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예정이랑 제부가 사 온 선물들, 그날 더치페이 일로 나 진짜 뚜껑이 열리더라고. 그래서 다 내 방에 가지고 들어갔어.”하예진은 걸상을 빼서 앉으며 말했다. 하예정은 주방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 씻은 뒤 하예진의 입에 넣어주었고 심효진은 온수를 따라왔다.하예진은 물을 마시고 나서 하예진은 집에서 발생한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오늘 그녀는 꾹꾹 눌러 담은 화를 하예정에게 토로하고 싶어서 왔다.누구에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우울증이 걸릴 것 같았다. 심효진과도 오랜 시간 봐 온 사이거니와 그녀도 입이 무거웠다.하예진이 말 했다.“다음날 깨나 보니 주형인이 이미 다들 집에 보냈더라고. 가면 갔지, 나도 빨리 갔으면 싶었어. 그런데 주형인이 글쎄 예정이 부부가 들고 온 선물을 다 보낸 거야. 우빈이 장난감까지 거의 다 털어갔어. 나 진짜 눈이 뒤집히더라니까. 게다가 주형인이 뭐라는 줄 알아? 우리는 부족한 게 없으니 자기 누나한테 다 줬대. 우리 시누이가 뭐가 부족한데? 두 사람 다 직장 있고 월급 또박또박 들어오고 게다가 우리 시부모님이 애까지 봐주고 있는데. 우리 시부모님은 퇴직금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받고 계시는데 매달 주형인한테서 돈 꼬박꼬박 다 받아 가셔. 그거 다 시누이한테 줄 걸? 그러고 자기들 월급은 다 적금 들어놓고 우리 시부모님 돈이랑 주형인 월급으로 생활하는 거 있지. 자기 동생이 장가를 안 갔으면 모를까, 장가도 갔고 대출도 매달 나가는데 어떻게 자기 동생 돈으로 생활하려고 들어.”하예진은 주형인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부모님에게 드리는 돈이 분명 주서인한테로 가는 걸 알면서 매달 돈을 보내주면서도 정작 하예진한테는 인색했다. 하예진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게다가 하예진의 시댁 식구들은 연기도 잘했다. 두 사람이 결혼하기 전에는 세상 좋은 사람인 양 굴더니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니 본 모습을 드러냈다.“아들이 부모를 모시는 건 당연한 일이라 하지만 누나랑 뭔 상관이야? 돈 주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적게 주라
하예정은 머리를 끄덕였다.그녀는 주우빈의 얼굴에 입을 맞추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우빈이 어린이집 가고 싶어?”“싫어.”주우빈은 한창 엄마한테 엉겨 붙고 싶은 나이다.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하예진에게 말했다.“우빈이 어느 어린이집으로 보낼지는 생각해 뒀어? 다 생각하면 주말에 우빈이 데리고 미리 적응도 시킬 겸 놀러나 가자고. 재밌게 놀기만 하면 안 가겠다고 떼쓰지는 않을 거야.”이곳은 주말이면 많은 부모님이 아이를 데리고 곧장 어린이집으로 놀러 다니기도 한다.하예진은 머리를 끄덕이고 말했다.“또 있어. 나 진짜 화났잖아. 나 그 시누이가 네 형부한테 뭐라고 했냐면. 자기 두 아이를 관성에서 학교 보낼 테니까 우리 집에서 지내면서 나더러 픽업하래. 그리고 밥 차려 주고 공부도 가르쳐주란다. 나는 뭐 돈 안 받아도 되는 도우미야? 네 형부가 월 30만 원 더 주겠다면서 어쨌든 아이 하나든 셋이든 같은 일이라면서 개소리 치는 거 있지. 내 새끼는 내가 낳았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키우지만 다른 집 애를 내가 왜 키우면서 고생을 사서 하겠냐고? 그것도 모자라서 집문서 명의 자기 누나 앞으로 돌린대. 그렇게 되면 학군지에 집이 있는 게 되니까 두 아이의 입학도 쉽다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집문서 명의 이전하면 다시 되돌려 받기가 쉬운 줄 알아?”하예정과 심효진은 할 말을 잃었다.가끔 인터넷에서 누군가 유사한 사건을 썰로 푸는 것은 본 적은 있으나 하예진이 직접 겪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하예진은 이미 말을 꺼냈으니 브레이크 없이 술술 얘기했다. 그녀는 물 두 모금을 마시고 계속 말했다.“예정아. 나 네 형부한테 만약 집문서 명의 이전할 거라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인테리어 비용은 나한테 돌려달라고 얘기했어. 인테리어 비용만 7,600만 원 썼는데.”하예진은 몇 년 동안 직장에 다니며 모은 돈을 전부 가정을 경영하는 데 썼다.“만약 인테리어 비용 돌려주지 않으면 이혼할 거야. 이혼해도 그 돈은 다 돌려받을 것이고. 예정아,
이내 하예진이 말했다.“모든 남자가 다 주형인 같은 건 아니야. 효진아, 너 언니 때문에 결혼이 두려워서 시집 안 가려고 하면 절대 안 돼. 그럼 나 죄인 될 거야.”하예진은 심효진이 아직 미혼이고 집안에서 결혼을 재촉하는 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심효진이 웃으며 말했다.“알아요, 남자든 여자든 다 진상이 있기 마련이죠. 결혼은 내가 좋아하고 평생을 맡겨도 될만한 사람과 하는 거니까 언니 영향 안 받아요. 그런데 앞으로 결혼을 생각하기 전에 꼭 상대편 가족의 인품은 체크하고 결정해야겠어요.”그녀의 엄마는 결혼은 한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가정과 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결혼할 남자의 가족과 친구들이라는 고인 물에 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니 알아두어야 할 점이 아주 많다.심효진은 하예정을 한번 슬쩍 쳐다보았다.심효진은 마음속으로 탄복했다.하예진의 결혼 생활은 정말 힘들어 보였다.게다가 아이가 있으니 이혼이 하고 싶어도 충동적으로 움직이면 안 되었다. 미리 뒷길을 생각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든 다음에야 자신감 있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다.하지만 하예정은 초고속 결혼이라 서로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결혼 전에는 심지어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었다.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심효진은 자기는 절대 모르는 남자와 초고속 결혼을 못 할 것이라 생각했다.비록 지금의 상황으로 봤을 땐 전태윤은 주형인에 비해 훨씬 낫다. 최소한 하예정에게 곤란이 생겼을 때 전태윤은 발 벗고 나서 도와주었다. 하지만 그도 결국은 하예정과 반년 짜리 계약을 맺은 사람이니 심효진은 하예진의 앞날에 대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하예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떤 말은 하예진과 단둘이 해야 했기에 말을 아꼈다.“드르릉...”하예정의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휴대폰을 확인한 그녀는 주우빈을 하예진에게 넘겨주며 말했다.“태윤 씨야. 나 전화 좀 받고 올게.”하예정은 하예진이 두 사람의 통화내용을 듣고 비밀을 알아낼까 봐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
전태윤은 가볍게 대답하고 계속 말했다.“이번 일로 그 사람들도 더는 함부로 하지 못할 거야.”하씨 집안 사람들에게는 이젠 후회만 남을 것이다.“평소에 점심 식사는 어디서 해요?”“밖에서.”전태윤은 다시 물었다.“나한테 밥 사주고 싶구나.”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시간 되면 내가 밥 살게요. 도움을 받아서 고마운데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밥 사는 거예요. 그런데 너무 비싼 곳은 안 돼요. 감당 못 할 수도 있어요.”전태윤은 웃음이 나왔다. 고마워서 밥을 사겠다며 비싼 곳에 갈까 봐 두려워하는 건 성의가 있다고 해야 할까, 없다고 해야 할까?“점심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퇴근하고 나면 외식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나 진짜 밥 사주고 싶다면 집에 일찍 들어갈 테니까 당신이 직접 해줘. 우리 둘만 먹을 수 있게 적당히 하면 돼.”전태윤은 전혁진에게 아내인 하예정이 만든 음식을 주기 싫었다. 아무리 사촌 동생이라고 해도 그건 안 되는 일이다.‘집 밥을 먹고 싶으면 자기도 빨리 장가가서 와이프한테 해달라고 하던가.’전혁진이 전태윤의 생각을 읽었다면 지금쯤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우리 형 역시나 질투했네!”전태윤은 저도 모르게 창피해졌다.자기는 절대 질투가 뭔지도 모르고 어떤 기분인지 느껴본 적도 없다고 큰소리치더니 아마 지금쯤은 제대로 그 기분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저녁에 일찍 들어와요. 밥 차려 놓고 기다릴게요.”“수고해.”전태윤은 절대 하예정이 아내로서 무조건 밥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만약 그녀가 차려준다면 그것은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두 사람 다 출근해야 하고 직장이 있다 보니 각자 바쁜 건 사실이다.가정이 행복해지려면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힘을 써야 한다.두 사람은 5분도 안 돼서 통화를 종료했다.통화를 종료한 후, 전태윤은 휴대폰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사무용 책상에 올려놓고 혼자 중얼거렸다.“나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이상하네.”그는 왜 용건 없이 하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가게로 돌아가려던 하예정은 마침 가게에서 나오는 하예진이 보였다."어디가, 언니?""마트에 가서 장 좀 보려고, 배달 음식 좀 적게 먹어."“우빈이 좀 봐줘."하예정은 알았다고 한 후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었다.하예정은 새 차를 운전하지 않고 낡은 스쿠터를 타고 출근했다. 하예정에겐 그 스쿠터가 더 편했다.또한 출퇴근길에 차가 막힐 위험도 줄일 수 있다."언니, 생활비 좀 보낼게."하예정은 하예진이 주형인의 돈으로 이것저것 사는 것이 싫어서 하예진에게 계좌이체 해주었다.하예진은 대꾸도 하지 않고 하예정의 스쿠터를 타고 멀리 사라졌다. 채솟값 정도는 하예진에게도 있다.하예진을 보낸 후 하예정은 다시 가게로 돌아왔다. 우빈이가 처음으로 가게에 온 것은 아니다. 심효진과도 꽤 친하여 엄마가 없어도 울지도 않고 가게를 두리번거리면서 펜을 만지작거리거나 책을 만지작거렸다."그분이 널 찾는 중?"심효진이 살짝 떠보면서 말했다."출근 시간에도 전화하는 것을 보니 네가 많이 보고 싶은가 봐."“그 진상들이 나한테 연락했는지 물었어."심효진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래도 네 일을 마음속에 두고 있다는 거잖아. 예정아, 어쩌면 너랑 태윤 씨 잘 될 수 있지 않을까?""요즘 지내보니 사람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인연이 될 사람은 자연스레 인연이 되겠지, 뭐."전태윤은 여전히 그녀가 다가가는 것을 밀어내고 있고 하예정도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만약 인연이라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아침에 입술도 부딪혔는데 서로 더 다가가려 하지 않은 것은 놀랄 일이었다.아직도 남녀 사이에 우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전태윤을 생각하니 하예정은 자신이 골동품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이 나이에 이렇게 순진한 남자라니!다른 한 면으로 볼 때는 전태윤은 사랑 앞에서 차가웠다. 할머니가 굳이 빨간 실을 두 사람에게 묶어주길 바랐던 원인이다.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이 쉰에도 아내를 맞이하기 어려울 것이다."효진아, 남
하예정의 전화에 전씨 가문 할머니는 두 사람이 잘될 수 있다는 생각에 호호 웃으면서 전태윤이 좋아하는 것을 다 말해주었다. 심지어는 전태윤이 평소에 즐겨 입는 속옷의 색상마저 알려주었다.전태윤의 옷은 모두 맞춤 제작하여 집으로 배송해 주는데 할머니가 대신 받은 적이 많아 무슨 색상의 속옷을 입는지 잘 알고 있다."예정아, 태윤이가 좋아하는 게 별로 없어. 그러니 상관하지 말고 그냥 사면 돼. 사이즈는 내가 알려줄게.""제가 산 게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해요?"할머니가 웃으면서 말했다."선물을 하는 것은 예정이 마음이고 입을지 안 입을지는 태윤이 마음이지만 이 늙은이 생각에는 분명히 입을 것 같아."전태윤은 츤데레 그 자체였다.아내가 사준 옷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여도 입고 출근해서 자랑까지 하곤 한다.집사람이 회사의 일에 관여를 안 한다고 하더라도 할머니는 회사에서 손주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전해 들을 수 있었다.전태윤은 소정남 앞에서 아내가 있으면 좋은 점을 자랑하곤 했다.할머니는 하예정에게 옷 두 벌과 타이 두 개를 전태윤에게 선물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전태윤의 몇 없는 좋아하는 것에 맞추어 사려고 하면 하예정의 재정 상황으로는 무리다.하예정은 무리하지 않고 여유가 있는 만큼 선물을 할 것이다.어느 정도 선물을 생각한 후 밥을 다 먹고 하예정은 스쿠터를 타고 선물을 고르러 갔다.마침 언니와 조카도 집에 데려다주어야 했다."언니, 집으로 가면 형부가 또 언니한테 시비를 걸 거야."가게 일로 한창 바쁠 때 주형인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어 왜 밥을 차리지 않았냐면서 잠깐 다투는 것을 하예정는 들은 적 있다. 주형인은 아직도 고리타분한 선비 노릇을 하고 있다.하예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내가 선택한 일이니 무섭지 않아.""예정아, 만약 너희 형부와 내가 정말로 이혼하게 된다면 언니 좀 도와줘, 나는 분명히 다시 일어설 거야."하예진은 경제적인 면에서 하예정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일어서
"형부도 언니와 집안일을 같이 해야죠. 언니가 지금 회사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 둘을 돌보고 있는데 형부가 이렇게 하면 제 언니는 남편이 있을 때와 없을 때와 다를 게 뭐가 있어요?""언니가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나요? 마트에서 장을 보고 쌀 씻어서 밥솥에 넣으면 나머지 절반은 형부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주형인은 입을 떡 벌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하예정이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매일 집에 돌아와서 깨끗한 집을 보면 무슨 생각 안 들어요? 청소기가 발이 달려서 저절로 청소가 되나요? 아직 어린 우빈이가 집 안에서 놀다 보면 장난감을 곳곳에 어질러 놓지만, 청소기가 그것까지 정리는 못 하죠.""장난감에 발이 달려 제 곳을 찾아가는 게 아니잖아요? 또 형부가 먹고 마시고 쓰는 것과 매일 깨끗하게 개어진 옷도 언니가 빨아준 것 아니면 뭐에요?""매일 먹고 있는 삼시 세끼는 언니가 한 게 아닌가요?""언니가 수입이 없다고 하지만 집안일 안하면 형부가 아무런 걱정 없이 회사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이 집은 형부와 언니 둘이 함께 꾸려나가는 거예요. 언니는 내조하고 형부는 외조해야죠.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가족을 위해 헌신한 게 없는 게 아니에요. 아니면 바꿔서 형부가 집에서 빨래하고 밥하고 애 보고 청소하고 언니 출근시켜요." 하예진이 결혼 전에 받았던 월급도 주형인보다 낮지는 않았다.주형인은 몰아치는 하예정의 말에 한마디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잠시 멍해 있던 주형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이 받아친다니, 누가 들으면 내가 예진이에게 폭력이라도 하는 줄 알겠어. 가게 일 안 바빠? 만약 돈이 안 되면 그만두고 회사나 찾아서 들어가지?""남편이 큰 회사에 있잖아. 자리 하나 마련해 달라고 해. 그러면 몇백은 받을 수 있을 것 아니냐, 그 가게 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하예정이 덤덤하게 말했다."형부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먹고 쓰고
맛없어!왜 달지?왜 단맛이 나는 걸까? 소금인 줄 알고 설탕을 넣은 것인가?주형인은 주방으로 가 양념통을 보았다. 설탕과 소금과 MSG가 양념통에 나란히 담겨 있었다. 분명히 소금인 줄 알고 설탕을 잘못 넣은 것이다.결혼 전에는 주형인은 집에서 어머니가 밥을 해주었고 결혼 후에는 하예진이 밥을 해주어서 음식을 만들어 먹은 적이 없었다. 처음 요리를 하는 그의 음식은 정말 삼키기가 어려웠다.밥솥을 보니 하예진이 이미 물을 맞춰놓아 밥은 먹을 수는 있었다.하지만 흰 쌀밥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을 하고 돌아와 따뜻한 밥 한 끼 먹지 못한다는 것에 주형인은 화가 머리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성큼성큼 방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었다. 하예진은 침대 머리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주형인은 화가 더욱더 치밀어 올랐다.그는 하예진의 앞에 다가가 휴대폰을 내쳐 떨어트리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땅바닥에 박았다. 그러고는 발로 하예진을 마구 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들이 잠에서 깰까 봐 큰 소리로 욕을 하지는 않았다.갑자기 습격당한 하예진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땅바닥으로 내쳐졌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주형인을 노려보았다.주형인은 남자인 데다가 먼저 공격까지 했으니 하예진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먼저 찾아야 했다.주형인에게 맞은 하예진의 얼굴이 빨갛게 부어올랐지만 하예진은 잘못했다고 하지 않았다. 예전에 회사 동료가 그녀에게 말하길 부부가 싸울 때 이기든 지든 무조건 반격을 하라고 했었다. 남자들이 여자를 쉽게 제압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하면 안 되었다.만약 여자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계속 폭력을 가할 것이다.가정폭력은 한번 시작하면 영원히 끝이 없다.주형인이 주먹이 다가올 때 하예진은 죽을힘을 다하여 그 주먹을 잡아내고 그의 팔을 있는 힘껏 꽉 물었다. 주형인의 비명이 방안에 울려 퍼졌다. 주형인은 다른 손으로 하예진의 머리카락을 더욱더 세게 잡아끌었고 하예진은 더욱더 세게 그의 팔을 물었다.
정현숙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여운별은 자신의 큰고모 여미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미란이 전화를 받지 여운별이 입을 열었다.“큰고모, 제 물건을 돌려받았어요. 제가 지금 돈이 있으니 고모께서 저에게 아파트 한 채를 찾아 세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제가 그곳에 잠시 머물다가 운초에게 소송을 걸어 재산을 많이 분배받으면 그때 큰 별장을 구매할 거예요.”여운별이 그녀의 물건을 가져갔다는 말에 여미란은 바로 물었다.“들어갔어? 들어갔으면 왜 그 집에서 살지 않고. 별장에 살면 얼마나 좋아. 세 들어 살면 돈도 따로 나가야 하는데.”여운별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만나요. 생각처럼 쉽지 않더군요. 제가 지금 차에 기름 넣으러 가야 해요. 그리고 고모 찾으러 갈게요. 둘째 고모와 사촌 오빠들에게 점심에 제가 밥을 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 요 이틀 동안 사촌 오빠들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제가 성격이 나쁘고 제멋대로지만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는 저에게 잘해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음에 담아두거든요.”“지금 제가 좀 초라하긴 하지만 제가 우리 재산을 되찾으면 절대로 고모들께 푸대접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반드시 고모들을 도와 지난날처럼 부자 생활을 할 수 있게끔 도울 거에요.”그림의 떡은 누구나 다 그릴 수 있었다.여운별도 그림의 떡으로 두 고모를 달래려고 했다.그리고 그녀가 정말 소송에서 이겨 자신의 재산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적어도 수백억의 재산을 가질 수 있다고 믿었기에 두 고모의 집안에 돈을 조금 주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촌 오빠들을 도와 일자리를 하나 더 마련해주겠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회사에 관한 일을 잘 몰랐기 때문에 여씨 그룹으로 돌아가면 지인에게 회사 일을 도와달라고 해야 했다.두 고모 댁의 사촌 남매는 항상 그녀에게 잘 대해주었다. 심지어 사촌 남매들이 그녀에게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그녀에게 잘해줄지라도 여씨 그룹을 그들에게 맡기고 싶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촌 형제들은 여씨 그룹에서
여운별은 필사적으로 그 현금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혼자서 두 명의 하인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여운초가 어디서 고용한 하인들인지 힘이 엄청나게 컸다.수 억 원의 현금들은 그렇게 모두 빼앗겨 버렸다.“여긴 내 집이야. 우리 집에 있는 물건들 전부 내 재산이라고. 운별아, 방문을 열어줘서 고마워. 네 그 가방은 내가 안 뺏을게. 너에게 주는 보수로 생각해. 방문을 열어준 대가로 말이야.”여운별은 화가 나서 여운초를 목 졸라 죽이고 싶었다.분명히 여운별이 돈을 주고 사 온 가방인데 여운초가 뻔뻔하게도 여운별에게 보수로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자꾸 노려보면 가방까지 빼앗을 거야. 자, 이제 너 스스로 나갈래? 아니면 내가 사람 시켜 내쫓을까?”여운초는 가벼운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의 말은 여운별의 귀가에 얼음처럼 차갑게 들렸고 여운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두 고모는 모두 여운초가 정말 지독하다고 말했다.여운별은 이제야 깨달았다. 과연 가장 지독한 사람은 여운초였다. 자매의 정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내쫓을 필요 없어. 나 혼자 갈 거야. 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너 혼자만의 것이 아니야. 기다려. 내가 반드시 나와 내 부모님의 재산을 되찾을 테니.”여운별은 자신의 가방을 꼭 껴안고 씩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녀는 재산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소송을 하려고 계획했다.여운초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여운별이 소송을 걸고 재산을 나누어 가지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모든 것은 이미 여운초가 단단히 장악하고 있었다.여운별이 소송을 걸어 그녀 부모님의 재산을 가져간다고 해도 여운초는 그 불법 회사만이 여운별 부모님의 재산이라고 알려주려고 했다.그리고 그 불법 회사들은 이미 차압당했고 나머지 차압 당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은 대부분 여운초의 것이다.여운별은 부분적인 재산을 여천우에게 주려고 했다. 정말 여운별에게 재산이 차려지게 된다 해도 여운별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여운초는 그 사실을 여운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로 남겨
여운별은 갑자기 멍해졌다.그 별장은 정말 여운초 것이었다!여운별의 가족이 확실히 여운초의 별장을 차지하고 있었다.여운별은 여씨 가문에도 다른 집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만 평방수가 이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한 가족이 그 별장에 사는 것이 익숙하기도 했고 게다가 여운초가 집에서 존재감이 낮았기에 하인조차도 그녀를 괴롭혔다. 누가 이 별장이 여운초의 소유라는 것을 누가 상관했겠는가!여운초는 손을 뻗어 여운별의 손에서 부동산 증명서를 가져갔다.그리고 집사에게 전화해서 지시했다.“사람을 데리고 올라와서 여운별을 치워주세요.”“여운초, 너... 누가 이 별장이 너의 명의라고 알려줬어? 부동산 소유증에 적힌 이름은 분명 우리 엄마야. 우리 엄마의 별장이라고. 다 내는 거야. 나가야 할 사람은 너야.”여운초는 웃을 듯 말 듯 하며 여운별을 바라보았다.“운별아, 난 정 선생님 덕으로 앞을 볼 수 있게 됐어. 내가 글씨를 모르는 줄 알고 있었어? 이 부동산 소유증에는 분명 내 이름이 적혀있잖아. 네 가족은 내 집에 살면서 집세를 한 푼도 주지 않았어. 네 방에 있는 물건들은 가져가지 마! 네가 20년 동안 여기에 산 집세로 삼을게.”여운별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여운초, 앞이 보이는 거야?”여운초가 뜻밖에도 시력을 회복했다.그렇게 많은 의사가 그녀의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정 선생님이라는 사람이 여운초의 눈을 정말로 치료해 주었다는 말인가!그럼 여운초가 보이지 않는 척 한 거였다.“여운초, 거짓말쟁이!”아무리 어리석어도 이 정도 되면 깨달았을 것이다.여운초는 여운별에게 시력을 회복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여운별이 아직도 여운초가 앞이 보이지 않는 줄로 착각하게 했다. 그리고 여운별이 부모님 방의 문을 열고 금고의 문을 열게 하여 그 비밀번호들을 알아내려고 계획했다.여운별이 무방비 상태로 비밀번호를 입력할 때 여운초가 옆에서 지켜볼 수 있게끔 내버려 두었으니 아마 여운초도 그 비밀번호를 기억했을 것이다.여운초의 기억력은 훌륭했다.앞이 보
여운초는 몸을 돌려 차를 더듬으면서 다시 차에 올라 운전 기사에게 말했다.“집 앞까지 데려다주세요. 운별이가 나를 따라오게 하세요.”여운별은 여운초가 차로 돌아갈 때 차를 더듬는 모습을 보더니 그제야 조금 전의 의심을 떨쳐버렸고 여운초가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다.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여운별은 별장으로 들어가서 일단 자신의 휴대전화와 은행 카드를 가지려고 계획했다.몇 분 후.여운초 자매는 앞뒤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별이 앞에 서서 걸어갔다. 그녀는 여운초가 갑자기 마을 고쳐먹고 사람을 시켜서 자신을 쫓아낼까 봐 걱정했다.여운초눈 지금 여씨 가문 별장의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사람으로 바꾸었다. 이 사람들은 절대로 여운별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서둘러 자신의 물건을 가졌다.여운초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었다.길을 가던 중간에 전이진의 전화도 받았고 계단에서 멈추어 전이진과 전화 통화도 하고 있었다.한참 동안 전화를 하고 통화를 끊은 뒤에야 여운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여운초가 2층으로 올라가자 여운별이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여운별은 그녀가 감옥으로 들어가기 전에 산 새로운 에르메스 가방을 팔에 끼고 있었다. 묻지 않아도 여운별은 방에 들어가서 그녀의 물건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핸드폰과 돈이 없어서 꽤 고생했을 것이다. 여운초는 반짝이는 눈으로 여운별이 그 물건들을 가지는 것을 지켜만 보았다. 그 카드는 이미 여운초에 의해 정지되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밖에 나가서 돈을 쓰려 해도 쓰지 못할 것이다.여운별은 아직 젊고 직업도 없었기에 수입도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카드를 회사 이름으로 걸어놓고는 매달 그 카드에 용돈을 넣어주어 여운별이 쓰도록 했다.여운초는 여씨 가문을 이어받자마자 여운별의 은행 카드를 정지시켰다.여운별은 의기양양하여 여운초를 보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장님, 좀 있다가 알게 될 거야. 누가 이 집에서 나가야 할지.”여운초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부동산 소유증을 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유언장을 작성하셨어. 결혼 전 개인 재산은 모두 나에게 남겨주신다고. 그런데 네 어머니가 내가 어리다고 괴롭히면서 내 재산을 차지하셨지. 그리고 네 어머니와 우리 아버지의 공동재산의 절반은 네 어머니가 이미 가져가신 지 오래야.”여운초의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여운초는 겨우 두 살이었지만 그녀의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할 때 많은 사람이 현장에 있었다.많은 사람은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유언장을 작성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준희는 여운초의 친아버지가 여운초를 너무 예뻐해서 어린 나이에 미리 유언장을 작성했다고 말했다.여운초의 아버지는 결혼 전 개인 재산과 결혼 후 부부 공동재산의 절반을 전부 여운초에 물려주었다.이 별장은 여운초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여운초 아버지의 신혼 별장으로 사주신 것이기에 당연히 여운초의 아버지 혼전 재산으로 그녀에게 남겨지는 것은 당연했다.그리고 여씨 그룹의 주식은 모두 아버지의 혼전 개인 재산이었기에 여운초에 물려주는 것도 마땅했다.과거의 여씨 가문은 지금처럼 재산이 많지 않았지만 가난하지도 않았다.여운초의 아버지의 개인 재산 가치가 지금까지 몇 배나 올랐는지 모른다.여운별은 여운초의 반박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줄곧 살던 집은 여운초의 집이었다는 사실을 여운별은 전혀 몰랐다.여운초의 부모님도 이런 사실을 여운별에게 알려준 적 없었다.이렇게 큰 별장이 뜻밖에도 여운초 개인 소유였다!한참 만에 이성을 되찾은 여운별은 그제야 의아해하면서 말했다.“그럴 리가! 내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어. 여기가 내 집인데 언제 네 집으로 변했어? 거짓말하지 마. 우리 별장을 차지하기 위해 거짓말을 지어내지 말란 말이야!”“네 부모님 방문의 비밀번호는 알고 있지? 단언컨대 부동산 소유증이 네 부모님의 금고에 놓여 있을 거야. 금고를 열고 꺼내 보면 알 수 있을 거야.”여운초는 친아버지가 유언장을 작성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여씨 가문의 별장의 부동산 소유증이 그녀의 손에 있
여운별은 예전에도 당한 적 있었다.여운초는 이전에 추미자의 강박적인 요구로 인해 집안일을 많이 하면서 힘이 세졌다.여운초가 손을 놓지 않자 여운별은 다른 손을 뻗어 여운초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여운별의 손등을 힘껏 물었다.여운별을 너무 아픈 나머지 돼지 잡는 듯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여운초! 언니, 언니. 욕 안 하고 안 때릴게. 놔. 손 놔. 아파!”여운별은 아파서 내내 사정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이 그렇게 한참을 용서를 빌다가 그제야 손을 놓고 여운별의 손에서 입을 뗐다.여운별의 손은 이내 움츠러들었고 계속 떨고 있었다.그녀의 손등은 여운초에게 물려 핏자국이 났다.잡힌 손목도 빨갛게 자국이 남았다.여운초가 언제 동작이 이렇게 민첩했던가!놀랍게도 여운초가 여운별의 손목을 정확하게 잡고 손등을 물어뜯었다.여운별은 눈물을 글썽이며 차에 탄 언니를 원망스럽게 노려보았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만 있다면 여운별은 진작에 여운초를 눈빛으로 수없이 베어버렸을 것이다.“여운초! 여긴 내 집이야. 난 집에 갈 거야. 네가 뭔데 집안 하인들을 다 바꾸고 나를 들여보내지 않는 거야?”여운초는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차에서 내린 뒤, 차를 에돌아 여운별 앞으로 다가갔다.여운초가 더듬지 않고 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본 여운별은 멍하니 여운초를 바라만 보았다.‘설마 여운초가 눈이 보이는 거야? 고모가 말하길 전이진이 어떤 신의의 제자를 청하여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는데 그 신이의 제자가 이렇게 단 기간 내에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주었단 말인가! 실력이 이렇게 대단했다고?”여운초가 10년이나 앞을 보지 못해서 여준희와 여기저기 의사를 찾아다녀도 눈을 치료하지 못했는데 신의의 제자가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눈을 치료해 주었다는 생각에 여운별은 무척 놀랐다.여운별은 탐색하듯 손을 뻗어 여운초의 눈앞에서 흔들거렸다.여운초는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여전히 똑같네. 안 보이지?”여운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여운
경비원은 여운별이 문 앞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듣고 집사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집사가 대답했다.“여운별 씨가 더 떠들면 쫓아내요.”“알겠습니다.”최성욱은 그 상황을 보더니 김양훈을 꾸지람했다.“왜 또 운별이를 저렇게 소란피우게 만들어. 전씨 가문의 사람들을 건드리면 우리한테 좋을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잖아.”김양훈은 격분하며 대답했다.“뭐가 두려워? 회사도 집도 차도 없는데 우리를 어쩌지도 못할걸. 우리가 잃을 일자리가 있어? 안 되면 쓰레기 수거하러 가도 돼. 요즘 그런 일도 돈을 잘 번다고 하던데.”최성욱이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나중에 쓰레기 수거도 못 할까 봐 걱정이야. 전씨 가문의 사람들 수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가서 운별이를 데리고 산에서 내려가자. 저렇게 소란을 피우게 놔두지 말고.”김양훈은 입을 오므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운별이를 이용해 운초와 싸울 궁리나 하자. 운별이가 여씨 가문의 딸이니 우리 조카들은 그들 친딸과 재산을 다툰다 해도 아무런 이득도 얻지 못할 거야.”최성욱의 말을 들은 김양훈은 그제야 최성욱과 함께 여운별의 입을 막고 강제로 끌고 갔다.두 형제는 여운별을 끌고 산에서 내려갔다.여운별은 두 남자보다 힘이 약했기에 그렇게 한참을 끌려갔다. 그러다가 여운별이 그들을 따라 내려가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비로소 그녀를 풀어주었다.여운별은 자신이 지금 두 사촌 오빠들에게 챙겨줄 이익이 없어 사촌 오빠들도 더 이상 예전처럼 자신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얌전히 그들을 따라갔다.여운별이 서원 리조트에 가서 난리를 피운 사실을 명해은도 알고 있었다.여운초가 여운별을 만나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여운별이 입구에서 난리를 피우게 내버려 두었다. 몇 분 후면 포기하고 돌아갈 거라 믿었다.즐거운 주말은 이내 지나갔다.월요일이 곧 다가왔다.리조트에서 휴가를 즐기던 전태윤 일행은 일요일 저녁에 리조트에서 시내로 돌아왔다.새벽 7시 반, 여운초는 차를 타고 꽃집에 가려고 준비했고 오후
여운별은 화가 나서 몸을 돌려 김양훈의 뺨을 후려갈겼다.짜악!김양훈의 얼굴은 화끈거렸다.그는 생각도 하지 않고 되받아쳐 여운별의 얼굴을 떼렸다.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어려서부터 사촌오빠들과 사촌 언니들은 여운별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했고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었기 때문이다.사촌 남매는 물론이고 두 고모도 그녀에게 잘 보이려고 애썼다.여운별이 부모님이 가장 아끼는 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여 여운별은 김양훈이 감히 자신을 때릴 줄은 몰랐다.그녀는 맞은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김양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감히 날 때리다니!”김양훈이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네가 아직도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인 줄로 알아? 퉤! 넌 단지 감옥살이하는 여자일 뿐이야. 더는 고상한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가 아니라고!”“잘 들어! 네 엄마는 감옥에서 살아서 나올 수 없어! 네 어머니가 감옥 안에서 표현이 너무 안 좋아서 2년 유예기간이 끝나면 바로 사형 집행을 받을 거야. 네 아버지가 살아서 나올 수 있다고 해도 십여 년 후일 텐데.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네 아버지가 예전처럼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어?”“네 부모님이 내 작은외삼촌을 죽였어. 이제 여운초의 세력이 강해졌으니 절대로 너희들을 행복하게 놔두지 않을 거야. 네 아버지가 나오더라도 운초는 네 아버지를 괴롭힐 수많은 방법을 가지고 있거든. 네 부모님이 널 지지해 주시기를 바란다면 꿈 깨!”“여기가 어떤 곳인지도 안 보여? 감히 전씨 가문의 구역에서 전씨 가문의 둘째 사모님을 장님이라고 욕해? 뭐? 천한 년? 죽고 싶으면 우리 둘을 끌어들이지 마! 우린 죽고 싶지 않으니까.”“넌 아직도 여운초가 예전에 네가 그 여운초라고 생각해? 예전부터 네가 운초를 괴롭히면서 그녀한테서 아무런 이득도 못 얻더니 정말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우리가 너에게 양보한 것은 단지 너의 부모님께 잘 보여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는 것일 뿐이야.”“아직도 상태를
이러한 사실들은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여운초를 몰랐을 때 여운초가 여씨 가문에서 어떤 날을 보냈는지, 여운별이 여운초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진실을 알게 된 후로 여운별이 평생 감옥에 갇혀 나오지 못하기를 바랐다.따라서 여운초가 여운별을 상대할 때 모두는 여운초가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도가 너무 가볍다고 여겼다.전이진은 약혼녀의 손을 잡고 소리 없이 그녀를 지지했다. 여운초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는 그녀를 지지했다.지금으로 오기까지 여운초는 너무 고생했다.팔자가 세지 않았다면 여운초는 오늘까지 살 수 없었을 것이다.여운초가 여운별을 괴롭히려고 하는 것과 추미자 모녀가 여운초에게 한 짓을 비교하면 여운초의 행동이 아주 가벼운 복수에 불과했다.여운초는 전이진을 흘겨보며 웃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전이진의 손을 맞잡았다.그녀는 쉽게 쓰러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또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여운별은 사촌 오빠들과 함께 리조트 입구에서 회답을 기다리고 있었다.밖에 에어컨이 없어서 경비실 입구에 앉아있는데 햇살이 너무 뜨거워 여운별은 너무 덥다고 느꼈다.사람은 더우면 마음이 초조해지기 마련이다. 여운별은 초조해하면서 투덜댔다.“물음 하나만 물었는데 왜 이렇게 답장이 안 와? 이게 무슨 X 같은 날씨야! 11월인데 아직도 이렇게 덥다니.”“조금만 더 기다려. 곧 답장이 올 거야. 관성 날씨는 원래 이렇게 더워. 음력으로 11월이 되어야 덥지 않을 거야.”내년 양력 2월이면 설이 다가온다.하지만 관성에서는 설날에도 춥지 않았다.“여운초가 일부러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 햇볕에 쬐어 죽으라고 괜히 늦게 답장하는 것 같아.”이렇게 햇볕을 쬐는 줄 알았으면 양산을 가지고 올 걸 그랬다.여운별이 화를 내려고 할 때 경비원이 경비실에서 나와 미안한 표정으로 여운별에 말했다.“우리 둘째 사모님께서 운별 씨를 만날 시간이 없다고 하니 어서 돌아가세요.”여운별은 벌떡 일어나 예쁜 얼굴에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