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민은 신세희의 손을 단번에 낚아챘다. “세희야, 드디어 왔구나?” 빠르게 신세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어머님…”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죄송해요, 어머님. 제가 오늘 일이 바빠서, 조금 늦었어요.”공사장에서 나온 뒤, 그녀는 버스정류장에서 임지강과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그리고 또 한참을 기다린 후에야 버스를 타게 되었다.그런 이유로 그녀는 평소보다 늦게 하숙민의 병원에 도착했다.하숙민의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하숙민의 곁에 조금 더 오래 있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직장은 잃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힘들고 더러워도 직장은 직장이었다.신세희는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전과자다. 이런 조건으로는 일자리 찾기가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다니는 이 회사를 포기 할 수가 없었다. 신세희는 하숙민의 침대에 기대어 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다. “죄송해요, 어머님… 죄송해요… 죄송해요…”“난 괜찮아, 세희야. 난 알아. 네가 부지런한 아이라는 거. 일자리는 꼭 지켜내야 해. 여자는 항상 독립적이어야 한단다. 난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나 때문에 네 일에 방해되는 일은 하지 마.” 하숙민은 신세희를 이해하고 있었다.신세희의 울음소리가 더 구슬퍼지기 시작했다.“울지마.” 하숙민의 자신의 앙상한 손을 들어 신세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세희야, 부탁할게 하나 있는데. 들어줄래?”신세희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세요, 어머님. 하나가 아니라 열 개라도 들어드릴게요.”“소경이…” 하숙민은 말 한마디 하는 것도 버거운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나도 알아. 소경이 엄청 차가워서 다가가기 힘들다는 거. 주위의 환경들이 쟤를 저렇게 만든 거야. 소경이 10살 전까지만 해도 부씨 집안에서 인정도 못 받고 살았었어. 나중에 겨우 인정받았을 때는, 소경이한테는 아무 상속권도 줄 수 없다고 했고… 그런 상황이었는데도 계속 집에서 무시랑 괴롭힘 받으며 자
중환자실에서 빠져나온 부소경은 차로 발걸음을 옮겼다.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던 그는 빠르게 신세희를 따라잡았다. 하지만 그는 신세희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부소경은 이성적인 사람이었다.그는 본인이 직접 보고 들은 것만 믿는다.신세희는 임서아를 밀어버렸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녀는 임서아 앞에서 대놓고 자신의 음모를 까발리기도 했고, 임씨 집안을 없애버리겠다고 본인 입으로 직접 말하기도 했다.신세희도 부소경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심지어 부소경의 차를 스쳐 지나갈 때도 고개 한번,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오히려 근처에 서 있던 엄선우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그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왠지 신세희에게 차에 타라고 말해야 할 것만 같았다.엄선우는 ‘아가씨’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낼뻔했다. 하지만 어두운 표정으로 차에 올라타는 부소경의 모습에 그는 말도 할 수가 없었다.엄선우도 하숙민과 같은 마음이었다, 신세희가 부소경의 아내가 되길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신분은 부소경의 개인 비서였다. 아무리 신세희가 마음에 든다고 해도 부소경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신세희는 멀리 사라졌고, 엄선우도 차를 몰아 병원을 빠져나왔다.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부소경의 깊은 고뇌를 알았는지, 엄선우는 가는 길 내내 그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할 얘기 있으면 그냥 해!” 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도련님, 큰 사모님 병세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도련님한테 가족 하나 남지 않게 되는 거잖아요. 전… 그냥… 아가씨가… 좋은 분이신 것 같아서. 비록 임씨 아가씨를 밀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엄선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의 그의 입을 막아버렸다. “고작 그 작은 손난로 하나 때문에 이성을 잃은 거야? 정신 차려!”엄선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는 운전하는 내내 아무 말이 없었다.부소경이 사는 곳은 프
’부소경씨, 얼마 전에 나한테 예쁜 옷 많이 사줬잖아요. 나 그렇게 예쁜 옷, 살면서 처음 입어봤어요. 그리고 또 비싼 컴퓨터도 사주고…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선물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내가 지금 돈이 없어요. 빈털터리거든요. 돈이 엄청 많다고 해도 당신의 취향에 맞는 선물 고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평소에 입는 정장들 아마 천만 원도 넘는 옷들이겠죠? 천만 원이면 내 1년 치 월급인 거 알아요? 그래서 작고 볼품없는 물건들로 당신의 환심을 좀 사려고요. 이 담배 필터, 색상도 그렇고 디자인도 그렇고 당신처럼 성숙하고 권위 있는 남자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요. 마음에 들지는 모르겠네요. 마음에 안 들면 꼭 나한테 알려줘요. 다른 걸로 바꿔 줄게요.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당신 담배 피는 거 엄청 좋아하잖아요. 담배 연기 맡으면서 담배 피는 걸 또 유독 좋아하죠. 그거 폐에 엄청 안 좋은 거 알아요? 그러면 니코틴이 폐에 더 많이 흡수되거든요. 그래서 샀어요. 이 담배 필터가 당신의 몸을 보호해줄 거예요. 당신 엄청 건강하고 강한 거 알고 있지만 그래도 몸 잘 챙겨요. -신세희’마지막 줄에는 웃는 얼굴의 태양 이모티콘도 그려져 있었다. 아무래도 신세희가 직접 그린 것 같았다. 그녀는 웃는 표정을 일부러 더 과장되게 그렸다. 조금은 당돌하고 또 조금은 귀여웠다.부소경은 그만 웃어 버렸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하지만 이내 부소경은 다시 차갑고 진중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의 손에는 담배 필터와 카드가 들려져 있었다. 그는 의식적으로 신세희가 살던 방으로 들어갔다.방은 무척이나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열려있는 옷장에는 며칠 전에 그가 선물한 예쁜 옷들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단 한 벌도 챙겨가지 않았다.그리고 핑크색의 노트북도.노트북은 침대맡에 놓여있었다.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부소경은 노트북을 열어 보았다. 노트북 화면에는 그녀가 직접 그린 설계도 하나와 직접 그린 듯한 태양 그림이 들어있었다.
신세희는 이미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자기 자신을 비웃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 담배 필터 안 사는 건데… 담배 필터는 그녀가 해외에서 직구를 한 것이었다. 돈이 없었는데도 10만 원의 거금을 주고 산 건데…담배 필터가 아직 배달이 되기도 전에 그녀는 부소경의 집에서 쫓겨났다. 생각해보니 너무 웃긴 일이었다. 아마 지금쯤 담배 필터는 부소경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다. 아마 혐오감이 가득 찬 눈빛으로 내 선물을 쳐다보고 있겠지… 그리고 차갑게 웃으며 그걸 베란다 밖으로 던져버릴 것이고.그 생각이 들자. 신세희는 수치심에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난 그냥 고마워서 그런건데. 나한테 예쁜 옷을 사준 게 고마워서. 나한테 노트북을 선물해준 게 고마워서…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이 한 행동이 무척이나 수치스러웠다.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호텔에 돌아온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 오지 않는지 그녀는 내내 몸을 뒤척였다.절반은 그 담배 필터 때문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숙민의 병 때문이었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날이 거의 밝을 때가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그녀는 잠에서 깼다. 시간은 무척이나 빠듯했다. 신세희는 자신이 묵는 호텔이 하숙민이 입원한 병원과 가까운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허겁지겁 하숙민의 병실로 달려갔다. 그녀는 그제야 하숙민이 밤새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의사들은 하숙민에게 응급 치료를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가족의 면회를 불허하고 있었다.신세희는 다시 회사로 출근하는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동료들이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비웃기 시작했다.“신세희, 쟤 어제 뭐 한 거야? 다크써클은 왜 저렇게 심해? 무슨 판다인 줄 알았잖아. 어제 공사장에서 잡일 좀 하라고 했다고 벌써 성질부리는 거야? 그래서 아무나 잡고 알바 한탕 뛴 건가?”“내 생각에는 그게 맞는 것 같아. 쟤 엄청 가난하다며? 공사장에서 막노동하
몸을 바로 세운 신세희는 자기와 부딪친 사람을 쳐다보다 안색을 굳혔다."죄송합니다."서씨 집안 어르신은 혐오를 가득 담아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그녀의 앞을 막아서며 차갑게 비웃었다."저번에 보았을 땐 저속한 화장을 하고 있더니 이번엔 아주 꾀죄죄하니 더럽고 못나기 그지없구나. 넌 대체 뭐냐?"노인은 엄숙함 속에 인자함도 갖추고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우호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한없이 까칠하게 굴었다. 신세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노인을 지나쳐가려는 찰나 노인이 지팡이로 그녀의 길을 턱 막았다.신세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뭐 하시는 거예요?""내 물음에 답하거라!"노인은 딱딱한 말투로 그녀에게 명령했다.화를 억누른 신세희가 반문했다."어르신, 저를 아세요?""부 소경이네 계약 아내가 아니더냐! 자기 어미의 임종 전 소원을 들어준답시고 두 달 동안 너를 산 게 아니냐?"노인이 힐난하듯 물었다."그게 어르신과 무슨 상관이죠?"신세희가 또 반문했다."나는 몰라도 내 손자와는 관계있어! 소경이가 제 어미를 위해 널 사서 결혼까지 했는데, 그 기회를 이용해서 상류층에 접근하더니 내 손자한테도 꼬리를 치지 않았느냐. 뭐가 그렇게 성에 안 차서, 네 욕심은 끝이 없구나! 이 되바라진 것, 잘 듣거라.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내 손자는 꿈도 꾸지 말거라!"신세희는 싸늘하게 노인을 쳐다봤다."당신도 제 말 잘 들어요. 네, 당신은 돈이 많죠. 저는 아마 그 돈에 깔려 죽고도 남을 거예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대단해요? 그 돈을 무덤까지 가져가시게요? 그렇게 당신 손자가 걱정되면 그냥 손자를 우리 안에 영원히 가둬버리세요! 절대 우리 밖으로 못 나오게 하란 말이에요. 그게 대체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저요? 당신 눈에는 제가 천박해 보이겠지만 그래도 저한테 이래라저래라할 자격은 없거든요? 설령 제가 정말로 당신 손자랑 연애한다고 하더라도요!""너...! 좋아, 어디 한번 두고 보자꾸나."신세희는 헛웃음을 터뜨렸다.'두
신세희는 이곳에서 누구와도 입씨름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빨리 하숙민을 만나고 싶어질 뿐이었다.민정연은 이내 흥미를 잃고 노인을 따라 들어갔고, 그 뒤로 방금 차를 세운 서준명이 다가왔다.지난번 그의 할아버지가 신세희를 만나지 못하게 가택에 연금한 뒤로 서준명은 한 번도 신세희를 따로 본 적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나게 된 그는 굉장히 마음이 복잡해 보였다. 사실 대부분은 그녀에 대한 연민이었다."왜... 이런 모습인 겁니까?"서준명이 마음 아픈 표정을 지었다."서준명 씨,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제 곁에서 떨어지세요.""......"잠시 머뭇거린 그가 진심을 담아 말했다."세희 씨, 화가 나신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노부인의 일이 해결되는 대로 신세희 씨 일도 제가 잘 해결해보도록 하겠습니다.""......"서준명은 빠른 걸음으로 노인과 민정연을 따라잡았다.신세희는 그대로 병원 입구에 서서 20분을 기다렸지만 서씨 집안 사람들은 나오지 않았다. 점심 휴식 시간이 곧 끝나가니 오래 머물 수 없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하여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하숙민의 병실로 향했다.병실 입구에 이르자 의사와 가족, 병문안을 온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하숙민을 발견할 수 있었다.그들이 저마다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환자분, 제 말 들리세요?""숙민아, 삼촌이다, 숙민아? 네가 내내 고생만 한 걸 잘 알고 있다. 삼촌이 이제야 널 보러 와서 미안하구나, 내가 원망스럽지? 내 목소리는 들리니? 네가 얼마나 훌륭한 건축 엔지니어인데, 어떻게 이런 병에 걸릴 수 있단 말이냐?""큰어머니?" 서준명도 외쳤다."아줌마?" 민정연의 목소리였다.부씨 집안 다른 친척들의 목소리도 들려왔다.부소경도 마찬가지였다."어머니, 어머니, 눈 좀 떠보세요! 어머니!"부소경의 목소리는 처량하기 그지없었다.그 소리를 들은 신세희도 가슴이 철렁했다.부소경이 대체 왜 오늘 회사에 가지 않았단 말인가?F그룹의 모든 건 다 그에게 달려있었으니 어머니의 병이 악화되
부소경의 남성적인 구릿빛 피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비통함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고단한 얼굴의 부소경이 아무 말 없이 신세희를 쳐다보았다.신세희는 여전히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자신은 항상 침착하고, 모든 걸 훤히 꿰뚫어 보는 안목을 갖추었다고 여겼지만 그의 앞에만 서면 마치 투명한 백지가 되어버리는 것만 같았다.지금도 부소경은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한 것에 슬퍼했지만 절대 눈물은 보이지 않은 채 그저 가슴속에 비통함을 간직할 뿐이었다. 겉모습은 여전히 매끈한 수트 차림에 딱딱하고 차가운 인상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어떠한가?자신은 더러운 몸과 검게 그은 얼굴로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임서아의 함정에 걸려들거나, 조의찬에게 희롱당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비난받는 신세였다.아니라면 민정연이라는 아가씨에게 야유받기도 했다.부소경도 마찬가지였다.부소경에게 여유가 생긴다면 과연 자신을 어떻게 처리할까?그는 속을 전혀 알 수 없었고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았으며 맺고 끊음도 확실했다.그녀는 전혀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사실 그녀는 그와 적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운성 상류층의 그 어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녀는 어느새 비열하고 욕심 많은 광대가 되어 추한 웃음을 머금으며 이 상류층에 놀아나고 있었다.그녀가 특별히 대리 구매한 담배 필터도 마찬가지였다.그건 마치 그의 눈에 들고 싶어 하는 추한 사람이라는 증거 같았다.그는 틀림없이 그 담배 필터를 받았을 것이다. 그는 과연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여길까?아니나 다를까 차디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우리 어머니가 마음 아파서 울고 있는 건 맞아?""당연하죠!"지저분하고 눈물 자국이 가득한 얼굴을 든 신세희가 말했다."그동안 당신이 우리 어머니를 돌본 것도, 지금 슬퍼서 흘리는 눈물도 모두 나와의 계약 때문이 아니고, 돈을 위해서도 아니라는 거지?"부소경이 물었다."......" 그는 대체 무슨 대답을 바라
출근 시간은 이미 지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가 되어서야 신세희는 병원을 나와 회사로 출근했다.다행히 오후 내내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퇴근할 무렵, 디렉터를 대신해 디자인 팀을 관리하던 한 디자이너가 신세희에게 말했다."신세희 씨,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사무실에 출근하지 말고 공사장으로 가세요. 거기 일손이 부족해요."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그녀는 사실 공사장에 가고 싶었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것은 비록 힘들었지만 마음은 가벼웠다.그리고 공사장 식당은 밥도 많이 주었다.배 속에 아이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식사량도 늘어났다.하지만 공사장에 가면 점심에 하숙민을 보러 갈 수 없었다.퇴근 후 신세희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저녁이 다 되어갔으니 더 이상 하숙민을 보러 올 손님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하숙민과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그러나 병실 밖에서 바라보니 부소경이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하숙민의 병상 앞에 앉아 있었다.하숙민은 여전히 의식불명의 상태로 몸에 기계를 가득 달고 있었다.신세희는 감히 들어가지 못했다.문득 하숙민은 더는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하게는, 부소경이 더 이상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었다.그녀의 마음이 더 괴로워졌다.하숙민과 마지막 작별 인사할 기회도 사라진 셈이었다.극도로 씁쓸해진 신세희는 몸을 돌려 병원을 나가려다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엄선우를 발견했다.신세희는 그의 옆을 슬쩍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엄선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부 소경이 그녀를 필요로 하고,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을 때는 사모님이었지만 지금은 죽이지 못해 안달 났으니 그녀는 엄선우에게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오히려 생판 모르는 사람보다 못한 사이였다.신세희는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녀가 채 한 발짝을 내딛기 전에 엄선우가 그녀를 불렀다."사모... 세희 아가씨... 아니, 신세희 씨,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