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속으로 전호영의 목적을 추측했다.하지만 고현은 곧 전호영의 일을 뒤로하고 회의를 계속했다.전호영은 고씨 회사 밖에서 차량 경적을 울렸고 당직 경비원이 그가 회사에 들어오려는 의도를 알아채고 급히 대문을 열어 차에 들어가게 했다.몇 분 후.전호영은 붉은 장미 꽃다발을 안아 들고 고씨 그룹의 빌딩으로 들어섰다.근무시간이라 직원들이 업무 때문에 들락날락했다. 전호영이 큰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모습은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바로 사로잡았다.“전 대표, 안녕하세요.”두 명의 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두 직원도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와서 누구에게 줄 선물일지 궁금했다.고씨 회사 직원들은 자신의 회사에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 마음에 들어 하는 여인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 행운의 여자는 누구일지 모두 궁금했다.전씨 가문은 관성에 있지만 수십억 재산을 가진 명문가이기도 했다. 많고 많은 명문가의 딸들이 시집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재력이 엄청난 집안이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그 행운의 여자가 자기였으면 했다. 설령 멀리 시집간다 해도 그녀는 기꺼이 시집갈 의향이 있었을 것이다.전호영의 발길은 멈추지 않았지만 걸어가는 내내 직원들을 향해 인사했다. 품에 안은 꽃다발은 한 줄기 빛처럼 회사 내부로 비추어 마치 향긋한 공기가 흐르는 듯했다. 전호영은 아무 일 없는 듯 자연스레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맨 위층으로 향했다.고현은 회의하고 있었기에 전호영은 대표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비서의 뒤를 따라 VIP룸에서 고현을 기다리고 있었다.VIP룸은 회의실 바로 옆에 있었다. 회의실은 방음 성능이 좋았기에 전호영은 VIP룸에서 회의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전호영은 자주 VIP룸 입구를 쳐다보았다.모든 직원이 회의가 끝나면 VIP룸을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정호영은 그때 일어나서 재빨리 꽃다발을 들어 모든 사람 앞에서 고현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큰형과 둘째 형에게 조언을 구한 전호영은
고현의 얼굴은 바로 어두워졌다.고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전호영을 보면서 물었다.“전 대표, 뭐 하시는 거죠?”정성껏 준비한 선물이 장미꽃인 것을 본 고현은 어이가 없었다.고현은 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꽃을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을 뿐이다.고현이 지금 아파서 병원에 누워있으면 전호영이 꽃을 줘도 아무런 일 없었다.사지가 멀쩡한 고현에게 전호영이 갑자기 꽃을 선물하면 전호영이 고현에게 고백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무슨 뜻인지 몰랐다. 고현은 지금 남성 신분으로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고백할 리가 없었다.전호영은 게이가 아니었다.“꽃집을 지나다가 금방 들여온 장미꽃이 너무 예뻐서 한 다발을 샀어요. 누구한테 줄지 몰랐어요. 강성에서 고 대표와 가장 친해서 고 대표에게 선물하려고요.”고현은 전호영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그러나 전호영은 겁내지 않고 예의 있게 웃음을 유지하면서 설명했다.다만 전호영의 설명은 그 누구도 안 믿었을 뿐이다.고현도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 거짓말을 폭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꽃다발을 받는것을 거절했다.“전 대표,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꽃을 좋아하지 않아요. 꽃을 전해줄 사람이 정말 없으시다면 우리 회사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 선물하세요.”고현은 말하면서 전호영의 곁을 지나갔다.고현은 갑작스러운 꽃다발 선물에 무척 당황했다. 만약 고현이 침착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허점을 드러냈을지도 몰랐다.전호영은 꽃다발을 손에 들고 고현의 뒤를 따라갔다.“강성에서 저는 고 대표가 가장 마음에 드는걸요. 그래서 이 꽃다발을 고 대표에게 드리려고요. 고 대표 사무실도 꽃을 놓으면 분위기가 화사해질 거예요.”“제가 숨이 붙어있는 한 제 사무실은 항상 화사할 거예요. 봄도 아니고 사무실에 꽃 놓을 필요 없어요.”봄에 고현의 사무실에 꽃을 놓는다면 봄의 화사한 기운이 맴돌지도 몰랐다.“하하!”전호영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고 대표, 정말 농담도 잘하시네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었군요.”“고 대표님에게 반한 여자가 정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아요. 하지만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까지 사로잡을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어요.”“어쩌면 전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원래부터 게이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여자 친구를 두지 않았고요. 우리 고 대표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후에야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거예요.”“하지만 전씨 셋째 도련님의 용기가 참 대단하세요.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실행에 옮겨 공개적으로 고 대표님의 관심을 끌려고 하잖아요.”“당신들은 평소에 관성의 연예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아마 모를 수도 있어요. 전씨 가문의 어르신이 전씨 셋째 도련님께 아내감을 골라주셨는데 도련님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모양이에요.”“그래서 줄곧 전씨 가문의 어르신이 골라준 아내에게 구애하지 않으신 거고요.”모두가 이 사실을 폭로한 직원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 직원은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저는 관성의 연예 뉴스를 자주 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잘 알고 있어요. 전씨 셋째 도련님이 이번에 강성으로 출장 왔다고 들었어요.”“하루 호텔이 강성에서 자리만 잘 잡으면 우리 회사 호텔도 하루 호텔의 지위를 뒤흔들 수 없을 거예요.”“전씨 셋째 도련님은 아마 출장 오신 게 아니라 결혼 재촉을 피해서 강성으로 오셨을지도 몰라요. 저는 전씨 셋째 도련님이 요구가 무척 높다고 생각했거든요.”“그래서 전씨 어르신께서 골라준 아내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인제 보니 그게 아니네요.”말을 마친 그 직원은 모두를 향해 눈썹을 들썩했다. 모든 사람은 그 눈빛을 알아챘다.전씨 셋째 도련님은 결혼 재촉을 피해 강성으로 피해 오셨고 자신이 고 대표님을 좋아하게 된 것을 깨달은 후 바로 실행에 옮겼다는 시나리오였다.전씨 셋째 도련님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신분과 지위가 있는 부잣집 도련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기 쉬웠기 때문에 그들은 보편적으로 정
고현은 분노를 억누르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전 대표,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릴게요. 저는 좋아하는 것이 없어요. 좋아하는 물건이 있어도 전 대표가 사줄 필요 없이 저 스스로 구매할 수 있어요.”“고 대표 스스로 산 건 제가 사준 것이 아니잖아요. 제가 드린 것은 제 마음이잖아요. 이 꽃을 받으세요. 저도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겁니다.”고현은 얼굴이 어두워졌다.“전 대표, 저도 처음으로 남자에게서 꽃을 선물 받아봐요.”“남자가 남자에게 꽃을 주면 안 될 게 뭐 있어요? 남자도 사람이니 꽃을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고현은 전호영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눈앞의 남자는 아주 뻔뻔했다.“전 대표, 제가 너무 바빠서 이만 돌아가세요.”고현은 어두운 얼굴로 전호영을 내쫓다시피 했다.“제가 여기서 고 대표 일에 영향이 가지 않게 조용히 앉아 있을게요. 아무 소리도 없이 고 대표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릴게요. 우리 저녁에 함께 식사해요.”고현은 말을 이었다.“전 대표, 자꾸 이런 식으로 행동하시면 제가 경호원을 부를 수밖에 없어요.”전호영은 빙그레 웃으며 고현을 바라보았다.고현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 것이 분명했다.고현은 전호영의 표정에 무척 화가 났다.고현은 전호영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씨 가문에서 나온 남자답게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전호영이 이렇게 질척거리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현은 아까 말한 대로 경호원 팀에 전화해서 전호영을 데리고 나가라고 지시했다.“고 대표, 경호원을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저 혼자 스스로 나갈게요. 제가 회사 입구에서 고 대표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우리 하루 호텔로 가서 저녁 식사해요. 고 대표가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안배해 놓을게요”전호영은 말을 다 마치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경호원을 청할 필요 없었다.그렇게 되면 너무 창피했기 때문이다.전호영은 강성 사람은 아니지만 전씨 가문은 강성에서 여러 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다. 전호영은 요식업을
전호영이 다시 돌아올까 봐 걱정되었다.비서는 예의 갖춰 전호영에게 자신의 뒤를 따라오라고 말했다.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고현을 향해 웃으며 비서의 뒤를 따라 대표 사무실을 나섰다. 고현은 전호영이 비서에게 묻는 말을 들었다.“이 꽃 예쁘지 않아요? 고 대표는 왜 제가 그녀에게 준 꽃을 받지 않죠?”고현은 사무실 문을 힘껏 닫았다.자리에 앉자마자 고현의 또 다른 핸드폰이 울렸다. 고빈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형, 내가 오늘 회사로 돌아가지 못해 회의에 참석 못 했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장면을 놓치다니! 너무 아쉬워.”고빈의 소식은 엄청 빨랐다. 전호영이 고빈의 누나에게 꽃을 선물한 장면을 모든 고위층 인사들이 보았고 고빈과 사이가 좋은 사람이 그에게 알려주었다.고현은 굳은 얼굴로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고빈아, 다시 한번 말한다면 네 입은 갈기갈기 찢어 놓을 거야!”“알았어. 알았어. 안 웃을게. 형도 화내지 마. 형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가 반할 미모를 가지고 있어서 그래. 내 친구들도 형이랑 같이 오래 못 지내겠대. 형 좋아할 것 같다면서.”고빈은 지금 친구들과 함께 있어서 누나라고 부르지 못했다. 친구들이 눈치챌까 봐 걱정되었다.“형, 전호영 형이 선물한 장미 꽃다발이 아주 크고 예쁘다고 들었어. 가격이 꽤 될 것 같던데, 형 정말 그 꽃다발 안 받았어?”고빈은 누나에게 농담하면서 말했다.그제야 고현이 왜 항상 전호영을 경계하는지 이해했다.여자의 직감은 항상 정확했다.고현은 분명 전호영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기에 전호영을 경계한 것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승마장으로 놀러 갔을 뿐인데 전호영은 오늘 바로 고현에게 구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만약 고현이 여자의 신분을 회복했다면 전호영이 지금 하는 행동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고현은 지금 남자의 신분으로 살고 있었다.전호영이 남장을 한 고현에게 꽃을 선물했기에 곧 모두의 화제로 된 것이다.“뒤질래!”고빈은 씩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농담 안 할게
고빈이가 얻는 소식이 빠른 것처럼 소정남도 정보수집 능력이 매우 강했다.소정남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 지으면서 전태윤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전태윤! 전태윤! 웃기는 소식 하나 있어. 웃겨 죽을 지경이야.”전태윤은 고개를 들어 소정남을 쳐다보다가 다시 서류를 보면서 말했다.“무슨 소식이길래 그렇게 웃겨? 넌 몸을 조심해야 해. 너의 부인 뱃속에 네 핏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소정남이 버럭 소리쳤다.“뒬질래! 날 저주하냐! 난 백발노인이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살 거야! 우리 효진이랑 백 살까지 장수할 거야. 아니, 아니. 난 백 세 넘어 살아야 해. 난 효진이보다 몇 살 위니까.”부부는 같은 곳에서 같은 베개를 베고 같은 날에 살고 같은 날에 죽어야 했다.퉤! 전호영은 이런 듣기 싫고 불길한 소리를 듣는 것을 무척 배척했다.“욕심이 그렇게 많아? 난 아흔 살까지만 살면 될 것 같은데. 오래 사는 사람은 드물어.”전태윤은 겉으로는 소정남에게 이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과 하예정이 200살까지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소정남은 전태윤 사무실 의자에 앉아 웃으면서 말했다.“방금 받은 소식인데 맞춰봐!”“너도 말했잖아. 웃겨 죽는 소식이라고.”소정남이 말을 이었다.“맞혀봐!”“재미없거든.”전태윤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아내에게 먼저 메시지를 회답했다. 그제야 전태윤은 소정남을 보면서 말했다.“말해봐. 진지하게 들을게. 너의 그 웃겨 죽는 소식이 무엇인지.”“전호영, 너의 셋째 동생 말이야. 고씨네 큰 도련님에게 구애하러 갔대. 고씨 그룹의 대표, 고씨 그룹 이사님의 아들 말이야. 그 집 네 식구도 내 결혼식에 와서 축하주를 마셨는걸.”“너희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았어?”전태윤이 대답했다.“맞아. 호영이가 고 대표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고?”“호영이가 고 대표에게 장미 꽃다발을 선물했대. 듣는 바에 의하면 마침 고 대표가 회의하고 있어서 전호영이 VIP룸에서 고 대표를 오래도록 기
“고씨 집안 친척들조차도 고현이가 남자인 줄로 알 걸.”고씨 집안의 먼 친척들은 고현이 남자인 줄로 알고 여자 친구를 소개해서 중매를 서주려고 했다.“모든 사람들이 고현이가 남자라는 것에 익숙해졌을걸. 나도 까맣게 잊어버렸어.”소정남은 자신의 지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호영이가 게이라는 누명까지 뒤집어쓰면서도 아내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에 내가 정말 감탄하게 되네.”전태윤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게이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까. 호영이가 이렇게 하는 것은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야. 많은 시간과 정력을 들여 고현의 여성 신분을 밝히는 것보다 나아.”“고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야. 어려서부터 20년 넘게 남자 분장을 하면서 살아왔다 해도, 앞으로 평생 남자 신분으로 산다고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이상 여자라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어.”“호영이가 이렇게 관심을 끌다 보면 고현도 어쩔 수 없이 여성 신분으로 회복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렇지 않다고 해도 호영이는 분명 고현이 여성 신분을 인정하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낼 테니까.”전태윤은 동생의 결혼에 관해 걱정한 적이 없었다.전씨 가문의 남자가 만약 한 여자를 마음에 담아둔다면 그 여자는 절대 전씨 가문을 벗어날 수 없었다.전호영은 결혼하지 않았고 고현도 시집 안 갔고 게다가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손자며느리기 때문에 전호영은 마음 놓고 과감하게 고현에게 구애해도 되었다.전태윤은 맏형으로서 동생의 결혼 축하주를 마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되였다.소정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탄했다.“응. 너희 형제들의 애정사는 참 다채로워. 비바람도 몰아치잖아. 내 사랑 이야기는 너희와 달리 너무 순조로운 것 같아.”너무 순조로웠다.전태윤은 소정남을 노려보면서 짜증 내며 말했다.“너무 잘난 척이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너와 효진 씨의 순탄한 사랑을 부러워하는지 모를 거야. 설마 연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연적이 필요하다면 내가 효진
반나절 후, 소정남이 말했다.“정말 강성에 가서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한번 보고 싶어.”전태윤은 바로 말했다.“넌 호영이가 고 대표에게 장미꽃을 준 지 단 한 시간 만에 이 일을 알아냈어. 이렇게 정보력이 빠르면서도 강성에 달려갈 필요 있어?”소정남은 웃으면서 답했다.“내가 관성에서도 소식을 빨리 접할 수 있다만 그래도 강성에서 직접 보는 것이 더 재미있어서 그래.”“20분 후면 퇴근이야.”전태윤은 갑자기 말을 꺼냈다.“퇴근하면 되잖아. 퇴근하면 아내랑 밥 먹으러 갈 거야. 이런 가십거리를 빨리 우리 아내님에게 가져다 바쳐야 해.”“우리 아내는 이런 일을 가장 즐겨들어. 태윤아. 네가 날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가끔 우리 효진이가 내가 정보 수집하는 능력이 빨라서 나랑 결혼한 거라고 자꾸 의심하게 돼.”전태윤 이내 말했다.“알면서 뭘 또 물어.”소정남은 말을 이었다.“아니야. 우리 효진이는 분명 내가 우수하고 효진이를 사랑하고 성격이 잘 맞아서 나에게 빠진 거야. 그래서 함께 한 거야. 이따위 정보 때문에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물론 같이 이런 가십거리를 들으면 더 재미있지. 20분 일찍 퇴근할게. 나 집에 가서 우리 여보랑 밥 먹어야 해. 길이 너무 막혀. 집에 도착할 때 바로 밥 먹을 수 있겠어.”소정남은 말을 마치며 일어났다.전태윤은 또 꾸지람했다.“맨날 지각하고 조퇴하고 말이야. 직업정신이 그렇게 없어도 돼? 예전의 그 직업정신은 다 어디 간 거야?”“너도 예전에 매일 지각하고 조퇴했잖아. 그런 직업정신을 너한테서 배웠거든. 게다가 여기는 전씨 그룹이야. 소씨 그룹이 아니라고.”소정남은 뻔뻔하게 친구가 조퇴한다고 꾸지람하는 말조차도 개의치 않았다.사무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소정남은 전태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네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도 예정 씨가 없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예정 씨가 집에 있기만 하면 넌 나보다 더 일찍 퇴근할걸.”전태윤은 웃으면서 대답했다.“빨리 꺼져. 아내가 있는 게 그렇게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