랐다. 그저 아름다운 외모로 이십 대 초반에 예순이 되어가는 곽세건을 따른 것뿐이었다. 십 년 가까이 그의 곁에서 지내며 한 번도 바깥세상을 겪은 적이 없었다.그래서 허영과 임서아의 수작에 너무 쉽게 넘어간 여자는 즉시 그들의 살인 도구로 둔갑했다.임서아는 이번에 반드시 성공하리라 굳게 믿고 있었다. 신세희에게 온갖 불행을 잔뜩 안겨줄 생각이었다.하지만 가장 위험한 순간 부소경이 나서서 신세희를 구해주었다.임서아는 질투에 눈이 멀 것만 같았다.허영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넋 나간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온 임서아에게 얼른 다가갔다."서아야, 어떻게 됐어? 그 여자가 신세희를 죽였니?""엄마, 흑흑..."임서아가 더 서럽게 울었다."대체 언제쯤 신세희를 죽일 수 있을까? 걔 목숨줄은 왜 그렇게 질긴 거야?"허영도 신세희가 증오스럽긴 마찬가지였다.신세희가 죽지 않으면 그녀와 딸아이는 매일매일 불안 속에서 보내야 한다.달리 방도가 없었다, 신세희를 죽이는 수밖에.허영은 딸아이의 얼굴을 감싸며 위로했다."서아야, 엄마 말 좀 들어 봐. 한 번 실패하면 두 번 하면 되지. 두 번, 세 번, 열 번이라도 더 할 수 있어. 그러면 신세희를 죽이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넷째 도련님의 눈 밖에 날 건 분명해. 도련님이 그년을 혐오하기만 하면 우리 집안은 무사할 거야. 그럼 너도 도련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고. 알겠니?"임서아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허영이 냉소했다."이렇게 신세희와 도련님을 같이 둘 순 없지. 당장 전화를 걸어서 뭐 하고 있냐고 안부를 물어."임서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내 부소경에게 전화했다.한편, 병원에서 이미 손을 깨끗이 치료한 부소경은 수액을 맞고 있었다.다행히 상처가 깊지 않아 봉합하지 않았다. 의사는 부소경의 요구대로 치료할 때 마취제를 투여하지 않았다.마취제 없이 치료하는 부소경을 본 신세희는 불현듯 그와 자신이 매우 닮았다는 착각이 들었다.며칠 전 그
"당신 누구야? 왜 남의 남편 전화를 대신 받는 건데?"수화기 너머에서 임서아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저..."그녀는 난처한 눈빛으로 부소경을 바라봤다.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임서아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그의 휴대폰에 임서아의 번호가 저장되지 않은 탓이었다. 임서아의 거만하고 날카로운 힐난을 들은 신세희는 자신이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조용히 핸드폰을 부소경의 귓가에 가져갔다."네."부소경은 아주 불쾌해 보였다."여보... 소경 오빠... 흑흑. 왜 오빠 곁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거예요? 어째서 감히 대신 전화를 받는 거냐고요. 대체 누구예요? 흑흑."임서아는 잔뜩 울먹이며 연약한 척 부소경에게 애원했다.사실 그녀는 목소리를 듣고 누구인지 바로 알아챘다.단 한마디의 말로 임서아는 방금 부소경을 대신해 전화를 받은 이가 신세희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부소경이 신세희를 대신해 칼을 막아주고, 신세희가 그런 부소경을 지혈해준 뒤 함께 구급차에 오른 것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이었다.신세희가 분명했다.그러나 전화기 너머의 부소경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간호사야.""......"부소경이 대충 넘어가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 화가 치밀었지만 임서아는 차마 따질 수 없었다. 그녀는 깜짝 놀란 척 부소경의 안부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무슨 일인데요? 간호사라니, 혹시 어디 아픈 거예요? 무슨 일인데요?""별거 아니야! 네 시끄러운 목소리를 들으니 더 짜증이 날 것 같군."부소경이 성가시다는 듯 말했다."흑... 전 그냥 오빠가 걱정되어서 그런 건데. 피팅을 마치고 드레스숍에서 나와서 차를 탔는데 어쩐지 아랫배가 무거운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지금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있어요. 의사를 불러서 진찰했는데......""무슨 일이야!"부소경이 즉시 언성을 높였다.임서아는 다소 억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의사 선생님은 별일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떠나기 전에 특별히 엄마
"아, 부소경 씨는 치료를 이미 다 마쳤고 상처가 크지 않아서요, 그래서 나왔어요. 저를 대신해서 부소경 씨한테 감사 인사를 전해주세요, 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거라고요. 아 참, 그리고 엄선우 씨, 나중이 시간이 있을 때 소경 씨한테 제가 나중에 하 씨 아주머니의 무덤을 찾아가는 거에 동의를 하시는 지도 좀 여쭤봐주세요.” 엄선우는 대답이 없었다. “하 씨 아주머니는 영원히 제 가족이에요, 이것도 제가 계약서에 거액의 돈을 원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는 제 가족의 정을 팔지 않아요.”신세희가 말했다. "제가 꼭 물어봐 드리겠습니다.”엄선우가 대답했다.“신세희 아가씨, 소경 도련님께서는 상처를 다 치료하셨는데 혹시 안에서 좀 더 도련님을 돌봐주실 수는 없겠습니까?”그러자 신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부소경 씨가 방금 전화를 받았어요, 그 사람의……약혼녀 임서아의 전화예요.” "도련님은 임서아를 사랑하지 않습니다!”엄선우가 매섭게 말했다.“……”신세희는 말이 없었다. "신세희 아가씨, 저는 도련님께서 누구를 위해 직접 칼을 막아주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엄선우가 신세희를 보며 말했고, 그녀는 또다시 웃으며 대답했다.“그게 뭐가요? 부소경 씨가 자신의 혈육을 원하지 않기라도 한다는 말인가요? 그 사람과 하 씨 아주머니는 일찍이 이런 고통을 겪었으니, 그는 반드시 다시는 그의 아이가 그의 인생과 같은 길을 걷게 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저는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인데 부소경 씨가 약혼녀가 없다고 해도 저를 원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요? 절대 그럴 일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비록 매우 가난하고 초라하지만 저는 아내와 아들을 버리는 그런 남자는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엄선우 씨,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신세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연히 떠났다. 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신세희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그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똑같이 아이를 임신했는데 임서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