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 대표님이 여자라면 전 대표랑 딱 어울릴 것 같아. 설령 둘 다 남자라고 해도 함께 서 있으면 마치 둘이 부부라는 느낌이 들거든.”“어쩐지... 전 대표는 우리 대표님을 몇 번 만나지도 않았는데 고백까지 하더라니. 네 생각에 우리 대표님께서 전 대표님의 고백을 받아줄 것 같아?”“그럴 리가, 우리 대표님이 게이도 아니고, 전 대표의 고백을 받아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전 대표도 정말로 우리 대표님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 둘째 도련님에게 들었는데, 전 대표가 집안 어른들의 재촉에 참지 못하고 강성으로 도망 온 거래. 집안 어른들이 소개해 준 명문가 아가씨가 마음에 들지 않다나 봐. 그래서 우리 대표님을 이용해서 남자를 좋아한다는 소문을 만들어낸 거래.”두 명의 프런트가 하는 얘기를 고현이 들을 리가 없다.그녀는 회사를 나올 때 무의식 간에 먼저 회사 입구를 바라보았는데, 확실히 전호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그녀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몇 분 후, 고현의 전용차가 경호차 몇 대의 호위를 받으며 고씨 그룹을 떠났다.고현이 이렇게 방비하고 있는 전호영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그는 고현의 개인 별장 입구에서 고현이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그가 새로 산 집은 마침 이 별장 구역이어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이 구역에 집을 살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고현의 덕분이었다. 비록 아직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 입주하지는 못하지만, 출입 카드를 발급받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전호영의 집의 인테리어를 인테리어 회사에 맡기고, 가끔 와서 진행 상황을 살펴보곤 했다.전호영은 고현 집의 집사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초인종을 누르지 않았다.남장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또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고현은 집에 도우미를 많이 두지 않았다. 전호영이 초인종을 울리지 않으면 별장 안의 사람들은 입구에 사람이 있는지 모른다.게다가 전호영은 조금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워 차 안에서 고현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해가 지면서 그가 기다리던 사람이 마침내
‘큰형인 전태윤보다 훨씬 교활해.’전호영의 차는 별장 입구에 가로로 주차되어 있었다.남의 차를 치고 집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법인지라 고현의 차량은 멈춰 섰다.전호영은 고현의 전용차가 눈에 띄자 큰 꽃다발을 품에 안고 차에서 내렸다.오전의 꽃다발과 달리 이번에는 사람을 청해 오만 원짜리 지폐로 돈다발을 만들었다.고현이 온 강성 생화 점의 주인에게 전호영에게 장미꽃을 팔지 말라고 전했기 때문이다.전호영은 서진 리조트에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꽃다발이 그렇게 일찍 도착할 방법이 없었다.그래서 먼저 돈다발로 대신할 생각을 했다.게다가 그는 오전에 온 강성 꽃가게의 장미꽃을 모조리 사버렸다. 다시 들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전호영은 차 앞쪽에 기대어 두 손에 돈으로 만든 꽃다발을 안고 웃음을 머금은 채 고현의 차를 바라보았다.그는 곧게 뻗은 수제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있어, 전씨 일가의 셋째 도련님다운 멋진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고현은 오늘 저녁 참석해야 할 연회가 있다. 고현을 초대할 수 있는 연회라면 레벨이 높은 자리로 오늘 연회의 참가자는 모두 유명인사인 것이 분명했다.전호영의 신분으로 만약 그가 자주 강성에서 모습을 보였다면 분명 초청장을 받았을 것이다.그는 오늘 연회에 고현이 참가할 거라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가 초대장을 구했다.그리고 조금 있다가 고현과 함께 연회에 참석할 생각을 했다.“어라? 전 대표님이 왜 여기 계시는 거죠?”전호영을 발견한 고빈이 차에서 내려 전호영을 향해 걸어가며 웃으며 인사했다.차 안의 고현은 어이가 없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남동생을 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조만간 동생이 자기 친누나를 팔아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여기서 고 대표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둘째 도련님도 계시네요. 자, 저 좀 한번 봐주실래요? 저의 지금 모습 어때요? 잘생겼나요?”전호영은 미래의 처남에게 매우 좋은 태도를 보였다.그는 차에 기대어 있던 몸을 똑바로 세워 고빈에게 열심히 꾸민 자기 모습을
고현의 경호원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그들은 전호영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감히 손을 댈 수는 없었다.전호영은 예전에 큰 도련님을 연모했던 사람들과 달라 설득하여야 하지 바로 사람을 끌고 가버릴 수는 없었다.“호영 대표님.”한 경호원이 공손히 말했다.“번거로우시겠지만 저희 두 도련님의 차가 들어갈 수 있도록 차를 좀 옮겨주세요.”또 다른 한 경호원도 공손히 말했다.“그리고 더 이상 우리 큰 도련님을 귀찮게 하지 마세요. 우리 큰 도련님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큰 도련님이 남자를 좋아한다면 전호영은 차례도 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큰 도련님은 여자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들은 큰 도련님 곁을 오랫동안 따라다녔지만 큰 도련님이 어떤 여자에게도 상냥한 태도를 보이는 걸 보지 못했다.전호영은 경호원들의 말을 듣지 못한 듯 고현의 차창을 두드리며 차에서 내리든 창문을 내리든 하라고 손짓했다.“호영 대표님, 호영 대표님.”고빈은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손을 뻗어 전호영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대표님, 먼저 차를 옮겨서 우리 형제가 운전해서 들어가게 해주세요. 우리 집에 들어가서 얘기하죠.”전호영은 여전히 차 안의 고현을 쳐다봤다.고현은 지금 전호영에게 매우 화가 났다.처음에 전호영에게서 느낀 호감은 오늘 완전히 사라졌다.그녀는 속으로 이 무모한 남자를 천번 만번 욕했다.‘어르신들은 상관하지도 않는 거야?’그녀는 전태윤에게도 말해 보았지만 사촌 동생들의 사적인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는 대답만 얻었다. 전태윤은 동생들이 먼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현은 속으로 전태윤이 전호영을 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심호흡을 몇 번 한 후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전호영을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전호영은 어리둥절해하더니 얼른 빙그레 웃으며 고현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고현은 되려 그의 큰 손을 쳐냈다.그는 무구한 눈빛을 반짝이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요, 우리 형은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아요. 전 대표님이 꽤 마음에 드는데요? 아니면 그냥 저를 받아주는 건 어때요? 저와 형은 쌍둥이 형제라 엄청 닮았는데, 절 받아줘도 마찬가지잖아요.”고빈이 다가와서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누나가 눈을 부릅뜨자 고빈은 코를 만지작거리며 감히 웃지 못했다.전호영의 검은 눈동자는 고현의 잘생긴 얼굴을 깊이 주시했다. 그녀가 머리를 길게 기르고 여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틀림없이 여신처럼 아름다울 거라고, 그가 본 모든 여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으로 생각했다.“현이 씨, 모든 사람은 사랑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현이 씨가 제 미래의 동반자라고 생각해요. 금방 저의 구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괜찮아요,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거예요. 당연히 저도 시간과 행동으로 저의 현이 씨에 대한 마음은 진지하다는 것을,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것을 증명할 거예요.”그는 고빈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을 이었다.“설사 그 누군가가 현이 씨랑 아주 닮았다고 해도 제 마음속의 현이 씨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을 거예요.”고현은 알 수 없는 눈길로 전호영을 바라봤다. 그년 전호영과는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되어 그와 말다툼하는 것조차도 귀찮았다.그녀는 몸을 돌려 차로 돌아갔다.“당장 들어가요.”운전기사는 즉시 차를 몰았다.곧 고현의 차는 큰 별장으로 들어갔다.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성큼성큼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고현의 경호원은 그를 막으려고 했다.전호영은 경호원들이 막아서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들이 감히 자기한테 손을 댈 수 없을 거라는 것을 간파한 듯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억지로 안으로 들어갔다.경호원은 막으면서도 물러서며 손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몰랐다.큰 도련님에게 이런 구애자가 생기다니... 참 귀찮게 되었다.고빈은 차에 오르기 전에 누나의 경호원에게 말했다.“형이 막으라고 한 적이 없으니 막을 필요도 없고 막을 수도 없을 거예요. 만약 정문으로
집 안으로 들어가니 집사가 전호영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다.“도련님, 마실 것으로 무얼 드릴까요?”집사가 정중하게 물었다.큰 도련님은 집에 온 사람이기만 하면 다 손님이니 전호영을 귀한 손님으로 대접해야 한다고 하였다.“따뜻한 물 한 잔이요. 감사합니다.”“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집사는 돌아서서 전호영에게 물을 따라주러 갔다.고빈이 들어왔을 때는 테이블 위에 이미 과일과 디저트가 놓여 있었다.고빈은 집사가 거들어주기 전에 스스로 냉장고에서 음료수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셨다. 순식간에 시원해졌다.“날씨가 더울 때는 참 음료수 한 모금 마시는 게 최고야.”집사는 그런 도련님을 보고 나무랐다.“둘째 도련님, 큰 도련님이 보시면 또 꾸중 들을 겁니다.”“이런 걸로 날 꾸중할 거면 내가 좋아하는 음료수를 냉장고에 넣을 리가 없죠. 그냥 나보고 마시라고 넣어둔 것 아니겠어요? 많이 마시지도 않고 딱 한 병뿐인걸요.”집사는 그저 웃기만 할 뿐 고빈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집사님은 가서 일 보세요. 제가 호영 대표님을 접대하면 돼요. 이따가 나랑 형은 연회에 참석하러 가야 하니까 일찍 식사하는 거로 하죠. 호영 대표님께서 오셨으니 요리를 두어 개 더하라고 해요.”“알겠습니다.”집사는 곧 떠나 부엌에 들어가 일을 거들었다.고빈은 음료를 마시며 전호영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앉자마자 전호영을 훑어보며 말했다.“호영 대표님은 정말 훌륭한 분이세요. 어느 방면에서나 다 그렇게 훌륭하시니, 대표님을 이길 수가 없죠.”전호영은 고빈을 쳐다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자꾸 칭찬할 필요 없어요, 저는 당신에게 정말 관심이 없으니까요.”“정말 모르겠어요, 왜 저한테 관심이 없으세요? 제가 형보다 더 못생겼나요? 아니면 쿨한 남자를 좋아하는 거예요? 저도 사실 쿨해질 수 있어요. 미소 짓지 않고 정색하면 형과 다름없어요.”고빈은 갑자기 전호영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호영 대표님, 우리 둘도 이제 좀 친해졌잖아요?
“우리 형의 취향은 제가 제일 잘 압니다만, 왜 당신에게 알려줘야 하는 거죠? 알려주면 제가 제 형을 배신한 거로 되잖아요. 저는 형을 팔아먹는 일은 하지 않아요.”전호영은 그 말을 듣고 웃었다.그도 고빈한테서 고현의 취향을 알 수 있기를 바라지도 않았다.고씨 집안 부부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쉬울 것 같았다.비록 고빈은 히죽히죽 웃으며 아무 경각성 없는 모습이지만 사실 그의 형을 매우 보호하고 있었다.“고현 대표님은 들어오자마자 위층으로 올라갔어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곁에 두고 미지근한 물을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고개를 들어 2층을 바라보았다.“우리 형은 조금 있다가 연회에 가야 해서요. 외출하기 전에 샤워하고 옷도 갈아입고 배도 좀 채운 후에 술 두 병을 챙겨 가는 게 습관이에요.”“술 두 병을 가지고 가는 건 왜죠? 여기 사람들은 연회에 참석할 때 술 두 병을 가지고 가는 게 습관인가요?”고현이 외출하기 전에 샤워하는 것에 대해 전호영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만약 파티에 갔다가 술에 취해 돌아와 샤워하지 않고 자면 더러우니까.보아하니, 고현은 생활에 매우 신경 쓰는 사람이고 결벽증이 있을지도 모른다.결벽증이 심하지 않다면 상관없었다. 큰형도 결벽증이 좀 있지만 형수가 생기면서부터 결벽증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형수님이 생활에 신경을 안 쓴다는 뜻은 아니고, 그저 형수님이 생기고 나서 큰형은 더 이상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게 되었다.그것이 바로 사랑의 힘인지 모른다.고빈은 전호영에게 말했다.“호영 대표님, 저의 형에게 구애하려거든 먼저 형에 대해 잘 알고 나서 행동해요. 우리 형의 얼굴만 보고 함부로 행동하다가 후회하지 말고요. 우리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우리 형이 보통 먼저 집에서 밥을 먹고 연회에 참석한다는 걸 알고 있어요. 연회에서 우리 형이 술을 마시기는 하지만 자기가 가지고 간 술만 마시는 것은 남의 술이 맛없다고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호영 대표님과 같은 구애자를 경계하는 것이고요.”전호영은 침묵했다.
전호영은 고빈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고빈 씨에게 잘 보여서 저에게 무슨 좋은 점이 있죠? 형을 저에게 곱게 포장해서 주기라도 하나요? 만약 그렇다면 잘 보이도록 하죠.”고빈은 입을 열었다.“...제가 그렇게 도와주고 싶어도 감히 못 해요. 형이 저를 때려죽일 거예요. 호영 대표님이 몰라서 그러는데, 전 어렸을 때부터 형님의 괴롭힘 아래에서 자랐거든요. 제가 교양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모두 겉모습이에요, 허상이거든요. 형 말인데요, 엄청 폭력적이에요. 나중에 호영 대표님에게 폭행을 가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세요.”전호영도 지지 않고 말했다.“공교롭게도 저도 폭력적인 경향이 있어서 말이에요. 싸움 잘하는 사람을 찾고 싶었던 참이에요. 앞으로 어떤 갈등이 있으면 누가 옳든 그르든 싸워서 지는 쪽이 바로 잘못한 거죠.”고빈은 또다시 말문이 막혔다.전호영의 두뇌는 그들과 다르게 회전하는 듯했다.어이없어하는 고빈의 모습에 전호영은 웃으며 고빈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고빈 씨, 전 속지 않아요. 그러니 더 이상 거짓을 지어낼 필요 없고요. 당신 형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봤거든요.”“알아본 건 다 거짓 정보예요. 우리 형은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인 데다가 언론 기자들이 주시하는 대상이라 만약 잘못 행동했다간 몰래카메라에 찍혀 보도될 수도 있잖아요. 우리 고씨 그룹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여태 잘 참아온 거예요.”전호영은 웃으며 말했다.“저도 들은 것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더욱 당신의 형에게 구애하고 싶네요. 그래야 천천히 현이 씨를 이해할 수 있죠. 이제 구애에 성공하여 함께 살게 되면 서로 더욱 잘 이해하게 되겠죠? 현이 씨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일생의 시간을 들여 이해하도록 노력할 테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요.”“...어떻게 이리도 안 먹히는 거지?”고빈은 참지 못하고 투덜거렸다.전호영도 속으로 비꼬았다.‘현이 씨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 않고서야 어떻게 감히 행동할 수 있겠어?’두 사람은 아래층에서
“저는 호영 대표님과 다툴 시간이 없습니다. 배고프면 앉아서 밥을 드시고 배가 고프지 않으면 꽃을 들고 이만 떠나세요.”“나한테 달라니까...”누나의 눈총을 받자 고빈은 또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전호영은 즉시 고현의 곁에 앉아 뻔뻔스럽게 말했다.“배고프니 현이 씨와 같이 밥을 먹을게요. 이 꽃다발은 무조건 받으라고 강요하지 않을게요. 앞으로 제가 강성에 있는 한 현이 씨가 제 꽃을 받아줄 때까지 전 매일 보낼 겁니다.”“한번 받아주면 더 이상 보내지 않을 건가요?”“아뇨, 받아주면 더더욱 많이 보내야죠.”고현은 못 들은 듯 침묵했다.집사가 주방에서 요리를 가져왔다.요리가 나온 후 집사는 술 두 병을 가져와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고현에게 말했다.“고현 도련님, 말하셨던 술 두 병입니다. 이따가 꼭 가지고 가세요.”“고마워요. 잘 담아줘요.”집사는 곧 봉투를 가져와 술 두 병을 담아놓았다.고현과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한 경험이 있는 전호영은 고현이 음식을 빨리 먹는다는 것을 알고 말을 많이 하지 않고 묵묵히 밥을 먹었다. 미래의 약혼녀 집 요리사의 요리 솜씨를 감상하며 개선이 필요한 곳을 생각하며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그녀에게 한 수 자랑할 것을 계획했다.고현이 자기 요리 솜씨에 반해 고백을 들어줬으면 하는 속셈이었다.식사 후, 십여 분간 휴식한 고현은 바로 출발했다.전호영은 여전히 그녀를 따라다녔다.고현은 차에 오르기 전에 전호영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호영 대표님, 저는 지금 연회에 참석하러 가야 하니 더 이상 따라오지 마세요.”예전부터 고현은 연회에 참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신분으로 자주 각종 연회에 참여해야 했다.하지만 오늘 밤, 연회에 가기만을 기다리게 되었다.그녀는 연회에 참석하면 전호영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전호영은 강성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오늘 저녁 연회 초대장은 이미 보름 전에 사람들에게 보냈다.고현은 전호영에게 초대장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전호영은 손에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