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은 이미 가게로 돌아와 있었다. 일자리는 아직도 소식이 없었다.전씨 가문 할머니의 말을 들은 전태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할머니의 말투는 고소해하고 있는 게 분명한 말투였다."쓸데없는 얘기는 되었다, 얼른 와서 먹거라. 그렇지 않으면 예정이에게 네가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말해버릴 거야. 정말이지, 내가 너한테 화해할 계기를 만들어줘도 받을 줄 모르고 말이야. 참, 미리 말해주겠는데 성소현이 너에게 주려는 선물은 예정이한테서 사 간 거야. 뭔지는 받아보면 알겠지."전태윤의 안색이 더욱더 어두워졌다.할머니는 그에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었지만 지금은 그의 정체를 가지고 협박을 하고 있었다.전태윤은 곧바로 통화를 끊었지만 전씨 가문 할머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도 원래 전화를 끊으려던 참이었다."도련님, 성소현 씨가 비키지 않으려 합니다."기사는 고개를 돌려 전태윤에게 말했다.일분 간 침묵한 전태윤은 별안간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전태윤이 차에서 내린 것을 본 성소현은 몹시 기뻐하며 얼른 두 마리의 봉황이 담긴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예쁜 두 눈은 홀린 듯 전태윤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잔뜩 인상을 쓴 채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잘생겼다.너무 잘생기고, 너무 멋있었다!성소현은 전태윤의 그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다."태윤 씨, 이거 선물이예요. 아침에 도와줘서 고마워요. 저는 빚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아침에 도와주셨으니 제가 빚을 진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밥 살게요, 어때요?"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전태윤에게 양손으로 상자를 내민 성소현은 속으로 하예정의 방법이 꽤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예정이 말한 방법으로 하니 전태윤이 차에서 내려 그녀를 마주보기까지 하고 있었다.전태윤은 상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할머니는 성소현의 선물은 하예정에게서 산 것이라고 했다.아마 하예정이 만든 공예품이겠지.지난번에 하예정이 그의 마네키네코를 성소현에게 줘서 그
전태윤의 전용차는 전씨 그룹 대문을 떠났고, 강일구는 전태윤의 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성소현을 놓아주었다.곧장 몸을 돌린 성소현은 손을 들어 강일구의 뺨을 향해 내리치려 했다.강일구는 재빠르게 성소현의 손을 막은 뒤 차가운 얼굴로 경고했다."성소현 씨, 전 남녀 안 가리고 다 상대합니다.""이거 놔! 감히 날 때리기만 해 봐!"강일구는 힘껏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냉랭하게 말했다."먼저 절 건드리지 않으면, 저도 손을 대지 않을 겁니다. 성소현 씨께서 제게 함부로 대하신다면, 저도 똑같이 돌려드리죠."그는 경호원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건 아니었다.그들의 도련님은 그들을 마치 형제처럼 대해주고 있었다.그런데 성소현이 신분을 빌미로 그에게 손을 댄다면 강일구는 참지 않을 것이다."너!"성소현은 강일구의 강경한 태도에 놀랐다. 그녀는 하예정처럼 싸움을 할 줄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신분을 빌미로 관성에서 막 나갔었다. 하지만 그건 그보다 더 대단한 사람을 만난 적 없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다.강일구는 성소현과 계속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차갑게 대꾸했다."저희 도련님께 그만 질척대세요. 저희 도련님은 성소현 씨를 좋아하지 않습니다!"그 말만 남긴 뒤 강일구는 멈춰 선 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경호 차량으로 향했다.강일구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성소현은 한참 뒤에야 정신 번쩍 차리고 경호차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뭔데 나한테 그딴 식으로 얘기해? 너 내가 누군지 몰라?"경비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던 경비들은 열이 나 욕설을 내뱉는 성소현을 보며 속으로 구시렁거렸다.'누군지 아니까 그렇게 대하는 거지.'성씨 그룹 대표 이사의 친동생인 성소현은 가족의 더없는 총애를 받고 있어,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신분은 대단하긴 했지만 전 씨 그룹 사람들 눈에는 성씨 그룹과 사이도 좋지 않은데 굳이 성소현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었다.그들의 전 대표는 절대로 성소현을 받아
"태윤아, 왔느냐?"기척을 들은 전씨 가문 할머니는 가게에서 나왔다. 손자를 보며 배시시 웃던 그녀는 그가 빈손으로 내리는 것을 보자 불만 섞인 투로 말했다."이러고 온 거야?""그럼 어떻게 와야 하는데요?"전씨 가문 할머니는 그만 말문이 턱 막혔다.낭만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모르고, 연애에 대해선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나무토막에, 얼음 조각 같으니!그녀가 나쁜 사람이 되어 두어 개월 동안 귀찮게 손자에게 잔소리를 했기에 전태윤은 솔로 생활을 끝내고 하예정과 결혼을 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마흔이 되어도 홀로 지냈을 게 뻔했다."꽃 하나 사 올 줄을 모르느냐, 예정이에게 선물이라도 좀 사 오지.""필요 없어요. 집 베란다에 화분이 가득해요, 아침저녁으로 꽃구경해요."전씨 가문 할머니는 진심으로 전태윤을 걷어차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핏줄이 이어진 친손자인 것을 어찌하리, 찼다간 그녀 마음도 아팠다."제부 왔어요?"아들을 안은 하예진이 웃으며 나와 전태윤을 반겼다.전태윤은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 주우빈이 손을 뻗는 것을 본 그는 주우빈을 안아 들었고, 아이는 애교 있는 목소리로 이모부라고 불렀다. "착하네, 우빈이."전태윤은 동서인 주형인을 상대하기 싫어하지만 주우빈은 꽤 좋아했다. 어린 녀석이 참 예쁜 짓을 잘했다.곁눈질로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하예진의 얼굴을 흘깃 본 전태윤은 자신의 호텔에서 주형인을 봤던 것이 떠올랐다. 경호원은 주형인의 곁에 젊고 예쁜 여자가 있다고 하며 둘 사이가 꽤 친밀해 보였다고 했다.'주형인은 바람을 피우는 건가?'그는 직접 본 것이 아닌 데다 경호원도 주형인과 닮았다고만 생각할 뿐 멈춰 서서 본 게 아니라, 전태윤은 속으로 의심은 하고 있지만 하예진에게 알리지는 않았다.만약 사람을 잘못 봐놓고 하예진에게 말한다면 오히려 남의 부부 사이를 갈라놓는 나쁜 놈만 될 뿐이었다.테이블을 내온 심효진은 가게를 정리하고 비워 낸 자리에 테이블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안으로 들어온 전태윤을 향해 인
전태윤은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이틀간 보지 못하다 갑자기 마주하니 전태윤은 자신이 그녀의 얼굴을 꽤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부부 둘은 그렇게 서로의 얼굴만 마주하고 있었다.끝내는 하예정이 먼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깼다."손 씻고 음식부터 내가 줘요, 요리는 다 끝났어요."전태윤은 거절을 하지도 명확한 답을 주지도 않은 채 입술만 꾹 다물고 있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해산물은 왜 이렇게 많이 산 거야?"문제는 그녀가 쓴 결제 문자를 받은 적이 없었다.설마 자신의 돈응로 산 걸까?냉전은 냉전이었고, 먹여 살리는 일은 남편인 그의 일이었다."총 얼마를 쓴 거야? 조금 있다가 보내줄게. 생활비는 내가 내기로 약속했잖아."고개를 돌려 자신이 준비한 해산물 요리들을 본 하예정은 웃으며 설명했다."한 푼도 안 들었어요. 다 성소현 씨가 바닷가에 휴가 갔다가 저에게 선물로 가져온 거예요. 조금 있다가 할머니께서 집으로 가신다고 하니까 할머니 바래다주면서 당신 부모님도 맛보게 가져다드려요. 다 엄청 신선한 것들이에요."전태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이게 다 성소현이 선물한 거라니.두 사람은 본래 연적이어야 했지만, 그가 일부러 신분을 숨기고 있는 탓에 두 사람은 어쩌다 접점이 생겼고 이제는 친구가 될 기미가 보였다."이유 없이 선물을 받을 수는 없지. 성소현 씨가 이렇게 많은 해산물을 보냈으니 빚을 진 거나 마찬가지지. 돈 이체해 줄테니까 뭐라도 사서 성소현 씨한테 선물로 보내. 보내준 해산물에 대한 답례인 셈 치지."이러니저러니 해도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돈을 보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왜냐하면, 부부는 이미 서로 카톡 친구를 삭제했기 때문이었다.그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하예정을 추가할 수는 없으니 돈으로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다.하예정이 그의 돈을 받겠다고만 한다면 친구도 추가할 수 있었고, 그러면 그는 정정당당하게 체면도 깎이지 않고 아내와 다시 카톡 친구가 될 수 있었다.하예정은 전태윤만큼 속셈이 어둡지는 못해 곧바
옆에 있는 손자는 손자며느리를 챙길 줄도 모른 채 조용히 밥만 먹고 있자, 전씨 가문 할머니는 몰래 테이블 밑으로 손자의 다리를 툭 쳤다.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보는 전태윤의 짙게 가라앉은 두 눈은 할머니가 왜 자신을 쳤는지 모르겠다는 듯 억울한 눈빛이었다.그 모습에 전씨 가문 할머니는 한숨만 나왔다.그들 부부는 당시 장손을 온 정성을 다해 교육해 왔었다. 후계자라고 온 심혈을 다 기울였었는데 어떻게 결과는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능력 면에서 전태윤은 꽤 만족스러웠다.전씨 그룹을 전태윤에게 맡긴 뒤로, 늘 번창하며 성씨 그룹보다 더욱 빠르고, 더욱 잘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하지만 감정 쪽에서 그녀는 손자는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예정이에게 새우 좀 까줘."전씨 가문 할머니는 하는 수 없이 작은 목소리로 손자에게 귀띔해 줬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손자는 잡을 줄도 모르고 있었다.할머니의 말에 전태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하예정에게는 손이 있지 않은가?자신이 키운 손자라 할머니는 그를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전태윤이 입술을 꾹 다물자 할머니는 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채고는 그를 향해 두 눈을 부릅떴다.할머니가 노려보자 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회용 장갑을 꺼내 낀 뒤, 손을 뻗어 새우가 담긴 그릇을 자신의 앞에 내려놓으며 무심하게 말했다."예정아, 먹어. 우빈이 새우는 내가 까줄게.""…"전씨 가문 할머니는 할 말을 잃었다.하예정을 챙겨주라고 했더니, 왜 주우빈을 챙긴단 말인가?이 망할 자식은, 답이 없었다!하예정은 전태윤과 입씨름하지 않고 얌전하게 대답한 뒤 장갑을 벗었다.전태윤은 빠르게 새우를 까기 시작했고, 이내 주우빈의 앞접시에는 새우살이 가득 쌓였다.그리고도 전태윤은 계속해서 새우를 깠다. 하지만 새우살을 주우빈의 그릇에 놓는 것이 아니라 새우 그릇에 놓았다.그릇 한가득 담긴 새우를 다 벗긴 뒤, 그는 그 새우살을 하예정의 앞에 내려놓은 뒤 아
전태윤이 아직도 떠나지 않은 것을 본 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물었다."왜 그래요?"입술을 감쳐 물은 전태윤이 말했다."괜찮아.""나, 먼저 회사로 갈게.""그래요."하예정은 대충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설거지를 이어갔다.전태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그윽하게 몇 번 보고 나서야 주방을 나섰다.주우빈과 놀던 전씨 가문 할머니는 손자가 나온 것을 보자 퍽 기분 나빠하며 말했다."태윤아, 예정이 설거지하는 거 돕지 않고 뭐해. 점심 내내 요리하느라 힘들 텐데."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아내를 참 아꼈다. 그녀가 보기에 그녀의 아들들은 며느리에게 다정하고 사랑을 듬뿍 주는 것 같은데 왜 손자에게로 오니 손자며느리를 아끼는 모습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예정이가 제 도움은 필요 없대요. 할머니, 저 먼저 회사로 돌아가 볼게요."전태윤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 뒤 할머니 앞을 지나쳐 걸어갔다.전씨 가문 할머니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전태윤은 빠른 걸음으로 이미 서점 밖으로 나간 뒤였다. 그녀는 끝내 속으로 한숨만 내쉬며 말을 삼켰다.이내 전태윤은 차를 몰고 관성중학교 입구를 벗어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정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무슨 일이야?"마침 전태윤은 신호에 걸려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었다."네 막내 처남이라고 할 수 있는 하지철 잡혀갔는데?""그거 내 처남 아니야."전태윤은 차가운 목소리로 친구가 말한 호칭을 정정했다.그와 하예정의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 부부 관계가 얼마나 더 유지될지 알 수 없어, 하씨 집안 사람들은 그는 친척으로 여기지 않았다.하예정마저도 친가 사람들을 가족으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그래, 그래. 네 처남 아니야."소정남은 하씨 집안 사람이 하예정 자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어 자신이 방금 전에 한 농담은 확실히 과했다고 생각했다."하지철이 양아치들을 데리고 하예정을 막았는데 도리어 얻어만 맞고, 신고당해서 같이 구류 당했대."하예정은 다치지 않았기
어쩐지 두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다 했더니, 둘 다 똑같은 사람이었다.조금 속되지만 곧장 돈을 주는 방법이라.가게에 있을 때에 전태윤은 이미 하예정에게 성소현이 주는 해산물을 받으면 빚을 지는 것이니 그냥 받으면 안 된다고 돈을 보낼 테니 다시 성소현에게 주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하예정의 반박에는 받아칠 구석이 없었다.두 사람은 이미 서로 친구를 삭제했고 하예정은 아예 그의 번호까지 차단했다.친구를 추가하지 않으면 어떻게 돈을 보낸단 말인가?전태윤은 조금 후회가 됐다. 아량이 넓지 못하고 속이 좁아 아주 조그마한 오해로 아내와 냉전하며 그녀를 삭제한 것이 너무 후회가 됐다.이제 다시 추가를 하고 싶어도, 깔린 멍석이 없었다.…...유진 테크.대표 사무실에서 나오는 주형인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상사가 밝은 얼굴로 돌아온 것을 본 서현주는 얼른 그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서며 사무실의 문을 자연스레 닫았다."주 사장님, 대표님이 뭐라고 했는데 이렇게 기분이 좋아 보여요?"대표가 사인한 서류를 내려놓은 주형인은 서현주의 팔을 잡고는 가까이 끌어당긴 뒤 그녀의 허리를 안고 배시시 웃었다."맞혀봐, 현주야.""승진 시켜준대요? 아니면 연봉 인상?"주형인은 고개를 저었다.그의 위로 두 명의 부대표가 있었다. 그 부대표 중 하나는 대표의 친구였고 다른 하나는 대표의 친동생이라 주형인이 부대표로 승진할 리가 없었다.사장까지 된 것만 해도 주형인은 이미 만족했다.연봉 인상도 불가능했다. 기껏 해 봐야 상여금이 더 는 정도였고, 게다가 부수입까지 있어 상여금은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뭐예요, 싫어요. 얼른 말해줘요, 무슨 일인데요?"서현주는 애교를 부리며 물었다.주형인은 그런 서현주의 뺨에 입을 맞춘 뒤 조용히 말했다."키스하게 해주면 알려줄게.""뭐예요, 방금 했잖아요."주형인은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서현주는 주형인의 눈빛에 마음이 흔들려 끝내 주형인의 목을 끌어안고 아래로 당겨 먼저 입술을 맞췄다.프렌치 키
"지금은 뚱뚱하고 못생겨서 데리고 가면 내 체면만 깎이고 우스갯거리나 되고 말 거야."말을 마친 주형인은 서현주의 예쁜 얼굴을 감싸 쥐며 칭찬했다."그 사람 지금 어디 너만 하겠어? 현주야, 난 지금 온통 너뿐이야. 그 사람에게 정말 일 말의 감정도 없어.""지난번에 칼을 들고 내 뒤를 쫓아왔던 일을 난 지금도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어. 비록 나한테 사과도 하고 전보다 더 잘해준다지만 난 도무지 용서가 안 돼. 만약 내가 빨리 도망가지 않았다면 그날, 분명 날 찔러 죽였을 거야.""그 여자는 악독한 여자야. 이렇게 오래 알고 지내면서 그렇게 악독한 사람인지 그날에서야 깨달았어. 우빈이만 아니었다면 정말 그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 게다가 우리 엄마랑 누나도 그러는데, 그 집은 내가 선금을 내고 결혼 전에 산 데다 대출도 내가 갚고 있는데 왜 나 말고 하예진 혼자 지내는 건데?""하예진은 우리 가족과도 사이가 안 좋아. 현주야, 너 우리 부모님이랑 누나 만나봤었잖아. 어떤 것 같았어?"서현주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되게 좋은 분들 같았어요. 부모님이든 누나, 매형이든 다 편하고 예의 발랐어요."그녀는 주씨 집안 사람들 앞에서 주형인에게 세심하게 대하고 지극정성으로 살펴주었었다. 주씨 집안 사람들이 눈이 먼 것도 아니니 주형인과 그녀의 관계를 못 알아 봤을 리가 없었다.비록 주씨 집안 사람들은 그녀에게 열정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내연녀라는 이유로 불친절하게 대하지는 않을 정도로 교양은 있었다.그러다 그녀가 주형인에게 아주 해주는 것을 보자 김은희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고, 주서인은 아예 그녀를 데리고 쇼핑을 하며 아주 비싼 새 옷도 여러 벌 사줬었다."우리 가족이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데, 평소에 하예진에게도 엄청 잘해줬어. 하지만 하예진은 우리 가족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지. 우리 부모님이 못 해준다고 하도 우리 누나가 나쁘다고 하고, 어찌 됐든 하예진의 눈에 우리 가족은 다 나쁜 사람이고 자기는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람이었다니까."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하지만 가난해 본 여운별은 자신에게 뒷길을 남겨두기 시작했다.용태호로부터 돈을 받을 때면 그녀는 몰래 저축해 놓았다.나중에 관계를 끊으면 수중에 재산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예전처럼 여천우에게 매달 수십만 원 생활비를 달라고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다.“태호 씨, 연회의 주인은 제가 누군지 아세요?”“네 신분을 몰라. 나도 관성 지역의 명문가 사모님께 부탁해 널 데려가도록 했어. 잘 들어. 넌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지 여운별이 아니야. 너의 시댁은 조용하게 지내는 가문이라서 넌 남들을 몰라야 해. 옛날 지인을 보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모른 척해야 해.”여운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태호는 그녀의 턱을 풀어주었다.“날 따라와. 올라가자.”여운별은 어리둥절했다.용태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고,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용태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강성, 하루 호텔.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근처 거리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참이다.우빈은 너무 기뻐서 가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재잘거렸다.하예진은 강일구에게 우빈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어린 녀석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강일구와 다른 경호원은 우빈을 따르고 있었고 네 명의 경호원은 노동명과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노동명과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의 말을 무심코 듣고 싶지 않았다.“우빈이가 너무 기뻐하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은 외출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밤 제가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았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어 내려가지 않으면 어찌나 보채는지...”“하하, 그래? 우빈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 힘들었지?”하예진이 대답했다.“맞아요. 특히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어오르다가도 뛰어내리고... 조금만 부주의해도
“태호 씨, 방금 태호 씨가 한 말 제가 전부 귀담아들었어요.”여운별도 여운초가 그녀를 보고 의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허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운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친자매이니까.여운초는 여운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오히려 여운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몇 번이고 여운초에게 짓밟혔다.가장 두려운 것은 여운별의 남동생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점이다.여천우의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천우가 여운별을 따르지 않을뿐더러 두 고모도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여운별은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용태호의 눈에 들어 바둑판의 알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용태호의 내연녀까지 되었다.용태호는 탁자 서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여운별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봐.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잘 기억해.”여운별은 그 두 장의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 위에는 전부 낯선 이름과 낯선 회사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빼곡히 많은 글이 붙어있었다.“태호 씨, 다 기억하여야 하는 거죠?”이는 용태호가 여운별에게 이어준 인맥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과 회사는 관성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여운별은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시댁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으면 적어도 대답을 해주어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관성이 이토록 큰데 몇몇 명문가 외에도 많은 새로운 기업들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모든 사람이 서로의 회사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정말로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여운별은 이미 하예정에게 자신의 남편 사업이 관성에 있지 않고 관성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외워야 해.”용태호는 담담하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용씨 가문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해도 임시 대리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용정이가 어른으로 되어 다시 가주의 증표와 토템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태호는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 열심히 운영해왔던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용씨 가문의 진정한 세력과 인맥도 그 녀석에게 충성할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상대방이 아직 어리고 복수할 능력이 없을 때 먼저 증표와 토템을 받은 후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래야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 용씨 일족을 호령할 수 있으니까.그러나 그가 막 용정이 모연정의 양자라고 의심하던 찰나에 단서는 끊어졌고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마치 보호막이라고 생긴 것 마냥 예진 리조트에서 너무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태호도 손을 내밀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는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노인네와 국내와 국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비로운 조직 오제당을 감히 건드릴 담이 없다. 용씨 가문은 매우 대단한 가문이지만 용태호는 아직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제당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그는 먼저 모연정의 양자가 그가 찾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알아내야 했다.“태호 씨.”여운별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용태호를 불렀다.용태호는 눈빛을 돌려 여운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태호 씨, 하예정은 매일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저도 시누이를 데리러 가는 척했거든요. 유치원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려고 늘 기회를 찾고 있었고요. 근데 하예정은 제가 늘 말하는 시누이를 본 적 없어요. 계속 이대로 나아간다는 의심 살 수 있으니 제 일에 협조해줄 수 있는 아이를 배정해 줄 수 있을까요?”용태호는 웃으며 칭찬했다.“좋아. 진보 많네. 그럼 내가 아이 한 명을 찾아서 네 연기에 협조해주도록 하지. 그분 외조카가 유치원 소반이라고 했지? 넌 하예정 씨와 소개할 때 시누이가 몇 살이라고 알려줬어?”“네다섯 살 정도요.”용태호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