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근은 팔을 뻗어 박주영을 품에 안았다.박주영을 만난 후로 육상근은 다시 어렸을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그는 어린 소년처럼 박주영에게 첫눈에 반했다.이때, 박주영의 휴대폰이 울렸다.수신인을 확인한 박주영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오빠, 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로 남자의 둔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영아, 나 지금 B 시에 도착했어. 우리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오늘 저녁 얼굴이나 볼까? 아버지가 너한테 가져다주라고 선물을 보내셨어.”“좋아. 그럼 오늘 저녁 우리 집에서 봐. 지금 잠시 친구 집에 왔는데 오후쯤에 돌아
육상근과 임다윤의 이혼 소식에 박경준은 의아해서 물었다.“왜? 너희 그때 얼마나 죽고 못 사는 사이였는데. 어쩌다 이혼하게 된 거야?”육상근은 씁쓸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가로저었다.“말하자면 너무 길어. 이제 시간이 되면 얘기해 줄게. 얼른 올라가 봐. 나는 이만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어.”육상근은 다급하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박경준은 문득 반주영한테 물었다.“너 쟤를 좋아하는 거야?”박주영은 굳이 그녀의 마음을 숨길 생각이 없었다.“나와 상근 씨가 사귄 적은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상
육문주는 연성빈한테 동질감을 느꼈다.“세리 씨와 자주 같이 있어 줘요. 이럴 때일수록 한 아이 엄마가 가장 나약질 때예요. 저는 수아가 괜히 걱정할까 봐 이 일을 전하지도 못했어요.”“절대 수아한테 말하지 마세요. 임신 7개월째니 더욱 조심해야죠. 산모와 아이의 안전이 우선이잖아요.”두 사람은 임다윤의 사건에 관해 더 얘기를 나눴다.모든 업무를 마친 육문주가 사무실을 나서자 어느새 저녁 일곱 시가 넘은 시간이었다.육문주는 퇴근길에 꽃 한 송이를 사 들고 디저트 가게에서 케이크 한 조각을 샀다.집에 도착했을 때, 조수아와
차가운 손에 육문주의 뜨거운 부위가 닿자 조수아는 놀라 손이 움츠러들었다.조수아는 화를 버럭 내며 육문주를 노려보았다.“아빠도 밖에 계시는데 뭐 하는 짓이야.”육문주는 조수아를 와락 껴안으며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놀랐어? 처음 만져보는 것도 아니잖아. 요 며칠 수아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얘가 잔뜩 흥분했어. 여보, 오늘 밤 잠자리를 해도...”육문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수아는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안돼. 의사 선생님이 마지막 3개월은 워낙 위험한 시기라서 잠자리를 가지면 안 된다고 했어.”육문주는 조수아의
육문주는 조수아가 잠에 든 걸 보고 난 뒤에야 서재로 돌아갔다. 이때, 진영택한테서 메일이 왔다.[육 대표님, 이건 강철의 사진을 참고해서 그린 몽타주인데 경찰 쪽에서도 이 그림을 토대로 찾는 중이라고 합니다.]모니터속 강철의 얼굴을 유심히 보던 육문주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참하게 생긴 사진 속의 모습과 똑같이 그려놓았기 때문이다.근데 이렇게 고상해 보이는 사람의 수법이 그 정도로 악랄하고 독하다니.육문주는 즉시 진영택한테 회신했다.[블랙 타이거의 각 우두머리의 배경에 대해 조사해 봐.
‘어떻게 임다윤일 수 있지?’‘그 사람은 우리 엄마의 제일 친한 친구였잖아!’생전에 너무 믿었던 나머지 자기 딸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 집의 아들과 약혼시키겠다고 한 사람이다.‘어떻게 우리 엄마한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지?’제일 친한 친구의 남편과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그 사람의 아이까지 낳았다.그리고 자기 딸의 행복을 위해 몇 년간 친자매처럼 지냈던 사람을 배신하고 살해까지 저질렀다.그것 때문에 조수아도 지금까지 밖에서 떠돌아다니게 된 것이다.조수아의 눈물은 두 볼을 타고 마구 흘러내렸다.지금까지 줄곧 범인이 누
홧김에 주먹으로 벽을 세게 내리치니 하얗던 벽이 순간 피로 물들었다.그는 지금 조수아가 혼자 방에 갇혀 울고 있는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임신 후 지금까지 수많은 풍파를 겪으면서도 겨우 버텨왔는데 또다시 이런 시련이 닥치다니.육문주는 마치 가슴에 무수한 칼날이 꽂힌 듯 따끔거렸다.그리고 다시 조수아에게 애원했다.“수아야, 난 여기 문밖에서 기다릴 테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날 불러. 알겠지?”하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은 조수아의 울음소리가 더욱 커졌다.그리고 울먹이면서 다시 그의 말에 답했다.“문
그의 말에 박주영은 냉큼 머리에 꽂은 핀을 뺐다.그러다가 큐빅 아래에 박힌 소형 카메라를 보고 놀란 얼굴로 물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이건 제가 어제 백화점에서 산 건데 언제 이런 걸 달아둔 걸까요?”이것 때문에 조수아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죄책감에 박주영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육상근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냉큼 다가와 그녀를 위로했다.“절대 당신 탓이 아니에요. 주영 씨, 잘 생각해 봐요. 이 머리핀을 당신 말고 또 누가 손을 댔었는지?”하지만 박주영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어제 사자마자 바로 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