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초야 내 동생 전호영이야. 우리 형제 중에 셋째.”전이진은 약혼녀가 전호영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기에 목소리를 들어도 전호영의 정체를 짐작할 수 없다고 생각해 먼저 설명해 줬다.여운초는 다시 한번 전호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셋째 도련님 안녕하세요.”“운초 씨 저도 그냥 호영 씨라고 불러주세요.”전이진은 전호영에게 그녀를 둘째 형수라고 말했다.여운초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그녀는 몸을 돌려 꽃다발과 사 온 디저트를 전이진의 앞에 건네며 말했다.“이진 씨, 이건 주문한 꽃다발이야. 내가 갖고 왔어. 그리고 점심을 배부르게 못 먹었다고 해서 디저트 좀 사 왔는데 커피랑 먹어 봐.”전호영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둘째 형이 정말 밥을 잘 못 먹은 걸까 아니면 그냥 핑계를 댄 걸까?맞다.전호영은 드디어 고현에게 접근할 핑계가 떠올랐다. 이유가 없다면 이유를 만들고 기회가 없다면 기호를 만들면 된다.전이진은 물건을 받아 들고서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여운초에게 말했다.“꽃다발 갖고 오나라 힘들었을 텐데 나하고 같이 디저트 먹자. 다 먹으면 내가 데려다줄게.”“괜찮아, 난 배 안 고파. 밖에 동호 오빠가 기다라고 있어.”여운초가 말하지 않았다면 괜찮았겠지만 한동호가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전이진이 그녀를 한동호와 함께 보낼 리가 없었다.전이진이 말했다.“한 대표님도 한 번 오시기 힘들 거야. 관성에서 이틀 동안 쉬려고 온 걸 텐데 자꾸 귀찮게 하지 마. 넌 내가 있잖아. 내가 데려다줄게.”여운초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동호 오빠 나하고 일 얘기 하러 왔어. 바쁠 텐데 나 먼저 갈게.”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나려고 하다가 잊지 않고 진호영에게 인사를 건넸다.“내가 아래층까지 데려다줄게.”전이진은 그녀를 따라 걸었다.“형 나도 마침 가려던 참인데. 아니면 내가 운초 씨 아래층까지 모셔다드릴까?”전호영이 말했지만 전이진은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전이진은 여전히 여운초의 뒤를
모든 것을 알게 된 여천우는 혼란스러워했고 무너졌다.그는 앞으로 공무원 시험을 보려고 했지만 자기의 부모와 둘째 누나가 큰 죄를 지어 그의 공무원 시험을 막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여천우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그의 친부모님이 큰 누나의 친아빠를 죽였다는 것이었다. 그는 항상 모두 같은 엄마의 배 속에서 태어난 남매인데 엄마는 큰누나에게 왜 그렇게 행동할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진실을 알고 난 뒤 여운초는 그제야 왜 부모님이 큰누나를 그렇게 차갑게 대했는지 이해했다. 알고 보니 그의 둘째 삼촌의 죽음 때문이었다.여천우는 큰누나가 아빠의 복수를 위해 친척들을 다 없애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 누구도 그의 부모님에게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고 허락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그의 친부모라는 것이 그는 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는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큰 누나가 자기 부모님을 이렇게 대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진실을 알게 된 때부터 지금까지 여천우는 여운초를 피해 같은 반 친구의 집에서 지냈다. 여운초가 그를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그는 끝내 만나지 못했다.다행히 그도 더 이상 최씨와 김씨 가문 사람들을 만나지 않았고 그 두 가문의 지시를 따르지도 않았다.여천우는 무지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한동안 가족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을 뿐이다.한동호는 전이진이 여운초를 보호하는 것을 보고 비웃으며 중얼거렸다.“지금 다정한 척이야? 운초가 안 보이는 걸 알면서도 운초를 지명해서 꽃 배달에 먹을 것까지 사 오게 만들고서는.”여운초는 그의 말을 듣지 않고서는 계속 꽃집을 운영할 것을 고집했다. 낮 동안에는 꽃가게에서 많은 시간을 머물렀다.한동호는 그녀가 꽃가게를 그만두지 않는 이유가 첫 번째는 두 명의 직원과 사이가 너무 좋아 가게를 닫으면 두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녀가 꽃과 풀을 좋아했고 세 번째는 아마도 전이진을 위해서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전이진을 좋아했지만 자기 마음속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한동호는 전이진에게 대답했다.“전이진 씨가 성공적으로 운초와 결혼하게 되면 제가 결혼식 사회를 봐 드리죠.”그렇게 말하며 한동호는 여운초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가 차에 오르는 것을 지켜본 뒤 그는 운적석으로 가서 앉았다. 그는 더 이상 전이진 같은 유치한 놈과 말싸움하는 것이 귀찮았다. 한번 시작하면 반나절은 둘이 끊이지 않고 티격태격했다.전이진은 회사 앞에 서서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다가 눈에서 사라지자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근무 중인 경비원들은 모두 그를 바라보았다.“저 사람은 내 미래의 형님입니다.”전이진은 그들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그는 웃으면서 해명했다. 이렇게 해야 조금 있다가 회사에 그의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도망갔다는 소문이 나지 않을 것이다.비록 한동호는 여운초의 친오빠는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오빠 동생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여운초가 한동호를 오빠처럼 생각하고 있으니 당연히 그에게도 형님이 되었다.경비원들은 비웃음을 날렸다.그들은 방금 부대표님이 그 남자를 한 대표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미래 부대표님의 사모님과 다른 성씨인데 어떻게 남매일 수 있을까? 입양된 오빠라면 모를까.전이진은 그들의 부대표님이었기에 경비원들은 누군가 자기들의 부대표님의 여자를 뺏으려고 한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전이진은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저 그가 약혼자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겼다는 소문만 나지 않으면 되었다.그는 사무실에 돌아왔을 때 전호영이 아직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아직도 있었어?”“있었지, 아직 살아 있어. 건강하게.”전이진은 웃으며 말했다.“난 또 네가 큰형을 찾아간 줄 알았지.”그는 사무실에 책상 앞으로 돌아와 꽃다발을 손에 들고서는 감상하며 말했다.“네 둘째 형수 가게에 꽃이야. 다른 꽃집의 꽃보다 예쁘지 않니? 이래서 운초네 가게가 점점 잘 되는 거구나.”“그건 다른 사람들이 형이 운초 씨에 대한 마음을 아니까 형 비위 맞추려고 미리 미
“나도 좀 먹어 보자”전호영이 디저트를 먹으려고 손을 뻗었다.그가 디저트를 집기도 전에 그의 둘째 형은 그의 손을 탁하고 쳐버렸다.“이건 내 약혼녀가 나 먹으라고 준 거야. 하나하나에 운초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이 사랑은 나만 느끼고 싶어. 먹고 싶으면 네 고씨 도련님이나 찾아가.”전호영은 눈을 크게 떴다.“형, 너무 쪼잔한 거 아니야? 고작 쿠키 나부랭이 하나인데 지금 날 못 먹게 하는 거야? 내가 듣기로는 그때 형수님이 큰형한테 차려 준 아침 큰형이 다 못 먹어서 형수님이 큰형한테 싸서 형 먹으라고 보냈었다며?”“형은 큰형 좀 따라 배워. 큰형이 처럼 해야 형제와 사랑 모두 잡는 거라고.”전이진은 디저트를 먹으며 말했다.“그래서 전태윤이 큰형인 거야. 난 둘째야 큰형이 아니고. 그래서 그런 넓은 마음은 없어.”전호영은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화난 척하며 말했다.“쪼잔하네, 내가 정말 형의 디저트가 먹고 싶은 줄 알아? 우리 호텔 파티시에님이 만든 디저트는 밖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맛있어.”“그럼 네 호텔에 가서 먹어. 아무도 안 말리니까.”전호영은 장난스럽게 말했다.“다음에 둘째 형수한테 직접 사준 디저트 먹고 싶다고 바로 말할 거야. 그럼 분명 나한테 몇 상자 사준다고 약속할걸?”그는 말하고 떠나려고 몸을 돌렸다.“돌아와.”전이진이 그를 부르며 상자를 열어 디저트를 앞으로 내밀었다 뒤로 뺏었다 하면서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먹어 먹어. 나 쪼잔하다고 말하지 마. 근데 하나만 먹어.”전호영은 바로 돌아가서 디저트를 한 조각 집었다. 한 입 먹은 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역겨운 표정을 지었다.“밖에서 파는 간식을 어떻게 우리 호텔과 비교하겠어? 하나도 맛있지 않은데 형은 보물처럼 모시네?”“너 이거 갖고 다 먹어. 버리면 안 된다. 이건 네 미래 둘째 형수님의 정성이야.”전호영은 말문이 막혔다. 왜 둘째 형에게 장난을 친 걸까? 지금 그의 손에 들린 이 디저트는 까다로운 그의 입맛에는 꼭 양초를 씹
바다가 보이는 별장.한동호와 여운초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바다가 보이는 별장에 머물렀고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동하가 여운초를 대신해 뽑았다.여씨 가문은 지금은 비록 여운초가 가장을 맡게 되었지만 집사와 도우미는 모두 추미자가 뽑은 사람들이었고 그녀를 오랫동안 모셨기에 추미자에게 더 감정이 컸다.여운초가 처음에 모든 사람을 바꾸겠다고 생각했을 때 본인의 눈이 아직 완전히 치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을 자르고 새로운 사람들을 들이면 잘 모르고 서로 덜 파악한 상태에서 더 안전성이 떨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했다.지금 이 사람들은 표면적으로는 그녀를 공손하게 대했지만 실제로는 모두 그녀의 동생에게 마음이 향해 있었다. 특히 집사는 여 대표님 부부를 대신해서 저택을 지키며 여천우를 편하게 모시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서재에서 여운초는 고위 관리자들과 회의를 열었고 한동호가 옆에서 함께 도왔다.비록 그녀는 앞을 볼 수 없었지만 기억력이 엄청나게 좋았다. 비서와 한동호가 그녀에게 말한 일을 크든 작든 그녀는 모두 기억했다.비서는 한동호가 그녀를 위해 뽑은 새로운 비서였고 양아버지 옆에 있던 비서가 아니었다.여운초는 이미 양아버지의 비서를 해고했다. 그 여자는 그녀의 양아버지에게 다른 뜻이 있었다. 하지만 한동훈은 그것은 그 여자의 일방적인 마음일 뿐 여태웅은 다른 여자에 대한 흥미는 전혀 없었고 추미자에 대한 마음은 꽤 일편단심이었다고 했다.회의가 끝난 뒤 한동호는 그녀의 물컵에 물이 없는 것을 보고 컵을 가져가 그녀에게 따뜻한 물을 따라주었다.“힘들지?”한동훈은 마음을 아파하며 물었다.“여천우도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했어. 네가 여춘우를 데려가서 여씨 가문의 사업들을 익히게 해도 될 것 같아. 너 혼자 너무 무리하지 마.”아직도 사람들의 이해를 받지 못하고 있다.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여씨 그룹의 재산을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한동호는 여운초가 그렇게 무자비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모든
“하지만 이진 씨도 오빠를 믿어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오빠 차를 타고 떠나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거예요.”한동호는 헛기침했다.하자만 전이진에게서 온 전화가 아니었고 여운초의 작은고마에게서 온 전화였다. 수천만 리 떨어진 곳에서 결혼하여 부모님 집에 거의 돌아오지 않는 여씨 가문의 셋째 아가씨였다.“고모.”여운초는 작은고모의 목소리를 듣고 표정이 바뀌었다. 한동호는 여운초의 표정에서 그녀가 얼마나 작은고모에게 의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고모와 조카의 사이가 아주 좋아 보였다.여운초의 어린 목숨은 여씨 가문의 작은 고모가 살려준 것이었다.지난 10년 동안 작은고모는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기 위해 유명한 의사들을 찾아다녔다. 그 후로는 종종 여운초를 데리고 어디든 의사의 조언을 구하로 다녔다. 심지어 그녀를 위해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운초야 지금 어디서 있어? 내가 꽃 가게에 갔더니 네가 외출했다고 하더구나. 집에 가도 없고.”작은고모는 둘째 오빠의 죽음과 여운초가 죽을 뻔한 일로 인해 큰오빠 부부와 사이가 나빠졌다. 이제 관성에 돌아와도 여씨 가문의 저택에는 발을 들이지도 않고 호텔에 묵었다.그녀가 친정에 가서 문 앞에서 여운초가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떠났다.그런 다음 여운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운초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고모 돌아왔어요? 언제 오셨어요? 왜 미리 나한테 전화도 하지 않았어요? 제가 공항에 마중 갔을 텐데.”“내가 길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마중 나올 필요가 뭐 있어. 방금 도착해서 지금 일단 호텔에 가려고. 지금 어디 있어? 고모가 거리고 갈게.”작은고모가 그녀에게 물었다.“너 설마 전씨 그룹에 있니?”전이진이 여운초를 좋아한다는 것은 작은고모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여운초와 같은 태도로 전이진을 거절했다.전씨 가문 어른들이 현명하고 전이진의 엄마도 여운초에게 뭘 바라는 것 없이 그저 그녀가 돈을 쓰며 편하게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작은고모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
이제 두 언니는 친정의 재신을 나눠 가지려고 혈안이었다. 작은고모는 두 언니와 이미 자매 사이의 정은 하나도 없었다.“좋죠. 그럼 집에서 고모 기다릴게요.”“그래, 그럼 고모가 집 차 타고 갈게.”작은고모는 그렇게 말을 남긴 뒤 조카와의 통화를 종료했다.작은고모가 온다는 말에 여운초는 한동호에게 말했다.“오빠 우리 해산물 사러 가요. 작은고모가 해산물을 좋아하거든요.”“그래.”한동호는 여운초와 함께 엄청나게 많은 해산물을 사서 돌아왔다.여운초는 작은고모가 오자마자 먹을 수 있게 해산물을 손질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동호가 그녀를 도와 해산물을 손질했다.“난 정말 쓸모가 없네요.”여운초는 자책하며 말했다.“나도 정상적인 사람들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안 돼요.”한동호는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너무 생각하지 마. 작은고모가 오신 건 분명 명의를 찾았다는 좋은 소식을 들려주려고 오신 걸 거야. 널 명의한테 데려가서 반드시 눈을 고쳐 주실 거야.”한동호와 작은고모만이 여전히 여운초의 눈을 고쳐주려고 노력했다.하지만 한동호는 일이 바빴기에 작은고모가 주로 알아보고 다녔고 그는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작은고모는 친정이 멀었고 원래 남편 가문의 조건이 아주 좋았지만 그 후에 사업에 실패하며 거의 파산 직전에 이르렀었다. 비록 지금은 다시 사업이 잘되고 있긴 했지만 전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여운초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작은고모는 돈을 많이 썼었다. 한동호는 여씨 그룹에서 여태웅의 신임을 얻은 뒤에 수입이 계속 올라갔다. 이에 그는 먼저 작은고모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었다. 작은고모는 여운초와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기에 작은고모가 경제적인 곤란함에 빠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명의를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나요? 인연이 따라야죠. 난 이제 예전처럼 눈을 고치고 싶다는 마음이 그렇게 강렬하지 않아요.”실망을 너무나 많이 했었다.그리고 암흑 속에서 십여 년 동안 생활하면서 여운초
그는 감사할 줄 아는 남자였다. 여운초의 친절이 그를 살렸고 도와줬으니 그도 계속 보답하는 것이었다. 지금은 여운초의 오른팔 같은 존재가 되었다.예전에 작은고모는 두 사람을 이어주고 싶어 했다. 그녀는 한동호처럼 듬직한 사람이면 앞이 보이지 않는 여운초를 싫어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동호도 여운초를 좋아했지만 그 마음을 잘 숨겼기에 다른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했다.하지만 여운초는 이성적인 감정 없이 한동호를 친오빠처럼 생각했다.작은고모는 몇 번이고 시도해 봤지만 결국 포기했다.“고생은요, 고모 얼른 앉으세요. 식사 다 차리면 두 사람 부를 게요.”한동호는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요리를 준비했다.작은고모와 조카는 소파에 앉아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고모, 이번에는 왜 소현이 안 데리고 왔어요?”소현이는 작은고모의 손녀이다. 갓 2살이 되어 작은 입술로 재잘재잘 떠드는 모습이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외할머니가 데리고 휴가 갔어. 고모 집에서 출발한 거 아니야. A시에 몇 번 다녀왔는데도 명의를 찾지 못했어. 근데 성 선생님을 만났어.”그 말에 여운초는 조금 긴장했다.성지훈 닥터는 의술이 아주 뛰어난 스승의 유일한 제자이다. 그 스승의 모든 것을 성지훈이 물려받았다. 성지훈은 독을 아주 잘 사용했는데 그 독으로 사람을 치료하기로 유명한 의사였다.소문으로는 성지훈을 화나게 한 사람은 그가 조용히 독살한다는 얘기도 있었다.“성지훈 의사가 내 눈을 치료해 줄 수 있다고 했어요?”여운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작은고모는 묵묵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전씨 가문 둘째는 요즘 너하고 어때?”“출장 갔다가 금방 돌아왔어요. 나한테도 여전히 똑같아요. 유치하죠 뭐. 계속 절 자기의 약혼녀라고 말하고 다녀요. 어찌나 말하고 다녔는지 관성의 모든 사람이 절 전이진의 약혼녀로 알고 있어요.”여운초는 그를 원망하듯 말했지만 잘 들어보면 그녀는 조금 기분 좋아하며 말하고 있었다.“너한테 솔직하게 말하니?”여운초는 멈칫하며 물었다.“
하예정은 무언가 떠오른 듯 전태윤에게 말했다. “태윤 씨, 우리도 리조트에 이틀 정도 지내러 갈까요? 주말에 출근도 안 하고 서점도 주말에는 문을 안 열잖아요.” 예전에는 서점만 운영할 때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제 사업이 커지면서 서점은 그냥 하예정과 심효진의 추억으로 남아있었다. 돈을 더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애정으로 운영하는 곳이 된 것이다. 그래서 주말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전태윤은 아직 대답하지 않았는데 친구인 소정남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 그는 휴대폰을 하예정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그래, 우리도 리조트에 가서 주말을 보내자.” “어머님, 아버님, 할머니도 오늘 가시니까 소정남 씨와 효진이도 불러서 점심 같이 먹어요. 샤부샤부 어때요? 오랜만에 샤부샤부 먹고 싶어요.” 하예정이 자주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는 것에 전현림은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아무런 이의도 없이 받아들였다. 하예정이 자신의 어머니와 꽤 닮았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그렇게 친한 것 같았다. 예전에 전씨 할머니가 일부러 하예정을 자신의 은인으로 만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덕분에 온 가족이 하예정에게 감사하게 되었고 전씨 할머니는 장남인 전태윤에게 하예정과 결혼하라고 했다. 전현림은 속으로 생각했다. ‘어머니의 수법은 정말 대단해. 손자들도 어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다행히 전태윤과 하예정은 사이가 좋았으며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하예정을 아끼는 전태윤은 당연히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그는 소정남에게 답장을 보냈다. “예정아, 우리 아침 먹고 리조트로 가자. 소정남이랑 효진 씨도 리조트에서 만나자. 샤부샤부는 사람이 많아야 더 맛있잖아. 예준하 씨랑 소현 누나도 불러야겠다.” 전태윤이 제안했다. 하예정은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성소현은 사양했다. 그녀는 예준하와 A 시로 날아가 예진 리조트에서 며칠 지낼 예정이었다. 예준하를 계속 관
전태윤은 그를 속인 거였다. 하예정은 주우빈에게 답장을 보냈다. [눈이 왔구나. 우빈이 운이 좋네, 갔는데 바로 눈이 와서 진짜 눈을 볼 수 있게 됐구나.] [눈사람도 만들 수 있네. 이모는 지금까지 눈사람을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어.] [아침 맛있게 먹었어? 옷 많이 입고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해.] [너희 셋째 작은 아버지는 여행 갔는데 열흘에서 보름 정도는 있어야 돌아올 거야. 네가 따라가면 유치원에 못 가잖아.] 다행히 전호영은 빨리 도망친 덕분에 주우빈에게 붙잡히지 않았다. 하예정의 답장을 받은 주우빈은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 하예정과 주우빈은 30분 동안 통화를 했다. 통화를 마친 후, 전태윤은 중얼거렸다. “오늘에서야 우빈이가 그렇게 말을 잘하는 줄 알았네. 당신이랑 30분 동안이나 이야기하다니.”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 “우빈이는 앞으로 수다쟁이가 될지도 몰라요. 그리고 따뜻한 남자가 될 거예요.” 따뜻한 남자에다 수다쟁이라니... “9시가 넘었네요. 부모님과 할머니도 일어나셨을 거예요. 우리도 얼른 서둘러야죠. 창빈 도련님은 오늘 원림성의 A 시로 가는 거예요?” 전태윤은 먼저 그녀의 옷을 가져오며 말했다. “월요일에 갈 거야. 이틀 정도는 집에서 할머니랑 시간을 보내려고.” 10여 분 후, 부부는 손을 잡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 거실 소파에는 전현림 혼자 앉아 신문을 보고 있었다. 전씨 할머니와 장소민, 그리고 어제 형의 집에서 잔 전창빈은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 “아버님.” 부부는 전현림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전현림은 부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일어났구나. 아침 식사 준비해 뒀어. 아직 따뜻할 거야. 먹으러 가.” “엄마랑 할머니는 어디 계세요?” 전태윤이 물었다. “창빈이는 아직 안 일어났어요?” “할머니가 엄마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가셨는데 창빈이도 같이 갔어.” “이렇게 추운 날씨에 할머니가 산책하러 나가시다니.” 전태윤이 말했다. “할머니 말씀하시길,
“예진아, 늦었어. 얼른 쉬어. 나도 방으로 돌아가서 쉬어야겠어. 내일 아침 같이 먹자.” 노동명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다. 하예진은 그의 얼굴에 살짝 입을 맞추며 말했다. “동명 씨, 잘 자요.” “잘자.” 하예진은 그를 밀며 밖으로 나왔다. 그는 직접 휠체어를 조종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달콤한 미소였다. 그날 밤은 더 이상의 대화 없이 지나갔다. 주말 아침, 출근할 필요도 없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평소 일찍 일어나던 전태윤도 침대에서 나오기 싫었다. 그는 침대에 늘어져 아내의 따뜻한 핫팩이 되어 주었다. 관성의 기온이 떨어져 정말 추웠지만 사실 기온은 아직 10도 정도였다. 낮에는 최대로 10도 중반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관성 사람들은 너무 추웠다. 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인터넷으로 두꺼운 옷을 주문했다. 관성 사람들이 옷을 주문하면 판매자들은 재빨리 발송했다. 며칠 후 주문이 취소될까 봐 걱정되기 때문이었다. 관성의 추위는 찬 공기가 남하할 때 며칠 동안 추워지고 며칠이 지나면 다시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발송이 늦으면 날씨가 풀리고 나서 두꺼운 옷을 입을 필요가 없어지면서 주문을 취소하게 된다. 방에는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가장 추운 며칠 동안 전태윤은 보일러를 켜지 않았다. 그는 보일러를 켜면 하예정이 더워서 자신의 품에 안기지 않을까 봐 일부러 켜지 않았다. 그가 하예정이 자신의 품에 안기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건 절대 예정이에게 들키면 안 돼. 아니면 또 교활하다고 할 거야.’ ‘카톡!’ 하예정의 카톡에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 그녀는 잠에서 깼지만 움직이기 싫어서 전태윤에게 말했다. “여보, 누가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는지 좀 봐줘요. 너무 시끄러워요.” 전태윤이 말했다. “내 생각엔 우빈일 거야.” “우빈이는 엄마랑 있어서 이렇게 일찍 나한테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거예요. 아직 꿈나라에 있을지도 몰라요.”
시도 때도 없이 간식을 꺼내 그녀에게 먹여줬다. 영화가 끝날 즈음, 하예진은 그가 챙겨준 음식으로 배부르게 먹고는 그를 보고 말했다. “이제 됐네요. 야식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예요. 또 산책하면서 소화라도 좀 시켜야겠어요.” 노동명이 일어나자 하예진과 보디가드가 그를 부축하며 밖으로 나갔다. 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나를 밀면서 호텔까지 걸어가. 산책하면서 소화 시키는 거지.” 하예진도 웃으며 말했다. “그러죠 뭐. 그런데 걸어가면 길을 못 찾을지도 몰라요. 길을 잘못 들면 우리 둘 다 강성의 길거리에서 하룻밤을 돌아다녀야 할 거예요. 저 원망하지 마요.” “그럴 리 없어.” 지금은 밤이 더욱 깊어졌다. 영화관을 나오니 거리의 떠들썩함은 사라지고 점점 고요해지고 있었다. 하예진은 노동명을 천천히 밀며 걸었다. 보디가드들은 두 사람 뒤에서 조용히 그들을 보호했다. 걷다 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동명 씨, 눈이 오네요. 빨리 차 타고 호텔로 돌아가요.” 어느 정도 걷자 하예진은 더 이상 배가 부르지 않았다.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오니 길이 미끄러워 운전하기 어려울까 걱정되었다. “그래.” 노동명은 아무런 이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에게는 그녀의 말이 곧 정답이었다.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이내 그들은 이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주우빈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 강일구는 주우빈과 함께 있었다. 하예진이 돌아오자 강일구는 방으로 돌아갔다. “우빈이 자고 있어?” 노동명은 방에 들어와 주우빈을 보았다. 아이가 깊이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이불을 살짝 덮어주며 말했다. “보일러 온도는 적당하면 돼, 너무 높일 필요 없어. 우빈이가 땀을 흘리고 있잖아.” 아이는 더우면 이불을 걷어차는 버릇이 있었다. 하예진은 온도를 조금 낮췄다. 노동명은 주우빈의 땀을 닦아주고 이불을 살짝 걷어내 더 덥지 않게 했다. 노동명의 행동을 보며 하예진의 눈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그는 주
노동명은 남들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그녀의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리고 손등에 한 번, 손바닥에 한번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하예진은 다급하게 손을 뺐다. 그녀의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화관 안은 어두웠고 아무도 그녀를 주시하지 않아 그녀가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동명 씨, 진지하게 좀 굴어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노동명은 늘 거칠고 대범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비쳤으며 성격도 시원시원했다. 그런 그가 애교를 부리기 시작하면 그녀의 얼굴은 빨개졌다. 그녀는 그의 앞에서 마치 어린 소녀처럼 변했다. 하예정은 언니가 두 번째 사춘기를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명은 낮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진지해질게.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예진아, 앞으로 네가 휴식을 원할 때, 쇼핑을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가서 바람을 좀 쐬고 싶다면 나에게 말만 해줘. 아무리 바빠도 내 손에 있는 일을 내려놓고 너와 함께 나갈 수 있어. 일도 중요하지만 너의 행복이 더 중요해. 나는 돈도 충분히 있어. 예전에 번 돈이 너무 많아서 다 쓰지도 못했어. 지금 일을 하는 건 그냥 시간을 보내고 약간의 용돈을 버는 정도야. 나에게는 너와 우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해.” 하예진은 그를 꾸짖듯 말했다. “동명 씨가 말하는 약간의 용돈은 다른 사람들이 평생을 바쳐도 못 버는 금액이에요. 동명 씨, 일부러 자랑하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이 하예진이 식당을 운영하며 매출이 좋아 월 순이익이 꽤 높다고 하더라도 그가 버는 돈에 비하면 그녀의 이익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에잇, 비교하니까 열 받네.’ 그녀는 아침 일찍 일어나고 밤늦게까지 일하며 온 힘을 다해야 그 정도 돈을 벌 수 있다. 일반 직장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노동명이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젊은 시절 고생하며 노력한 결과다. 노동명은 업계에서 십여 년을 뛰어다니며 오늘의 성과를 이루었다. 노
우빈은 새 장난감을 들고 호텔로 돌아가 놀고 싶었다.아직 강성의 밤 구경을 제대로 해보지 못한 하예진이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우빈아, 일구 삼촌과 함께 호텔로 돌아가서 놀아달라고 할래? 엄마랑 아저씨랑 좀 더 돌아다니다가 돌아갈게.”우빈은 생각해 보더니 대답했다.하여 강일구는 우빈을 데리고 호텔로 돌아갔다.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계속 돌아다녔다. 이는 두 사람만의 데이트나 다름없다.“동명 씨, 우리 영화 보러 갈까요? 이 근처에 큰 영화관이 있거든요. 저는 거의 매일 그 영화관 입구를 지나다녔는데도 영화를 보러 갈 시간이 없었어요.”노동명이 간절히 원하던 바였다.그는 즉시 경호원에게 먼저 영화표를 사라고 지시했고 그와 하예진은 천천히 걸어갔다.십여 분 후, 두 사람은 영화관 입구에 도착했다.경호원은 표를 끊고 간식도 사 놓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간식을 먹으면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두 사람은 단지 영화를 보고 싶을 뿐이고 구매한 표도 곧 시작하게 된다.영화관 입구에서 잠시 기다리면 곧 들어갈 수 있었다.노동명은 휠체어를 타지 않고 한 손으로 경호원의 어깨를 잡고 나머지 한 손은 하예진이 부축하여 들어갔다.자리에 앉은 노동명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그들 주변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그와 하예진, 그리고 몇 명의 경호원들이 두 사람 주위에 흩어져 있었다. 경호원들은 그들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보호하고 있었다.“영화관에 와서 영화를 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노동명은 자리에 앉은 뒤 감개무량하게 한마디 했다.하예진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저도 몇 년 됐어요. 결혼하고 나서 한 번도 온 적 없어요.”결혼한 뒤로 영화를 보기는커녕 주형인은 그녀와 함께 쇼핑하는 것조차 점점 더 짜증을 냈다.그는 하예진이 물건을 살 때 항상 물건을 이리저리 비교하여 싼 물건을 고르는 모습을 싫어했다.하예진은 그때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배속의 태아를 돌봐야 했다. 저축한 돈은 모두 신혼집을 꾸미는 데 썼기에 돈 가방
하예진은 아들의 이마를 톡 쳤다.“뭐라고 한 거야?”우빈은 하예진이 때린 곳을 만지며 노동명에게 말했다.“아저씨, 엄마가 절 아프게 때렸어요. ‘호’ 해주세요.”노동명은 재빨리 불어주고는 다시 어루만져주며 하예진을 나무랐다.“예진아, 우빈 이마를 자꾸 치지 마. 똑똑한 애가 멍청해지면 어떡해.”“똑똑하면 똑똑하고 멍청하면 멍청한 아이인 거예요. 제가 몇 번 쳤다고 멍청해지는 건 아니거든요. 멍청한 건 녀석이 원래 멍청한 아이였기 때문이에요.”“우리 우빈은 똑똑하거든 멍청하지 않는단 말이야.”우빈은 하예진에게 혀를 내밀고는 얼른 노동명의 품으로 쏙 들어갔다.노동명 아저씨가 그를 보호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우빈을 아껴주던 노동명은 결국 우빈을 데리고 장난감 가게에 들어갔다.가게에 들어간 우빈은 노동명 품으로부터 바닥에 미끄러져 내려와 먼저 몇 권의 유아용 스케치북을 가져와서 하예진의 앞에서 귀여운 얼굴을 들고 물었다.“엄마, 이거요. 저 장난감을 더 사도 돼요?”노동명이 녀석에게 장난감을 사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녀석은 엄마의 뜻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만약 하예진이 그에게 새 장난감을 사지 말라고 고집한다면 그도 사지 않을 것이다.하예진이 대답했다.“하나만 사.”우빈이가 대답했다.“네.”우빈은 장난감 몇 개 더 사려고 했지만, 하예진이 한 가지만 살 수 있다고 하니 하나만 사는 수밖에!녀석은 얼른 가서 그의 장난감을 고르고 있었다.노동명은 우빈이가 여러 장난감을 어루만지며 전부 가지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돌려 사랑하는 여인에게 말을 건넸다.“우빈이 좋아하는 건 다 사자. 내가 선물로 사줄게.”“동명 씨, 너무 아이 뜻에만 따르면 안 돼요. 한 가지만 고르게 해요. 장난감도 가지고 왔던데.”그러나 하예진은 아들에게 장난감 하나만 사주겠다고 고집했다.노동명은 어쩔 수 없이 하예진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그는 우빈이가 원하는 것을 전부 사서 우빈에게 주고 싶었다.“우빈은 너무 많은 사람이 사랑해주고 아껴
“엄마, 하나만 사줘요. 네?”우빈은 계속해서 졸라댔다.“안 돼. 장난감을 사도 여기저기 쌓여 있을 텐데. 네가 놀다가도 정리하지 않으면 엄마가 대신 치워야 하잖아.”“엄마, 제가 다 치울게요. 앞으로 다 치울게요.”우빈도 스스로 정리하고 있었다. 다만 가끔 치우지 않을 때도 있었을 뿐이다.“장난감을 가지고 왔잖아.”하예진은 우빈에게 장난감을 너무 많이 사주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녀석이 장난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우빈은 입을 삐죽거리며 투덜댔다.“새 장난감 사고 싶어요. 제가 새것 사 가서 동생에게 줄게요.”“그 동생은 아직 어려서 못 놀아.”“그럼, 스케치북을 사줘요. 글씨를 쓰고 숫자도 적으면서 놀래요. 네?”우빈이는 한발 물러서서 스케치북이라고 사고 싶었다.그 장난감 가게에는 연필들과 책들도 많았다.우빈은 그 가게를 다 돌아본 후에야 엄마를 찾으러 돌아와서 사달라고 졸랐다.강일구는 우빈이가 좋아하는 것을 사준다고 했지만, 녀석은 감히 받지는 못하고 하예진의 뜻을 물어보려고 했다.하예진은 항상 우빈의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 두 번째 장난감 방도 가득 찼다고 잔소리했다.우빈은 장난감을 매우 사랑했다. 어떤 장난감은 실수로 망가져도 엄마가 버리겠다고 하면 아까워서 버리지 못했다.하예진이 쓰레기통에 버리면 녀석은 전부 도로 주워왔다.“스케치북은 사줄게.”우빈은 금세 원숭이처럼 노동명의 허벅지에 올라가 자신을 안아달라고 요구했다.그리고 하에진이 그들을 밀고 앞으로 가게 했다.“엄마, 그럼 우리 스케치북 사러 가요.”가게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녀석이 원하는 것을 전부 이룰 수 있었다.우빈은 여러 대의 큰 장난감 차와 강아지 인형이 갖고 싶었다.정말 탐나는 장난감이었다!그는 엄청 좋아했다.“스케치북만 사. 이따가 돌아오면 그림도 그려.”하예진은 그녀의 아들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모를 리가 있겠는가!그녀는 손을 뻗어 아들의 이마를 콕 찔렀다.“엄마가 네 곁에 없었는데 유치원에서 돌아와서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