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속으로 전호영의 목적을 추측했다.하지만 고현은 곧 전호영의 일을 뒤로하고 회의를 계속했다.전호영은 고씨 회사 밖에서 차량 경적을 울렸고 당직 경비원이 그가 회사에 들어오려는 의도를 알아채고 급히 대문을 열어 차에 들어가게 했다.몇 분 후.전호영은 붉은 장미 꽃다발을 안아 들고 고씨 그룹의 빌딩으로 들어섰다.근무시간이라 직원들이 업무 때문에 들락날락했다. 전호영이 큰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모습은 모든 사람의 시선을 바로 사로잡았다.“전 대표, 안녕하세요.”두 명의 프런트 데스크의 직원이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두 직원도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와서 누구에게 줄 선물일지 궁금했다.고씨 회사 직원들은 자신의 회사에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 마음에 들어 하는 여인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그 행운의 여자는 누구일지 모두 궁금했다.전씨 가문은 관성에 있지만 수십억 재산을 가진 명문가이기도 했다. 많고 많은 명문가의 딸들이 시집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재력이 엄청난 집안이었다.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그 행운의 여자가 자기였으면 했다. 설령 멀리 시집간다 해도 그녀는 기꺼이 시집갈 의향이 있었을 것이다.전호영의 발길은 멈추지 않았지만 걸어가는 내내 직원들을 향해 인사했다. 품에 안은 꽃다발은 한 줄기 빛처럼 회사 내부로 비추어 마치 향긋한 공기가 흐르는 듯했다. 전호영은 아무 일 없는 듯 자연스레 엘리베이터로 들어가 맨 위층으로 향했다.고현은 회의하고 있었기에 전호영은 대표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비서의 뒤를 따라 VIP룸에서 고현을 기다리고 있었다.VIP룸은 회의실 바로 옆에 있었다. 회의실은 방음 성능이 좋았기에 전호영은 VIP룸에서 회의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전호영은 자주 VIP룸 입구를 쳐다보았다.모든 직원이 회의가 끝나면 VIP룸을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정호영은 그때 일어나서 재빨리 꽃다발을 들어 모든 사람 앞에서 고현에게 선물할 생각이었다.큰형과 둘째 형에게 조언을 구한 전호영은
고현의 얼굴은 바로 어두워졌다.고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전호영을 보면서 물었다.“전 대표, 뭐 하시는 거죠?”정성껏 준비한 선물이 장미꽃인 것을 본 고현은 어이가 없었다.고현은 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꽃을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을 뿐이다.고현이 지금 아파서 병원에 누워있으면 전호영이 꽃을 줘도 아무런 일 없었다.사지가 멀쩡한 고현에게 전호영이 갑자기 꽃을 선물하면 전호영이 고현에게 고백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무슨 뜻인지 몰랐다. 고현은 지금 남성 신분으로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전호영이 고현에게 고백할 리가 없었다.전호영은 게이가 아니었다.“꽃집을 지나다가 금방 들여온 장미꽃이 너무 예뻐서 한 다발을 샀어요. 누구한테 줄지 몰랐어요. 강성에서 고 대표와 가장 친해서 고 대표에게 선물하려고요.”고현은 전호영을 뚫어지라 쳐다보았다. 그러나 전호영은 겁내지 않고 예의 있게 웃음을 유지하면서 설명했다.다만 전호영의 설명은 그 누구도 안 믿었을 뿐이다.고현도 믿지 않는 눈치였지만 그 거짓말을 폭로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꽃다발을 받는것을 거절했다.“전 대표, 고마워요. 하지만 저는 꽃을 좋아하지 않아요. 꽃을 전해줄 사람이 정말 없으시다면 우리 회사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 선물하세요.”고현은 말하면서 전호영의 곁을 지나갔다.고현은 갑작스러운 꽃다발 선물에 무척 당황했다. 만약 고현이 침착하지 않았더라면 벌써 허점을 드러냈을지도 몰랐다.전호영은 꽃다발을 손에 들고 고현의 뒤를 따라갔다.“강성에서 저는 고 대표가 가장 마음에 드는걸요. 그래서 이 꽃다발을 고 대표에게 드리려고요. 고 대표 사무실도 꽃을 놓으면 분위기가 화사해질 거예요.”“제가 숨이 붙어있는 한 제 사무실은 항상 화사할 거예요. 봄도 아니고 사무실에 꽃 놓을 필요 없어요.”봄에 고현의 사무실에 꽃을 놓는다면 봄의 화사한 기운이 맴돌지도 몰랐다.“하하!”전호영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고 대표, 정말 농담도 잘하시네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었군요.”“고 대표님에게 반한 여자가 정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아요. 하지만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까지 사로잡을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어요.”“어쩌면 전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 원래부터 게이일지도 몰라요. 그래서 여자 친구를 두지 않았고요. 우리 고 대표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후에야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거예요.”“하지만 전씨 셋째 도련님의 용기가 참 대단하세요.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실행에 옮겨 공개적으로 고 대표님의 관심을 끌려고 하잖아요.”“당신들은 평소에 관성의 연예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서 아마 모를 수도 있어요. 전씨 가문의 어르신이 전씨 셋째 도련님께 아내감을 골라주셨는데 도련님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모양이에요.”“그래서 줄곧 전씨 가문의 어르신이 골라준 아내에게 구애하지 않으신 거고요.”모두가 이 사실을 폭로한 직원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 직원은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저는 관성의 연예 뉴스를 자주 보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잘 알고 있어요. 전씨 셋째 도련님이 이번에 강성으로 출장 왔다고 들었어요.”“하루 호텔이 강성에서 자리만 잘 잡으면 우리 회사 호텔도 하루 호텔의 지위를 뒤흔들 수 없을 거예요.”“전씨 셋째 도련님은 아마 출장 오신 게 아니라 결혼 재촉을 피해서 강성으로 오셨을지도 몰라요. 저는 전씨 셋째 도련님이 요구가 무척 높다고 생각했거든요.”“그래서 전씨 어르신께서 골라준 아내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인제 보니 그게 아니네요.”말을 마친 그 직원은 모두를 향해 눈썹을 들썩했다. 모든 사람은 그 눈빛을 알아챘다.전씨 셋째 도련님은 결혼 재촉을 피해 강성으로 피해 오셨고 자신이 고 대표님을 좋아하게 된 것을 깨달은 후 바로 실행에 옮겼다는 시나리오였다.전씨 셋째 도련님의 용기가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신분과 지위가 있는 부잣집 도련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모든 사람의 관심을 끌기 쉬웠기 때문에 그들은 보편적으로 정
고현은 분노를 억누르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전 대표, 먼저 감사의 인사를 드릴게요. 저는 좋아하는 것이 없어요. 좋아하는 물건이 있어도 전 대표가 사줄 필요 없이 저 스스로 구매할 수 있어요.”“고 대표 스스로 산 건 제가 사준 것이 아니잖아요. 제가 드린 것은 제 마음이잖아요. 이 꽃을 받으세요. 저도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겁니다.”고현은 얼굴이 어두워졌다.“전 대표, 저도 처음으로 남자에게서 꽃을 선물 받아봐요.”“남자가 남자에게 꽃을 주면 안 될 게 뭐 있어요? 남자도 사람이니 꽃을 좋아할 수도 있잖아요.”고현은 전호영의 말에 말문이 막혔다.눈앞의 남자는 아주 뻔뻔했다.“전 대표, 제가 너무 바빠서 이만 돌아가세요.”고현은 어두운 얼굴로 전호영을 내쫓다시피 했다.“제가 여기서 고 대표 일에 영향이 가지 않게 조용히 앉아 있을게요. 아무 소리도 없이 고 대표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릴게요. 우리 저녁에 함께 식사해요.”고현은 말을 이었다.“전 대표, 자꾸 이런 식으로 행동하시면 제가 경호원을 부를 수밖에 없어요.”전호영은 빙그레 웃으며 고현을 바라보았다.고현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 것이 분명했다.고현은 전호영의 표정에 무척 화가 났다.고현은 전호영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씨 가문에서 나온 남자답게 모든 면에서 훌륭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전호영이 이렇게 질척거리는 사람인 줄 몰랐다.고현은 아까 말한 대로 경호원 팀에 전화해서 전호영을 데리고 나가라고 지시했다.“고 대표, 경호원을 번거롭게 할 필요 없어요. 저 혼자 스스로 나갈게요. 제가 회사 입구에서 고 대표가 퇴근할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테니 우리 하루 호텔로 가서 저녁 식사해요. 고 대표가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안배해 놓을게요”전호영은 말을 다 마치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경호원을 청할 필요 없었다.그렇게 되면 너무 창피했기 때문이다.전호영은 강성 사람은 아니지만 전씨 가문은 강성에서 여러 개의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다. 전호영은 요식업을
전호영이 다시 돌아올까 봐 걱정되었다.비서는 예의 갖춰 전호영에게 자신의 뒤를 따라오라고 말했다.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고현을 향해 웃으며 비서의 뒤를 따라 대표 사무실을 나섰다. 고현은 전호영이 비서에게 묻는 말을 들었다.“이 꽃 예쁘지 않아요? 고 대표는 왜 제가 그녀에게 준 꽃을 받지 않죠?”고현은 사무실 문을 힘껏 닫았다.자리에 앉자마자 고현의 또 다른 핸드폰이 울렸다. 고빈한테서 걸려온 전화였다.“형, 내가 오늘 회사로 돌아가지 못해 회의에 참석 못 했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장면을 놓치다니! 너무 아쉬워.”고빈의 소식은 엄청 빨랐다. 전호영이 고빈의 누나에게 꽃을 선물한 장면을 모든 고위층 인사들이 보았고 고빈과 사이가 좋은 사람이 그에게 알려주었다.고현은 굳은 얼굴로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고빈아, 다시 한번 말한다면 네 입은 갈기갈기 찢어 놓을 거야!”“알았어. 알았어. 안 웃을게. 형도 화내지 마. 형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가 반할 미모를 가지고 있어서 그래. 내 친구들도 형이랑 같이 오래 못 지내겠대. 형 좋아할 것 같다면서.”고빈은 지금 친구들과 함께 있어서 누나라고 부르지 못했다. 친구들이 눈치챌까 봐 걱정되었다.“형, 전호영 형이 선물한 장미 꽃다발이 아주 크고 예쁘다고 들었어. 가격이 꽤 될 것 같던데, 형 정말 그 꽃다발 안 받았어?”고빈은 누나에게 농담하면서 말했다.그제야 고현이 왜 항상 전호영을 경계하는지 이해했다.여자의 직감은 항상 정확했다.고현은 분명 전호영이 이상하다고 생각했기에 전호영을 경계한 것이었다.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승마장으로 놀러 갔을 뿐인데 전호영은 오늘 바로 고현에게 구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만약 고현이 여자의 신분을 회복했다면 전호영이 지금 하는 행동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고현은 지금 남자의 신분으로 살고 있었다.전호영이 남장을 한 고현에게 꽃을 선물했기에 곧 모두의 화제로 된 것이다.“뒤질래!”고빈은 씩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농담 안 할게
고빈이가 얻는 소식이 빠른 것처럼 소정남도 정보수집 능력이 매우 강했다.소정남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 지으면서 전태윤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전태윤! 전태윤! 웃기는 소식 하나 있어. 웃겨 죽을 지경이야.”전태윤은 고개를 들어 소정남을 쳐다보다가 다시 서류를 보면서 말했다.“무슨 소식이길래 그렇게 웃겨? 넌 몸을 조심해야 해. 너의 부인 뱃속에 네 핏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소정남이 버럭 소리쳤다.“뒬질래! 날 저주하냐! 난 백발노인이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살 거야! 우리 효진이랑 백 살까지 장수할 거야. 아니, 아니. 난 백 세 넘어 살아야 해. 난 효진이보다 몇 살 위니까.”부부는 같은 곳에서 같은 베개를 베고 같은 날에 살고 같은 날에 죽어야 했다.퉤! 전호영은 이런 듣기 싫고 불길한 소리를 듣는 것을 무척 배척했다.“욕심이 그렇게 많아? 난 아흔 살까지만 살면 될 것 같은데. 오래 사는 사람은 드물어.”전태윤은 겉으로는 소정남에게 이렇게 말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자신과 하예정이 200살까지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소정남은 전태윤 사무실 의자에 앉아 웃으면서 말했다.“방금 받은 소식인데 맞춰봐!”“너도 말했잖아. 웃겨 죽는 소식이라고.”소정남이 말을 이었다.“맞혀봐!”“재미없거든.”전태윤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책상 위에 놓인 휴대전화를 집어 들어 아내에게 먼저 메시지를 회답했다. 그제야 전태윤은 소정남을 보면서 말했다.“말해봐. 진지하게 들을게. 너의 그 웃겨 죽는 소식이 무엇인지.”“전호영, 너의 셋째 동생 말이야. 고씨네 큰 도련님에게 구애하러 갔대. 고씨 그룹의 대표, 고씨 그룹 이사님의 아들 말이야. 그 집 네 식구도 내 결혼식에 와서 축하주를 마셨는걸.”“너희 같은 테이블에 앉지 않았어?”전태윤이 대답했다.“맞아. 호영이가 고 대표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고?”“호영이가 고 대표에게 장미 꽃다발을 선물했대. 듣는 바에 의하면 마침 고 대표가 회의하고 있어서 전호영이 VIP룸에서 고 대표를 오래도록 기
“고씨 집안 친척들조차도 고현이가 남자인 줄로 알 걸.”고씨 집안의 먼 친척들은 고현이 남자인 줄로 알고 여자 친구를 소개해서 중매를 서주려고 했다.“모든 사람들이 고현이가 남자라는 것에 익숙해졌을걸. 나도 까맣게 잊어버렸어.”소정남은 자신의 지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호영이가 게이라는 누명까지 뒤집어쓰면서도 아내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에 내가 정말 감탄하게 되네.”전태윤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게이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제일 잘 알 테니까. 호영이가 이렇게 하는 것은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야. 많은 시간과 정력을 들여 고현의 여성 신분을 밝히는 것보다 나아.”“고현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거야. 어려서부터 20년 넘게 남자 분장을 하면서 살아왔다 해도, 앞으로 평생 남자 신분으로 산다고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은 이상 여자라는 사실을 바꿀 수는 없어.”“호영이가 이렇게 관심을 끌다 보면 고현도 어쩔 수 없이 여성 신분으로 회복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렇지 않다고 해도 호영이는 분명 고현이 여성 신분을 인정하게 만들 방법을 생각해낼 테니까.”전태윤은 동생의 결혼에 관해 걱정한 적이 없었다.전씨 가문의 남자가 만약 한 여자를 마음에 담아둔다면 그 여자는 절대 전씨 가문을 벗어날 수 없었다.전호영은 결혼하지 않았고 고현도 시집 안 갔고 게다가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손자며느리기 때문에 전호영은 마음 놓고 과감하게 고현에게 구애해도 되었다.전태윤은 맏형으로서 동생의 결혼 축하주를 마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되였다.소정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감탄했다.“응. 너희 형제들의 애정사는 참 다채로워. 비바람도 몰아치잖아. 내 사랑 이야기는 너희와 달리 너무 순조로운 것 같아.”너무 순조로웠다.전태윤은 소정남을 노려보면서 짜증 내며 말했다.“너무 잘난 척이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너와 효진 씨의 순탄한 사랑을 부러워하는지 모를 거야. 설마 연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연적이 필요하다면 내가 효진
반나절 후, 소정남이 말했다.“정말 강성에 가서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한번 보고 싶어.”전태윤은 바로 말했다.“넌 호영이가 고 대표에게 장미꽃을 준 지 단 한 시간 만에 이 일을 알아냈어. 이렇게 정보력이 빠르면서도 강성에 달려갈 필요 있어?”소정남은 웃으면서 답했다.“내가 관성에서도 소식을 빨리 접할 수 있다만 그래도 강성에서 직접 보는 것이 더 재미있어서 그래.”“20분 후면 퇴근이야.”전태윤은 갑자기 말을 꺼냈다.“퇴근하면 되잖아. 퇴근하면 아내랑 밥 먹으러 갈 거야. 이런 가십거리를 빨리 우리 아내님에게 가져다 바쳐야 해.”“우리 아내는 이런 일을 가장 즐겨들어. 태윤아. 네가 날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가끔 우리 효진이가 내가 정보 수집하는 능력이 빨라서 나랑 결혼한 거라고 자꾸 의심하게 돼.”전태윤 이내 말했다.“알면서 뭘 또 물어.”소정남은 말을 이었다.“아니야. 우리 효진이는 분명 내가 우수하고 효진이를 사랑하고 성격이 잘 맞아서 나에게 빠진 거야. 그래서 함께 한 거야. 이따위 정보 때문에 결혼한 것이 아니라고.”“물론 같이 이런 가십거리를 들으면 더 재미있지. 20분 일찍 퇴근할게. 나 집에 가서 우리 여보랑 밥 먹어야 해. 길이 너무 막혀. 집에 도착할 때 바로 밥 먹을 수 있겠어.”소정남은 말을 마치며 일어났다.전태윤은 또 꾸지람했다.“맨날 지각하고 조퇴하고 말이야. 직업정신이 그렇게 없어도 돼? 예전의 그 직업정신은 다 어디 간 거야?”“너도 예전에 매일 지각하고 조퇴했잖아. 그런 직업정신을 너한테서 배웠거든. 게다가 여기는 전씨 그룹이야. 소씨 그룹이 아니라고.”소정남은 뻔뻔하게 친구가 조퇴한다고 꾸지람하는 말조차도 개의치 않았다.사무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소정남은 전태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네가 지금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도 예정 씨가 없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예정 씨가 집에 있기만 하면 넌 나보다 더 일찍 퇴근할걸.”전태윤은 웃으면서 대답했다.“빨리 꺼져. 아내가 있는 게 그렇게 대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