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진은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다.하지만 조수아가 얄밉게 비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문을 쾅 하고 닫았다.그제야 송미진은 자신이 조수아한테 속아 넘어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조수아는 송미진이 술에 타 놓은 약에 취하지 않았었다.그녀는 약에 취한 척하면서 송미진의 계략대로 된 척 연기를 한 것뿐이었다.송미진은 온몸에 피가 솟구칠 정도로 화가 났다.그녀는 조수아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그녀를 꼭 껴안은 남자는 짐승처럼 그녀의 옷을 벗기고 키스를 퍼부었다.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남자는 멈출 기미를 보이
정원 계단에 잠시 앉아 있었던 한지혜는 두 다리에 금방이라도 쥐가 올라올 것 같았다.허연후가 갑자기 그녀를 끌어당기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의 품에 안겼다.한지혜의 입술은 마침 그의 희고 섹시한 쇄골에 부딪혔다.그녀는 순간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왜 갑자기 잡아당기는 거예요. 제가 다이어트 하느라고 저녁밥도 안 먹는 거 몰라요?”한지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눈에는 옅은 붉은 기를 띠었다.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입술은 찢어져 피가 났다.하지만 허연후는 화를 내기는커녕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더니 피를 닦아줬다
그러자 한지혜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요. 사람 잘못 보신 것 같네요. 연후 씨, 감독님이 저를 찾으셔서 먼저 가볼게요.”한지혜가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에 허 어르신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정말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이 안 나네. 이놈이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네.”허연후는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제가 결혼을 안 한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기억력이 좀 나빠져도 좋을 것 같아요.”“그럴 일은 없을 거야. 한 어르신도 병원에 왔으니까 나도 잘 설명해 드려야지. 그 집 손녀도 B시에 있대. 언제 시간
“응. 왜?”“그럼 우리 언제 볼 수 있어?”조수아의 코 막힌 목소리에 육문주는 가슴이 쓰라렸다.“수아야, 창밖을 봐봐. 눈이 얼마나 세게 오는지 사진 찍어 보내줘.”조수아는 느릿하게 소파에서 일어나 창가에 섰다.그녀가 드디어 잠에서 깨고 눈을 뜨자 창밖은 온통 새하얗게 눈에 뒤덮여 있었다.그녀는 창가에 기대 하늘에 흩날리는 눈을 감상했다.“아직 내려. 문주 씨, 올해 크리스마스에 아마 못 볼 것 같아.”조수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육문주는 몰래 웃음을 훔쳤다.“내가 보고 싶어?”“응. 너무 보고 싶어.”“그
하얀 눈이 끝없이 하늘을 뒤덮었다. 까만 코트를 입은 육문주는 하얀 눈밭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그의 차분한 눈빛에는 조수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가득 들어있었다.육문주는 무릎은 꿇은 채 조수아를 올려다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야, 너를 사랑하기 전까지 한 번도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결혼은 나를 구속하고 짐만 된다고 생각했었어. 일단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행복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했지. 그랬던 내가 너를 만나면서 어두운 내면에서 나오게 되었어. 나는 처음으로 한 사람을 이토록 갈망했고 너를 꼭
다이아몬드는 너무 반짝여서 조수아의 눈이 따끔거릴 정도였다.조수아의 마음은 형용할 수 없이 복잡했다.육문주는 바닥에 엎드려 조수아의 차갑게 얼어버린 귀를 깨물었다. 이내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녀의 고막을 울렸다.“앞으로 넌 나 육문주의 사람이야. 감히 도망치려는 것을 들켰다간 못 달아나게 두 발을 묶어놓을 거야.”육문주는 협박인지 애정 표현인지 모를 말을 남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수아를 번쩍 들어 올렸다.그는 기쁜 기색을 들어내며 조수아한테 키스를 퍼부었다.“여긴 추워서 네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무서워. 우리 집안에
조수아는 갑자기 머리가 어질해 났다.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육문주를 바라보며 의아해서 물었다.“뭔 신고를 한다고?”“당연히 혼인신고를 하러 가야지. 어젯밤에 약속했잖아. 이제 와서 번복하지 마.”육문주는 하루아침에 모른 척하는 조수아가 얄미워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조수아는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렸다.어젯밤 조수아는 분명 육문주의 청혼을 받아주기는 했었다.육문주는 조수아가 그의 손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손을 멈추고 그녀의 대답을 끌어냈었다.“수아야, 내일 혼인신고 하러 가
육문주는 조수아의 손에 낀 반지를 조병윤한테 보여주며 흐뭇하게 말했다.“저 수아한테 청혼했어요. 오늘 결혼 등기하러 가려고요.”조수아의 손에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며 조병윤은 눈가가 촉촉해졌다.조병윤은 드디어 듬직한 남자와 결혼하는 조수아를 보며 무척이나 기뻤다.동시에 그가 애지중지하면서 키운 딸이 시집가게 되는 것이 슬프기도 했다.육문주는 그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기도 한 듯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위로를 건넸다.“아버님, 걱정 내려놓으세요. 수아는 영원히 아버님의 어여쁜 딸이에요. 저와 결혼을 한 후에도 자주 본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