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탄 독약에 아들이 쓰러졌다. 세상에서 이 아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멀리 천리 밖에 있는 신의곡의 노곡주뿐이다. 남편은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하녀를 보내 남편을 찾지 않고, 직접 마차를 몰아 천 리 밖 신의곡으로 향했다. 전생에 내가 무릎을 꿇고 돌아올 것을 간청하자, 남편은 아들을 데리고 신의곡으로 갔다. 그때 궁에서 소식이 전해졌다. 냉궁에 불이 나서 남편의 연인이 불길에 휩싸여 타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남편은 집을 나간 지 반년이나 되었지만, 돌아왔을 때는 평소와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황제의 생일날, 남편은 군대를 이끌고 황궁을 피로 물들였다. 그리고 나를 붙잡아 온몸의 피부를 벗겨낸 뒤 불에 태웠다. “네가 그 자식을 구하려고 나를 집으로 불러들이지 않았다면, 나는 궁에 남았을 것이고 내 연인 유희도 불에 타 죽지 않았겠지. 너희 모두 유희를 죽인 살인자야. 황족 모두 유희와 함께 저승으로 보내주겠어!” 다시 눈을 뜨자, 나는 아들의 독이 발작하던 바로 그날로 돌아와 있었다. 이번 생에는 남편의 소원대로 연인 곁에 남아 있게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남편은 눈물을 흘리며 내게 용서를 빌었다.
더 보기그 문서를 읽은 진태현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이라니? 아, 안 됩니다, 공주님. 내가 너무나 실망을 안겨드린 건 알지만,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진태현 씨, 나는 당신에게 이미 너무나 많은 기회를 줬어요. 이혼은 당신과 나 모두를 위한 선택입니다. 당신은 늘 황실의 속박이 답답하다고 했잖아요. 이제 자유를 찾았으니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예요.” 진태현은 도성이 너무 작은 데다가 공주부에 얽매여서 신의곡만큼 자유롭지 않다고 불평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는 성직이가 조금 더 크면 그와 함께 유람을 하면서 자유를 만끽하겠다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진태현은 유람을 즐기고 싶은 건 맞지만, 다만 나와 함께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진태현이 다급히 내 손을 붙잡고서 간절히 말했다. “아닙니다, 나는 자유 따위는 필요 없어요. 내가 원하는 건 당신과 성직이뿐입니다.” 나는 그 손을 뿌리치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당신을 원하지 않아요.” 그 이후로 진태현이 여러 번 내게 간청했지만, 내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성직이도 찾아갔지만, 아들의 반응은 나보다 더 차가웠다. 성직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다시는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고,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아요.” 진태현은 이혼을 끝까지 반대했다. 그러나 내가 이혼에 반대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내가 공주라는 걸 잊었어요? 공주의 일을 결정할 땐 누구의 동의도 필요하지 않아요.” 그 뒤 청산의 해당화를 복용한 성직이의 건강도 좋아졌다. 보름 뒤, 우리는 도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황제가 대규모 호위대를 보내서 맞이하면서 우리를 도성까지 안전하게 호송하도록 했다. 도성으로 들어가는 날, 우리 뒤를 따라오던 진태현은 도성에 들어 오려다가 제지당했다.
“뭐? 무슨 고독이라고 했어? 자세히 말해봐!” 나는 충격에 휩싸인 채 소진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소진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궁에 들어간 뒤, 강유희를 모시던 또 다른 하녀가 있었는데, 그 아이 이름은 소영이었어요. 서남쪽에서 왔는데, 어느 날 얘기를 나누던 중에 우연히 소영이가 자신의 몸속에서 독충을 키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소영이가 말하길 자기 부족의 여자들은 모두 독충을 키운다고 했어요. 그 독충은 주인의 몸에서 살면서 주인의 젊음을 유지해 주지만, 주인이 죽으면 그 독충도 바로 고독으로 변한다고 했어요.”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독의 이름이 뭐라고 했어? 알고 있니?” 잠시 머뭇거리던 소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마도 금잠고였던 것 같아요.” 그 말을 들은 나는 연거푸 뒤로 물러섰다. 머릿속에서 모든 퍼즐이 맞춰지자, 나는 바로 옆에 있던 시위의 검을 뽑아 들고 강유희에게 겨눴다. “강유희, 내 아들의 목숨을 갚아!” 강유희는 재빨리 진태현 뒤로 숨었고, 진태휘가 나를 막아섰다. “공주님, 진정하십시오. 신의곡에서는 살인이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곳은 생명을 살리는 곳인데 그런 일이 생긴다면, 신의곡은 영영 세상에서 고립될 겁니다.” 신의곡에서는 살인을 금한다는 걸 떠올린 나는, 간신히 분노를 삼키면서 검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진태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진태현, 당신은 아직도 그 여자를 보호하려는 거야?” 진태현의 눈에는 분노와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고개를 돌려 강유희에게 따져 물었다. “이미 궁에 들어갔으면서 왜 내 아들에게 독을 먹인 거야?” 더는 숨길 수 없게 된 강유희가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내가 독을 먹였는데 어쩔 거야? 나 때문에 저 여자와 결혼하지 않았어? 난 단지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당신에게 함께 떠나자고 했을 때, 당신이 나와 함께 떠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 그제야 나
진태휘의 말은 나를 충격에 빠뜨렸다. 황제가 순진한 강유희를 궁에 데려가 놓고도 총애하지 않았다고 말한 것이다. 배경도 황제의 총애도 없는 후궁이 궁에서 편히 지내기는 어려웠다. 심지어 청소나 하는 하찮은 시녀조차도 강유희를 무시했다. 속고 속이는 일이 일상인 황궁에서 반 년을 지내면서, 강유희는 몸과 마음에 큰 타격을 받았다.그러다 문득 강유희를 떠올린 황제와 하룻밤을 보낸 뒤, 강유희는 곧 황제의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다른 후궁들의 질투를 불러일으켰고, 강유희는 후궁들의 모함에 의해 아이를 유산했다. 결국 황제는 강유희를 냉궁에 가두게 되었다. 사람이 지낼 곳이 못 되는 냉궁에서 강유희는 남이 먹고 남긴 밥을 먹고 누더기 같은 옷을 입은 채 하루하루를 버텼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진태현은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안영, 너희는 권세를 이용해서 양가집의 규수를 억지로 결혼하게 했어. 그러고도 꿈속에서조차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거야?” 남편은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큰 죄를 지은 듯이 엄숙하고 당당한 말투로 말했다.만약 내가 이 모든 일의 배후의 진상을 몰랐다면, 정말로 내 죄를 뉘우쳤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강유희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 과거의 기억 때문이 아니라, 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진태현 씨, 당신과 내가 몇 년을 부부로 지냈는데, 당신은 나를 전혀 모르는군요. 어째서 당신은 황제가 강유희를 강제로 데려갔다고 생각하나요? 그날 황제의 신분을 안 강유희가 스스로 하녀에게 약을 먹인 뒤에 황제의 침소로 기어들어간 거예요.” 내 말에 진태현은 깜짝 놀란 진태현이 고개를 돌려 강유희를 바라보았다. 강유희는 더욱 눈물을 쏟아내면서 울먹였다. “아니야, 그건 거짓말이야! 황제가 나를 강제로 끌고 갔어!” 진태현은 주먹을 꽉 쥔 채 말했다. “안영, 세상 모든 사람이 부귀영화를 탐내는 건 아니야. 강유희는 나와
진태휘는 단호히 거절했다. “안 됩니다! 이 청산의 해당화는 제가 성직이를 살리기 위해서 구해온 겁니다. 절대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러자 진태현이 비웃듯 말했다. “이렇게 어린 성직이한테 청산의 해당화를 써봤자 낭비일 뿐이야. 유희가 냉궁에 오래 있으면서 몸이 완전히 망가졌는데, 이걸로 보충해줘야 해.” 진태현이 아무리 설득해도 진태휘는 청산의 해당화를 내주지 않았다. 결국 진태현이 강제로 빼앗으려고 했다. 무공으로 따지면 진태휘는 진태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청산의 해당화가 진태현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나는 몸을 던져 막아섰다. “그만둬요!” “안영, 역시 당신이 여기에 있었네.” 나를 본 진태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서 진태휘에게 청산의 해당화를 내놓으라고 말해!” 나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쳤다. “진태현 씨, 이 청산의 해당화는 소곡주가 성직이를 위해 구해온 거예요. 왜 강유희에게 써야 하나요?” 진태현이 얼굴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황제가 유희를 강제로 냉궁에 가뒀어. 유희의 몸이 좋지 않게 된 것도 전부 황제 때문이야. 그러니 이 청산의 해당화는 당연히 유희에게 써야 해!” 내가 말을 하려는 순간, 진태휘가 급히 나섰다. “형님, 정신 차리세요! 성직이는 금잠고독에 중독된 상태인데 너무 늦게 와서 이미 심맥이 손상되었습니다. 지금은 청산의 해당화만이 성직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진태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태휘를 바라보며 말했다. “태휘야, 너하고 안영이 짜고 나를 속이는 거지? 성직이는 평생 도성에서만 지냈어. 금잠고독은 남쪽의 밀림에나 있는데, 어떻게 그런 독에 중독될 수 있단 말이야?” 진태휘가 화를 내며 말했다. “왜 중독될 수 없어요? 금잠고는 지역에 상관없이 사람의 몸에 기생해서 살 수 있어요. 형님이 못 믿겠다면, 직접 성직이의 맥을 짚어보세요. 그럼 사실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남편은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 이
진태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금잠고독?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요? 이 세상에 그런 독이 진짜 존재한다고요?” 노곡주가 진태휘를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누가 금잠고독이 없다는 그런 헛소리를 했어? 금잠고독은 존재해. 금잠고가 숙주를 찾은 뒤 숙주의 몸에 기생하다가, 숙주가 죽으면 함께 죽어서 금잠고독으로 변하는 거야.” 노곡주는 더 이상 설명할 겨를도 없이 아들을 안고 안쪽으로 들어갔다. 걸음을 옮기는 도중에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면서 진태휘를 향해 질책했다. “진태휘, 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전부 네 책임이야!” 금잠고독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진태휘는 마치 망치로 얻어맞은 듯 멍한 표정이었다. 한참 뒤 창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수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나는 그를 차갑게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진태휘, 당신은 늘 내가 권력을 남용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만약 성직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본 공주는 결코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어요!” 진태휘는 줄곧 진태현이 나와 결혼한 게 황제인 오빠의 강요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때 나는 큰 부상을 입고 신의곡에서 요양 중이었다. 그곳에서 진태현을 만났고, 첫눈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다. 하지만 진태현에게는 산 아래에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던 연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접으려 했다. 그러나 나를 보러 왔던 황제가 산 아래에 머무르던 중에 우연히 강유희를 만났다. 그날 밤 강유희는 황제의 침소에 들었고, 이튿날 황제는 강유희를 데리고 도성으로 돌아가서 후궁으로 책봉했다. 이 사건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황제가 강유희를 억지로 데려갔다고 믿었다. 황제인 그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었으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진태현은 나와의 혼인을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모두 내가 환상적인 이 커플의 사랑을 방해하고 깨뜨렸다고 여겼다. 그러나 진태현이 내게 청혼하던 밤에 맹세했
나는 벌떡 일어섰다. 하란의 품에 안긴 아들은 손이 바닥에 닿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나는 급히 아들의 맥을 짚었다. 맥박이 너무나 희미해서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하란에게 아들을 땅에 눕혀 놓고 상자를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상자에서 침을 꺼내 아들의 혈 자리를 막았다. 고개를 돌린 하란이 주변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여러 신의님들, 신의곡에 계신 분들 모두 선량하신 분들로 알고 있습니다. 신의곡에는 나쁜 사람이 없고, 여러분 모두 정말 좋으신 분들이십니다! 도련님이 황족이라 해도 역시 한 사람의 목숨입니다. 여러분은 온갖 사람들도 다 치료해 주시면서, 우리 도련님이 죽는 건 빤히 지켜보시기만 할 겁니까?” 그들 모두 신의곡에 살고 있어서 많든 적든 어느 정도 의술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역시 내 아들의 안색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렸다. 누군가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노곡주를 부르러 가려 했지만, 진태휘가 이를 가로막았다. “내 허락 없이는 감히 노곡주님을 방해할 수 없어.” 그 사람은 순간 주춤하면서 망설이게 되었다. 아무도 감히 진태휘의 명령을 거스르지 못했다. 내가 아들의 피를 조금 뽑아내자, 아들이 천천히 눈을 떴다. 아들이 처음 한 말이 내 가슴을 찢어 놓았다. “어머니, 저는... 죽는 건가요?” 나는 비통한 마음으로 아들을 꼭 끌어안았다. “그렇지 않아, 성직아. 애미가 널 살릴 거야. 애미가 너를 절대 죽게 두지 않을 거야.”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인 아들이 구원을 청하듯이 진태휘를 바라보았다. “숙부님, 제가 뭘 잘못했나요? 숙부님을 화나게 했다면, 제가 나은 뒤 바로 사과드릴게요. 제발 저를 좀 살려주세요... 전 죽고 싶지 않아요.” 아들의 살고자 하는 절실한 목소리에 주변 사람들 모두 입을 열지 못했다. 마침내 누군가 용기를 내어 진태휘에게 말했다. “소곡주님, 이건 너
금잠고독에 중독되면, 닷새 안에 해독하지 않으면 반드시 목숨을 잃게 된다. 그리고 이 독을 해독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신의곡의 노곡주뿐이다. 도성에서 깊은 산중에 있는 신의곡까지는 천 리 길이다. 아무리 빠른 마차를 이용해도 최소 엿새는 걸리는 거리다. 전생에 아들이 독에 중독된 첫날, 나는 궁에서 당직 중인 남편을 찾아갔다. 그의 경공은 천하제일로,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었다. 내가 머리를 조아리며 간절히 애원한 끝에, 남편은 마침내 아들을 데리고 신의곡에 가서 해독하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남편이 신의곡으로 가는 중에 냉궁에서 불이 나서, 강유희는 구출되지 못하고 불에 타 죽었다. 남편은 전서구의 전갈을 받자, 아들을 진태휘에게 맡긴 뒤 곧바로 말을 달려 황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강유희의 시신을 수습한 뒤 홀연히 사라졌다. 반년 뒤, 아들이 완쾌되어 도성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남편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겉모습은 전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매일 궁에서 당직을 섰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들에게 무예를 가르쳤다. 다만, 그 이후 강유희의 이름은 단 한 번도 남편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는 강유희의 죽음이 그렇게 지나갔고 남편이 결국 나와 함께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황제인 오빠의 생일 연회에서, 남편은 술에 독을 타고 반란을 일으켰다. 그날 황궁은 시체로 가득 찼고, 피가 강처럼 흘렀다. 진태현은 모든 사람에게는 신속한 죽음을 주었지만, 나만큼은 의식을 잃지 않게 만들었다. 내 피부를 생으로 벗겨낸 뒤, 여전히 정신이 남아 있는 나를 불 위에서 구웠다. 그는 눈에 증오를 담아 이렇게 말했다. “안영, 너는 절대 강유희를 죽게 두지 말았어야 했고, 나를 도성 밖으로 떠나게 할 계략을 꾸미지도 말았어야 했어. 이 모든 건 너의 잘못이야.” “안영, 내가 여러 번 경고하지 않았어? 나와 강유희는 단지 오누이의 감정 말고 다른 감정은 없다고 말
“안영공주님. 노곡주께서는 현재 폐관 중이십니다. 부디 돌아가 주시지요.” 신의곡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진태휘에게 막혔다. 진태휘는 남편 진태현의 친동생이자, 신의곡의 소곡주였다. 이번 생에 다시 태어나자, 나는 가장 먼저 아들을 데리고 말을 몰아 천 리 밖 신의곡까지 달려왔다. 하지만 진태휘는 하녀의 품에 안긴 아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차갑게 나를 돌려보내려 했다. 그 말을 듣자, 내 몸종 하란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노곡주께서는 여름에만 폐관하시잖아요. 게다가 이틀 뒤면 곡주님 자당의 생신이신 동지인데, 매년 직접 장수면을 준비하시는 노곡주께서 지금 폐관하셨을 리가 없어요!” 하란은 예전에 나와 함께 신의곡에서 3년을 지냈기에 진태휘의 거짓말을 단숨에 간파해냈다. 진태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노곡주께서 폐관하시는 기일을 네가 결정할 수 있어?” 진태휘의 압박에도 하란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단호하게 맞섰다. “설령 폐관 중이시더라도 노곡주께서 나오실 방법은 있을 겁니다. 노곡주께서는 천하를 품으신 분이신 데다가, 도련님을 얼마나 아끼시는지 잘 아시잖아요. 도련님께서 독에 중독되어 이렇게 위독한 걸 아신다면, 반드시 나오실 겁니다.” 진태휘는 하란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꾸짖었다. “건방진 것! 천한 하녀 주제에 감히 내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러나 하란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소곡주, 사람이 죽어가는 걸 외면하면서도 과연 세상을 구제하는 명의라 할 수 있습니까?” 진태휘는 미동도 없이 냉정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사람 목숨을 외면하다니? 내가 보기에 너희 도련님은 전혀 독에 중독된 것 같지도 않아. 신의곡은 신의곡만의 규율이 있어. 아무나 온다고 무조건 구해주는 곳이 아니야.” 그렇게 말한 뒤, 진태휘는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 “안영공주님, 형님의 체면을 봐서 참아드렸지만, 신의곡은 조정에 예속된 곳이 아닙니다. 더 이상
“안영공주님. 노곡주께서는 현재 폐관 중이십니다. 부디 돌아가 주시지요.” 신의곡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진태휘에게 막혔다. 진태휘는 남편 진태현의 친동생이자, 신의곡의 소곡주였다. 이번 생에 다시 태어나자, 나는 가장 먼저 아들을 데리고 말을 몰아 천 리 밖 신의곡까지 달려왔다. 하지만 진태휘는 하녀의 품에 안긴 아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차갑게 나를 돌려보내려 했다. 그 말을 듣자, 내 몸종 하란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노곡주께서는 여름에만 폐관하시잖아요. 게다가 이틀 뒤면 곡주님 자당의 생신이신 동지인데, 매년 직접 장수면을 준비하시는 노곡주께서 지금 폐관하셨을 리가 없어요!” 하란은 예전에 나와 함께 신의곡에서 3년을 지냈기에 진태휘의 거짓말을 단숨에 간파해냈다. 진태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노곡주께서 폐관하시는 기일을 네가 결정할 수 있어?” 진태휘의 압박에도 하란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단호하게 맞섰다. “설령 폐관 중이시더라도 노곡주께서 나오실 방법은 있을 겁니다. 노곡주께서는 천하를 품으신 분이신 데다가, 도련님을 얼마나 아끼시는지 잘 아시잖아요. 도련님께서 독에 중독되어 이렇게 위독한 걸 아신다면, 반드시 나오실 겁니다.” 진태휘는 하란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꾸짖었다. “건방진 것! 천한 하녀 주제에 감히 내게 그런 말을 하다니!” 그러나 하란은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소곡주, 사람이 죽어가는 걸 외면하면서도 과연 세상을 구제하는 명의라 할 수 있습니까?” 진태휘는 미동도 없이 냉정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사람 목숨을 외면하다니? 내가 보기에 너희 도련님은 전혀 독에 중독된 것 같지도 않아. 신의곡은 신의곡만의 규율이 있어. 아무나 온다고 무조건 구해주는 곳이 아니야.” 그렇게 말한 뒤, 진태휘는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힐끗 보면서 말했다. “안영공주님, 형님의 체면을 봐서 참아드렸지만, 신의곡은 조정에 예속된 곳이 아닙니다. 더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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