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정의 둘째 큰아버지는 조카보고 말했다. "지문이의 일이 제일 중요해, 만약에 이것 때문에 지문이가 회사에서 잘린다면......"하 씨네 둘째 큰아버지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하지명을 보는 눈빛에는 탓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인스타를 이용해 이슈를 만들어 하예정 자매가 어쩔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은 하지명의 아이디어였다."삼촌, 지문이가 회사에서 경영한 지 오래됐고 본사에서도 그를 신임하기에 이런일로 자르지는 않을 거야. 나중에 내가 지문이 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히면 돼."하지명은 자영업자기에 인터넷의 일들은 그의 사업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조카의 말을 들은 하 씨 둘째 큰아버지는 마음을 좀 놓였다. 그리고 그는 아들에게 전화하여 일하는 데 영향을 끼처지 않게 인터넷에 자기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설명하라고 하였다."계집애들 너무 독한 거 아니야?"하 씨 큰아버지는 그녀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돈을 안 주면 안 줬지 꼭 사람을 못살게 굴며 초라하게 만들어야 해?"전에 그들이 "불효손녀"라는 글을 올렸고 검색어 순위에 올랐지만,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런데 하예정이 이슈에 답을 하고 난 후에 끼친 영향은 아주 크다. 그리고 또 모르는 사람들이 전화하여 그들에게 욕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그들은 하예정 자매가 사이버 폭력을 당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단단히 사이버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그들을 욕하는 사람들이 자자했고 병원까지 와서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행히 병원의 경호원이 사람들을 쫓아내고 신고하였다. 그렇지 않으면 일족이 다 분노한 네티즌들에게 맞을 수도 있다.심지어 계란까지 맞을 수도 있다.말이 없던 하 씨 작은 고모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이 그렇게 하겠다고 할때부터 난 반대였어. 십몇 년 전에 엄마아빠가 예정이 걔네랑 계약서를 쓸 때 죽든 말든 관계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그런데 지금 엄마가 아프니 당신들은 한마음으로 걔네들보고 돈을 내놓으라고 핍박했어.""엄마아빠가
하 씨 할멈은 마을에서도 무지막지함으로 유명하다. 그의 성격은 항상 셌고 언제나 고개를 숙이려 하지 않았다.그는 손주들더러 사과하지 못하게 우겼다.하지만 그가 얼마만큼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른다.하예정은 어르신이 이 밤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꿀잠을 잤다. 그런데 일어나기 전에 부모님 꿈을 꾸었다. 그들의 손을 잡으려고 내밀었는데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잠에서 깨여나 보니 벌써 눈물이 베개 수건을 적셨다.천장을 한참 멍하니 쳐다보고서야 하예정은 앉아서 종이로 볼에 남긴 눈물자국을 닦아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아빠엄마도 딸이 괴롭힘을 당한다는 것을 아는 거야? 걱정하지 마, 나랑 언니는 이미 15년 전의 애가 아니야. 그들이 또 우리를 괴롭피려 하는 것은 어림도 없어."그리고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 어제저녁 자기 전에 그녀는 핸드폰을 소음모드로 설정하였다.핸드폰을 보니, 수십 통의 부재중 전화와 읽지 않은 메시지들이 가득했다.그리고 부재중 전화를 보니, 전부 모르는 번호였고 하 씨네 집사람이라는 것이 뻔하였다. 그는 메시지를 두 개 열어봤는데 인스타 글을 삭제하고 같은 핏줄인 한 가족이라는 말들이었다.그리고 그녀가 이러는 것이 그들을 죽이려고 몰아가는 혐의가 있다고 하였다.인스타 글을 삭제하면 더 이상 그녀와 따지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할머니의 치료비도 내지 않아도 되니 양심이 있으면 병문안이라도 오라고 하였으며 그것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에 대한 보답이라고 퉁쳐주겠다고 하였다.하예정은 귀찮아서 메시지를 더 이상 보지 않았다.그들은 역시 자신이 일리가 있고 그녀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주장한다. 누가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 만약에 증거가 충분하지 못했다면 죽음에 몰린 사람은 두 자매들이었을 거다.보살펴 주지도 않은 주제에 그들에게 보답하라고? 두 자매는 그들에게 뭔 보답을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그때 부모님의 목숨으로 바꾼 배상금을 그들이 빼앗은 보답? 아니면 그들이 두 자매를 때리고 집에서 쫓아낸 보답을
전태윤은 그 잘 생긴 얼굴에 힘을 주며 하예정과 경고의 뜻이 담긴 시커먼 눈동자로 눈을 마주쳤다."태윤 씨."하예정은 그에게 물었다. "혹시 뽀뽀해도 되요?"전태윤, "......"그녀는 염치가 라는 걸 모르나?어떻게 남자한테 이런 질문을 하지?"태윤 씨가 웃는 모습이 참 예뻐서 제 속을 간질간질하게 만드네요. 그래서 끌어안고 뽀뽀하고 싶어요."전태윤은 어이가 없었다. "하예정, 넌 어떻게 이리 뻔뻔스럽니? 염치도 없어?""염치는 여기에 있는데요."하예정은 자기의 볼을 치고 웃으며 말을 했다. "우리가 부부이니 이런 말을 하는거예요. 그리고 저희가 합법적인 부부인데 뽀뽀를 좀 하는 거야 정상이잖아요."그 말을 들은 전태윤은 그와 몇 발자국의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그의 행위는 하예정을 박장대소하게 했했다.전태윤은 부끄러워 화가 좀 났다.그가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다 하예정 때문이다. 저번에 하예정이 그의 볼을 갑자기 만지였었다.전태윤은 그가 웃는 것을 보고 성이나 갑작스레 다가가서 웃고 있던 하예정을 잡고 가슴속으로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하예정의 입술을 막아버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하예정은 그의 너털웃음을 삼키고 말았다.하예정의 웃음소리는 갑작스레 멈췄다.그녀는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뜨고 곁에ㅠ있는 멋진ㅠ얼굴을 바라만 보았다.그녀는 그가 웃는 모습이 예뻐서 한마디 놀린ㅠ것이다. 하예정은 전태윤이 남녀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그보다도 순진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당할지는 생각도 못 했다."너무 까불면 벌 받는 거야."전태윤은 작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그러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아침을 먹었다.하예정, "......"그는 자기입술을 만지작거리고 또 자연스럽게 아침을 먹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누가 누굴 놀리는 거지? 누가 이긴 건가?분명히 그가 졌다.그는 몹시 놀랬었다.그러나 전태윤은 역전승하여 기분은 창밖에 있는 태양과도 같았고 아침도 더욱 맛있게
"차 산 돈은 안 줘도 돼."전태윤은 화제를 돌리고 차 산 얘기를 꺼냈냈다.하예정은 그의 카드번호를 몰라 매일 천만 원씩 카카오페이로 입금하였다.그러나 전태윤은 받지 않았다.그래서 첫날밤에 입금한 금액이 다시 카드로 돌아왔다. "당신에게 차를 사주는 것도 나의 체면을 채우기 위해서야. 가끔 부인을 데리고 피티를 참석해야 하는데 아내가 언제 고장 날 줄 모르는 전동오토바이를 몰고 다닌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알면 내 안면에도 안 좋으니까."전태윤은 차를 선물한 것이 자기 안면을 위해서라는 것으로 핑계 댓다."그건 미안해서 사과하는 것이라면서요?"하예정은 물었다.전태윤, "......여러가지 뜻이지.""그럼 차를 주었으니, 올해의 생활비는 안 줘도 돼요."전태윤은 고개를 들고 그녀를 보며 대답도 거절도 하지 않았다.하예정은 전태윤이 묵인한 것으로 여겼다. 그녀는 이러면 전태윤에게 빚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홀가분해진 느낌이 들었다."너희 할머니쪽은 당분간 상대하지 마. 그들이 못 견디게 되면 사과할 거니까. 그리고 부모님이 남김 집도 소송을 걸어서 전부는 못 가져와도 반은 현금으로 환산하여 돌려주게 해야지.""너희들의 덕을 보고 뒤통수를 치는 것들에게는 너무 착하게 대할 필요 없어."만약에 전태윤이 손을 썼다면 하 씨네 집사람들더러 거지처럼 구걸하기도 힘들게 만들 것이다.하지만 이건 하예정의 일이기에 그냥 건의만 제출하였다. 결국 어떻게 할지는 하예정이 스스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할머니가 수술을 마치고 퇴원한 후 소송을 걸어 집을 돌려받을 거예요."전태윤은 응하고 대답했다.그래도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이니 핏줄을 봐서 여유를 좀 남겨주었다.아침을 먹고 하예정은 반찬통을 두 개 꺼내고는 말을 했다. "아직 손도 대지 않은 것들도 많으니 도시락 싸서 화사에 들고 가요. 괜히 버리지 말고 배고플 때 먹어요."전태윤은 별로 기쁘지는 않았다. 도시락통을 들고 회사에 가는 것이, 어, 그의 대표 신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
전태윤은 그녀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약 일 분간 베란다 뒤에서 바라만 보다가 뒤돌아섰다.전태윤은 하예정이 차려준 음식을 들고 출근하려 했다.문을 나서기 전에 전태윤은 하예정에게 말했다.“나 출근 갈게.”“네, 운전 조심해요.”하예정이 당부했다.전태윤은 문을 닫은 후 도시락들 들고 아파트를 내려왔다.전태윤의 경호원 팀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서 있거나 앉아 있거나 혹은 갈 곳 없이 서성거리고 있었다.전태윤이 도시락을 두 개 들고 내려오자 경호원들은 머리를 얻어맞은 듯 멍하니 바라만 보며 아무도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전태윤은 어이가 없었다.‘도시락을 들었다고 날 못 알아보는 거야, 뭐야?’“도련님?”역시나 눈썰미가 좋은 강일구가 먼저 다가가 도시락을 받아서 들었다.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롤스로이스를 향해 걸어갔다.이내 롤스로이스는 경호원들의 차량 몇 대에 둘러싸여 아파트 단지를 나갔다.마침 하예정이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다가 자주 보는 롤스로이스가 기타 차량 몇 대의 보호를 받으며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장면을 보았다. 그 뒤로는 전태윤의 국산 차가 나가고 있었다.고급 외제 차를 만나면 절대 가까이에 가면 안 된다. 만일 하나 긁기라도 하면 배상이 어마어마하다.‘이 아파트 단지에 근 20억 하는 롤스로이스를 끌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거는 이곳 집값이 비싸다는 뜻일 텐데, 태윤 씨는 이 집 얼마 주고 샀으려나?’하예정은 전태윤이 큰 기업에서 한자리한다고 하나 정확히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는지는 몰랐으며 물은 적도 없었다. 워낙 전태윤이 그녀에게 편견이 있다 보니 그녀는 괜한 오해를 만들기 싫어 직장과 직위에 관해 하나도 묻지 않았다.전태윤이 나가고 하예정은 꽃에 물을 주고는 그네 의자에 앉아 휴대폰을 열어 댓글을 확인했다. 하예정의 진상 친척들을 욕하는 댓글을 확인한 하예정은 그제야 마음이 편해졌다.물론 어떤 누리꾼들은 시간도 오래 지난 데다가 어르신은 연세도 많고 중병에 걸리셨으니 그녀더러 원망은 내려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또
전태윤은 도시락 두 개를 사무용 책상에 올려놓으며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형수님이 너랑 나 같은 회사에 출근한다는 걸 알고 너 먹으라고 챙겨줬어. 맨날 밖에 음식 먹지 마, 깨끗하지 않아.”“형 예전에 맨날 밖에서 먹었잖아.”비록 가문의 호텔이지만 그래도 밖은 맞다.전혁진은 커피를 내려놓고 다급히 도시락통을 열면서 말했다.“토요일에 형수님 손맛 보고 나 진짜 그 맛에 반했다니까. 오 마이 갓, 뭐가 이렇게 많아. 종류도 다양하고 게다가 보기까지 좋으니 맛은 더 말할 것 없겠지.”전혁재는 두 도시락통을 다 열어보고는 하예정의 솜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손재주도 있는 데다가 음식 솜씨도 좋다며 말이다.‘어쩐지 할머니가 눈독 들이셔서 기어코 형한테 결혼하라 했지.’그도 그럴 것이 하예정은 장점이 많은 여자다.전재혁의 촐싹거리는 모습이 눈꼴 시려서 전태윤이 입을 열었다.“네 형수님이 나한테 고맙다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상다리 부러지게 아침밥 차렸지, 뭐야. 혼자 먹기엔 너무 많아서 너도 맛 좀 보라고 도시락 싸 온 거야.”전혁재는 멈칫했다.그러고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형수님이 나한테 가져다주라고 했으니 먹다 남은 건 절대 아니겠지.”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내가 먹다 남은 거 먹게 하나씩 미리 다 맛보는 거였는데. 이 자식 못 까불게.’“형, 다른 볼일 있어?”“왜, 아침부터 먹을 거 가져다줬건만 벌써 내쫓는 거야?”전태윤은 불쾌하다는 듯 전혁재를 노려보다가 무의식중에 사무용 책상 끝머리에 놓인 수공 파키라 공예품이 보였다.전태윤은 파키라를 들어 이리저리 보다가 입을 열었다.“이거 할머니 거랑 같은 사람한테서 나온 작품 같은데.”할머니는 하예정의 선물을 집안 제일 환한 곳에 올려다 놓았기에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자주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전태윤은 그 작품에 익숙했다.“형 눈썰미가 아주 그냥.”전혁재는 자리에 앉아 전태윤이 가져다준 도시락을 먹으며 기분이 잔뜩 나서 말했다.“그거 형
하예정은 이 순간 전태윤이 질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서점에 왔다. 서점은 조용했다. 하예정은 공예품을 만들기 시작했다.심효진은 파키라를 완성한 하예정에게 물었다.“예정아. 너 요즘 왜 파키라만 만들고 있어? 이거 잘 팔려?”완성품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있던 하예정은 심효진의 물음에 미소 지으며 답했다.“요즘 쇼핑몰 매출이 좋아. 제일 핫한게 바로 이 파키라야. 매출 완전 수직 상승.”“혹시 너 입장 발표하고 나서 사람들이 너랑 예진 언니 안쓰러워서 사주는 거야?”하예정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그건 아닌 거 같아. 어릴 적 사진이랑 번호만 올렸고 다른 정보는 공개된 거 없어. 지금은 그 글도 다 삭제됐잖아.”글을 올린 사람이 아마도 하씨 집안 사람들한테 불똥이 튈까 봐 두려웠을 것이다.“뭐 마침 전씨 가문 도련님의 기사 때문에 그 일이 묻히긴 했지. 더 일이 크게 번지기 전에 내가 반격한 거고. 그러니까 그런 가능성은 적어.”심효진은 전씨 가문 도련님의 기사라는 말에 이내 관심을 보이며 신비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우리 고모가 그러는데 성소현이 너와 관련된 실검을 보고 자기가 묻힌 거 같아서 기분이 언짢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뒤에서 손 좀 써서 너에 관한 실검을 묻어버렸대.”이 사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성소현 씨가 결국 나 도와준 거네.”하예정은 뭔가 생각하더니 또다시 웃음을 지었다.“성소현 씨한테 고마워해야겠어. 그럼 나도 성소현 씨가 하루빨리 전씨 가문 도련님을 정복하길 기도해 줘야 하겠는걸. 재벌 집 딸이니 돈도 많고 권력도 있으니 전씨 가문 도련님 몸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아내기 쉬울 거야. 우리끼리 하는 말이었으니 말이지 앞으로 입조심해야겠어.”심효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우리도 그냥 해보는 말이지, 뭐. 전씨 가문 도련님이 정말 몸에 이상이 있다 한들 성소현이 어떻게 알겠어? 그 도련님 주위에는 종래로 젊은 여자가 없었으니 그거에 대해서는 아
주우빈의 부름에 두 사람의 대화는 끊기고 하예정은 하예진이 주우빈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것을 발견하고 손에 든 것을 내려놓더니 카운터에서 나왔다.심효진은 하예정보다 더 행동이 빨랐다. 어느새 심효진은 어리둥절해하는 주우빈을 안아 들더니 볼에 뽀뽀 세례를 했다. 그것도 모자라 주우빈에게 비행기 놀이를 해주니 주우빈은 신난다는 듯이 까르르 웃어댔다.“언니, 어떻게 왔어?”하예정은 시간을 확인했다. 때는 이미 10시가 넘었다. 이 시간에 하예진은 보통 집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한다. 주형인이 퇴근했을 때 식사 준비가 되지 않으면 또 잔소리를 한바탕 늘어놓을 것이다.“하도 심심해서 나왔어. 우빈이가 기어코 여기 오겠다 그러더라고.”하예진은 태양 모자를 벗더니 땀을 닦아내며 말했다.“곧 11월인데 날씨 왜 이렇게 더워.”관성의 가을과 여름은 온도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겨울도 그리 춥지 않다.그저 아침과 저녁에 조금 쌀쌀할 뿐, 낮에는 해만 떴다 하면 푹푹 쪘다.“열 시 넘었는데 언니 식사 준비 안 해도 돼?”하예정은 하예진이 무조건 밥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보통 사람은 점심때 밥을 먹어야 하니 그저 물은 것뿐이다.“우빈이는 다 먹이고 나왔어. 분유도 가져왔으니 오후까지 놀다 가도 괜찮아. 이따 너랑 배달이나 시켜 먹지 뭐. 아니면 나 지금 장 보고 와서 너희 가게 주방에서 밥해도 되고. 네 형부는... 쌀은 내가 씻었고 물도 맞춰놨어. 전기까지 다 꽂아 놨으니 알아서 해 먹겠지, 뭐. 채소는 다 씻어서 주방에 두었으니 데쳐서 먹든 볶아서 먹든 알아서 하라고 해.”하예진의 말을 들은 심효진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언니. 그럼 절반만 해둔 거예요?”“더치페이하기로 했으니, 반반만 하는 거지. 내가 다 하면 그게 어떻게 더치페이야? 더치페이가 돈에만 있는 줄 알아?”하예진은 요즘 주형인에게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러니 더치페이 앞에서 하예진은 똑 부러지게 행동했다. 이 기회에 주형인을 잘 다스릴 생각으로 말이다.하예진은 앞으로
남편이 살아있을 때 장월은 커피를 여유롭고 편안하게 마셨으며 그녀에게는 일종의 즐거움이었다.지금 그녀는 기운을 북돋아 일을 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 예전과 같은 여유로움은 이미 사라졌다.노동명은 비서더러 장월에게 커피 한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했다.그리고 그는 말했다.“나는 따뜻한 물 한 잔 줘, 태윤이 회사에서 커피를 마셨어.”그는 보통 오전에만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기에 오후에는 거의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노 대표님, 전씨 그룹에 다녀오셨어요?”장월은 미소를 지으며 노동명에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차분했다.“네, 급한 일이 있어서 전씨 그룹에 가서 태윤이를 만나서 얘기 좀 나눴어요.”노동명이 깊게 말하려고 하지 않자 장월도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았다.노동명과 소정남 그리고 전태윤까지 세 사람은 형제이자 절친한 친구였다. 관성의 상류층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이 3대 가문은 개인적인 친분도 매우 두텁다.전태윤이 하예정과 초고속으로 결혼한 후 노동명이 하예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그가 천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노동명과 전태윤의 우정은 더 돈독해졌다.만약 노동명이 순조롭게 하예진과 결혼한다면 그와 전태윤은 동서지간이 될 것이다.소정남의 아내와 하예정 또한 절친이다.장월은 갑자기 하예정은 복이 많을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왕성하게 한다고 느꼈다.그녀는 운이 좋게 전씨 가문에 시집가서 전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었고 그녀의 절친과 이혼한 언니까지 잇따라 부잣집에 시집갈 수 있었다.하예정과 친한 사람들은 모두 잘 되었다.성씨 가문의 딸 성소현은 예전에 명성이 악랄했다. 모두 그녀가 교활하고 제멋대로이며 독단적인 데다 안하무인이라고 말했다.하예정이 이경혜와 관계를 확인한 후 그녀와 성소현은 사촌이자 좋은 친구가 되었다.그 뒤로 성소현의 명성은 점점 좋아졌고 두 사람은 협력해 회사를 설립해 모닝 프레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업도 잘되고 있다.많은 황무지
장월은 자연스럽게 비서 자리를 이어받아 노동명을 대표 사무실로 밀고 들어갔다.두 명의 비서는 묵묵히 두 대표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장 대표님, 제가 할게요. 밀지 않으셔도 되세요.”노동명은 장월이 그를 밀어주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는 자동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휠체어를 쉽게 조종할 수 있다고 말했다.장월이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힘을 별로 쓰지 않았어요. 노 대표님이 스스로 조종해서 나갔어요.”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화려한 장신구를 거의 착용하지 않았던 그녀는 오늘 여성 정장을 입지 않고 평상복을 입었으며 평소에 묶었던 머리를 풀어 늘어뜨렸다.오늘 그녀는 남편이 살아있을 때 착용했던 눈부신 장신구를 꺼내 착용했다. 정교한 화장을 한 그녀는 마치 20대 소녀처럼 보였다.그녀가 서른이 넘고 아홉 살 아들을 둔 사람이라는 것을 보아낼 수 없었다.아침에 외출할 때 아들은 그녀가 오늘 예쁘다고 칭찬했다.이렇게 차려입은 그녀를 본 시부모님은 말을 잇지 못했다.장월은 시부모님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어젯밤 시부모가 한 말을 그녀는 모두 마음에 새겨들었다.그녀가 몰래 오랜 시간을 관찰했지만 오직 노동명만이 그녀의 조건에 맞았다.그녀는 공공연히 노동명과 하예진사이의 내연녀가 되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숨기고 그의 반응을 확인하려고 했다.노동명이 조금이라도 반응을 보이면 그녀는 내연녀라고 욕을 먹더라도 하예진과 공평하게 경쟁할 것이다.만약 노동명이 단순히 그녀를 사업 협력 파트너로 여겨 좋아하는 거라면 그녀는 단념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끼어드는 내연녀가 되지 않으려고 했다.노동명을 포기하면 그녀는 앞으로 재혼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회사를 잘 운영하고 아들을 키우며 시부모님을 모시면서 살 것이다. 그 후 아들이 자라서 후계자가 되면 그녀는 은퇴해서 친구들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려고 했다.가끔 마음이 복잡해지면 견우 가게 가서 소비하면 된다.연애도 결혼도 감정도 없다.장월이 말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두 손을
“신경 쓰지 마, 너희는 단지 다른 사람에 비해 더 많은 고난을 겪었을 뿐이야. 폭풍우가 지나가면 무지개를 볼 수 있어. 처형이 지금 너무 바빠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걸 너도 알잖아.”“결혼 전 처형은 직장에서 잘나갔지만 결혼하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사회와 몇 년이나 단절됐어. 이혼하고 스스로 창업한 시간도 길지 않아. 현재 이씨 그룹을 경쟁 상대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경험이 부족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거야. 이씨 그룹의 책임자도 만만치 않은 사람이야. 그들은 힘든 싸움을 하고 있어. 우리 처형은 회사 운영에 전념하려고 서둘러서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은 것일 거야.”친구의 말을 듣고 노동명이 말했다.“너의 말이 맞아. 예진이는 지금 스트레스가 많을 거야.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어. 예진이 뒤에서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 내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제일 먼저 뛰어갈 거야.”“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묵묵히 그들 모자를 지켜주며 예진이가 조금씩 강해지는 모습을 지켜볼 거야.”그는 하예진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노동명과 함께 있어도 하예진에게는 압박이 컸다.사람들은 그녀가 동생 때문에 노동명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으며 또 그녀가 무슨 수를 써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모른다고 했다.그가 그녀를 도와 각종 구설을 해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은밀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그녀의 귀에도 전해졌다.그녀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은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이다.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러니 네가 너무 예민했어. 너랑 처형이 잘 지내야만 누군가 처형에게 고백할 때 너는 연적을 물리칠 수 있고, 누가 처형에게서 너를 빼앗으려 할 때 처형이 나설 필요도 없이 네가 먼저 그 여성과 거리를 둘 거야.”스무 살 넘어서도 노동명의 마음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이제 곧 마흔이 된 그는 한층 더 성숙하고 진중해져서 각종 미녀를 만나도 쉽게 유혹되지 않을 것이다. 노동명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그는 커피를 마신 후 전태윤에
만약 노동명이 시간이 없다면 그의 세 형들은 시간을 내서 그를 도와 회사 일을 처리해 줬다. 그가 마음 편히 재활 운동을 하고 아내를 쫓을 수 있도록 말이다.“알았어요, 저녁에 다시 얘기해요.”하예진이 먼저 전화를 끊었다.비서가 노크하고 하예진에게 고객이 오셨다고 말했다.그녀는 직접 그 고객을 접대하러 가야 했다. 만약 거래가 성사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할 일이 없을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하예진과 통화를 마친 노동명은 핸드폰을 귓가에서 떼었다. 하지만 핸드폰을 손에 꽉 잡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전태윤은 자신의 커피잔을 들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친구에게 돌렸다.정신을 차린 노동명은 친구와 눈길이 마주쳤다.“왜 그렇게 나를 바라보는데?”핸드폰을 내려놓고 노동명은 웃으면서 전태윤에게 물었다.“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전태윤은 노동명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되레 그에게 질문했다.“넋이 나가 있어.”“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예진이를 쫓아다니면서 내가 아무리 진심을 표현해도 나를 친구로만 생각하고 또다시 결혼하고 싶지 않다며 모두 거절했어.”“교통사고가 난후 나는 예진이에게 짐이 되기 싫어 왕래를 끊으려고 했어. 그러나 우리 엄마는 오히려 예진이에게 나를 돌봐달라고 부탁했어...예진이가 나를 돌봐주어서 다시 희망을 품게 됐어.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오늘날까지 힘들게 걸어왔어.”“다리를 잃고 나서야 우리 엄마는 예진이를 받아들이셨어. 나와 예진이를 더 이상 반대하시지도 않아.”“한동안 예진이는 내가 청혼하기만 한다면 나와 결혼할 거라고 말했어. 나는 그때 예진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어, 내가 언제 완쾌할지도 모르고 예진이도 바쁘니 완쾌된 후 다시 보려고 했어.”“지금은 혼인신고를 한 후 결혼하고 싶은데 예진이가 허락하지 않아. 태윤아, 나랑 예진이는 항상 동기화되지 않고 의견 차이가 있는 같아.”전태윤은 그들의 인연이 아직 깊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고 노동명에게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전태윤은 이렇게 김새는 말을 할 수 없
“혼인신고 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으니 그냥 당신이 시간 내서 돌아오면 돼.”노동명은 먼저 혼인신고를 하자고 고집했다.합법적인 부부가 되면 하예진도 마음이 놓일 것이다.노동명도 임자가 생기면 그를 좋아하고 있는 여자들도 그에게서 멀리 떨어질 것이다.“동명 씨, 이일은 제가 시간 나면 다시 말해요. 그동안 다시 잘 생각해 봐요.”“결혼은 일생의 중대한 문제예요. 충동적으로 결정하면 안 돼요. 저는 또 한 번 이혼한 여자라 두 번째 결혼은 신중해야 해요.”노동명은 하예진이 자신과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바빠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그 꿈 때문에 걱정되어서 마음을 바꿨을 수도 있다.그녀의 마지막 한마디는 지난번 실패한 결혼이 그녀에게 큰 트라우마로 남았다는 것을 말해주었다.현실에는 연적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가 하예진에게 충분히 잘해주지 못했기에 그녀는 꿈만으로도 그가 결혼을 배신할까 봐 걱정되어 혼인신고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그래, 당신이 시간 나면 우리 다시 얘기해. 우빈이가 곧 겨울방학이야, 방학하면 우빈이 데리고 당신에게 갈게.”그러자 전태윤이 끼어들며 말했다.“어제 우빈이가 겨울방학 되면 이모와 함께 예진 리조트에서 가서 용정이랑 놀겠다고 말했어, 이모가 우빈에게 강성에 가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우빈이가 강성이 춥다고 했어.”“우리 처형이 설전에 반드시 돌아온다고 꼬마는 안 간다고 했어, 집에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했어.”노동명이 말했다.“...우빈이가 나한테는 말한 적이 없어.”전태윤은 웃으면서 말했다.“너와 함께 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너에게 말해 뭐해?”전태윤은 주우빈의 이모부이다. 주우빈의 감정 저울은 아직 그에게 기울어있었다. 노동명은 지금 주우빈에게 아저씨일 뿐 아직 계부가 아니었다.노동명은 말문이 막혔다.하예진은 전화로 말했다.“연말에 회사마다 바쁠 거예요. 동명 씨도 올 필요 없어요. 먼저 회사 일을 잘 처리해야만 연말을 잘 보낼 수 있어요. 회사
“꾸준히 재활 운동을 해서 반드시 정상적으로 회복할게. 당신의 부담이 되지 않을거야. 언제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약속하지는 못하지만, 자동 휠체어로 바꿔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기에 나를 돌봐주는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생각을 해봤는데 우리 먼저 혼인 신고부터 하고 내가 완전히 회복되면 다시 결혼식 하자.”노동명은 하예진이 첫 번째 실패한 결혼에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그를 빼앗길까 봐 걱정할 수 있다고 말하던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그가 하예진과 혼인신고를 한다면 누구도 그를 뺏을 수 없다.그는 비정한 사람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서른여섯 살까지 장가를 못 갔을 리 없다.모처럼 마음을 움직이면 그것은 평생이다.그의 마음속에는 하예진 이외에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자리가 없었다.다른 사람이 그의 마음속에 들어오려고 해도 설 곳조차도 없다.한동안 하예진은 결혼식을 다시 하지 않고 노동명과 혼인신고만 해서 합법적인 부부가 되고 싶었다.그녀는 재혼인 데다가 부잣집에 시집가기에 다른 사람의 질투와 미움을 살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에 조용히 혼인 신고만 하고 싶었다.그러나 친정의 모든 식구와 여동생 그리고 큰이모 식구들을 포함하여 모두 승낙하지 않았다.노동명과 노씨 가문도 동의하지 않았다.하예정도 하예진에게 재혼이면 어떠냐고 말한 적이 있다.재혼이라도 당당하게 결혼할 수 있다. 사람을 도둑질한 것도 아니고 내연녀도 아닌데 화려한 결혼식을 하지 말라고 규정하지는 않았다.하예정은 언니와 노동명이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서 모두가 언니의 행복을 지켜봐 주기를 바랐다.노씨 가문 네 번째 도련님인 노동명은 초혼인데 어떻게 결혼식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노씨 가문에서는 하예진에게 넷째 도련님인 노동명을 섭섭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소정남과 심효진, 전태윤과 하예정 못지않은 성대한 결혼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결혼식 문제를 막론하고 노동명의 마음을 받아들였던 하예진이였기에 그가 청혼하기만 한다면 언제든지 결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동명은 자신이
노동명은 한참 침묵하다 말했다.“비록 누구나 다 꿈꾸긴 한다만 예전에 이런 꿈을 꾸었다고 말한 적이 없었잖아, 어젯밤에 이런 꿈을 꾼 건 자기 전에 혹시 우리 관계를 생각하다 걱정이라도 된 거야?”“아니면 누군가 당신 앞에서 뭐라고 말해서 생각이 많아져 그런 꿈을 꾼 거야?”하예진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럴 리가요. 누가 그럴 사람 있어요? 제가 관성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동명 씨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제가 관성으로 돌아가야 저를 찾아올 수 있죠.”“그냥 우연히 그런 꿈을 꾸어서 동명 씨에게 말한 거예요. 당신에게서 답을 듣고 싶기도 해서요. 혹시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여자의 마음을 훔치지 않았나요?”전태윤은 장 대표가 그에게 생각이 있다는 걸 하예정이 의심하고 있다고 노동명에게 말하지 않았다.하예진은 더 말할 리가 없었다.증거가 없이 동생에게 폐를 끼칠 일을 만들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동생의 직감을 믿었다. 아마도 장 대표는 노동명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노동명이 모를 뿐이다.하예정은 그 장 대표의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들이 한 명 있다고 말했다. 아들은 대략 8, 9세쯤 되었을 것이고 남편은 외아들이었다. 남편이 죽은 후 시부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았고 아들은 어렸다고 했다.친척들과 회사를 나누지 않기 위해 장 대표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이 남긴 모든 사업을 인수하여 몇 년의 시간을 들여 겨우 안정시켰다. 사람들은 지금 그녀를 여장부라 부른다.여자 혼자서 아들을 키우고 시부모님도 돌보며 사업도 해야 하기에 그녀의 스트레스와 피로는 짐작할 수 있다. 남자를 찾아 동반자로 삼아 의지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하지만 장 대표의 시댁도 부유한 가문이었기에 재산이 많았다. 그녀는 새로운 사람을 찾고 싶어도 그 남자가 자신의 재산을 노릴까 봐 걱정했다.그녀가 인품이 좋고 능력이 뛰어나며 가정 배경도 비슷한 사람을 선택한다면 그녀의 재산을 노리지 않을 것이다.관성에는 장 대표의 조건에 부합되는 잘생기고 능력이
“내가 주홍인도 아니고, 밖에 아무리 예진이 보다 좋은 여자가 있어도 나는 좋아하지 않을 거야. 나는 예진이를 인정했기에 예진이 아니면 그 누구하고도 결혼하지 않을 거야.”잠시 후 노동명은 친구에게 물었다.“태윤아, 내가 일찍 너의 처형과 혼인신고 할까? 예전에는 예진이가 나와 결혼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는 내가 장애인이 된 것 같아서 예진이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 회복되기 전 혼인신고도 하고 싶지 않았어.”“이것 때문에 예진이가 자신감이 없어져서 내가 딴마음을 품었다고 의심하는 건 아닐까? 나는 내가 회복하지 못하면 평생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예진이에게 부담이 될까 봐 두려워.”“이혼 후 예진이는 혼자서 우빈이를 키우면서 사는 것도 힘든데, 나 같은 장애인까지 합치면 더 힘들 거야. 나는 예진이를 사랑하기 때문에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부담은 주기 싫어.”노동명은 전태윤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전태윤은 커피잔을 들고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커피를 마신 후 그는 노동명에게 말했다.“이건 나도 잘 모르겠어. 지금 처형이 바쁘니 시간 나면 직접 물어봐. 그냥 꿈일 뿐이니 상세하게 캐묻지는 마.”“꿈꾸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 나는 밤마다 꿈꿔. 예정이가 꿈에서 귀여운 딸을 낳았어, 내가 딸을 안고 입이 찢어지도록 웃어...여러 번이나 예정이가 나를 깨워서, 나에게 무슨 꿈을 꾸었길래 그렇게 행복하게 웃냐고 물어볼 때도 있어.”노동명이 말했다.“...남자의 직감으로 볼 때, 예진이가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들었다고 생각해. 누군가 우리를 갈라놓으려고 일부러 예진이 앞에서 헛소리한 것 같아.”하예정은 장 대표가 노동명에게 생각이 있다고 추측하고 있을 뿐 증거는 없었다. 게다가 평소에 장 대표와 노동명은 가까이 지내지 않았기에 이런 말을 함부로 그에게 말할 수 없었다.그의 아내가 헛소문을 퍼뜨린 사람이라고 오해받을까 봐 전태윤은 죽어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누가 우리 처형 앞에서 네 험담을 하겠어? 동명아, 내 생각엔 네가 생각이 많은
하예진이 꿈꾸었다고 말했을 뿐인데 노동명은 그녀의 꿈 때문에 회사에 가는 걸 포기하고 친구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으러 전씨 그룹으로 달려왔다.노동명은 친구가 웃을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하예진이 이유 없이 그런 꿈을 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그는 마음이 복잡하기만 했다.꿈도 생각에 따른다고 했다.‘누구에게 어떤 말을 들었길래 예진이는 그런 꿈을 꾸었을까?”“우린 오랜 친구야, 할 말 있으면 말해. 친구 사이에 못 할 말이 뭐가 있어?”전태윤은 일어나서 책상을 벗어난 후 노동명에게 물었다.“커피 마실래? 차 마실래? 아니면 따뜻한 물 마실래?”“커피 한 잔 줘.”“다용도실에 아마도 커피 있을 거야, 한번 보고 없으면 따뜻한 물 줄게.”전태윤은 다용도실에 들어갔다.잠시 후 따뜻한 커피 두 잔을 들고나왔다.“커피 있어. 너 하잔, 나 한잔.”전태윤은 커피 한잔을 친구 앞에 놓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앉은 후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우리 처형이랑 관련된 일이야?”사업상의 일이었다면 그에게 전화로 말하고 급해서 직접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전태윤은 처형이 아내에게서 장 대표의 일을 전해 듣고 노동명에게 무엇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찾아왔을 것으로 추측했다.노동명은 전태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넌 알고 있었어, 체제가 예진에게 뭐라고 말했어?”“자매가 매일 전화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아도 내용을 나에게 말해주지 않아서 나도 몰라.”전태윤은 바로 말하지 않았다.“우리 처형이 너에게 뭐라고 했는데?”노동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열어 하예진이 보낸 메시지를 전태윤에게 보여줬다.메시지를 본 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진이는 이런 꿈을 꾼 적이 없어. 처제가 예진이에게 뭐라고 해서 이런 꿈을 꾼 게 틀림없어. 처제가 예진에게 내 험담을 한 게 아닐까? 평소에 처제는 나를 보면 동명 오빠라고 부르면서 나에게 잘해줬는데 나 몰래 예진이 앞에서 내 험담을 해.”전태윤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