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은 아들이 무사한 모습과 동생이 온 것을 보고 아직 말하지는 못했지만, 씩 웃으며 동생을 위로하려 했는데, 눈가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녀는 또 힘든 선택을 했다.부모님이 아닌 동생과 아들의 곁에 남는 것을 택했다.“의사 선생님, 환자 몸은 어때요?”전태윤이 의사에게 물었다.“이미 의식이 돌아왔고 위험에서 벗어났으니 이젠 중환자실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이 말에 주위에 몰려있던 사람들은 걱정을 잠시 내려놓았다.하예진은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전태윤은 조용하고 상처 회복에 적합한 VIP 병실로 예약했다.비록 깨어났지만 아직 몸이 허약한 그녀는 병실을 옮긴 지 얼마 안 돼서 이내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하예정은 우빈이를 안고 침대 옆에 앉아 언니를 지켰다. 가끔 손가락을 언니의 코끝에 대고 호흡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날이 밝아서야 전태윤은 비로소 이경혜와 다른 사람들에게 하예진이 위험에서 벗어나 잠시 깨어났었다고 알렸다.어젯밤 할머니가 아주 늦은 시간에 관성에 돌아와서 일부러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할머니는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급히 달려왔다.“할머니.”할머니의 모습을 본 하예정은 우빈을 안고 일어나 인사를 했다.할머니는 가볍게 응하고는 먼저 하예진을 보러 갔다. 할머니는 하예진이 창백한 얼굴로 아직 혼수상태인 것을 보고 가슴 아픈 듯 말했다.“가슴 아파 죽겠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 여자와 아이조차도 보호하지 못했다니!”전태윤과 노동명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들이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게 사실이니까.“의사가 뭐라고 하던?”할머니는 하예정에게 물었다.“이젠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하네요. 날이 밝자마자 중환자실에서 나왔는데 잠시 깨어나더니 곧 다시 잠들었어요”할머니는 알겠다는 듯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됐어. 이 할미가 걱정돼서 밤새 잠도 잘 못 잤거든.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말했잖아, 너희 자매는 모두 큰 복이 있는 사람이라고. 언니는 곧 좋아질 거야.”할머니는 우빈이를 안으려
노동명은 침묵에 잠겼다.다들 하예진을 보고 난 후 할머니는 그녀가 휴식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도록 다들 먼저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전태윤 부부의 다크서클도 꽤 심했다.하예진이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고 성씨 일가와 심씨 일가 모두 그녀를 보러 왔다.이경혜는 병원에서 하예진이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을 본 후에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경호원은 모두에게 아침을 준비해 주었다.아침 식사 후 전태윤은 노동명에게 말했다.“먼저 가서 쉬어. 어젯밤에 반나절만 지키기로 했는데 혼자 하룻밤을 지켰잖아.”“괜찮아, 졸리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아.”그는 지인들에게 둘러싸인 하예진을 보고 있었다.다시 정신을 차린 그녀는 말할 때도 아직 허약했지만 처음 깨어났을 때보다 정신이 훨씬 좋아졌다.그녀는 노동명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기만 하였다. 그녀가 그를 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는 키가 커서 사람들 밖에서도 그녀를 볼 수 있다.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만 있어도 기뻤고 조금도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따르릉!이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는 영향을 줄까 봐 병실을 나와 전화를 받았다.어머니에게서 온 전화였다.“동명아.”윤미라는 전화에서 단도직입으로 물었다.“너 지금 병원인 거야?”경찰이 많은 사람들을 잡아갔기 때문에 어제 일은 큰 파문을 일으켰다.많은 사람은 어제 관성의 대부분 경찰을 출동하여 그렇게 많은 사람을 잡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아이를 뺏길 뻔한 일이라는 것을 안 후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를 옆에 꼭 데리고 다녔다. 아직 어린아이는 아예 안고 다니고, 커서 안을 수 없으면 손을 꼭 붙잡고 다녔다. 윤미라도 당연히 이 일에 대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뒤에서야 납치당한 아이가 하예진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았고 하예진이 다친 것도 후에 알게 되었다.막내아들이 어젯밤에 집에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특별히 아들 명의하에 있는 집들을 일일이 찾아갔지만 아들을 찾지 못했고, 회사에 찾아가도 그림자도 보이지 않자 아마
윤미라는 한참을 침묵에 잠겼다가 물었다.“예진이는 지금 깨어났고 위험에서 벗어났다며. 너 언제 돌아와? 병원에서 밤새워 간호하느라 피곤할 건데 어서 돌아와서 쉬어.”“피곤하지 않아요, 버틸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그녀는 아들에게 화를 내고 싶었지만 참았다.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전화를 끊었다.어머니가 전화를 끊자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시 병실로 돌아온 그는 여전히 사람들 밖에 서서 하예진을 바라보았다.비록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매우 허약했다. 의사는 너무 많은 가족이 병실에 모여있으면 그녀의 휴식을 방해하게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들은 하예진이 괜찮은 것을 확인한 후 병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결국 병원에 남은 사람은 전태윤 부부와 노동명 세 사람이었다.하예진은 다시 잠들었다. 이제야 좀 편안히 잘 수 있게 되었다.아직 살아있는 데다가 아들도 무사하고, 게다가 나쁜 사람도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이 되었다.“여보, 이젠 괜찮아. 처형도 잠들었으니 우빈이 데리고 침대에서 좀 쉬어.”전태윤은 하예정에게 우빈이를 데리고 옆 침대에서 쉬라고 권했다.“어젯밤에도 잠을 못 자서 다크서클이 생긴 것 봐.”하예정은 우빈을 안고 침대 옆에 앉아 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나 안 졸려요. 당신 졸리면 가서 쉬어요.”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노동명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같이 병실을 나섰다.“너 여기서 하룻밤을 새웠으니까 이만 돌아가서 쉬어. 처형도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너까지 쓰러지지 말고.”“나도 아직 떠나고 싶지 않아. 마음이 놓이지 않거든. 예진이가 침대에서 내려와 걸을 수 있는 것을 봐야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전태윤은 아랫입술을 깨물고는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몰랐다.따르릉!전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소정남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전화 건너편에서 뭐라고 말했는지 그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누가 몰래 찍었는지 조사하고 어떻게든 순위를 내려.”말을 마치고
부부는 갈등이 생겨 하예정은 심씨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고, 다음날에는 투자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보기 위해 친구들을 따라 시골로 내려갔다. 그래서 하예진 모자의 곁에 없었다.하예진이 어제 사고를 당한 후 하예정은 전화를 받고 서둘러 돌아왔다.그런 부부의 사소한 일까지 파파라치에게 찍혀 폭로된 데다가 실검에까지 오르다니... 만약 아내가 이걸 보게 된다면 자기가 괜히 고향으로 돌아가 언니 곁에서 보호하지 못했다고 자책할 것이 뻔했다.전태윤은 가능한 한 그녀가 이 일을 알지 않도록,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는 알지 못하도록 소정남에게 처리를 부탁했다.“네 신분 때문에 너랑 관련된 모든 일은 아주 쉽게 검색어에 오르게 돼있어. 특히 너희 부부의 결혼 후 생활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어. 파파라치들은 사방에 널려있어 소식에 가장 민감하거든. 그 실력으로 개인 탐정이 안된 게 아까울 정도야.”노동명은 동정하는 말투로 절친을 위로했다.마지막으로 그는 또 물었다.“너희 부부, 괜찮은 거 맞지?”그는 전태윤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친구의 몸집이 자기와 겨룰 만하다는 것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너에게 문제가 있어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거면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병원에 가서 검사해야할지 모르겠네.”“난 문제없어. 하지만 내가 직접 아이를 낳을 수는 없잖아. 아이를 가지려면 아내를 맞춰 줄 수밖에 없어.”노동명은 웃었다.“만약 예정 씨가... ”“예정이도 아무 문제 없어. 그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거야. 우리 가족은 아이를 낳으라고 스트레스를 준 적이 한 번도 없거든. 그저... “전태윤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역시 내가 스트레스를 주었나 봐. 나에게 시집와서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에 직면해야 했으니...”그는 휴대폰을 꺼내 소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통하자 그는 바로 말했다.“정남아, 나 대신 성명 좀 부탁해. 내 아내가 아직 임신하지 않은 것은 내가 두 사람만의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이가 우리 부부의
사촌 여동생을 아끼는 성기현은 모든 문제를 전태윤에게 떠넘길 생각이었다.이 말에 전태윤은 바로 찾아가 그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몸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아주 건강해요! 신경 써주셔서 고맙네요!”말을 마치자마자 전태윤은 전화를 꺼버렸다.하지만 휴대폰이 또다시 울릴 줄이야.그는 또 성기현인 줄 알고, 전화를 받자마자 버럭 화내며 말했다.“내 몸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해야죠?”“...전 대표님, 저 예준하예요.”전태윤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분한 목소리로 불렀다.“예준하 씨.”“네, 저예요. 예진 씨는 괜찮나요?”“이미 위험에서 벗어났어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예진 씨가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음... 태윤 씨 혹시 몸에 무슨 문제라도? 제가 신의 어르신을 알고 있는데, 만약 필요하다면 다음에 어르신을 만날 때, 자리라도 한번 마련해 드릴게요.”“...”그는 심호흡에 또 심호흡하고 나서야 화가 나오는 것을 참을 수 있었다.“제 몸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그건 필요 없어요. 이게 모두 파파라치들이 마구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에요. 아직 아이를 가지지 않은 건, 아내의 사랑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아서거든요.”예준하는 웃으며 말했다.“네, 이해해요. 전 대표님도 괜찮으시다니 다행이네요. 신의 어르신은 우리 가족과 인연이 남다르니 앞으로 필요할 때 언제든지 말씀 줘요. 제가 반드시 어르신께 소개해 드릴 테니.”“알겠어요, 고마워요.”예준하는 전태윤이 이를 악물고 애써 화를 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성기현과 예준하뿐만 아니라, 전태윤과 친분이 있는 다른 대표들도 속속 전화를 걸어 그의 몸을 걱정했고, 저마다 아는 좋은 의사가 있으니 필요하면 소개해 주겠다고, 문제가 있으면 빨리 치료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했다.어떤 남자는 겉으론 멀쩡해 보이지만 몸에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란 말을 듣고 전태윤은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걱정되어 전화했다는 대표들에게 화를 낼
어머니를 본 노동명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윤미라는 둘이 병실 입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곧장 걸어왔다.“안녕하세요.”전태윤이 깍듯이 인사를 건네자, 윤미라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에 회답했다.걱정스러운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그는 온몸이 불편했다.그는 그녀가 왜 그런 눈길로 쳐다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비록 소정남에게 당장 그 실검 순위를 내리라 하였지만, 그걸 본 사람이나 캡처하여 저장한 사람도 적지 않게 있을 것이다.윤미라가 왜 관심 있는 눈길로 쳐다보는지는 더 물을 것도 없었다. 망할 파파라치들은 사소한 일까지도 폭로한다.예전에 그의 개인적인 일은 그의 허락 없이 감히 폭로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그가 결혼해서 많이 너그러워졌다고 생각하는 걸까?“태윤아, 진규 아저씨가 괜찮은 의사 몇 명을 알고 있어, 네가 필요하다면...”“아니, 괜찮아요, 모두 헛소문이니. 저희 부부는 아주 건강하거든요. 단지 아직 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어 아이를 가지지 않은 것뿐이에요. 그날 병원에 간 것도 뜻하지 않은 임신인 줄 알고 예정이를 데리고 간 거고요. 그러다 살짝 갈등이 생겼는데 소문이 그렇게 퍼질 줄은 몰랐어요.”윤미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런 거였구나. 너희 부부는 모두 활기차 보여 문제가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거든. 만약 문제가 있다면, 이경혜 씨가 손 놓고 지켜봤을 리가 없지.”이경혜는 두 조카딸을 매우 소중하게 여긴다. 특히 전씨 가문에 시집간 조카딸이 정말 아이를 낳을 수 없다면, 그녀는 누구보다 조급해했을 것이다.윤미라는 자기 막내아들을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전태윤에게 물었다.“예진 씨 안에 있어? 내가 들어가서 좀 볼 수 있을까?”전태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데리고 들어갔다.하예정이 누가 들어오는 기척에 고개를 돌려 보니 남편이 윤미라를 데리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는 바로 일어서며 인사를 건넸다.“아, 안녕하세요.”“예정 씨, 예
엄마가 직접 찾아와 이런 말까지 한 이상 노동명도 더 이상 남아 있을 수 없었다.하예정은 직접 그들 모자를 병실 밖으로 배웅했다.그녀는 병실 입구에 서서 그들 모자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한참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남편과 함께 병실로 들어가 잠들어 있는 언니를 보며 걱정이 태산이었다.전태윤은 아내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위로했다. “여보, 궁하면 통한다고 어떻게든 될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어.”전태윤은 노동명이 반드시 부모를 설득하여 처형과 함께 있는 것을 허락받을 거라고 믿었다.“게다가 처형은 아직 동명한테 이성적인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동명이가 짝사랑하고 있는 거니 우리는 일단 지켜보기나 해.”하예정은 남편의 어깨에 기대어 조용히 말했다.“동명 씨는 신분을 떠나서 괜찮은 남자인 것 같아요. 만약 언니가 재혼할 생각이 있다면 난 동명 씨와 사귀는 것에 찬성해요. 신분 지위를 떠나서 책임감 있는 남자니까요.”노동명은 주형인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 아니다.“당신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아직 이런 이야기를 꺼내기엔 너무 일러요. 언니는 재혼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거든요.”지금 그녀는 언니가 빨리 나아 퇴원하길 바랄 뿐이다. 감정적인 일은 뒷이야기다.한편, 윤미라는 막내아들을 병원에서 데리고 나온 후, 아들을 자기가 타고 온 차에 함께 태웠다. 노동명이 타고 온 차는 경호원에게 운전하여 집에 가져가도록 했다.가는 길 내내 그녀는 얼굴이 어두웠다.옆에 있는 막내아들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아들의 팔을 후려쳤다.엄마의 갑작스러운 동작에 노동명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엄마, 왜 갑자기 팔을 때려요? 내 팔에 모기라도 앉았어요?”“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수한 재벌 집 규수가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이혼한 데다 아이까지 달린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 난 하예진이 아직 미혼이라고 해도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그녀가 가장 걱정하는 일은 결
윤미라는 아들 때문에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아직 사귀지도 않았는데 벌써 우빈에게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게 하려는 생각부터 하고 있다.그러면 주형인이 가만히 놔둘까 봐?“너! 엄마가 다시 한번 말하는데, 엄마는 절대 하예진을 며느리도 받아들일 수 없다! 난 네가 하예진과 사귀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못해! 이혼한 데다 애까지 딸린 여자는 너와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야. 너에게 어울리는 여자는 은경이처럼 능력 있는 재벌 집 규수라고. 넌 하예진이 너한테 어울리기나 한다고 생각해? 넌 노씨 그룹의 대표인데 하예진은? 겨우 작은 아침 식사 가게를 차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가게마저도 네가 세준 거잖아. 엄마가 죽어라 허락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건 현실이야. 결혼은 문벌이 맞아야 하는 거야. 너와 하예진은 어울리지 않아.”“...”“그러니 그 마음 일찌감치 접고 은경이랑 사귀어. 그때 공씨 일가의 연회에서도 은경이랑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어? 너희들이 함께 춤을 출 때, 그야말로 선남선녀가 따로 없었어. 이게 바로 천생연분인 거야.”노동명은 가문에 의지하고 있지 않아 전혀 가문의 구속을 받지 않았고, 혼인도 당연히 자신의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었다.그는 단호하게 말했다.“엄마, 이건 내 결혼이고 난 나의 마음에 따를 거예요! 엄마가 아니라 내가 장가가는 거잖아요. 나는 예진이가 나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난 나이도 들고 못생겼는데, 돈이 좀 많다는 것 말고는, 내가 예진이보다 나은 게 뭐가 있어요? 예진이는 이혼해도 나보다 몇 살이나 젊어요. 지금 활짝 핀 꽃처럼 매우 아름답다고요. 하지만 엄마 아들은요? 얼굴에 흉터도 있지... 한밤중에 나가면 지나가는 아이를 놀라게 할 수도 있어요. 게다가 또 마흔이 다 되어가는데, 난 오히려 내가 예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윤미라는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꼬집었다.“얼굴에 흉터가 조금 있으면 어때서? 흉터가 있어도 넌 멋진 남자야! 네가 그렇게 말한다고 엄마가 허락할 것 같아? 꿈꾸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