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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전 그런 얘기 한 적 없어요. 할아버지가 하신 거예요.”

하 영감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너 지금 어디야?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가게 문 안 열었어? 다른 사람은 진작 돈 벌었겠다.”

“태윤 씨, 할아버지가 가게 문 언제 여냐고 내 걱정하세요. 해가 서쪽에서 뜬 건 아니죠? 얼른 발코니 가서 봐봐요, 해가 서쪽에서 뜨나. 서쪽에서 뜨면 기이한 광경을 찍어서 남겨야죠.”

하 영감이 굳은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

“하예정, 말 돌리지 마, 할아버지가 얘기하고 있잖아. 나 지금 네 삼촌, 외숙모들이랑 가게 문 앞에 있어. 당장 와서 문 열어! 우리 아직 아침도 못 먹었으니까 올 때 아침도 사 와.”

“근처에 조식 식당이 많아요. 식당 가서 드시기 싫으면 그냥 굶으세요.”

그녀는 그들에게 아침까지 사다 바칠 마음이 없었다. 아침을 배불리 먹고 힘이 남아돌아서 더 욕하려고?

하 영감은 하예정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계속 욕하려는데 하지문이 휴대 전화를 낚아채고 다정하게 말했다.

“예정아, 나 둘째 사촌오빠야. 우리 지금 가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른 와. 너한테 할 얘기 있어.”

“아침 다 먹고 갈게.”

“그래. 기다릴게.”

하지문은 용건만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친정집 친척들이 또 찾아왔어?”

전태윤은 하예정이 휴대 전화를 내려놓는 걸 보고 어두운 목소리로 물었다. 전태윤이 뒤에서 몰래 복수한 탓에 일도 뜻대로 풀리지 않을 텐데 감히 또 찾아온다고?

소정남의 말대로 빈털터리가 된 그들이 더는 두려울 게 없어서 하예정에게 뻔뻔스럽게 돈을 요구하는 건가?

“네, 아무래도 온 가족이 총출동해서 가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요. 대체 왜 저러는 건지... 나한테 할머니 병원비를 감당하라고 하는데 그건 절대 불가능해요. 저들이 머릿수로 밀어붙여도 난 두렵지 않아요.”

할머니에게 효심이 가득한 손자가 그렇게나 많은데 할머니의 예쁨도 받지 못한 손녀가 병원비를 낸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녀의 사촌오빠들은 하예정 자매보다 훨씬 더 나은 삶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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