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는 조수아의 손에 낀 반지를 조병윤한테 보여주며 흐뭇하게 말했다.“저 수아한테 청혼했어요. 오늘 결혼 등기하러 가려고요.”조수아의 손에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며 조병윤은 눈가가 촉촉해졌다.조병윤은 드디어 듬직한 남자와 결혼하는 조수아를 보며 무척이나 기뻤다.동시에 그가 애지중지하면서 키운 딸이 시집가게 되는 것이 슬프기도 했다.육문주는 그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기도 한 듯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위로를 건넸다.“아버님, 걱정 내려놓으세요. 수아는 영원히 아버님의 어여쁜 딸이에요. 저와 결혼을 한 후에도 자주 본
이 말을 들은 육문주는 싸늘하게 그들을 흘겨보았다. 그러고는 의미심장하게 피식 웃었다.“결혼 선물로 뭘 준비하겠다던가요?”고모는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집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그릇이 있는데 듣자 하니 높은 가격에 팔릴 수 있다더라고요. 만약 그 그릇을 대표님한테 드리면 내년에 우리 둘째가 지사장도 될 수 있어요. 지사장이면 연봉만 몇십억이에요. 그쪽 같은 초보 의사의 연봉은 비교도 못 해요.”조수아는 그들의 우쭐거리는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오랜 세월이 지나도 서로를 이기지 못해 애를 쓰는 습관은 여전히 변하
육문준는 어쩔 수 없이 조수아를 품에 껴안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난 먼저 가서 밀린 일 처리를 할게. 급한 일이 처리되면 널 보러 올게.”조수아는 육문주의 등을 쓰다듬었다.“우리 대표님 참 착하네.”육문주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조수아를 바라보았다.“날 유혹하지 마. 아님, 할아버지 다 보는 앞에서 키스를 해버릴 테니까.”조수아는 웃으며 몸을 슬쩍 피하더니 육문주의 팔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할아버지, 문주 씨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한대요. 저와 아빠가 남아서 할아버지 곁을 지킬게요.”조태범은 육
조수아는 걸음을 멈추고 잘생긴 외모의 남자를 보며 물었다.“서준 씨가 여기에 웬일이에요?”박서준의 옆모습은 육문주와 사뭇 비슷했다.게다가 체형과 행동도 비슷해서 육문주로 알아봤다.조수아는 뜻밖에도 전혀 관련이 없는 두 사람을 잘못 알아봤다.만약 육문주가 알기라도 하면 눈이 뒤집힐 게 뻔했다.박서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제가 이 땅을 사들였는데 곧 생태농장을 건설하려고 고찰하러 왔어요.”조수아는 박서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앞에는 드넓은 호수와 푸른 들판이 펼쳐졌다.조수아는 고개를 끄덕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떻게 온 거야?”육문주는 고개를 숙이고 조수아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웃으며 말했다.“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한걸음에 달려왔지.”육문주는 조금이라도 빨리 조수아를 보기 위해 요 며칠 잠을 거의 못 잤다.그의 눈에는 빨간 핏기가 보였다.조수아는 육문주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그의 날렵한 턱선을 만졌다.“많이 힘들었지?”육문주의 오똑한 콧날이 그녀의 뺨을 스치더니 그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응. 많이 힘들었어. 근데 너랑 뜨거운 밤을 보낼 때보다는 안 힘들었어.”조수아는 그의 야
육문주의 얼굴에는 어느새 웃음기가 사라졌다.그는 박서준의 귓가에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당신 정체가 도대체 뭐예요. 수아와 무슨 관계인 거예요?”박서준은 여유롭게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피식 웃었다.“맞춰봐요.”육문주는 잔뜩 긴장해서 허벅지에 힘을 바짝 주었다. 그는 웃을 짜내며 이를 꽉 깨물었다.“서준 씨가 누구든 수아를 뺏어 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거예요. 수아는 제 여자예요.”“그건 대표님의 능력에 달렸죠. 저는 수아 씨를 평생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저는 약속한 건 꼭 지켜요.”“소꿉놀이할 때 한 약속을 말하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간 조수아는 육문주가 아랫목에 앉아 조태범과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검은색 하이넥 스웨터와 깔끔한 핏의 양복바지를 입고 있었다.길쭉한 다리, 꼿꼿이 핀 허리, 스웨터 소매는 약간 걷어 올려 단단하고 탄탄한 팔 라인이 드러나 있었는데 우아한 기품이 이곳의 환경과 어울리지 않아 매우 강한 인상을 주었다.조수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조태범은 곧바로 말했다.“수아야, 이리 와서 나 좀 도와주렴. 이 녀석 바둑을 참 잘 두는구나. 벌써 나를 세 판이나 이겼지, 뭐니.”조수아는 웃으며 다가가 조태범의
말을 마치자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그리고 들어가자마자 아랫목에 앉아 있는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검은 옷차림의 남자는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있었다.또 검은 머리가 이마 위로 드리워져 이목구비를 더욱 또렷해 보이는 것 같았고 그 깊은 눈동자에는 옅은 미소가 띠어있었다.그 모습을 보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해하던 조인우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다리도 계속해서 덜덜 떨리고 있었다.윤혜미는 아들의 이상함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곧장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아들, 네가 증조할아버지께 좀 알려드려. 이 물건들이 가짜인지 아닌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