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귀를 울리는 상황에서도 조수아는 육문주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뜨겁고 촉촉한 혀는 끊임없이 조수아의 입안에서 탐색을 이어 나갔다.육문주는 부드럽게 은은한 술 냄새를 풍기며 조수아의 입술을 집어삼켰다.조수아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지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그녀가 육문주와의 입맞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그에게 응답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수아는 이성을 되찾았다.조수아는 바로 육문주를 밀쳐냈다.그녀의 촉촉한 눈동자에는 오색찬란한 불꽃이 반
“뭐야, 지금 저 아이 책임지려고 하는 거야?”허연후는 입을 비죽거리며 말했다.“그렇게 쉽게 책임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처럼 몇 달간 밤낮없이 침대에서 뒹굴어도 아이를 못 만든 것보다 낫지. 내가 보기에 수아 씨가 문제 있는 게 아니면 너한테 문제 있는 것 같아.”육문주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그래, 네 능력으로 임신시킬 수 있으면서 왜 다른 사람의 아이를 책임지려 하는 건데?”“내가 언제 책임지겠다고 했어? 난 너처럼 냉혈인은 아니라 친구로서 걱정한 것뿐이야.”“그럼 계속 남의 아이를 걱정해 줘. 난 먼저 갈게.
조금만 늦었어도 조수아가 치일 수도 있는 상황에 큰 손이 스트레치카를 가로막았다.백시율은 무서운 얼굴로 간호사를 노려보았다.“일 그만두고 싶은가 봐요!”간호사는 깜짝 놀라 조수아한테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조수아는 그제야 뒤돌아서 한 주먹만 한 거리에 있는 스트레치카를 보자 등에 식은땀이 났다.심지어 스트레치카에 사람이 누워있어서 백시율이 제때 나서지 않았으면 관성에 의해 조수아가 그대로 곤두박질쳤을 것이다.정말 자칫하다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후폭풍이 밀려 올 뻔했다.조수아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백시율의 팔을 붙잡았다
“그건 안 돼. 안사람이 네가 온다니까 맛있는 음식을 가득 준비했어. 네가 안 먹고 간다면 이번 한 해를 잘 보낼 수 없을 거야.”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이윽고 거실에 들어섰을 때, 익숙한 그림자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육연희는 한복을 차려입고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수아야, 새해 복 많이 받아.”조수아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육연희를 넋을 잃고 바라봤다.‘설마 스승님이 말한 친척이 육씨 가문 사람들이었어? 그럼 할머니가 여기에 가족여행 오셨다고?’조수아는 어안이 벙벙해서 육
금방 고통스럽게 입덧하고 나온 조수아는 머리가 백지장이 되어버렸다.그 상황에서 황애자의 날카로운 질문에 조수아는 도무지 그럴듯한 핑계가 생각나지 않았다.하지만 눈물에 젖은 황애자를 보고 있으니 조수아는 마음이 아팠다.대충 둘러대자니 말이 도무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조수아가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황애자는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더욱 단정 지을 수 있었다.황애자는 애절하게 조수아의 손을 붙잡았다.“수아야, 하느님이 이렇게 우수한 너한테 소중한 아이를 선물하실 거라 나는 굳게 믿고 있었어. 이 일을 문주한테 비밀로 하려는 거
4대 가문에는 한씨 가문과 백씨 가문 외에 박씨 가문과 우씨 가문이 속해 있다.4대 가문의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면 족히 이백여 명은 될 것이다.그럼에도 조수아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송미진은 박현철의 팔짱을 낀 채 활짝 웃으며 그들한테 다가갔다.한지혜는 그녀를 보자마자 이를 갈았다.“쟤는 왜 어디에나 있는 거야. 정말 꼴 보기 싫어서 토나올 지경이야.”조수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여기에 온 이유가 있을 거야. 우리 경각심을 높이자.”조수아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송미진의 청아한 웃음소리가
“송미진, 밥은 마음대로 먹어도 말은 함부로 하면 안 되지. 내가 언제 네 사람이었던 적이 있었어?”육문주는 검은색 셔츠 위에 양복 조끼를 입고 있어 늘씬한 몸매가 더욱 돋보였다. 그의 근육 진 팔 위에는 외투를 걸쳐두었다.그의 차가운 인상에 깊은 눈매를 하고 있었다.그의 길쭉한 다리는 다림질이 깔끔하게 된 양복바지를 걸치고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가 한 발짝씩 내디딜 때마다 주변 공기마저 차갑게 만들었다.육문주는 조수아 곁으로 다가가 외투를 그녀의 몸에 걸쳤다.조금 전까지도 싸늘하던 눈빛이 조수아를 보자 순간 부드럽고 다
한지혜는 화가 나서 헛웃음이 나왔다.송미진만큼의 연기력을 가진 사람이 연기를 안 하다니 그야말로 재능 낭비였다.한지혜는 송미진을 비웃으며 말했다.“술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마시고 싶은 만큼 마음껏 마셔요. 여기서 미진 씨를 말릴 사람 하나 없어요.”송미진은 아련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억울한 연기를 이어 나갔다.“수아 씨가 용서만 해준다면 제가 여기서 죽는대도 여한이 없어요.”그러자 송미진은 또 술 한잔을 들이마셨다.송미진이 계속 술을 들이켜려고 하자 한 어르신이 나타나 호통을 쳤다.“한지혜. 그만해. 사람이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