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전화 다 하면 나한테 연락해.”조수아는 구석진 곳에 혼자 앉아 육문주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파란색 귀걸이를 한 남자가 그녀 옆에 앉았다.그 남자는 웃음기를 띤 채 조수아를 바라보았다.“조 변호사님, 옆에 앉아도 될까요?”조수아가 눈을 치켜뜨며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진택 씨가 무슨 일이에요?”그 남자의 이름은 김진택. 김씨 가문의 둘 때 도련님이었다.그는 B시에서 바람둥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그와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수없이 많았다.한 손에 술잔을 든 김진택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송미진은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다.하지만 조수아가 얄밉게 비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문을 쾅 하고 닫았다.그제야 송미진은 자신이 조수아한테 속아 넘어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조수아는 송미진이 술에 타 놓은 약에 취하지 않았었다.그녀는 약에 취한 척하면서 송미진의 계략대로 된 척 연기를 한 것뿐이었다.송미진은 온몸에 피가 솟구칠 정도로 화가 났다.그녀는 조수아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그녀를 꼭 껴안은 남자는 짐승처럼 그녀의 옷을 벗기고 키스를 퍼부었다.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남자는 멈출 기미를 보이
정원 계단에 잠시 앉아 있었던 한지혜는 두 다리에 금방이라도 쥐가 올라올 것 같았다.허연후가 갑자기 그녀를 끌어당기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의 품에 안겼다.한지혜의 입술은 마침 그의 희고 섹시한 쇄골에 부딪혔다.그녀는 순간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왜 갑자기 잡아당기는 거예요. 제가 다이어트 하느라고 저녁밥도 안 먹는 거 몰라요?”한지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눈에는 옅은 붉은 기를 띠었다.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입술은 찢어져 피가 났다.하지만 허연후는 화를 내기는커녕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더니 피를 닦아줬다
그러자 한지혜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요. 사람 잘못 보신 것 같네요. 연후 씨, 감독님이 저를 찾으셔서 먼저 가볼게요.”한지혜가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에 허 어르신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정말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이 안 나네. 이놈이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네.”허연후는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제가 결혼을 안 한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기억력이 좀 나빠져도 좋을 것 같아요.”“그럴 일은 없을 거야. 한 어르신도 병원에 왔으니까 나도 잘 설명해 드려야지. 그 집 손녀도 B시에 있대. 언제 시간
“응. 왜?”“그럼 우리 언제 볼 수 있어?”조수아의 코 막힌 목소리에 육문주는 가슴이 쓰라렸다.“수아야, 창밖을 봐봐. 눈이 얼마나 세게 오는지 사진 찍어 보내줘.”조수아는 느릿하게 소파에서 일어나 창가에 섰다.그녀가 드디어 잠에서 깨고 눈을 뜨자 창밖은 온통 새하얗게 눈에 뒤덮여 있었다.그녀는 창가에 기대 하늘에 흩날리는 눈을 감상했다.“아직 내려. 문주 씨, 올해 크리스마스에 아마 못 볼 것 같아.”조수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육문주는 몰래 웃음을 훔쳤다.“내가 보고 싶어?”“응. 너무 보고 싶어.”“그
하얀 눈이 끝없이 하늘을 뒤덮었다. 까만 코트를 입은 육문주는 하얀 눈밭에서 더욱 눈에 띄었다. 그의 차분한 눈빛에는 조수아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가득 들어있었다.육문주는 무릎은 꿇은 채 조수아를 올려다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수아야, 너를 사랑하기 전까지 한 번도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 결혼은 나를 구속하고 짐만 된다고 생각했었어. 일단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행복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했지. 그랬던 내가 너를 만나면서 어두운 내면에서 나오게 되었어. 나는 처음으로 한 사람을 이토록 갈망했고 너를 꼭
다이아몬드는 너무 반짝여서 조수아의 눈이 따끔거릴 정도였다.조수아의 마음은 형용할 수 없이 복잡했다.육문주는 바닥에 엎드려 조수아의 차갑게 얼어버린 귀를 깨물었다. 이내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그녀의 고막을 울렸다.“앞으로 넌 나 육문주의 사람이야. 감히 도망치려는 것을 들켰다간 못 달아나게 두 발을 묶어놓을 거야.”육문주는 협박인지 애정 표현인지 모를 말을 남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수아를 번쩍 들어 올렸다.그는 기쁜 기색을 들어내며 조수아한테 키스를 퍼부었다.“여긴 추워서 네가 감기라도 걸릴까 봐 무서워. 우리 집안에
조수아는 갑자기 머리가 어질해 났다.그녀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육문주를 바라보며 의아해서 물었다.“뭔 신고를 한다고?”“당연히 혼인신고를 하러 가야지. 어젯밤에 약속했잖아. 이제 와서 번복하지 마.”육문주는 하루아침에 모른 척하는 조수아가 얄미워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조수아는 그제야 정신을 번쩍 차렸다.어젯밤 조수아는 분명 육문주의 청혼을 받아주기는 했었다.육문주는 조수아가 그의 손길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손을 멈추고 그녀의 대답을 끌어냈었다.“수아야, 내일 혼인신고 하러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