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부소경 씨는 치료를 이미 다 마쳤고 상처가 크지 않아서요, 그래서 나왔어요. 저를 대신해서 부소경 씨한테 감사 인사를 전해주세요, 제 목숨을 구해주신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 거라고요. 아 참, 그리고 엄선우 씨, 나중이 시간이 있을 때 소경 씨한테 제가 나중에 하 씨 아주머니의 무덤을 찾아가는 거에 동의를 하시는 지도 좀 여쭤봐주세요.” 엄선우는 대답이 없었다. “하 씨 아주머니는 영원히 제 가족이에요, 이것도 제가 계약서에 거액의 돈을 원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저는 제 가족의 정을 팔지 않아요.”신세희가 말했다. "제가 꼭 물어봐 드리겠습니다.”엄선우가 대답했다.“신세희 아가씨, 소경 도련님께서는 상처를 다 치료하셨는데 혹시 안에서 좀 더 도련님을 돌봐주실 수는 없겠습니까?”그러자 신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부소경 씨가 방금 전화를 받았어요, 그 사람의……약혼녀 임서아의 전화예요.” "도련님은 임서아를 사랑하지 않습니다!”엄선우가 매섭게 말했다.“……”신세희는 말이 없었다. "신세희 아가씨, 저는 도련님께서 누구를 위해 직접 칼을 막아주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엄선우가 신세희를 보며 말했고, 그녀는 또다시 웃으며 대답했다.“그게 뭐가요? 부소경 씨가 자신의 혈육을 원하지 않기라도 한다는 말인가요? 그 사람과 하 씨 아주머니는 일찍이 이런 고통을 겪었으니, 그는 반드시 다시는 그의 아이가 그의 인생과 같은 길을 걷게 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저는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인데 부소경 씨가 약혼녀가 없다고 해도 저를 원하기라도 한다는 말인가요? 절대 그럴 일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비록 매우 가난하고 초라하지만 저는 아내와 아들을 버리는 그런 남자는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엄선우 씨,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신세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결연히 떠났다. 엄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렇게 신세희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그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았다.똑같이 아이를 임신했는데 임서
"시……신세희 씨.” 조의찬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수줍은 표정까지 지었다.지금 신세희 앞에 선 조의찬은 수염이 나 있고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어 마치 생사의 시련을 겪은 것만 같았다. 하지만 신세희의 표정은 오히려 홀가분해 보였다. "조의찬 씨, 무슨 일이 있으면 그냥 말씀하세요.""신세희 씨, 죄송해요.”조의찬은 난처한 듯 말했다."일주일 전에 이미 나한테 말했잖아요, 괜찮아요."신세희가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나를 용서해 줬으면 좋겠어요.” “이미 용서했는걸요.”"아직도……날 사랑하나요?”조의찬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신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다시 고개를 들고 말했다."저는 조의찬 씨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당신을 사랑한 적이 없어요.” “……”조의찬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저는 정말로 의찬 씨를 사랑한 적이 없어요.”신세희는 석연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나는 12살부터 남의 집에 얹혀살았고, 일찍부터 눈치 보는 법을 배웠어요. 임 씨네 집에 맡겨진 8년 동안 나는 거의 배불리 먹은 적도 없고, 좋은 음식을 먹은 적도 없어요. 임 씨 집안의 가정부가 저에게 그 집 아가씨가 먹고 남은 케이크를 조금 준 그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해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의찬 씨, 당신이 처음 내 앞에 나타나서 껄렁껄렁한 말투로 나한테 말을 걸고, 나와 부소경의 결혼 현장에 자진해서 데려다주었을 때, 나는 당신이 그저 부잣집 도련님이 사냥감을 찾는 그런 단순한 놀이인 걸 알았어요.”“……”조의찬은 대꾸하지 않았다. "내가 무관심하고 쓸쓸한 건 저항할 능력이 없어서 냉담하게 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저에게 틱틱대고 놀리기도 했지만, 저한테 잘해주기도 했죠. 당신이 호의를 품지 않은 것이라도, 또 그런 도움이 당신에게는 아주 보잘것없는 것이라도, 그리고 어쩌면 난 당신의 심심풀이일 수도 있지만, 당신이 나에게 해준 것은 이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줄래요? 이제 당신한테 잘 할게요, 당신 뱃속의 아이를 내 친자식이라고 생각하고요, 저에게 기회를 한 번 주세요, 그래 줄래요?” 하지만 신세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조의찬 씨, 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난 영원히 나를 사람 취급하지 않는 사람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없어요. 참, 마침 잘 왔네요, 당신한테 전해줄 게 있어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가더니 조의찬 이름 석 자가 적힌 불룩한 봉투를 꺼냈다.그 세 글자는 날카롭고 강렬하며 조금도 흐트러져 있지 않았고, 그 강렬한 글씨를 보고 있으면 신세희의 몸에 감춰진 강렬한 성질이 떠오른다. 글씨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더니,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조의찬은 신세희의 글씨를 처음 보았고, 그녀의 글씨는 매우 예뻤다. 예쁘고 연약한 느낌이 아닌, 또렷하고 늠름하며 단정했다. "이 안에 200만 원이 들어 있어요. 난 더 줄 수는 없어요, 전 정말 돈이 없거든요. 당신한테 빌린 그 60만 원과 당신이 나한테 밥을 사준 것, 200만 원이면 충분하겠죠? 저에게 도움을 줬던 건 정말 고마워요.”"이건 나를 망신시키는 거 아닙니까? 난 당신한테 60만 원을 빌려줬는데, 당신은 목숨을 걸고 나를 지켜줬어요. 그러니까 내가 당신한테 빚진 게 어떻게 60만 원, 600만 원, 아니면 6000만 원뿐이겠어요?” 그는 진실 어린 눈빛을 하고 신세희를 바라보았고, 그런 진심을 활용해 신세희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신세희는 조의찬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그를 쫓아내려 했다."조의찬 씨, 당신이 나에게 빚을 졌든, 아니면 제가 빚을 진 거든, 당신은 그냥 이 200만 원을 가져가면 저희 관계는 모두 청산하는 걸로 해요. 저는……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 나가봐야 하니까 그만 떠나 주실래요?” "신세희!”조의찬이 신세희의 팔을 덥석 잡으며 소리쳤고, 놀란 신세희는 필사적으로 그에게서 벗어나려 했다.“놔……놔요, 조의찬 씨 이거 놓으라고요!” “저리
서시언과 조의찬 두 사람이 떠난 후, 신세희는 먼저 은행에 가서 카드를 만들고 돈을 저축한 다음, 다시 기차역에 가서 차표를 사려고 했을 때 사흘 안에 신세희의 고향으로 돌아갈 차표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장 빠른 게 3일 뒤였다. 사실 남성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면 버스를 탈 수도 있었지만, 버스는 하루 이상 걸리고 요금도 십만 원이 훌쩍 넘었으며 가장 중요한 건 덜컹거린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뱃속의 아이를 보호해야 했기에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면 안 됐다.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매표원에게 말했다.“3일 뒤 기차표 한 장 주세요.” 차표를 구입한 뒤 그녀는 다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고, 출소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그녀는 줄곧 할 일 없이 돌아다닌 적이 없었다. 돈이 없다는 이유였고,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내내 돌아다녔지만 그녀를 위한 물건은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점심때 대충 밥을 먹은 후 신세희는 엄선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엄 비서님, 부소경 씨가 어머니 무덤에 가는 걸 동의했나요?”엄선우는 전화 너머로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히 동의하셨죠! 신세희 아가씨께서 노부인에게 보인 정의와 두 달 동안의 보살핌은 저와 도련님 모두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아가씨께서는 언제든지 노부인을 찾아봬도 됩니다.” "네, 감사해요 엄 비서님.” 신세희가 전화를 끊으려 하던 순간, 엄선우가 그녀를 다시 불렀다.“신세희 씨, 잠시만요.” "무슨 일이세요, 엄 비서님?” "신세희 씨 혹시 그다음에 무슨 계획이 있으십니까, 혹시……”엄선우는 원래 신세희에게 자신이 도울 일이 없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가 말을 다 맺기도 전에 신세희에게 거절당했다.“필요 없어요!”신세희는 운성 쪽과 완전히 단절하고 다시는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싶었다. 그녀는 말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 오후, 신세희는 검은색 옷을 입고 하숙민 아주머니의 무덤 앞에 도착했고, 묘비에 놓여 있는 중년 부인의 사진은 그렇게 자상하고 다정해 보였고,
"엄마, 안녕히 계세요.”신세희는 아쉬워하며 묘지를 떠났다.그녀가 머물고 있는 뒷골목으로 돌아오니 시간은 이미 오후 4시 5분이 되었고, 신세희는 요리하는 것이 귀찮아 밖에서 아무거나 먹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녀가 막 식당에 앉자마자 어떤 두 여자가 그녀를 쳐다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야, 분명해!”"나도 이 사람인 것 같아! 이렇게 얌전하고 온화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렇게 꼬리를 치고 다니는 여자로 보이진 않는데?” “듣자 하니 두 남자는 모두 운성의 유명한 집안의 자제라고 하던데, 그중 한 명은 F 그룹 엤 주인인 부 씨 어르신의 외손자라고 했어.” “다른 한 명의 가문은 몰락했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서민도 아니고, 몇 백억 대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고!” 신세희는 귀가 안 들리지 않았다.그 두 여자가 말하고 있는 사람은 분명 조의찬과 서시언이었고, 그들이 말하고 있는 꼬리를 치고 다니는 여자는 분명 신세희였다. 신세희는 조용히 두 여자에게 다가가 물었다.“지금 뭘 보고 있는 거죠?” 밥을 먹고 있던 두 여자는 화들짝 놀랐고, 그중 한 여자가 정신을 차리고는 부럽고 질투 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아, 우리 빈민가에서 당신 같은 여자가 나올 줄은 몰랐는데, 둘 다 부잣집 도련님이라고 하던데 우리한테도 비법을 좀 가르쳐 줄 수 있나 해서요.” 눈앞에 있는 두 여자는 옷차림부터 말투까지 딱 봐도 그런 밤 장사를 하는 여자였고, 신세희는 그들과 더 이상 할 말이 없고 그저 휴대전화에서 본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신세희의 휴대폰은 구형이었기에 새로 나온 어플들은 다운로드할 수 없었다. "핸드폰 좀 보여주시겠어요?"두 여자는 토를 달지 않고 신세희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고, 신세희는 그것이 숏츠 앱에서 재생되는 것을 보았다.영상 속 신세희는 두 남자 사이에 끼어 있고, 두 사람이서 신세희를 잡아당기고 있는 모습은 마치 그녀가 사냥감인 것처럼 보였다.이것은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인데, 누가 이 영상을 찍어서 인
전화 너머에는 말이 없었고, 신세희는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부소경 씨,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요. 저도 해명하고 싶지 않으니, 당신 고모에게 아들을 잘 관리하라고 전해주세……""네 이년, 정말 내가 널 어떻게 할 수 없을 것 같으냐? 삶에 실증이라도 난 게야?!”그 목소리는 부소경이 아니었고, 늙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누구시죠?”신세희가 물었다. "잘 들어라! 난 널 개미처럼 처참히 짓밟아 죽이고 싶다!”전화 너머로 노인의 노여운 목소리가 들려왔고, 신세희는 여전히 누군지 알 수가 없었다. 바로 그때, 전화 너머로 소란스러운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신세희는 어렴풋이 엄선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르신, 어떻게 그러십니까? 부소경 도련님께서 회의 중이신데 어떻게 도련님의 휴대전화를 가져가실 수 있단 말입니까?” 엄선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부태성을 바라보며 말했고, 신세희는 즉시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부소경의 할아버지, 부태성이었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그녀는 이제 곧 떠날 사람인데 말이다! 신세희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고, 부태성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으며 휴대폰은 엄선우에게 빼앗긴 상태였다. 부태성은 지팡이로 땅을 내리치며 소리쳤다."그 여자! 엄선우! 그 여자를 찾아와! 그 여자가 우리 부 씨 집안과 조 씨 집안을 망가뜨리려 한다고! 산 채로 묻어버려야겠어!” “……”엄선우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프런트 아가씨가 몹시 난처해하며 말했다. "엄 비서님, 어르신께서 들어오시려는데 제가 말리고 싶어도 막을 수가 없습니다……”그 여자는 몹시 놀라 있는 상태였다. F 그룹은 4개월 전 부소경이 인수하고 나서 부소경은 일과 관련 없는 사람은 회사에 들어올 수 없다고 규정했고, 부소경이 말한 일과 관련 없는 사람에는 부 씨 집안의 가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부소경의 아버지와 부소경의 할아버지도 포함되어 있다. 이 규정 때문에 부태성은 회사에 온 적이 없었고, 그는
회의가 열린지 반 정도 흐르자, 부태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경아, 그 여자를 찾아라! 내가 그 자리에서 죽여버릴 테니까!”부태서이 말했다. "그곳은 그 여자의 거주지인데, 그 여자가 어떤 끼를 부려도 어르신의 외손자가 끼에 넘어가지 않는 한 그곳에 가서 그 여자를 찾지 않을 겁니다. 허점이 있어야 화를 초래한다, 이 말 들어보셨습니까?”부소경이 차가운 말투로 부태성을 바라보며 말했고, 부태성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한참만에 부태성이 입을 열었다."소경아! 나는 80여 년을 살았다! 일생 동안 손자가 무수히 많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너와 의찬이 두 손자뿐인데, 너희 두 사람이 모두 그 여자와 얽혀 있으니, 나를 어떻게 안심시킬 수 있단 말이냐? 네가 그 여자를 나한테 데리고 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 부태성은 80세가 넘었고, 남성에서 사람 하나 찾는 건 너무 쉬운 일이다. 그러니 그때 가서 내가 그 여자를 어떻게 처리하던 이 할아버지 탓을 하지 말거라! 소경아, 네가 이렇게 악랄하고 일을 꾸물거리지도 않고,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누가 너에게 물려준 건지 너도 잘 알고 있겠지? 네가 물려받은 것은 부 씨 집안의 유전자다! 그러니 네가 이토록 독한 건, 네 할아버지인 내가 독해서이기 때문이다!” 말이 끝나자 그는 돌아서 자리를 벗어났다. 어르신의 이 독설은 그에게만 들려주려고 한 말이 아니었고, 부태성은 할 수 있었다.“잠시만요!”부소경이 소리쳤고, 부태성은 고개를 돌려 손자를 바라보았다."제가 그 사람을 찾아내면, 할아버지께서는 그 사람을 어떻게 하실 겁니까?”부소경이 묻자, 부태성의 말투도 조금은 누그러졌다. “나도 네 어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그 여자가 항상 네 어미 곁을 지켜주고 위로해 줬다는 걸 안다. 그 여자가 내 요구에 따라 해주기만 한다면 난 그 사람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만약 그 여자가 계속 너와 의찬이와 얽혀 우리 집안과 네 작은 고모 집안의 명예를 더럽힌다면, 난 정말 그 여자를
부소경의 목소리는 더욱 차가웠다."왜? 조의찬과 서시언도 모두 여기서 싸웠는데, 나 하나 더 늘까 봐 겁나는 건가?” 신세희의 안색은 더없이 안 좋아졌다. 그녀는 부소경에게는 자신이 여기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이 일대에는 그런 장사를 하는 여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녀들은 대부분 외지, 산촌에서 온 사람들이었고 그중에는 결혼을 한 사람이 많았으며 모두 아이도 여러 명 있었다. 그녀들은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며, 고작 몇 천원 정도 벌 뿐이었고 하룻 밤 일해서 몇 만원 정도 버는 정도였다. 그녀들은 이 도시의 하층 사무직과도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매일 몇 만 원을 벌어도 그녀들은 모두 모아서 고향에 있는 아이들의 학비와 생활비로 썼고, 또 노후를 위해 남겨 두어야 했다. 그러니 좋은 집을 구할 수 없었고, 이런 빈민가에 살 수밖에 없었다. 신세희가 이곳에 산다는 것은 원래부터 좋지 않은 인상을 주는데, 더구나 자신의 셋집 문 앞에서 조의찬과 서시언 사이에 껴 있다니. 신세희가 가장 보이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바로 부소경이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누추한 방 안의 모습을 몸으로 가렸지만, 부소경은 그녀의 머리 꼭대기에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그녀의 방 안 모든 것을 그는 똑똑히 보았다. 신세희는 페인트칠조차 하지 않은 판자 침대에서 잠을 청했고, 판자 위의 이불 한 벌은 매우 깔끔했지만 실내 주변의 벽은 모두 얼룩덜룩하고 누렇게 변해 있었으며 바닥은 마루를 깔지 않은 시멘트 바닥이었다. 실내에는 화장실, 씻을 곳도 없고, 유일하게 있는 가구는 천으로 된 지퍼 옷장뿐이었다. 하지만 바닥에는 커다란 뱀가죽 주머니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천 옷장도 신세희가 열어 놓고 있었고, 안에는 텅 비어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히 그녀는 이곳을 떠날 작정이었다. "조의찬을 따라갈 작정이야, 아니면 서시언?”부소경이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그녀는 매우 억울했고, 눈시울이 붉어지자 눈물을 삼키며 주머니에서 표를 꺼냈다.“부소경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