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꿈에서 깨어날 때마다 부모님이 옆에 계시길 얼마나 바라고 바랐는지 모른다.그녀가 얼마나 큰 고통을 감당했는지 아무도 모른다.동생이 슬플 땐 그녀에게 기대어 울 수 있지만 그녀가 슬플 땐 누구한테 기대어 울어야 할까?“엄마, 난 돌아가지 않을래요.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고 싶어요.”하예진은 어머니 품에서 머리를 흔들며 부모 곁을 떠나지 않으려 했다.어머니는 그녀를 밀어냈다.“예진아, 예정이와 너의 아들 우빈이를 생각해야지. 그들 모두 네가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어. 그리니까 말 들어, 빨리 돌아가.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니야. 빨리 가!”어머니는 말하면서 그녀를 밀쳐냈다.하예진은 그제야 동생과 아들이 생각났다.‘맞아, 나에겐 아들과 동생이 있어. 내가 부모님과 함께 있으면 우빈이는 어쩌지?’그리고 동생도 의지할 친정 식구를 잃게 된다.“예진아, 돌아가라.”잠자코 있던 아버지도 입을 열었다.부모님은 그녀를 재촉했다.부모는 심지어 함께 그녀를 반대편으로 밀기까지 했다. 그녀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고개를 돌려 부모님을 바라보았다. 앞에 밝은 빛이 보이자 부모님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무릎을 꿇고 큰절을 올렸다.“빛이 비치는 곳을 향해 걸어가...”부모님의 소리는 점점 멀어지더니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하예진은 눈물을 머금고 빛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병실 밖의 노동명은 하예진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것 같았다.잘못 본 줄 알고 눈을 비비고 자세히 보니 정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일구야, 빨리 와서 예진이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좀 봐봐.”그는 자신이 잘못 봤을까 봐 강일구에게 도움을 청했다.강일구가 다가오자 그는 자리를 비켜주었다. 강일구도 눈을 몇 번 비비고 찬찬히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노 대표님, 정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아요. 곧 깨어날 것 같은데요? 바로 의사를 불러올게요.”강일구는 의사를 부르러 달려갔다.다른 경호원들은 즉시 전태윤 부부에게 알렸다.캠
하예진은 아들이 무사한 모습과 동생이 온 것을 보고 아직 말하지는 못했지만, 씩 웃으며 동생을 위로하려 했는데, 눈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또 힘든 선택을 했다.부모님이 아닌 동생과 아들의 곁에 남는 것을 택했다.“의사 선생님, 환자 몸은 어때요?”전태윤이 의사에게 물었다.“이미 의식이 돌아왔고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이젠 중환자실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이 말에 주위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걱정을 잠시 내려놓았다.하예진은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전태윤은 조용하고 상처 회복에 적합한 VIP 병실로 예약했다.비록 깨어났지만 아직 몸이 허약한 그녀는 병실을 옮긴 지 얼마 안 돼서 이내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하예정은 우빈이를 안고 침대 옆에 앉아 언니를 지켰다. 가끔 손가락을 언니의 코끝에 대고 호흡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날이 밝아서야 전태윤은 비로소 이경혜와 다른 사람들에게 하예진이 위험에서 벗어나 잠시 깨어났었다고 알렸다.어젯밤 할머니가 아주 늦은 시간에 관성에 돌아와서 일부러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할머니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급히 달려왔다.“할머니.”할머니의 모습을 본 하예정은 우빈을 안고 일어나 인사를 했다.할머니는 가볍게 응하고는 먼저 하예진을 보러 갔다. 할머니는 하예진이 창백한 얼굴로 아직 혼수상태인 것을 보고 가슴 아픈 듯 말했다.“가슴 아파 죽겠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여자와 아이조차도 보호하지 못했다니!”전태윤과 노동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이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게 사실이니까.“의사가 뭐라고 하던?”할머니는 하예정에게 물었다.“이젠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하네요. 날이 밝자마자 중환자실에서 나왔는데 잠시 깨어나더니 곧 다시 잠들었어요”할머니는 알겠다는 듯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됐어. 이 할미가 걱정돼서 밤새 잠도 잘 못 잤거든.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말했잖아, 너희 자매는 모두 큰 복이 있는 사람이라고. 언니는 곧 좋아질 거야.”할머니는 우빈이를 안으려
노동명은 침묵에 잠겼다.다들 하예진을 보고 난 후 할머니는 그녀가 휴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다들 먼저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전태윤 부부의 다크서클도 꽤 심했다.하예진이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고 성씨 일가와 심씨 일가 모두 그녀를 보러 왔다.이경혜는 병원에서 하예진이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을 본 후에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경호원은 모두에게 아침을 준비해 주었다.아침 식사 후 전태윤은 노동명에게 말했다.“먼저 가서 쉬어. 어젯밤에 반나절만 지키기로 했는데 혼자 하룻밤을 지켰잖아.”“괜찮아, 졸리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아.”그는 지인들에게 둘러싸인 하예진을 보고 있었다.다시 정신을 차린 그녀는 말할 때도 아직 허약했지만 처음 깨어났을 때보다 정신이 훨씬 좋아졌다.그녀는 노동명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녀가 그를 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는 키가 커서 사람들 밖에서도 그녀를 볼 수 있다.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만 있어도 기뻤고 조금도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따르릉!이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영향을 줄까 봐 병실을 나와 전화를 받았다.어머니에게서 온 전화였다.“동명아.”윤미라는 전화에서 단도직입으로 물었다.“너 지금 병원인 거야?”경찰이 많은 사람들을 잡아갔기 때문에 어제 일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많은 사람은 어제 관성의 대부분 경찰을 출동하여 그렇게 많은 사람을 잡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아이를 뺏길 뻔한 일이라는 것을 안 후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를 옆에 꼭 데리고 다녔다. 아직 어린아이는 아예 안고 다니고, 커서 안을 수 없으면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 윤미라도 당연히 이 일에 대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뒤에서야 납치당한 아이가 하예진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고 하예진이 다친 것도 후에 알게 되었다.막내아들이 어젯밤에 집에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특별히 아들 명의하에 있는 집들을 일일이 찾아갔지만 아들을 찾지 못했고, 회사에 찾아가도 그림자도 보이지 않자 아마
윤미라는 한참을 침묵에 잠겼다가 물었다.“예진이는 지금 깨어났고 위험에서 벗어났다며. 너 언제 돌아와? 병원에서 밤새워 간호하느라 피곤할 건데 어서 돌아와서 쉬어.”“피곤하지 않아요, 버틸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그녀는 아들에게 화를 내고 싶었지만 참았다.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전화를 끊었다.어머니가 전화를 끊자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시 병실로 돌아온 그는 여전히 사람들 밖에 서서 하예진을 바라보았다.비록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매우 허약했다. 의사는 너무 많은 가족이 병실에 모여있으면 그녀의 휴식을 방해하게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들은 하예진이 괜찮은 것을 확인한 후 병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결국 병원에 남은 사람은 전태윤 부부와 노동명 세 사람이었다.하예진은 다시 잠들었다. 이제야 좀 편안히 잘 수 있게 되었다.아직 살아있는 데다가 아들도 무사하고, 게다가 나쁜 사람도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이 되었다.“여보, 이젠 괜찮아. 처형도 잠들었으니 우빈이 데리고 침대에서 좀 쉬어.”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우빈이를 데리고 옆 침대에서 쉬라고 권했다.“어젯밤에도 잠을 못 자서 다크서클이 생긴 것 봐.”하예정은 우빈을 안고 침대 옆에 앉아 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안 졸려요. 당신 졸리면 가서 쉬어요.”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노동명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같이 병실을 나섰다.“너 여기서 하룻밤을 새웠으니까 이만 돌아가서 쉬어. 처형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너까지 쓰러지지 말고.”“나도 아직 떠나고 싶지 않아. 마음이 놓이지 않거든. 예진이가 침대에서 내려와 걸을 수 있는 것을 봐야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전태윤은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따르릉!전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소정남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전화 건너편에서 뭐라고 말했는지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누가 몰래 찍었는지 조사하고 어떻게든 순위를 내려.”말을 마치고
부부는 갈등이 생겨 하예정은 심씨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다음날에는 투자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보기 위해 친구들을 따라 시골로 내려갔다. 그래서 하예진 모자의 곁에 없었다.하예진이 어제 사고를 당한 후 하예정은 전화를 받고 서둘러 돌아왔다.그런 부부의 사소한 일까지 파파라치에게 찍혀 폭로된 데다가 실검에까지 오르다니... 만약 아내가 이걸 보게 된다면 자기가 괜히 고향으로 돌아가 언니 곁에서 보호하지 못했다고 자책할 것이 뻔했다.전태윤은 가능한 한 그녀가 이 일을 알지 않도록,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알지 못하도록 소정남에게 처리를 부탁했다.“네 신분 때문에 너랑 관련된 모든 일은 아주 쉽게 검색어에 오르게 돼있어. 특히 너희 부부의 결혼 후 생활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어. 파파라치들은 사방에 널려있어 소식에 가장 민감하거든. 그 실력으로 개인 탐정이 안된 게 아까울 정도야.”노동명은 동정하는 말투로 절친을 위로했다.마지막으로 그는 또 물었다.“너희 부부, 괜찮은 거 맞지?”그는 전태윤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친구의 몸집이 자기와 겨룰 만하다는 것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너에게 문제가 있어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거면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병원에 가서 검사해야할지 모르겠네.”“난 문제없어. 하지만 내가 직접 아이를 낳을 수는 없잖아. 아이를 가지려면 아내를 맞춰 줄 수밖에 없어.”노동명은 웃었다.“만약 예정 씨가... ”“예정이도 아무 문제 없어. 그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거야. 우리 가족은 아이를 낳으라고 스트레스를 준 적이 한 번도 없거든. 그저... “전태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역시 내가 스트레스를 주었나 봐. 나에게 시집와서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에 직면해야 했으니...”그는 휴대폰을 꺼내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통하자 그는 바로 말했다.“정남아, 나 대신 성명 좀 부탁해. 내 아내가 아직 임신하지 않은 것은 내가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이가 우리 부부의
사촌 여동생을 아끼는 성기현은 모든 문제를 전태윤에게 떠넘길 생각이었다.이 말에 전태윤은 바로 찾아가 그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몸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아주 건강해요! 신경 써주셔서 고맙네요!”말을 마치자마자 전태윤은 전화를 꺼버렸다.하지만 휴대폰이 또다시 울릴 줄이야.그는 또 성기현인 줄 알고, 전화를 받자마자 버럭 화내며 말했다.“내 몸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죠?”“...전 대표님, 저 예준하예요.”전태윤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분한 목소리로 불렀다.“예준하 씨.”“네, 저예요. 예진 씨는 괜찮나요?”“이미 위험에서 벗어났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예진 씨가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음... 태윤 씨 혹시 몸에 무슨 문제라도? 제가 신의 어르신을 알고 있는데, 만약 필요하다면 다음에 어르신을 만날 때, 자리라도 한번 마련해 드릴게요.”“...”그는 심호흡에 또 심호흡하고 나서야 화가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있었다.“제 몸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그건 필요 없어요. 이게 모두 파파라치들이 마구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에요. 아직 아이를 가지지 않은 건, 아내의 사랑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아서거든요.”예준하는 웃으며 말했다.“네, 이해해요. 전 대표님도 괜찮으시다니 다행이네요. 신의 어르신은 우리 가족과 인연이 남다르니 앞으로 필요할 때 언제든지 말씀 줘요. 제가 반드시 어르신께 소개해 드릴 테니.”“알겠어요, 고마워요.”예준하는 전태윤이 이를 악물고 애써 화를 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성기현과 예준하뿐만 아니라, 전태윤과 친분이 있는 다른 대표들도 속속 전화를 걸어 그의 몸을 걱정했고, 저마다 아는 좋은 의사가 있으니 필요하면 소개해 주겠다고, 문제가 있으면 빨리 치료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했다.어떤 남자는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몸에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란 말을 듣고 전태윤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걱정되어 전화했다는 대표들에게 화를 낼
어머니를 본 노동명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윤미라는 둘이 병실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곧장 걸어왔다.“안녕하세요.”전태윤이 깍듯이 인사를 건네자, 윤미라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에 회답했다.걱정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그는 온몸이 불편했다.그는 그녀가 왜 그런 눈길로 쳐다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비록 소정남에게 당장 그 실검 순위를 내리라 하였지만, 그걸 본 사람이나 캡처하여 저장한 사람도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윤미라가 왜 관심 있는 눈길로 쳐다보는지는 더 물을 것도 없었다. 망할 파파라치들은 사소한 일까지도 폭로한다.예전에 그의 개인적인 일은 그의 허락 없이 감히 폭로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가 결혼해서 많이 너그러워졌다고 생각하는 걸까?“태윤아, 진규 아저씨가 괜찮은 의사 몇 명을 알고 있어, 네가 필요하다면...”“아니, 괜찮아요, 모두 헛소문이니. 저희 부부는 아주 건강하거든요. 단지 아직 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 아이를 가지지 않은 것뿐이에요. 그날 병원에 간 것도 뜻하지 않은 임신인 줄 알고 예정이를 데리고 간 거고요. 그러다 살짝 갈등이 생겼는데 소문이 그렇게 퍼질 줄은 몰랐어요.”윤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 거였구나. 너희 부부는 모두 활기차 보여 문제가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이경혜 씨가 손 놓고 지켜봤을 리가 없지.”이경혜는 두 조카딸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특히 전씨 가문에 시집간 조카딸이 정말 아이를 낳을 수 없다면, 그녀는 누구보다 조급해했을 것이다.윤미라는 자기 막내아들을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전태윤에게 물었다.“예진 씨 안에 있어? 내가 들어가서 좀 볼 수 있을까?”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다.하예정이 누가 들어오는 기척에 고개를 돌려 보니 남편이 윤미라를 데리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일어서며 인사를 건넸다.“아, 안녕하세요.”“예정 씨, 예
엄마가 직접 찾아와 이런 말까지 한 이상 노동명도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었다.하예정은 직접 그들 모자를 병실 밖으로 배웅했다.그녀는 병실 입구에 서서 그들 모자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참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남편과 함께 병실로 들어가 잠들어 있는 언니를 보며 걱정이 태산이었다.전태윤은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위로했다. “여보, 궁하면 통한다고 어떻게든 될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전태윤은 노동명이 반드시 부모를 설득하여 처형과 함께 있는 것을 허락받을 거라고 믿었다.“게다가 처형은 아직 동명한테 이성적인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동명이가 짝사랑하고 있는 거니 우리는 일단 지켜보기나 해.”하예정은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조용히 말했다.“동명 씨는 신분을 떠나서 괜찮은 남자인 것 같아요. 만약 언니가 재혼할 생각이 있다면 난 동명 씨와 사귀는 것에 찬성해요. 신분 지위를 떠나서 책임감 있는 남자니까요.”노동명은 주형인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당신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아직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엔 너무 일러요. 언니는 재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거든요.”지금 그녀는 언니가 빨리 나아 퇴원하길 바랄 뿐이다. 감정적인 일은 뒷이야기다.한편, 윤미라는 막내아들을 병원에서 데리고 나온 후, 아들을 자기가 타고 온 차에 함께 태웠다. 노동명이 타고 온 차는 경호원에게 운전하여 집에 가져가도록 했다.가는 길 내내 그녀는 얼굴이 어두웠다.옆에 있는 막내아들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아들의 팔을 후려쳤다.엄마의 갑작스러운 동작에 노동명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왜 갑자기 팔을 때려요? 내 팔에 모기라도 앉았어요?”“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수한 재벌 집 규수가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이혼한 데다 아이까지 달린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 난 하예진이 아직 미혼이라고 해도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그녀가 가장 걱정하는 일은 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
도아영이 홀로 관성까지 찾아온 것도 전이혁을 위해서였다.관성에서 그녀의 안전은 그의 책임이다.앞으로 도아영과 결혼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녀는 할머니께서 정해주신 아내 후보였다. 혹여 도아영이 관성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도씨 가문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은 물론 전씨 할머니께서도 그를 혼쭐 내실 것이 분명했다.전이혁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전화를 받자 전이혁이 조심스럽게 부탁했다.“형, 오늘은 형의 스위트 룸에서 하룻밤 자도 돼?”“안방만 빼고 다른 방은 마음대로 써.”전태윤은 거절하지 않았지만 안방 사용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평소 이곳에 머무를 때면 항상 안방을 사용했기 때문이다.“알았어. 고마워. 형.”“도아영 씨는 괜찮아?”“심하게 취해서 토하다가 물 달라고 하길래... 떠날 수 없어서 호텔에서 하룻밤 지내려고. 새벽에 아영 씨를 룸으로 데려다준 후 떠날 계획이야. 같이 묵었다는 사실을 알면 나에게 달라붙을까 봐 겁이 나.”전태윤이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진심으로 도아영 씨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이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아. 그분 명성을 망가뜨리면 안 되지.”전이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형, 사실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영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이고 할머니의 눈썰미는 틀린 적이 없으셨지. 도아영 씨와 함께 지내보니 나랑 잘 맞는 것 같긴 한데... 왠지 그 ‘여우’랑 함께 있을 때가 더 편안하단 말이야.”“‘여우’라고?”“내 꿈에 자꾸 등장하는 그 여자 말이야. 별명이 ‘여우 같은 여자’거든. 화장을 잘하는 건지... 본명도, 고향도, 행적도 전혀 알 수가 없어. 신비로운 느낌을 주어서 나도 자꾸 정복하고 싶어져.”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그분이 혹시 만성의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과 연관 있는 거 아니야?”만성 남씨 가문의 큰 사모님은 모연정의 사촌 형수이자 A시 허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데 그녀도 이중생활로 유명한 인물이다.허씨 가문
“네.”우빈이는 전태윤의 말을 믿으며 다시 물었다.“이모부, 그 모기는 어디 갔어요?”전태윤은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우빈에게 보여주었지만 우빈은 모기를 찾을 수 없었다.“날아갔어. 이모부가 조금 늦는 바람에 잡지 못했어.”“그래요?”우빈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대답했다.하예정은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우빈이가 아무리 영리해도 결국은 어린아이일 뿐, 어른을 이길 수는 없었다.“우빈아, 이모부는 일하러 가야 해. 우리도 집에 가자. 이모부한테 잘 가라고 인사해야지.”우빈은 바로 그의 작은 손을 흔들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모부, 잘 가요!”“집에 가서 빨리 쉬고 이모의 말도 잘 듣고. 이모를 귀찮게 하면 안 돼. 말 잘 들으면 겨울방학에 예진 리조트로 가서 용정이랑 놀게 해줄게.”우빈은 급히 약속했다.“절대로 이모 귀찮게 안 하고 말 잘 들을게요.”“여보, 빨리 일하러 가요. 우리도 갈게요.”하예정은 전태윤에게 일하러 가라고 재촉한 뒤 운전 기사에게 출발하라고 말했다.전태윤은 그 자리에 서서 차가 사랑하는 아내를 태우고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차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자 비로소 자신의 차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전이혁과 도아영의 일에 대해서 전태윤은 한마디도 묻지 않았다. 도아영이 취하면 전이혁이 그녀를 방으로 데려다줄 것이니까.전이혁은 도아영을 그녀의 방까지 데려다주고 외투와 양말을 벗겨 준 뒤 편안한 자세로 눕혔다. 그리고 그가 떠나려던 참에 도아영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옆으로 토해버렸다.전이혁이 쓰레기통을 가져오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녀는 이미 바닥과 침대를 모두 더럽혔다. 그는 이 광경을 보자 정말로 토할 것 같았다.흠... 전이혁도 토했다. 그는 입을 막은 채 급히 화장실로 달려가 정신없이 토했다. 그리고 한참 후에야 코와 입을 가린 채로 나왔다.도아영은 시원하게 토한 뒤 다시 침대에 철썩 누워버렸다.전이혁은 침대 반대쪽으로 돌아가 구토물을 보지 않으려 애썼고 최대한 빨리 도아영을 일으켜 안고
도아영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꿈나라에 들어가서 돌아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술 마시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을 안 듣더니 결국 취했네. 내일 아침이면 정말 고생할 텐데.”전이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도아영의 이마를 쿡쿡 찌르더니 체념했는지 그녀를 안아 들어 로얄 스위트룸 나섰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참! 난 도아영 씨가 어느 룸에 묵고 있는지 모르는데.'그는 걸음을 멈추고 도아영을 내려놓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축하면서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은 금방 전화를 받았다.“형수님, 도아영 씨가 묵고 계신 룸 번호를 아세요?”하예정이 대답했다.“저도 잘 몰라요. 그냥 관성 호텔에 묵는다는 사실만 알고 있어요. 아영이가 취했어요? 잠깐만요. 제가 알아볼게요.”하예정은 고개를 돌려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아영의 룸 번호를 알아봐 줘요. 취했대요. 이혁 도련님이 아영이를 모셔다드리려고 하는데 룸 번호를 몰라서.”전태윤은 표정이 굳었다. 그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하예정의 재촉에 어쩔 수 없이 우빈의 손을 잡고 걸어 나갔다가 이내 돌아왔다. 그는 이미 전이혁과의 통화를 끝낸 상태였다.“알아봤어요?”“내가 이혁한테 이미 알려줬어.”전태윤은 여전히 표정이 굳은 표정으로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아까 내가 물어볼 때 프런트 직원들이 나를 보는 눈빛이 마치 내가 바람피우는 거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 내 동생이 도아영 씨를 데려다주기 위해 그러는 거라고, 내가 대신 물어보는 거라고 설명까지 했어.”하예정은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남편의 팔을 다정하게 끌며 달콤하게 웃었다.“설명했으면 그만이죠.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우리 감정엔 아무런 영향이 없는걸요. 제가 의심하지 않으면 되잖아요.”“다음부턴 이런 일 나에게 시키지 마. 이혁의 일은 이혁이가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 내가 왜 도와줘야 해? 나도 예전엔 아무 도움 없이 오직 내 진심과 깊은 정으로 너의 마음을 얻었는데.”“알았어요.
전이혁은 침묵했다.도아영은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왜요? 전이혁 씨는 그분을 보호하려고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는 거예요? 안심하세요. 저는 공정하게 경쟁하고 싶을 뿐이에요. 수작 부릴 생각은 없어요. 저는 그런 건 못해요. 남자 하나 때문에 그럴 필요도 없고. 제가 이렇게 남자를 좋아한 건 처음이라서 한번 도전해 보는 거예요. 다른 남자였다면 그냥 양보했을 거예요.”도아영이 눈여겨본 건 전이혁이란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전이혁의 뒤에 있는 전씨 가문이 마음에 들었다. 전씨 가문의 훌륭한 가풍은 소문이 자자했으니까.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사상이 모두 개방적이어서 후손들이 무슨 일을 하든 언제나 지지해 주었다.심지어 반대한다고 해도 다른 집안 어르신들처럼 억지로 가로막지는 않았다.게다가 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특히 아내를 아끼기로 유명했고 한번 정한 인연과 결혼은 끝까지 지키고 있었다.이런 남자들이 흔치 않았다. 여자라면 누구든 한결같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을 것이다.하여 도아영은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정말 안 된다면 그건 그녀와 전씨 가문의 인연이 아니라는 뜻일 것이다.애초에 노력도 안 해보고 포기한다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도아영은 평생 후회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는 여자였다.전이혁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는 ‘여우’의 이름을 몰랐으니까. 마음의 절반을 뺏긴 주제에 정작 상대방 이름조차 모르고 있다니...도아영은 그가 연적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약간의 질투를 느꼈지만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전이혁 씨가 그녀를 보호할수록 저는 더 궁금해지네요. 도대체 누가 저 도아영을 이길 수 있는지. 근데 괜찮아요. 언젠가는 제 연적이 누군지 알게 될 거니까.”그녀는 전이혁에게 잔을 들며 말했다.“전이혁 씨, 자! 우리 한잔하죠.”전이혁은 잔을 들고일어나 몸을 기울여 그녀의 잔과 부딪혔다. 그리고 도아영이 단숨에 그 술을 들이마시는 걸 지켜보았다.도아영은 더 이상 전이혁과 사랑에 관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