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 중심 병원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호텔 안, 하지철의 부모가 하씨 집안 첫째의 방문을 두드렸다.하씨 집안 첫째는 문을 열자 막내 동생 부부가 다급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보여 걱정스레 물었다."막내야, 무슨 일이야? 두 사람 안색이 왜 이렇게 안 좋아?""형님, 저희 지철이가 어젯밤에 나가서는 안 돌아왔어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면 어떡해요?"하지철의 아버지는 하씨 집안 남매들 중 서열이 가장 낮았다. 부모가 가장 예뻐하는 것도 그의 이름을 보배라고 지었다. 보배같이 사랑스러운 아들이라는 의미였다."지철이가 뭐 하러 가는지 얘기가 없었어?" 하민성은 하씨 집안 첫째로 나이가 제일 많아 꽤 성질을 누그러트릴 줄 알았다.하보배는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지철이가 어제 하예정을 찾아가서 따지겠다고 하면서, 하예정이 엄마 병원비를 내게 만들겠다고 했어요. 그러더니 어제 나간 뒤로 지금까지 안 들어오고 있어요. 전화해도 전원은 꺼져있고요."하지철은 지금 구류가 된 상태였지만 가족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고 그의 휴대폰은 마침 배터리가 다 닳아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하민성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막내 동생 부부에게 벌컥 화를 냈다."어떻게 지철이가 혼자 하예정을 찾아가게 둘 수가 있어. 지난번에 애들 몇 명이 모여서 갔을 때도 하예정은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혼자서 어떻게 하예정을 이길 수 있겠어?"조카와 한 번 상대를 해 본 뒤에야 하민성은 그들이 셋째가 남긴 두 아이를 얕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큰 조카는 몰라도, 그 작은 조카인 하예정은 빈틈이 전혀 없어, 모두들 제대로 당했었다.돈을 못 얻어냈을 뿐만 아니라 명성도 더럽혀져 아이들은 그것 때문에 정직을 당하거나 사업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원래 그들 남매는 다시 하예정을 찾아가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지만, 여동생들이 아직 시간이 나지 않아 날을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 주말이 되면 다들 시간을 낼 수 있으니 다 같이 하예정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어찌 됐든 그들은 하예정보
"그럼 불러."하민성도 사람이 많은 것이 나을 것 같아 동생이 아들과 조카를 부르는 것에 동의했다.하지만 하보배가 큰조카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하지명에게서 예상외의 말이 들려왔다."삼촌, 막 전화하려던 참인데, 지철이 큰일 났어요."그 말에 하보배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얼른 물었다."지철이한테 큰일이라니? 하예정한테 돈 받아내러 간다고 했는데, 혹시 하예정한테 맞기라도 한 거야? 그 망할 년이 감히 우리 지철이 털끝이라도 건드렸다간 아주 가만 안 둘 줄 알아. 돌아가면 그 애 어미 무덤까지 죄다 파헤쳐 놓을 거야!"하예정의 아버지는 그의 셋째 형이라 하보배는 셋째 형의 무덤을 파헤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셋째 형수는 그와 혈연관계도 없으니, 하예정이 그를 건드렸다간 정말로 셋째 형수의 무덤을 다져놓을 수도 있었다."지철이가 양아치 몇 명 데리고 야밤에 하예정 차를 막아섰대요. 게다가 야구 배트도 들고 가서 하예정에게 깽판을 부리려고 했던 것 같은데 오히려 하예정의 반격당해서 지금은 걔 친구들과 같이 구류됐대요. 저도 방금 소식 들었어요.""구류됐다고? 남매 사이의 일에 왜 신고까지 한 거야? 하예정 그 망할 계집애, 정말 독하다, 독해. 감히 경찰에 신고해서 우리 지철이를 잡아가다니. 지명아, 지철이를 꺼낼 수 있겠어? 아직 어린앤데 분명 놀랐을 거야."하보배는 조카가 경찰에 신고해 자신의 아들이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분노에 차 매정한 하예정을 탓하더니 이내 자신의 아들이 놀랐을까 봐 걱정하며 얼른 아들을 구해내려 했다."지난번에 하예정을 찾아갔을 때도 지철이는 흥분을 주체 못 했어요. 저희는 지금 밀리고 있는 입장이라 하예정에게 세게 나오면 안 되는 상황인데 지철이가 하예정을 찾아갔으니 그런 거죠. 하예정의 뒷배가 누구인지 아직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 절대로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돼요."하지명은 삼촌을 책망하며 말했다."삼촌은 지철이를 말렸어야죠. 저희는 하예정 자매한테 은혜는 없고 갈등만 있으니 분명 우리 온 가족을 뼈에 사
하지명은 작은어머니의 욕설을 못 들은 척하며 삼촌과 이야기를 마친 뒤 전화를 끊었다.그런 뒤 길게 한숨을 쉬었다.그는 그들에게 무슨 재수라도 옴 붙은 건 아닌지 의심이 갔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도 하예정의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릴 수가 없단 말인가.게다가 그는 하예정에게 뒷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뒷배가 누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모든 사람이 그들의 협상에 감히 나서지 못하게 한 것을 보면 하예정의 뒷배는 관성에서 파워가 센 사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이 하예정 자매에 대해 조사를 해봤을 때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알아내지 못했다.하예진의 남편은 비록 한 회사의 사장이기는 하지만 그저 직원에 불과했고, 하예정의 남편은 무슨 업계에 종사하는지도 그들은 몰랐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에게서 듣기로 하예정의 남편은 몇천만 원짜리 국산차를 몬다고 했다.그들이 갖고 있는 차 아무나 하나를 봐도 하예정의 남편 차보다 좋았다.그 말은 하예정의 남편은 그닥 잘나가는 게 아니란 뜻이었다.만약 정말로 뒷배가 있다면 아마 하예정의 친구일 듯싶었다. 그 심효진은 관성 토박이로 집에도 돈이 많았다. 게다가 듣기로는 그녀의 고모는 재벌가에 시집을 갔다고 하니 그 심효진이 하예정을 도와주고 있는 건가?하예정은 그가 하지철을 신고했으니 그 막무가내인 본가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고 예상해 그녀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점심이 지나도록, 그 막무가내의 본가 사람들은 찾아오지 않았다.전씨 가문 할머니는 하예정에게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걸었다.할머니의 전화가 울렸을 때, 전태윤은 자신의 전용차를 타고 회사에서 나와 식사를 위해 관성 호텔로 향하고 있었다.함께 점심 약속을 잡았던 소정남도 그의 차를 따라 함께 가고 있었다."네, 할머니."전태윤은 할머니의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제가 물어봐달라고 했던 거, 답은 들었어요?""뭘? 나한테 물어봐달라고 한 거 있었
하예진은 이미 가게로 돌아와 있었다. 일자리는 아직도 소식이 없었다.전씨 가문 할머니의 말을 들은 전태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할머니의 말투는 고소해하고 있는 게 분명한 말투였다."쓸데없는 얘기는 되었다, 얼른 와서 먹거라. 그렇지 않으면 예정이에게 네가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말해버릴 거야. 정말이지, 내가 너한테 화해할 계기를 만들어줘도 받을 줄 모르고 말이야. 참, 미리 말해주겠는데 성소현이 너에게 주려는 선물은 예정이한테서 사 간 거야. 뭔지는 받아보면 알겠지."전태윤의 안색이 더욱더 어두워졌다.할머니는 그에게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었지만 지금은 그의 정체를 가지고 협박을 하고 있었다.전태윤은 곧바로 통화를 끊었지만 전씨 가문 할머니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도 원래 전화를 끊으려던 참이었다."도련님, 성소현 씨가 비키지 않으려 합니다."기사는 고개를 돌려 전태윤에게 말했다.일분 간 침묵한 전태윤은 별안간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전태윤이 차에서 내린 것을 본 성소현은 몹시 기뻐하며 얼른 두 마리의 봉황이 담긴 선물 상자를 내밀었다. 예쁜 두 눈은 홀린 듯 전태윤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있었다. 잔뜩 인상을 쓴 채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잘생겼다.너무 잘생기고, 너무 멋있었다!성소현은 전태윤의 그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다."태윤 씨, 이거 선물이예요. 아침에 도와줘서 고마워요. 저는 빚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거든요. 아침에 도와주셨으니 제가 빚을 진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밥 살게요, 어때요?"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전태윤에게 양손으로 상자를 내민 성소현은 속으로 하예정의 방법이 꽤나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예정이 말한 방법으로 하니 전태윤이 차에서 내려 그녀를 마주보기까지 하고 있었다.전태윤은 상자를 뚫어지게 쳐다봤다.할머니는 성소현의 선물은 하예정에게서 산 것이라고 했다.아마 하예정이 만든 공예품이겠지.지난번에 하예정이 그의 마네키네코를 성소현에게 줘서 그
전태윤의 전용차는 전씨 그룹 대문을 떠났고, 강일구는 전태윤의 차가 멀어지고 나서야 성소현을 놓아주었다.곧장 몸을 돌린 성소현은 손을 들어 강일구의 뺨을 향해 내리치려 했다.강일구는 재빠르게 성소현의 손을 막은 뒤 차가운 얼굴로 경고했다."성소현 씨, 전 남녀 안 가리고 다 상대합니다.""이거 놔! 감히 날 때리기만 해 봐!"강일구는 힘껏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냉랭하게 말했다."먼저 절 건드리지 않으면, 저도 손을 대지 않을 겁니다. 성소현 씨께서 제게 함부로 대하신다면, 저도 똑같이 돌려드리죠."그는 경호원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건 아니었다.그들의 도련님은 그들을 마치 형제처럼 대해주고 있었다.그런데 성소현이 신분을 빌미로 그에게 손을 댄다면 강일구는 참지 않을 것이다."너!"성소현은 강일구의 강경한 태도에 놀랐다. 그녀는 하예정처럼 싸움을 할 줄 아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신분을 빌미로 관성에서 막 나갔었다. 하지만 그건 그보다 더 대단한 사람을 만난 적 없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다.강일구는 성소현과 계속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 차갑게 대꾸했다."저희 도련님께 그만 질척대세요. 저희 도련님은 성소현 씨를 좋아하지 않습니다!"그 말만 남긴 뒤 강일구는 멈춰 선 채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경호 차량으로 향했다.강일구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성소현은 한참 뒤에야 정신 번쩍 차리고 경호차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뭔데 나한테 그딴 식으로 얘기해? 너 내가 누군지 몰라?"경비실에서 당직을 서고 있던 경비들은 열이 나 욕설을 내뱉는 성소현을 보며 속으로 구시렁거렸다.'누군지 아니까 그렇게 대하는 거지.'성씨 그룹 대표 이사의 친동생인 성소현은 가족의 더없는 총애를 받고 있어, 모든 이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녀의 신분은 대단하긴 했지만 전 씨 그룹 사람들 눈에는 성씨 그룹과 사이도 좋지 않은데 굳이 성소현에게 잘 보일 필요는 없었다.그들의 전 대표는 절대로 성소현을 받아
"태윤아, 왔느냐?"기척을 들은 전씨 가문 할머니는 가게에서 나왔다. 손자를 보며 배시시 웃던 그녀는 그가 빈손으로 내리는 것을 보자 불만 섞인 투로 말했다."이러고 온 거야?""그럼 어떻게 와야 하는데요?"전씨 가문 할머니는 그만 말문이 턱 막혔다.낭만이라고는 눈곱만치도 모르고, 연애에 대해선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나무토막에, 얼음 조각 같으니!그녀가 나쁜 사람이 되어 두어 개월 동안 귀찮게 손자에게 잔소리를 했기에 전태윤은 솔로 생활을 끝내고 하예정과 결혼을 했지, 그렇지 않았다면 아마 마흔이 되어도 홀로 지냈을 게 뻔했다."꽃 하나 사 올 줄을 모르느냐, 예정이에게 선물이라도 좀 사 오지.""필요 없어요. 집 베란다에 화분이 가득해요, 아침저녁으로 꽃구경해요."전씨 가문 할머니는 진심으로 전태윤을 걷어차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핏줄이 이어진 친손자인 것을 어찌하리, 찼다간 그녀 마음도 아팠다."제부 왔어요?"아들을 안은 하예진이 웃으며 나와 전태윤을 반겼다.전태윤은 예의 있게 인사를 했다. 주우빈이 손을 뻗는 것을 본 그는 주우빈을 안아 들었고, 아이는 애교 있는 목소리로 이모부라고 불렀다. "착하네, 우빈이."전태윤은 동서인 주형인을 상대하기 싫어하지만 주우빈은 꽤 좋아했다. 어린 녀석이 참 예쁜 짓을 잘했다.곁눈질로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른 하예진의 얼굴을 흘깃 본 전태윤은 자신의 호텔에서 주형인을 봤던 것이 떠올랐다. 경호원은 주형인의 곁에 젊고 예쁜 여자가 있다고 하며 둘 사이가 꽤 친밀해 보였다고 했다.'주형인은 바람을 피우는 건가?'그는 직접 본 것이 아닌 데다 경호원도 주형인과 닮았다고만 생각할 뿐 멈춰 서서 본 게 아니라, 전태윤은 속으로 의심은 하고 있지만 하예진에게 알리지는 않았다.만약 사람을 잘못 봐놓고 하예진에게 말한다면 오히려 남의 부부 사이를 갈라놓는 나쁜 놈만 될 뿐이었다.테이블을 내온 심효진은 가게를 정리하고 비워 낸 자리에 테이블을 놓고 있었다. 그러다 안으로 들어온 전태윤을 향해 인
전태윤은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이틀간 보지 못하다 갑자기 마주하니 전태윤은 자신이 그녀의 얼굴을 꽤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부부 둘은 그렇게 서로의 얼굴만 마주하고 있었다.끝내는 하예정이 먼저 두 사람 사이의 침묵을 깼다."손 씻고 음식부터 내가 줘요, 요리는 다 끝났어요."전태윤은 거절을 하지도 명확한 답을 주지도 않은 채 입술만 꾹 다물고 있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해산물은 왜 이렇게 많이 산 거야?"문제는 그녀가 쓴 결제 문자를 받은 적이 없었다.설마 자신의 돈응로 산 걸까?냉전은 냉전이었고, 먹여 살리는 일은 남편인 그의 일이었다."총 얼마를 쓴 거야? 조금 있다가 보내줄게. 생활비는 내가 내기로 약속했잖아."고개를 돌려 자신이 준비한 해산물 요리들을 본 하예정은 웃으며 설명했다."한 푼도 안 들었어요. 다 성소현 씨가 바닷가에 휴가 갔다가 저에게 선물로 가져온 거예요. 조금 있다가 할머니께서 집으로 가신다고 하니까 할머니 바래다주면서 당신 부모님도 맛보게 가져다드려요. 다 엄청 신선한 것들이에요."전태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이게 다 성소현이 선물한 거라니.두 사람은 본래 연적이어야 했지만, 그가 일부러 신분을 숨기고 있는 탓에 두 사람은 어쩌다 접점이 생겼고 이제는 친구가 될 기미가 보였다."이유 없이 선물을 받을 수는 없지. 성소현 씨가 이렇게 많은 해산물을 보냈으니 빚을 진 거나 마찬가지지. 돈 이체해 줄테니까 뭐라도 사서 성소현 씨한테 선물로 보내. 보내준 해산물에 대한 답례인 셈 치지."이러니저러니 해도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돈을 보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왜냐하면, 부부는 이미 서로 카톡 친구를 삭제했기 때문이었다.그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먼저 하예정을 추가할 수는 없으니 돈으로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다.하예정이 그의 돈을 받겠다고만 한다면 친구도 추가할 수 있었고, 그러면 그는 정정당당하게 체면도 깎이지 않고 아내와 다시 카톡 친구가 될 수 있었다.하예정은 전태윤만큼 속셈이 어둡지는 못해 곧바
옆에 있는 손자는 손자며느리를 챙길 줄도 모른 채 조용히 밥만 먹고 있자, 전씨 가문 할머니는 몰래 테이블 밑으로 손자의 다리를 툭 쳤다.고개를 들어 할머니를 보는 전태윤의 짙게 가라앉은 두 눈은 할머니가 왜 자신을 쳤는지 모르겠다는 듯 억울한 눈빛이었다.그 모습에 전씨 가문 할머니는 한숨만 나왔다.그들 부부는 당시 장손을 온 정성을 다해 교육해 왔었다. 후계자라고 온 심혈을 다 기울였었는데 어떻게 결과는 이렇게 뜻대로 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능력 면에서 전태윤은 꽤 만족스러웠다.전씨 그룹을 전태윤에게 맡긴 뒤로, 늘 번창하며 성씨 그룹보다 더욱 빠르고, 더욱 잘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하지만 감정 쪽에서 그녀는 손자는 감정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예정이에게 새우 좀 까줘."전씨 가문 할머니는 하는 수 없이 작은 목소리로 손자에게 귀띔해 줬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손자는 잡을 줄도 모르고 있었다.할머니의 말에 전태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하예정에게는 손이 있지 않은가?자신이 키운 손자라 할머니는 그를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전태윤이 입술을 꾹 다물자 할머니는 그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단박에 알아채고는 그를 향해 두 눈을 부릅떴다.할머니가 노려보자 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회용 장갑을 꺼내 낀 뒤, 손을 뻗어 새우가 담긴 그릇을 자신의 앞에 내려놓으며 무심하게 말했다."예정아, 먹어. 우빈이 새우는 내가 까줄게.""…"전씨 가문 할머니는 할 말을 잃었다.하예정을 챙겨주라고 했더니, 왜 주우빈을 챙긴단 말인가?이 망할 자식은, 답이 없었다!하예정은 전태윤과 입씨름하지 않고 얌전하게 대답한 뒤 장갑을 벗었다.전태윤은 빠르게 새우를 까기 시작했고, 이내 주우빈의 앞접시에는 새우살이 가득 쌓였다.그리고도 전태윤은 계속해서 새우를 깠다. 하지만 새우살을 주우빈의 그릇에 놓는 것이 아니라 새우 그릇에 놓았다.그릇 한가득 담긴 새우를 다 벗긴 뒤, 그는 그 새우살을 하예정의 앞에 내려놓은 뒤 아
용태호는 일부러 말했다.“저는 그딴 일에 관심 없어요. 그런데 운별 씨가 화풀이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사람을 시켜 복수해 드릴 수는 있어요. 저만 믿고 따라오시고 저의 일에 협조 잘하신다면 제가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운별 씨를 괴롭혔던 사람들도 그때 가서 복수 해드리죠.”용태호가 토템을 손에 넣게 되면 진정한 권력자로 되어 모든 것을 가지게 될 것이다.그날이 다가오면 그는 전씨 가문도 안중에 넣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소씨 가문이라면 어느 정도 예의를 갖출 수도 있지만...“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나중에 알게 될 겁니다. 아무튼, 저만 믿고 따라오신다면 행복한 생활만 누리게 될 거에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제가 이곳에 두 사람을 남겨 운별 씨를 보호해 드리게 할게요. 저는 돌아가야 해요. 일이 너무 많아서 바빠요.”용태호는 여운별의 허벅지를 다시 만지더니 일어나 두 경호원에게 남으라고 지시했고 다른 경호원들은 바로 여운별의 셋집을 떠났다.용태호가 떠난 후 경호원 중 한 명이 여운별에게 말했다.“운별 씨, 집주인에게 가서 이 셋집을 반환하겠다고 전하시고 우리와 함께 가요. 용 사장님께서 이미 운별 씨에게 별장을 사고 새 차를 사주셨으니, 오늘부터 별장에 들어가서 생활하시면 됩니다.”“당분간 돌려주지 않고 남겨둘 거예요. 필요할지도 모르니까.”여운별은 인피 가면을 쓰고 하예정과 주우빈에게 접근하려고 했다. 그리고 신임을 얻고 나서 언젠가 하예정과 예씨 가문의 사모님이 만나 주우빈과 용정이 만나게 되면 용정을 유괴하여 용태호에게 넘겨줄 것으로 생각했다.만약 여운별은 갑자기 사라지고 자취를 감춘다면 전태윤 일행의 성격으로 반드시 여운별의 흔적을 찾아다닐 것이 뻔했다.차라리 이 셋방을 그대로 두어 여운별이 하예정 곁에 없을 때마다 인피 가면을 벗고 여운별 모습으로 나타나려고 계획했다.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여운별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여전히 관성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믿을 것이고 또한 하예정의 곁에 새로운 얼굴로 나타난다고 해도
여운별은 의아한 표정을 물었다.“A시 예씨 가문의 큰 사모님 양자가 목표라면 왜 직접 A시에서 당신 도와줄 사람을 찾지 않으세요? 관성과 A시는 거리가 너무 멀고 또 하예정 씨와 예씨 가문의 사모님 관계가 가깝다 해도 그분이 하예정 씨와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닐 텐데.”용태호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A시에서는 용정의 소식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용정이 예준성 부부의 양아들이라는 것 외 그 꼬마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외부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게다가 용정은 A시에 거의 있지 않았기에 그가 평소에 어디에 숨어 있는지 잘 몰랐다.예씨 가문 뒤에는 곽씨 가문이 배후에 서 있고 또 만성의 남씨 가문과 혼인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또 예씨 가문의 넷째 사모님은 신의의 제자였기 때문에 용태호는 그들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예전에 경솔하게 용정의 신분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예준성이 누군가가 용정의 뒤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그 뒤로 용태호는 용정에 대한 소식을 잃었다.최근에야 겨우 알아낸 소식인데, 용정은 하예정의 조카 주우빈과 함께 놀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두 녀석은 나이가 비슷해서 분명 친구로 될 수 있었을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돌고 돌아 하예정의 주위에서부터 착수해 용정을 끌어낼 방법을 궁리했다.용정이 그들이 줄곧 찾던 사람인지 아닌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그리고 토템도 찾고 있었다.“예씨 가문 댁 큰 사모님 친정집은 만성의 남씨 가문이에요. 운별 씨가 아실지 모르지만 남씨 가문은 엄청 대단한 가문이에요. 저는 남씨 가문의 사람의 양자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거든요.”용태호는 그가 정말로 두려워하는 사람이 바로 예씨 가문의 넷째 사모님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그 늙은이, 신비한 고수라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그는 단지 용정을 납치하려고 했다.최대한 정면충돌을 하지 않기로 했다.여운별이 말을 이었다.“하예정 씨 배후에 사람이 없는 줄 아세요? 하예정 씨는 친구를 사귈 때 집안 형편이 아닌 인
용태호는 한바탕 웃더니 여운별의 눈을 보며 말했다.“운별 씨, 그건 제가 허락할 수 없네요. 운별 씨가 동의하면 가장 좋은 선택이겠지만 동의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요. 제가 이미 이곳으로 찾아왔기 때문에 당신이 나가서 저에 관한 말을 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제가 당신을 죽이는 수밖에 없어요. 운별 씨가 아마 고통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제 부하들을 보셨죠? 열 명도 넘어요.”여운별의 얼굴은 금세 하얗게 변했다.“그럼, 저와 연합하실 건가요? 아니면 죽기를 바라는 거죠? 몇 분 드릴 테니 잘 생각해 보세요.”여운별은 열댓 명의 경호원을 쳐다보고는 또 용태호를 쳐다보았다.그녀는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해 호기심을 품었다.‘자꾸 사람을 죽인다는 소리를 해대다니! 설마 살인마는 아니겠지?’여운별은 갑자기 땅에 무릎을 털썩 꿇었다.“제발 저를 놓아주세요! 저는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저 이제 겨우 스무 살인데 죽고 싶지 않아요.”여운별의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용태호는 일어나서 그녀의 곁으로 가더니 그녀를 일으켜 세워 가로 안았다.여운별은 그의 뜻을 알고 있었지만, 얼굴이 더 창백해졌을 뿐 반항하지 않았다.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방안에서 나왔다.여운별의 얼굴은 눈물 자국이 가득했고 눈에 원망으로 가득 찼다.용태호는 여운별을 부축하여 소파에 앉게 했고 그녀에게 말했다.“저를 탓하지 마세요. 미워할 거면 운별 씨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사람들을 미워하세요. 그녀들 때문에 운별 씨 존재를 알게 되었고 당신이 좋은 파트너라고 생각했어요.”나쁜 짓을 한 사람은 용태호였지만 그는 여운별을 하예정과 여운초 일행을 원망하라고 설득했다.용태호는 휴지를 뽑아 여운별의 눈물을 닦아주며 위로했다.“자, 그만 울어요.”그는 지갑을 꺼내 안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여운별의 손에 쥐여 주며 말을 건넸다.“이 카드 안에 4억 원이 들어있거든요. 저 가방 안의 현금도 운별 씨한테 드리는 거예요.”여운별은 카드를 건네받고 눈물을 훔치더니 용태
여운별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태호 씨, 지금 저더러 당신의 내연녀 노릇을 하라고요?”여운별은 겨우 스무 살인 젊고 아름다웠기에 그녀의 출신으로 보면 부잣집으로 시집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용태호처럼 중년 남자가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해도 여운별의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일 텐데, 그런 그녀를 이 늙은 남자의 내연녀로 연기를 하라고 하다니!너무 어이없는 상황이다.용태호가 허허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운별 씨, 운별 씨는 특기도 없고 현실에 굴복하는 것도 싫어하고 게다가 한 달에 수십만 원의 돈을 버는 일도 성에 차지 않을 텐데, 그러면 어떻게 생활을 할 건가요? 정말 당신 남동생이 주는 백만 원으로 생활할 건가요?”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나와 천우가 사적으로 한 말을 어떻게 알았지? 설마 줄곧 나를 주시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내가 누구를 만났고 무슨 말을 했는지 다 알고 있는 건가?’이 남자는 너무 무서운 사람이다!전태윤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는 하지 못할 것이다.“운별 씨가 예쁘고 젊고 몸매 좋은 것 말고 또 뭐가 있죠?”용태호가 여운별을 보는 눈빛은 여전히 건방졌다.여운별은 마침내 용태호의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용태호는 그녀를 자신의 노리개로 생각할 뿐이다. 왠지 그녀에게 약속한 조건이 그토록 후하더라니!별장에 새 차, 그리고 매달 6000만 원의 용돈을 주려고 하더니, 결국 여운별의 몸을 탐내고 있었다.그녀는 그런 의심을 하긴 했으나 용태호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용태호는 일어나서 여운별의 곁에 앉아 한쪽 손을 여운별의 허벅지에 올려놓았다.“운별 씨, 저를 따라오셔야지만 계속해서 좋은 삶을 계속 살 수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을 되찾을 수 있고요. 앞으로 여운초 씨를 발밑에 밟고 싶지 않으세요? 여운초 씨 남편을 운별 씨에게 넘어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이런 관계이긴 하지만 만약 운별 씨가 전씨 가문의 도련님을 꼬실 수만 있다면 저도 흔쾌히 손을 놓
여운별은 의아했다.“제가 왜 얼굴을 바꿔야 하죠? 저는 저의 자연스러운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바꾸고 싶지 않아요.”용태호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얼굴에 칼을 대는 것이 싫으시면 가면을 쓰고 다니세요. 문을 나설 때마다 인피 가면을 쓰고 다니시면 돼요. 제가 준비해 드린 이 가면을 쓰면 누구도 운별 씨를 알아보지 못할 거에요. 손오공이 온다 해도 운별 씨인 것을 알아보지 못할걸요. 그리고 제가 새로운 신분도 드릴게요. 우리의 협력이 끝날 때까지 운별 씨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신분을 회복할 수 없어요. 제가 장담하건대, 저의 일이 잘 처리되면 당신이 원하는 여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운별 씨에게 드릴게요.”“그리고 운별 씨의 장님 언니는 제가 개미 한 마리 죽이듯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 운별 씨가 저에게 협조하여 저의 일이 잘 처리된다면 제가 운별 씨가 원하는 모든 것을 빼앗아 드릴 수 있어요.”용태호는 마치 그가 전이진을 쥐어 죽이는 것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과 같이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처럼 매우 오만방자하게 말했다.이어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태호 씨가 그 정도로 능력이 있다고요? 저의 장님 언니는 이미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이거든요. 태호 씨는 관성의 사람이 아니죠? 전씨 가문의 지위를 모르시는 것 같은데. 감옥으로 들어가시기 전에 우리 부모님조차 전씨 가문 사람들 앞에서 감히 큰소리도 못 치고 조심스럽게 비위를 맞춰야 했단 말이에요.”“전씨 가문은 재력이 풍부하고 인맥이 넓을 뿐만 아니라 친척과 친구들이 모두 재벌가에요. 또한, 그들의 자손도 많기에 관성에서 많은 재벌가가 전씨 가문과 친척 관계를 맺고 있었고 따라서 전씨 가문을 건드린다는 것은 관성의 상위층 재벌가들 전체와 적이 되는 것과 다름없어요.”여운별은 어리고 그녀의 부모님 밑에서 버릇없이 자라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능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전씨 가문이 관성에서의 지위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운별은 옛
여운별은 도도하게 물었다.중년 남자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제 이름은 용태호라고 합니다. 통성명했으니 우리 이제 아는 사이 아닌가요?”그 남자는 건방진 표정으로 여운별에게 다가오더니 그녀의 몸매와 얼굴을 과감하게 훑어보면서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였다.“운별 씨, 앉으세요. 앉아서 얘기 좀 해요.”“태호 씨, 여기는 우리 집이에요. 주인인 척하지 마세요. 당신들은 불법 침입이라고요. 아시겠어요? 제가 언제든지 경찰에 신고해서 당신들을 내쫓을 수 있다고요.”용태호의 나이가 40~50대로서 몸 관리도 잘하고 얼굴도 못생긴 편은 아니었으며 품위 있는 중년 남자였다.그러나 용태호의 눈빛이 너무 건방진 탓으로 여운별은 그의 시선이 자신의 몸을 훑으며 사냥감을 살피는 듯한 표정이 싫었다.“네. 저희 잘못이에요. 저희가 사과드릴게요.”용태호는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이때 경호원 한 명이 다가가서 새 가방을 용태호에게 건네주었다.용태호는 그 가방을 건네받더니 다시 여운별에게 건네주며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운별 씨, 이것은 제가 운별 씨한테 사죄 선물입니다. 작은 성의이니 반드시 받으셔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를 용서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요.”“저는 가방이 부족하지 않아요.”여운별의 태도는 여전히 도도했다.여운별을 세상 물정도 모르고 아무나 준 가방이나 들고 다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단 말인가!그 가방은 에르메스 가방이었다.“저는 운별 씨가 지금 가방이 아닌 돈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용태호는 일어나 그 가방을 여운별의 손에 쥐여 주며 말을 건넸다.“먼저 가방을 받아요. 잠시 후에 우리 다시 협력에 관해 이야기합시다.”“제가 지금 돈도, 힘도, 능력도 없는데, 저와 무슨 일을 협력하고 싶으신지 모르겠네요. 또 정씨 아주머니처럼 저와 연합해서 일하겠다고 하고는 성의도 없이 돈 수백만 원만 던져주며 사라지는 건 아니겠죠? 제가 만만해요?”용태호는 눈동자를 반짝이더니 웃으면서 되물었다.“정씨 사모님 말씀이신가요?”“네.
여운초는 여천우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말을 건넸다.“운별이가 때렸어?”여운별에게 맞은 얼굴을 만지며 여천우가 대답했다.“응. 그 뒤로 또 내 뺨을 때려고 했는데 내가 피했어. 운별 누나가 우리 부모님 뵈러 갔다가 부모님 명의로 된 재산을 전부 나에게 물려준 사실을 알고 나한테 따지러 왔거든. 누나, 운별 누나 신경 쓰지 마. 우리 부모님께서 운별 누나를 응석받이로 키우셔서 버릇이 없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사람으로 자랐어. 세상의 악랄함을 맛보아야 성숙해질 거야.”여운초는 그의 붉게 부어오른 얼굴을 가슴 아픈 표정으로 만져주면서 말했다.“운별은 미쳤어. 어머니한테 응석받이로 자라서 그래. 평생 지켜줄 능력이 없으면서 사람을 폐인으로 키우셨어.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어.”추미자 부부가 운별이를 해친 거나 다름없다.자식들을 응석받이로 키우다니, 자식들을 해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오늘날 여운별의 버릇들은 전부 추미자 부부가 초래한 결과이다.“들어가서 얼음찜질 좀 하자.”“응.”두 사람은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욕설을 퍼붓던 여운별은 결국 세 집으로 돌아갔다.문을 열자마자 여운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의 집에는 낯선 사람 열 명이나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자가 소파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 외,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중년 남자 주위에 조용히 서 있었다.그 중년 남자의 경호원으로 보였다.‘내가 잘못 들어왔나?’“죄송합니다. 제가 잘못 들어왔네요.”여운별은 정신을 차리고 돌아서서 나가려고 했다.“운별 씨가 잘못 들어온 게 아닙니다. 제 잘못입니다. 제가 초대하지 않았는데 운별 씨 허락도 없이 들어왔어요. 운별 씨가 놀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여운별은 멍하니 서 있었다.그들이 여운별을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그들이 누구인지도 몰랐다.‘왜 내가 출소한 뒤로 항상 모르는 사람들이 찾아오지?’정현숙도 그렇고 지금 이 낯선 중년 남자도 그렇다.“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이리 와서 앉으세요. 제가 운별 씨와 하
하지만 여천우와 여운별 집에서는 여천우가 바로 여씨 가문의 주인이다!여운별은 재빨리 그 100만 원을 확인했다.여천우가 떠나가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그를 잡아끌며 사정했다.“천우야, 조금만 더 줘. 2000만 원, 아니... 1000만 원도 돼. 100만 원으로는 정말 부족하단 말이야. 운초 몰래 내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과 열쇠를 훔쳐 와도 되고.”여운별은 추미자가 자신에게 집 몇 채를 사준 기억을 떠올렸다.그녀가 학교에 다닐 때 학교에서 자지 않고 추미자가 학교 근처에 집을 사주었다.그러다가 여운별이 학교에 다니지 않자 추미자는 그 집을 세주었고 세 값이 얼마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그러나 여운별은 그것이 그녀에게 사준 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부동산 증서와 열쇠만 가지게 되면, 집을 팔아 큰돈을 벌 수 있었다.여운별 명의로 된 집들은 학교 부근 주택이라 집 한 채가 10억에 달했다.“운초가 무슨 근거로 내 부동산 소유증까지 가져가? 그건 내 재산인데 왜 운초가 가져가?”부동산 소유증은 추미자 부부 방의 금고 안에 있었다.지난번에 여운초가 여운별을 속여 금고를 열게 한 뒤로 그 안의 귀중한 물품들과 일부 현금은 모두 여운초가 가져갔다.여천우는 여운별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내가 엄마 보러 갔을 때 엄마가 나한테 신신당부하셨어. 누나 명의로 된 부동산 소유증을 누나가 팔아넘길까 봐 누나에게 넘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그리고 그 부동산은 소유증에는 누나뿐만 아니라 우리 엄마 이름도 쓰여있어. 엄마 사인 없이 누나가 혼자 집을 팔 수 없을 거야. 눈독 들일 생각하지 마.”여운별은 할 말을 잃었다.그랬다.예전에 여운별이 아직 학교에 다녔기에 추미자가 사준 집에는 추미자의 이름이 등록된 것도 아주 당연했다.여천우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갔다.여운별은 또 쫓아가려고 했지만, 여운초가 별장의 입구에 나타난 것을 보더니 그제야 단념하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구르며 여운초 남매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여운초! 여천우! 난 가만
여천우가 바로 거부했다.“누나, 이건 내가 도울 수 없어. 운초 누나의 일은 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돈도 전부 운초 누나가 준 돈이니까. 나도 잠시 운초 누나가 먹여 살려줘야 하는데 내가 어떻게 운초 누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겠어?”설령 여천우는 여운초가 여운별의 정지된 카드를 풀게끔 설득할 수 있다고 해도 여천우는 하지 않을 것이다.여천우와 여운초의 의도가 바로 여운별이 함부로 돈을 써서 재산을 탕진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여천우는 여운별을 궁지로 몰아넣어 그녀 스스로 돈을 벌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그렇지 않으면 여운별은 아마도 여운초에게 평생 눌리면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어쨌든 여운별과 여운초는 친자매였기 때문에 여천우도 여운별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너도 운초가 도리를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 이상 나와 손을 잡고 운초를 상대해야지, 운초의 말에 속아 넘어가 부모님을 만나면 어떡해? 그것도 부모님 재산을 너의 명의로 바꾸라고 한 것도 운초의 생각이지? 운초가 가르쳐준 거지?”“천우야, 운초는 우리 가문의 재산을 독차지하고 싶을 뿐이야. 내가 어떻게 우리 가문의 재산을 탕진할 수 있겠어? 우리 가문에 사업이 그토록 많은데 우리가 우리 재산을 가져오기만 한다면 돈은 떼처럼 굴러올걸. 우리 남매 3대가 쓰기에도 충분할 거라고.”이때 여천우가 또 반박했다.“운별 누나. 우리 집은 누나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아. 일부 재산은 운초 누나 소유이고 또 우리 부모님 장사는 법을 어기는 장사야. 일찍 압류당하고 벌금도 낸 거 몰라? 합법적인 사업은 얼마 되지도 않아.”여운별이 말을 이었다.“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나도 알아. 우리 집은 돈이 엄청 많다는걸. 엄마가 알려주셨어. 운초 장님이 뭐가 돈이 있다고... 둘째 삼촌이 돌아가시고 나서 여씨 그룹의 장사는 줄곧 우리 부모님께서 하고 계셨는데. 그 재산도 마땅히 우리 것이어야 해. 쓸데없는 소리 말고 한 가지만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