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임신 수첩은 왜?”조수아의 말을 들은 육문주는 순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유나를 안은 손에는 힘이 바짝 들어갔다.육문주의 머릿속에 임신이라는 두 글자가 강렬하게 박혔다.그는 조수아를 붙잡고 눈을 부릅뜨고 그녀를 바라봤다.“수아야,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는 거지? 네가 왜 임신 수첩을 찾아. 너 혹시 임신한 거야?”육문주는 침이 마를 새도 없이 질문을 퍼부어서 조수아를 무척이나 당황하게 했다.조수아는 뒤로 몇 발짝 물러나면서 원성을 높였다.“문주 씨, 뭔 상상을 하는 거야. 내가 어떻게 임신을 해.”“그럼
“지혜 씨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배 속에 아이는요?”허연후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었지만 이미 일이 벌어진 이상 한지혜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한지혜는 그제야 허연후의 말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허연후는 한지혜가 임신한 거라 오해했다.하여 한지혜가 넘어져서 유산이라도 될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한지혜는 허연후가 자신을 다른 사람과 함부로 한 침대에서 뒹구는 여자로 봤다는 생각에 정말 그를 쥐어박고 싶었다.그녀는 화가 나서 어금니를 꽉 물었다.“연후 씨 아이도 아닌데 뭔 걱정을 하고 그래요.”한지혜는 허연후를
조수아가 눈을 떴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그녀는 꿈에서 육문주의 체취와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심지어 꿈에서 육문주와 키스까지 했다.육문주가 얼마나 그리웠으면 이런 꿈을 꾸는 건지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때 창밖에 폭죽 소리가 들려오자 오색찬란한 불꽃이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조수아는 자연스레 배에 두 손을 얹고 혼자 중얼거렸다.“아가야, 네가 무사히 태어나면 네 아빠와 함께 설을 쇠자.”육문주가 조수아에게 다가가자 어느새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눈 앞을 가렸다.뜨거운 눈물은 얼마 가지 않아
“문주 씨가 경호원을 붙여도 달라진 거 있었어? 그래봤자 누군가가 약을 타서 나는 쓰러졌어. 문주 씨, 내가 지금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라 나는 이제 이런 위험을 견디기가 무서워. 내가 문주 씨 곁에만 있으면 항상 위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이제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문주 씨 곁에 있을 수 없어. 그러니까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줘. 응?”말하면서 조수아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목이 막혔다.조수아는 큰 결심을 내리고 임신한 사실을 숨기면서까지 육문주와 헤어진 상황에 이제 와서 마음 약해질 수 없었다.그녀가 상처받는 것
불꽃이 터지는 소리가 귀를 울리는 상황에서도 조수아는 육문주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뜨겁고 촉촉한 혀는 끊임없이 조수아의 입안에서 탐색을 이어 나갔다.육문주는 부드럽게 은은한 술 냄새를 풍기며 조수아의 입술을 집어삼켰다.조수아는 순간 머리가 새하얘지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그녀가 육문주와의 입맞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그에게 응답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수아는 이성을 되찾았다.조수아는 바로 육문주를 밀쳐냈다.그녀의 촉촉한 눈동자에는 오색찬란한 불꽃이 반
“뭐야, 지금 저 아이 책임지려고 하는 거야?”허연후는 입을 비죽거리며 말했다.“그렇게 쉽게 책임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 너처럼 몇 달간 밤낮없이 침대에서 뒹굴어도 아이를 못 만든 것보다 낫지. 내가 보기에 수아 씨가 문제 있는 게 아니면 너한테 문제 있는 것 같아.”육문주는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그래, 네 능력으로 임신시킬 수 있으면서 왜 다른 사람의 아이를 책임지려 하는 건데?”“내가 언제 책임지겠다고 했어? 난 너처럼 냉혈인은 아니라 친구로서 걱정한 것뿐이야.”“그럼 계속 남의 아이를 걱정해 줘. 난 먼저 갈게.
조금만 늦었어도 조수아가 치일 수도 있는 상황에 큰 손이 스트레치카를 가로막았다.백시율은 무서운 얼굴로 간호사를 노려보았다.“일 그만두고 싶은가 봐요!”간호사는 깜짝 놀라 조수아한테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조수아는 그제야 뒤돌아서 한 주먹만 한 거리에 있는 스트레치카를 보자 등에 식은땀이 났다.심지어 스트레치카에 사람이 누워있어서 백시율이 제때 나서지 않았으면 관성에 의해 조수아가 그대로 곤두박질쳤을 것이다.정말 자칫하다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후폭풍이 밀려 올 뻔했다.조수아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백시율의 팔을 붙잡았다
“그건 안 돼. 안사람이 네가 온다니까 맛있는 음식을 가득 준비했어. 네가 안 먹고 간다면 이번 한 해를 잘 보낼 수 없을 거야.”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이윽고 거실에 들어섰을 때, 익숙한 그림자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육연희는 한복을 차려입고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수아야, 새해 복 많이 받아.”조수아는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육연희를 넋을 잃고 바라봤다.‘설마 스승님이 말한 친척이 육씨 가문 사람들이었어? 그럼 할머니가 여기에 가족여행 오셨다고?’조수아는 어안이 벙벙해서 육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