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불러."하민성도 사람이 많은 것이 나을 것 같아 동생이 아들과 조카를 부르는 것에 동의했다.하지만 하보배가 큰조카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하지명에게서 예상외의 말이 들려왔다."삼촌, 막 전화하려던 참인데, 지철이 큰일 났어요."그 말에 하보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얼른 물었다."지철이한테 큰일이라니? 하예정한테 돈 받아내러 간다고 했는데, 혹시 하예정한테 맞기라도 한 거야? 그 망할 년이 감히 우리 지철이 털끝이라도 건드렸다간 아주 가만 안 둘 줄 알아. 돌아가면 그 애 어미 무덤까지 죄다 파헤쳐 놓을 거야!"하예정의 아버지는 그의 셋째 형이라 하보배는 셋째 형의 무덤을 파헤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셋째 형수는 그와 혈연관계도 없으니, 하예정이 그를 건드렸다간 정말로 셋째 형수의 무덤을 다져놓을 수도 있었다."지철이가 양아치 몇 명 데리고 야밤에 하예정 차를 막아섰대요. 게다가 야구 배트도 들고 가서 하예정에게 깽판을 부리려고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하예정의 반격당해서 지금은 걔 친구들과 같이 구류됐대요. 저도 방금 소식 들었어요.""구류됐다고? 남매 사이의 일에 왜 신고까지 한 거야? 하예정 그 망할 계집애, 정말 독하다, 독해. 감히 경찰에 신고해서 우리 지철이를 잡아가다니. 지명아, 지철이를 꺼낼 수 있겠어? 아직 어린앤데 분명 놀랐을 거야."하보배는 조카가 경찰에 신고해 자신의 아들이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분노에 차 매정한 하예정을 탓하더니 이내 자신의 아들이 놀랐을까 봐 걱정하며 얼른 아들을 구해내려 했다."지난번에 하예정을 찾아갔을 때도 지철이는 흥분을 주체 못 했어요. 저희는 지금 밀리고 있는 입장이라 하예정에게 세게 나오면 안 되는 상황인데 지철이가 하예정을 찾아갔으니 그런 거죠. 하예정의 뒷배가 누구인지 아직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 절대로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돼요."하지명은 삼촌을 책망하며 말했다."삼촌은 지철이를 말렸어야죠. 저희는 하예정 자매한테 은혜는 없고 갈등만 있으니 분명 우리 온 가족을 뼈에 사
하지명은 작은어머니의 욕설을 못 들은 척하며 삼촌과 이야기를 마친 뒤 전화를 끊었다.그런 뒤 길게 한숨을 쉬었다.그는 그들에게 무슨 재수라도 옴 붙은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도 하예정의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릴 수가 없단 말인가.게다가 그는 하예정에게 뒷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뒷배가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모든 사람이 그들의 협상에 감히 나서지 못하게 한 것을 보면 하예정의 뒷배는 관성에서 파워가 센 사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이 하예정 자매에 대해 조사를 해봤을 때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알아내지 못했다.하예진의 남편은 비록 한 회사의 사장이기는 하지만 그저 직원에 불과했고, 하예정의 남편은 무슨 업계에 종사하는지도 그들은 몰랐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서 듣기로 하예정의 남편은 몇천만 원짜리 국산차를 몬다고 했다.그들이 갖고 있는 차 아무나 하나를 봐도 하예정의 남편 차보다 좋았다.그 말은 하예정의 남편은 그닥 잘나가는 게 아니란 뜻이었다.만약 정말로 뒷배가 있다면 아마 하예정의 친구일 듯싶었다. 그 심효진은 관성 토박이로 집에도 돈이 많았다. 게다가 듣기로는 그녀의 고모는 재벌가에 시집을 갔다고 하니 그 심효진이 하예정을 도와주고 있는 건가?하예정은 그가 하지철을 신고했으니 그 막무가내인 본가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고 예상해 그녀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점심이 지나도록, 그 막무가내의 본가 사람들은 찾아오지 않았다.전씨 가문 할머니는 하예정에게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걸었다.할머니의 전화가 울렸을 때, 전태윤은 자신의 전용차를 타고 회사에서 나와 식사를 위해 관성 호텔로 향하고 있었다.함께 점심 약속을 잡았던 소정남도 그의 차를 따라 함께 가고 있었다."네, 할머니."전태윤은 할머니의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물어봐달라고 했던 거, 답은 들었어요?""뭘? 나한테 물어봐달라고 한 거 있었
하예진은 이미 가게로 돌아와 있었다. 일자리는 아직도 소식이 없었다.전씨 가문 할머니의 말을 들은 전태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할머니의 말투는 고소해하고 있는 게 분명한 말투였다."쓸데없는 얘기는 되었다, 얼른 와서 먹거라. 그렇지 않으면 예정이에게 네가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말해버릴 거야. 정말이지, 내가 너한테 화해할 계기를 만들어줘도 받을 줄 모르고 말이야. 참, 미리 말해주겠는데 성소현이 너에게 주려는 선물은 예정이한테서 사 간 거야. 뭔지는 받아보면 알겠지."전태윤의 안색이 더욱더 어두워졌다.할머니는 그에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었지만 지금은 그의 정체를 가지고 협박을 하고 있었다.전태윤은 곧바로 통화를 끊었지만 전씨 가문 할머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도 원래 전화를 끊으려던 참이었다."도련님, 성소현 씨가 비키지 않으려 합니다."기사는 고개를 돌려 전태윤에게 말했다.일분 간 침묵한 전태윤은 별안간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전태윤이 차에서 내린 것을 본 성소현은 몹시 기뻐하며 얼른 두 마리의 봉황이 담긴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예쁜 두 눈은 홀린 듯 전태윤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잔뜩 인상을 쓴 채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잘생겼다.너무 잘생기고, 너무 멋있었다!성소현은 전태윤의 그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다."태윤 씨, 이거 선물이예요. 아침에 도와줘서 고마워요. 저는 빚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아침에 도와주셨으니 제가 빚을 진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밥 살게요, 어때요?"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전태윤에게 양손으로 상자를 내민 성소현은 속으로 하예정의 방법이 꽤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예정이 말한 방법으로 하니 전태윤이 차에서 내려 그녀를 마주보기까지 하고 있었다.전태윤은 상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할머니는 성소현의 선물은 하예정에게서 산 것이라고 했다.아마 하예정이 만든 공예품이겠지.지난번에 하예정이 그의 마네키네코를 성소현에게 줘서 그
전태윤의 전용차는 전씨 그룹 대문을 떠났고, 강일구는 전태윤의 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성소현을 놓아주었다.곧장 몸을 돌린 성소현은 손을 들어 강일구의 뺨을 향해 내리치려 했다.강일구는 재빠르게 성소현의 손을 막은 뒤 차가운 얼굴로 경고했다."성소현 씨, 전 남녀 안 가리고 다 상대합니다.""이거 놔! 감히 날 때리기만 해 봐!"강일구는 힘껏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냉랭하게 말했다."먼저 절 건드리지 않으면, 저도 손을 대지 않을 겁니다. 성소현 씨께서 제게 함부로 대하신다면, 저도 똑같이 돌려드리죠."그는 경호원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건 아니었다.그들의 도련님은 그들을 마치 형제처럼 대해주고 있었다.그런데 성소현이 신분을 빌미로 그에게 손을 댄다면 강일구는 참지 않을 것이다."너!"성소현은 강일구의 강경한 태도에 놀랐다. 그녀는 하예정처럼 싸움을 할 줄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신분을 빌미로 관성에서 막 나갔었다. 하지만 그건 그보다 더 대단한 사람을 만난 적 없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다.강일구는 성소현과 계속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차갑게 대꾸했다."저희 도련님께 그만 질척대세요. 저희 도련님은 성소현 씨를 좋아하지 않습니다!"그 말만 남긴 뒤 강일구는 멈춰 선 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경호 차량으로 향했다.강일구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성소현은 한참 뒤에야 정신 번쩍 차리고 경호차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뭔데 나한테 그딴 식으로 얘기해? 너 내가 누군지 몰라?"경비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던 경비들은 열이 나 욕설을 내뱉는 성소현을 보며 속으로 구시렁거렸다.'누군지 아니까 그렇게 대하는 거지.'성씨 그룹 대표 이사의 친동생인 성소현은 가족의 더없는 총애를 받고 있어,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신분은 대단하긴 했지만 전 씨 그룹 사람들 눈에는 성씨 그룹과 사이도 좋지 않은데 굳이 성소현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었다.그들의 전 대표는 절대로 성소현을 받아
"태윤아, 왔느냐?"기척을 들은 전씨 가문 할머니는 가게에서 나왔다. 손자를 보며 배시시 웃던 그녀는 그가 빈손으로 내리는 것을 보자 불만 섞인 투로 말했다."이러고 온 거야?""그럼 어떻게 와야 하는데요?"전씨 가문 할머니는 그만 말문이 턱 막혔다.낭만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모르고, 연애에 대해선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나무토막에, 얼음 조각 같으니!그녀가 나쁜 사람이 되어 두어 개월 동안 귀찮게 손자에게 잔소리를 했기에 전태윤은 솔로 생활을 끝내고 하예정과 결혼을 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마흔이 되어도 홀로 지냈을 게 뻔했다."꽃 하나 사 올 줄을 모르느냐, 예정이에게 선물이라도 좀 사 오지.""필요 없어요. 집 베란다에 화분이 가득해요, 아침저녁으로 꽃구경해요."전씨 가문 할머니는 진심으로 전태윤을 걷어차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핏줄이 이어진 친손자인 것을 어찌하리, 찼다간 그녀 마음도 아팠다."제부 왔어요?"아들을 안은 하예진이 웃으며 나와 전태윤을 반겼다.전태윤은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 주우빈이 손을 뻗는 것을 본 그는 주우빈을 안아 들었고, 아이는 애교 있는 목소리로 이모부라고 불렀다. "착하네, 우빈이."전태윤은 동서인 주형인을 상대하기 싫어하지만 주우빈은 꽤 좋아했다. 어린 녀석이 참 예쁜 짓을 잘했다.곁눈질로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하예진의 얼굴을 흘깃 본 전태윤은 자신의 호텔에서 주형인을 봤던 것이 떠올랐다. 경호원은 주형인의 곁에 젊고 예쁜 여자가 있다고 하며 둘 사이가 꽤 친밀해 보였다고 했다.'주형인은 바람을 피우는 건가?'그는 직접 본 것이 아닌 데다 경호원도 주형인과 닮았다고만 생각할 뿐 멈춰 서서 본 게 아니라, 전태윤은 속으로 의심은 하고 있지만 하예진에게 알리지는 않았다.만약 사람을 잘못 봐놓고 하예진에게 말한다면 오히려 남의 부부 사이를 갈라놓는 나쁜 놈만 될 뿐이었다.테이블을 내온 심효진은 가게를 정리하고 비워 낸 자리에 테이블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안으로 들어온 전태윤을 향해 인
전태윤은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이틀간 보지 못하다 갑자기 마주하니 전태윤은 자신이 그녀의 얼굴을 꽤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부부 둘은 그렇게 서로의 얼굴만 마주하고 있었다.끝내는 하예정이 먼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깼다."손 씻고 음식부터 내가 줘요, 요리는 다 끝났어요."전태윤은 거절을 하지도 명확한 답을 주지도 않은 채 입술만 꾹 다물고 있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해산물은 왜 이렇게 많이 산 거야?"문제는 그녀가 쓴 결제 문자를 받은 적이 없었다.설마 자신의 돈응로 산 걸까?냉전은 냉전이었고, 먹여 살리는 일은 남편인 그의 일이었다."총 얼마를 쓴 거야? 조금 있다가 보내줄게. 생활비는 내가 내기로 약속했잖아."고개를 돌려 자신이 준비한 해산물 요리들을 본 하예정은 웃으며 설명했다."한 푼도 안 들었어요. 다 성소현 씨가 바닷가에 휴가 갔다가 저에게 선물로 가져온 거예요. 조금 있다가 할머니께서 집으로 가신다고 하니까 할머니 바래다주면서 당신 부모님도 맛보게 가져다드려요. 다 엄청 신선한 것들이에요."전태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이게 다 성소현이 선물한 거라니.두 사람은 본래 연적이어야 했지만, 그가 일부러 신분을 숨기고 있는 탓에 두 사람은 어쩌다 접점이 생겼고 이제는 친구가 될 기미가 보였다."이유 없이 선물을 받을 수는 없지. 성소현 씨가 이렇게 많은 해산물을 보냈으니 빚을 진 거나 마찬가지지. 돈 이체해 줄테니까 뭐라도 사서 성소현 씨한테 선물로 보내. 보내준 해산물에 대한 답례인 셈 치지."이러니저러니 해도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돈을 보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왜냐하면, 부부는 이미 서로 카톡 친구를 삭제했기 때문이었다.그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하예정을 추가할 수는 없으니 돈으로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다.하예정이 그의 돈을 받겠다고만 한다면 친구도 추가할 수 있었고, 그러면 그는 정정당당하게 체면도 깎이지 않고 아내와 다시 카톡 친구가 될 수 있었다.하예정은 전태윤만큼 속셈이 어둡지는 못해 곧바
옆에 있는 손자는 손자며느리를 챙길 줄도 모른 채 조용히 밥만 먹고 있자, 전씨 가문 할머니는 몰래 테이블 밑으로 손자의 다리를 툭 쳤다.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보는 전태윤의 짙게 가라앉은 두 눈은 할머니가 왜 자신을 쳤는지 모르겠다는 듯 억울한 눈빛이었다.그 모습에 전씨 가문 할머니는 한숨만 나왔다.그들 부부는 당시 장손을 온 정성을 다해 교육해 왔었다. 후계자라고 온 심혈을 다 기울였었는데 어떻게 결과는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능력 면에서 전태윤은 꽤 만족스러웠다.전씨 그룹을 전태윤에게 맡긴 뒤로, 늘 번창하며 성씨 그룹보다 더욱 빠르고, 더욱 잘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하지만 감정 쪽에서 그녀는 손자는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예정이에게 새우 좀 까줘."전씨 가문 할머니는 하는 수 없이 작은 목소리로 손자에게 귀띔해 줬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손자는 잡을 줄도 모르고 있었다.할머니의 말에 전태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하예정에게는 손이 있지 않은가?자신이 키운 손자라 할머니는 그를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전태윤이 입술을 꾹 다물자 할머니는 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채고는 그를 향해 두 눈을 부릅떴다.할머니가 노려보자 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회용 장갑을 꺼내 낀 뒤, 손을 뻗어 새우가 담긴 그릇을 자신의 앞에 내려놓으며 무심하게 말했다."예정아, 먹어. 우빈이 새우는 내가 까줄게.""…"전씨 가문 할머니는 할 말을 잃었다.하예정을 챙겨주라고 했더니, 왜 주우빈을 챙긴단 말인가?이 망할 자식은, 답이 없었다!하예정은 전태윤과 입씨름하지 않고 얌전하게 대답한 뒤 장갑을 벗었다.전태윤은 빠르게 새우를 까기 시작했고, 이내 주우빈의 앞접시에는 새우살이 가득 쌓였다.그리고도 전태윤은 계속해서 새우를 깠다. 하지만 새우살을 주우빈의 그릇에 놓는 것이 아니라 새우 그릇에 놓았다.그릇 한가득 담긴 새우를 다 벗긴 뒤, 그는 그 새우살을 하예정의 앞에 내려놓은 뒤 아
전태윤이 아직도 떠나지 않은 것을 본 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물었다."왜 그래요?"입술을 감쳐 물은 전태윤이 말했다."괜찮아.""나, 먼저 회사로 갈게.""그래요."하예정은 대충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려 계속해서 설거지를 이어갔다.전태윤은 그녀의 뒷모습을 그윽하게 몇 번 보고 나서야 주방을 나섰다.주우빈과 놀던 전씨 가문 할머니는 손자가 나온 것을 보자 퍽 기분 나빠하며 말했다."태윤아, 예정이 설거지하는 거 돕지 않고 뭐해. 점심 내내 요리하느라 힘들 텐데."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아내를 참 아꼈다. 그녀가 보기에 그녀의 아들들은 며느리에게 다정하고 사랑을 듬뿍 주는 것 같은데 왜 손자에게로 오니 손자며느리를 아끼는 모습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예정이가 제 도움은 필요 없대요. 할머니, 저 먼저 회사로 돌아가 볼게요."전태윤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 뒤 할머니 앞을 지나쳐 걸어갔다.전씨 가문 할머니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전태윤은 빠른 걸음으로 이미 서점 밖으로 나간 뒤였다. 그녀는 끝내 속으로 한숨만 내쉬며 말을 삼켰다.이내 전태윤은 차를 몰고 관성중학교 입구를 벗어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정남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무슨 일이야?"마침 전태윤은 신호에 걸려 파란불을 기다리고 있었다."네 막내 처남이라고 할 수 있는 하지철 잡혀갔는데?""그거 내 처남 아니야."전태윤은 차가운 목소리로 친구가 말한 호칭을 정정했다.그와 하예정의 냉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 부부 관계가 얼마나 더 유지될지 알 수 없어, 하씨 집안 사람들은 그는 친척으로 여기지 않았다.하예정마저도 친가 사람들을 가족으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그래, 그래. 네 처남 아니야."소정남은 하씨 집안 사람이 하예정 자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어 자신이 방금 전에 한 농담은 확실히 과했다고 생각했다."하지철이 양아치들을 데리고 하예정을 막았는데 도리어 얻어만 맞고, 신고당해서 같이 구류 당했대."하예정은 다치지 않았기
도아영은 하예정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하 대표님, 제 명함이에요. 만약 전이혁 씨에 대한 소식을 알게 되면 여기 제 연락처로 전화 주세요. 전 일주일 정도 관성에 머물 예정이에요.”하예정은 명함을 받으며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아영 씨, 지금 어디 머물고 있어요?”“관성 호텔이요. 전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곳이더라고요.”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관성 호텔은 관성에서 손꼽히는 호텔이죠. 거기에 머물면 보안도 철저하고, 안심하고 지낼 수 있을 거예요.”“아영 씨가 호텔에 머무는 동안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하죠. 잠시 후 제가 호텔에 연락해 놓을게요.”도아영은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하 대표님, 정말 감사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 제 숙박비 정도는 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도아영 역시 명문가 출신이었고, 그녀에게 가장 부족하지 않은 것이 돈이었다.“물론 아영 씨가 돈이 부족할까 봐 그러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먼 길까지 찾아왔는데, 제가 주인으로서 손님을 대접하는 건 당연한 거예요. 혹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얼마든지 말해요. 시간이 되면 제가 아영 씨랑 같이 다닐 수 있어요.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죠.”“만약 제가 바쁘면, 다른 분한테 부탁해서 아영 씨를 관성의 여러 맛집으로 안내하도록 할게요.”“관성에는 관광지가 별로 없어요. 있다고 해도 거의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곳이죠. 하지만 음식만큼은 장담할 수 있어요. 눈에 띄지 않는 오래된 가게들이지만,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정통적인 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하예정이 말한 맛집들은 관성의 젊은이들도 모르는 가게들이었다. 그녀는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 미식가로 전태윤과 결혼하기 전, 친구 심효진과 함께 관성의 골목골목을 누비며 맛집을 탐방했었다. 그러기에 관성의 맛집 정보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의 배려에 도아영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그렇다면 사양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제 호텔 비용은 하 대표님께 부담드릴 수 없어요. 안 그러면 제가 너무
전이혁은 누구보다 할머니께 효심이 지극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자기 친형보다도 가문의 맏형을 먼저 찾을 정도로 전태윤을 존경했다.그리고 전태윤은 워낙 애처가였고, 동생들이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는 또 아내에게 모든 걸 말했었다. 덕분에 하예정도 자연스럽게 동생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그러니 도아영도 실례를 무릅쓰고 하예정을 찾아온 것이었다.하지만, 예상 밖으로 하예정의 회사 직원들은 도아영을 하예정의 라이벌로 오해하고 있었다. 심지어 하예정 역시 처음에는 도아영에게 의심의 눈길을 보냈었다. 하예정은 처음에는 비서에게 차만 내오라고 했지만, 도아영의 목적을 알고는 다과와 과일을 추가로 준비하게 했다.그러나 도아영은 이런 차별적인 행동에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만약 그녀라도 똑같을 것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라이벌이 자신을 직접 찾아왔다면, 예의상 물 한 잔은 줄 수 있어도 차와 다과까지 대접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었다.만나기만 해도 눈에서 불꽃이 튀는 라이벌인데, 도아영은 하예정이 솔직하고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하예정을 찾아오기 전, 도아영은 이미 전씨 가문인지 어떤 가문인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만약 그녀도 이런 명문가에 시집올 수 있다면 분명 행복했을 터였다.하지만, 문제는 전이혁이었다. 도아영은 전이혁이 그녀에게 어떤 마음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전이혁은 늘 애매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며 도아영을 갖고 노는 듯했다.“넷째 도련님은 가끔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곤 하지만, 요즘은 얼굴조차 보지 못했어요.”도아영은 또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아...”“지금 도련님은 어디에 있어요?”하예정이 되려 도아영에게 전이혁의 행방에 관해 물었다.“2주 전까지만 해도 해주시에 있었는데 지금은 모르겠어요. 아마 관성에 돌아갔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갔겠죠.”“그럼, 벌써 2주째 도련님을 못 만나고 있는 거예요?”도아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전이혁 씨는 처음부터 그랬어요. 제가
그래서 도아영은 지금 전이혁에 대해 캐물으려고 하예정을 찾아온 건가?“도아영 씨는 지금 전이혁 씨와 어떤 관계죠?” 하예정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도아영은 한참 망설이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희가 어떤 관계인지. 처음 전이혁 씨를 알게 되었을 때는 전이혁 씨가 저한테 관심을 보이며 다가오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제가 다가가려고 하니 또 멀어지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그렇게까지 진심은 아니었나 봐요.”“그렇다고 해서 아예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닌 게, 제가 거의 잊어버릴 때쯤이면 꼭 꽃이나 선물을 보내오고, 또 밥도 사주곤 했어요. 그리고 제가 일 때문에 힘들 때도 몰래 저를 도와줬더라고요.”“그런데 정작 제가 보답이라도 하려고 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요. 연락도 안 받고, 메시지에 답장도 없고...저한테 어디 사는지도 알려주지 않았어요.”“전 전이혁 씨 이름만 알았지, 따로 캐내지 않았더라면 전이혁 씨가 전씨 가문 넷째 도련님이라는 것도 몰랐을 거예요.” “...”도아영의 말의 하예정은 무언가 눈치챈듯했다.‘이혁 도련님, 진짜...이거 완전 밀당이잖아. 애초에 관심이 없으면 다가가지 말든가.’사실, 전이혁은 할머의 뜻을 무시할 수 없어 마지못해 도아영에게 다가간 것이었다. 그러니 도아영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도망을 친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그리고 하예정은 직감적으로 확신했다. 전이혁은 분명 꿈속 그 여자를 찾아냈고, 지금은 과연 본인의 마음을 따를 것인지, 할머니의 뜻을 따를 것인지 갈팡질팡하고 있을 것이었다.‘이혁 도련님은 정말 도아영이 별로인 건가? 아니면 꿈속 여자에게 깊이 빠진 걸까? 아마 본인도 정작 어떤 마음인지 모르고 있겠지...’하지만 전이혁이 양다리를 걸친 느낌은 확실했다.‘하 대표님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 성격이 이래요. 궁금한 건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도대체 전이혁 씨 마음이 뭔지 알고 싶어요.”“그런데 막상 직접 찾아가 물
몇 분 정도 앉아 있던 성소현은 바쁘다는 핑계로 VIP룸을 떠나 그녀의 사무실로 돌아갔다.어차피 예전의 하예정도 쉽게 괴롭힐 수는 없었지만 조금 더 강해진 하예진이었기에 성소현은 그녀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하예정은 건달 몇 명도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서지혜가 그들에게 차를 따라준 후 하예정은 그녀에게 나가서 일하라고 말했다.비서가 나가자 하예정은 도아영을 바라보며 웃으면서 말했다.“아영 씨, 이젠 찾아온 의도를 말해보세요.”도아영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단지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었어요.”하예정은 눈살을 찌푸렸다.‘단지 만나보고 싶었다고?’그녀는 연예인도 아니었고 팬도 없었다.도아영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문득 깨달은 하예정은 떠보듯 도아영에게 물었다.“전씨 성을 가진 남자분 때문에 오신 거예요? 전씨 성을 가진 남자분 이름은 뭐예요?”“전이혁이에요? 전우예요? 전창빈이에요?”그녀는 한 번에 도련님 세 명의 이름을 말했다.둘째 도련님은 기혼이고 셋째 도련님은 고현과 여행 중이다.두 도련님은 이미 임자가 있었다.바로 넷째 도련님부터 시작해서 하예정은 그들의 짝이 누구인지 모른다.여섯째 도련님의 반쪽이 선우민아라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러나 선우민아를 만난 적은 없었다.도아영은 선우민아가 아니기에 그녀가 찾으려는 사람은 넷째 도련님 아니면 다섯째 도련님일 것이다.하예정의 말에 눈빛이 흔들린 도아영은 성실하게 대답했다.“이혁 씨요.”하예정은 바로 이해했다. 도아영은 할머니가 전이혁에 선택해 준 결혼 상대이다.할머니가 선택해 준 아내와 그가 꿈에서 본 여자는 같은 사람 아니기에 넷째 도련님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전이혁은 할머니가 선택해 준 여자랑 결혼하고 꿈에서 만난 여자와도 얽혀 있다면 전씨 가문에서 첫 번째로 이혼한 남자가 되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그래서 그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다.이 때문에 할머니를 찾아 항의한 적도 있었다.할머니는 만약 그가 꿈에서 본 여성을 찾은
“알고 있어, 회사에 돌아오자마자 경비원이 알려줬어.”서지혜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만만치 않아 보여요, 무슨 연고로 찾아왔는지 몰라요. 성 대표님이 어느 회사냐고 물었지만 말하지 않았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도 말하지 않았어요.”“성 대표님은 하 대표님의 연적이라고 생각해요.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하예정은 실소를 지었다.“젊은 여성이 찾아온다고 다 나의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 만약 나의 연적이었다면 언니가 아영 씨를 들여보내지 않았겠지.”서지혜가 말했다.“그건 성 대표님이 몰랐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 그렇게 의심하고 있어요. 어쨌든 하 대표님 조심하세요.”전태윤 같은 우수한 남자는 수시로 그를 사모하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그래서 하예진에게는 수시로 연적이 나타났다.“알았어, 조심할게. 내가 조심해도 소용없어, 그들이 나와 태윤 씨를 빼앗는다면 내가 태윤 씨를 집에 가두어도 연적이 나를 찾아올 거야.”모든 일에 마음을 넓게 먹었던 하예정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더 많은 여자가 전태윤을 좋아할수록 그녀는 더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이 그녀를 일편단심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복 받았다고 생각했다.서지혜는 하예정을 따라 VIP룸에 들어갔다.서지혜가 VIP룸 문을 열자 젊고 예쁜 기품이 고상한 여인이 소파에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앉은 자세를 본 하예정은 그녀가 어느 명문가의 딸일 것으로 추측했다.하예정은 할머니와 시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아 예전보다 고귀하고 우아해졌지만 이 여성과 비교하면 자신의 내공이 부족하게 느껴졌다.그들의 말처럼 집안이 부유하지 않으면 명문가의 자녀일 것이다. 그녀의 기질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도아영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하예정을 본 그녀는 일어섰고 하예정이 다가오자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아영 씨, 안녕하세요.”하예정은 상대방의 이름이 도아영이라는것은 알지만 그녀가 누구인지는 모른다.
물론 노동명도 건드리면 화를 낸다.그들은 머리가 문에 끼인 것이 아닌 이상 노동명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노동명이 온 것을 본 모든 사람은 그에게 인사했다.식당 직원은 이미 노동명의 점심 식사를 준비해서 한 테이블에 차려놓았다.노동명은 몇몇 고위층 관리들과 함께 앉아서 식사했다.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대표로서의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퇴근 후 그들은 일 얘기를 하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허풍을 떨었다.노동명은 퇴근 후에는 신경이 너무 긴장되지 않도록 스스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노동명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회사 사람들과 함께 식사했고 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와 관성 호텔에서 식사했다.식사 후 그들 부부는 옥상의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에서 낮잠을 자면서 휴식을 취했다.낮잠을 자고 일어나 각자 자기 회사로 돌아가 일을 했다.하예정의 차가 회사에 들어서자 당직 경비원이 그녀에게 다가와 말했다.“아영 씨라는 분이 하 대표님을 찾으세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를 모시고 들어갔어요.”도아영?차를 세운 후 차에서 내린 하예정은 경비원에게 물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 말했나요?”그녀가 아는 여성 지인분 중 도아영이라는 사람은 없었다.하예정은 그녀가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경비원이 대답했다.“어느 회사에서 오셨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다만 하 대표님을 만나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원래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때마침 성 대표님이 돌아오셨어요. 성 대표님이 아영 씨가 하 대표님을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들여보내셨어요.”경비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영 씨는 하 대표님과 나이가 비슷해 보였고 매우 아름다웠고 품격이 있어 보였어요. 평소에 하 대표님이 들고 다니던 가방을 들고 왔는데 내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아요.”“하 대표님, 젊은 여성이 찾아왔으니 조심하세요.”그 뜻은 하예정의 연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하예정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하예정의 남편인 전태윤은 관성에서 전
비서가 대답했다.“저도 그냥 노 대표님에게 말했을 뿐이에요. 평소에 직업 정장을 입으시던 분이 갑자기 예쁜 일상복 차림으로 갈아입은 건 누군가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일 거예요.”“아마 열애 중일 수도 있어요. 여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하여 예쁘게 꾸민다고 했어요.”고개를 돌려 비서를 본 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여자를 잘 아는가 봐.”“노 대표님, 저 두 아이 아빠예요. 가정이 있는 남자라 여자 마음을 당연히 잘 알죠.노 대표님도 예진 씨의 마음을 얻고 싶으면 저에게 물어보셔도 돼요.”“애초에 너에게 물었으면 지금쯤 예진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겠지.”노동명은 농담하며 말했다.“나는 여자의 마음을 잘 몰라, 하지만 난 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녀의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알아.”“진심으로 대한다면 예진이도 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을 거야.”“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예진이가 내가 필요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도와줄 수 있고 위험에 처하면 제일 먼저 곁으로 갈 수 있는 것이 명품을 선물하는 것보다 더 마음에 와닿는다고 생각해.”하예진은 그가 선물한 명품을 받은 적이 없었다.기껏해야 그가 선물한 꽃다발을 받았다.하예진은 물질을 중요시하지 않는 여자였기에 그는 오직 옆에 함께 있어 줄 수밖에 없었다.옆에서 함께 하며 묵묵히 지켜주는 것만이 진정한 사랑이다.비서는 노동명과 몇 해 동안 일하며 그와 하예진의 사랑을 지켜봐 온 산증인이다. 노동명은 처음에 하예진에게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전태윤의 처형이고 하예정의 언니였기 때문에 노동명은 하예진에게 일할 기회를 주었다.그때 그는 하예진을 뚱뚱하다며 매일 일찍 회사에 출근해 달리기해서 살을 빼라고 했다.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노동명은 하예진을 사랑하게 되었다.한 명은 돈을 노리지 않고 한 명은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다.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서로를 좋아하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표가 하예진을 좋아하게 됐을 때 그녀는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다만 그때 노동
노동명이 하예진을 좋아할 수 있는 것도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점차 그녀에게 끌려서 사랑하게 된 것이다.그는 상대방에게 첫눈에 반하지 않고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정이 생기는 편이다.그녀는 기회만 준다면 자신이 하예진보다 더 우수하기에 노동명에게 자신의 좋은 점을 보여준다면 마음을 바꿔 그녀를 선택하리라고 생각했다.사업 이야기를 마쳤을 때 식사 시간이었다.장월은 노동명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노동명은 장월의 초대를 완곡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지금은 거동이 불편해 친구들과 회식하지 않는 한 구내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있어요.”“그럼 좋아요, 노 대표님이 완쾌되시면 다시 제가 식사를 대접하겠습니다.”너무 의도적으로 행동하면 노동명의 반감을 살까 봐 걱정되어 그녀는 무리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본다면 그녀와 선을 그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노동명은 미혼여성과 접촉하는 일이 거의 드물었다.노씨 그룹과 협력하는 대표 중 여성이 있더라도 그녀와 같은 중년층이며 대부분은 할머니급이었다.그녀가 남편을 대신해 시댁의 가문을 지탱하고 또 아들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노동명은 그녀 회사와의 협력관계를 직접 책임지지 않았을 것이다.노동명의 눈에 그녀는 시댁이 있는 결혼한 여자로 보였다. 남편이 죽더라도 그녀는 다른 곳에 시집을 가지 않고 시댁을 떠나지 않는 한 외부 사람들의 눈에는 시댁이 있는 여자로 보일 뿐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었다.노동명이 그에게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할 수가 없었다.“비서에게 장 대표님을 배웅해 드리라고 할게요.”노동명은 장월을 배웅하기 위해 일어나지 않았다. 거동이 불편했던 그는 누가 오더라도 거의 일어나지 않았고 사람들도 그를 이해해 주었다.장월은 웃으면서 노동명과 악수하며 말했다.“노 대표님, 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노동명은 비서에게 장월과 그녀의 비서를 배웅하라고 했다.일 층까지 장월과 그의 비서를 배웅한 노동명의 비서는 두 사람이
남편이 살아있을 때 장월은 커피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셨으며 그녀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었다.지금 그녀는 기운을 북돋아 일을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예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졌다.노동명은 비서더러 장월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말했다.“나는 따뜻한 물 한 잔 줘, 태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셨어.”그는 보통 오전에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오후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노 대표님, 전씨 그룹에 다녀오셨어요?”장월은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네, 급한 일이 있어서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이를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노동명이 깊게 말하려고 하지 않자 장월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노동명과 소정남 그리고 전태윤까지 세 사람은 형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관성의 상류층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이 3대 가문은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으로 결혼한 후 노동명이 하예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가 천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만약 노동명이 순조롭게 하예진과 결혼한다면 그와 전태윤은 동서지간이 될 것이다.소정남의 아내와 하예정 또한 절친이다.장월은 갑자기 하예정은 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왕성하게 한다고 느꼈다.그녀는 운이 좋게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그녀의 절친과 이혼한 언니까지 잇따라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었다.하예정과 친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다.성씨 가문의 딸 성소현은 예전에 명성이 악랄했다. 모두 그녀가 교활하고 제멋대로이며 독단적인 데다 안하무인이라고 말했다.하예정이 이경혜와 관계를 확인한 후 그녀와 성소현은 사촌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성소현의 명성은 점점 좋아졌고 두 사람은 협력해 회사를 설립해 모닝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도 잘되고 있다.많은 황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