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야, 밀크야! 육문주가 드디어 출장을 갔어. 앞으로 보름은 우리 밀크랑 나랑 둘만 있을 거야. 어때, 밀크도 너무 좋지?”밀크도 마치 대답을 하듯 짖어댔다.육문주의 출장을 축하하고 있을 때 조수아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민서 언니.”“수아야, 내일 저녁에 자선 경매가 하나 있는데 괜찮은 물건들 엄청 많대. 같이 갈래?”조수아는 별로 고민하지 않고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설날도 곧 오는데 지인들한테 선물 좀 해주면 좋을 것 같아.”“육 대표님한테 수고했다고 뭐 선물 하나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매일 밤
송미진은 조수아가 초조해하는 걸 보려고 일부러 조수아가 가장 신경 쓰는 아이 일을 들먹이며 아픈 구석만 콕콕 찔러댔다.하지만 송미진이 말을 하고 한참이 지났음에도 조수아는 눈꺼풀조차 움직이지 않고 계속 유나만을 보고 있었다.그리고는 유나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한겨울에 왜 파리가 있지, 유나야 걱정 마. 이모가 좀 있다 파리 잡아줄게.”유나는 그 말을 알아듣기라고 한 듯 “응응”이라며 웅얼거렸다.“파리가 많이 시끄럽나 보네. 우리 딸도 다 쫓아 보내라 그럴 정도면.”거기에 당민서까지 한마디 거들자 송미진은 화가 나
스톡은 또 변하지 않는 사랑을 뜻하고 있기에 사회자는 물건을 건네주면서 덩달아 많은 덕담을 해주었다.검은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백년해로하라는 뜻의 말이었다.그 모습을 본 송미진은 또 열이 올라 입술을 깨물었다.한편 경매에 40억을 쓴 조수아의 옆에는 선물 상자가 탑처럼 쌓여있었다.그 놀라운 광경에 곽명원은 당장 사진을 찍어 육문주에게 보내주었다.[네 와이프가 이렇게 돈 쓰고 다니는데 너는 상관도 안 하냐? 봐봐, 이거 다 오늘 산 거야.]그리고 육문주에게서 빠르게 답장이 왔다.[너희 집 돈 쓴 것도 아닌데 네가 무슨
회의하고 있던 육문주는 곽명원 한테서 문자 한 통을 받았다.문자를 읽은 육문주는 드디어 그가 피땀을 흘려 번 돈을 대신 써줄 사람이 생겼다는 게 뿌듯했다.이렇게 돈을 펑펑 쓰는 아내를 뒀으니 앞으로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다짐했다.육문주는 행복한 상상을 하며 절로 웃음이 띠었다.다만 실망스럽게도 회의가 끝날 때까지 그는 카드 결제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그는 분명 조수아한테 블랙카드를 주었다. 그 카드는 그의 핸드폰과 연동되어 있었기에 문자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즉 조수아가 카드를 긁지 않았다는 뜻이었다.육문주는 갸우
“그래, 전화 다 하면 나한테 연락해.”조수아는 구석진 곳에 혼자 앉아 육문주와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파란색 귀걸이를 한 남자가 그녀 옆에 앉았다.그 남자는 웃음기를 띤 채 조수아를 바라보았다.“조 변호사님, 옆에 앉아도 될까요?”조수아가 눈을 치켜뜨며 냉랭한 표정을 지었다.“진택 씨가 무슨 일이에요?”그 남자의 이름은 김진택. 김씨 가문의 둘 때 도련님이었다.그는 B시에서 바람둥이라고 소문이 자자했다.그와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수없이 많았다.한 손에 술잔을 든 김진택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송미진은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다.하지만 조수아가 얄밉게 비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문을 쾅 하고 닫았다.그제야 송미진은 자신이 조수아한테 속아 넘어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조수아는 송미진이 술에 타 놓은 약에 취하지 않았었다.그녀는 약에 취한 척하면서 송미진의 계략대로 된 척 연기를 한 것뿐이었다.송미진은 온몸에 피가 솟구칠 정도로 화가 났다.그녀는 조수아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그녀를 꼭 껴안은 남자는 짐승처럼 그녀의 옷을 벗기고 키스를 퍼부었다.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남자는 멈출 기미를 보이
정원 계단에 잠시 앉아 있었던 한지혜는 두 다리에 금방이라도 쥐가 올라올 것 같았다.허연후가 갑자기 그녀를 끌어당기자 다리에 힘이 풀려 그의 품에 안겼다.한지혜의 입술은 마침 그의 희고 섹시한 쇄골에 부딪혔다.그녀는 순간 너무 아파서 눈물이 찔끔 났다.“왜 갑자기 잡아당기는 거예요. 제가 다이어트 하느라고 저녁밥도 안 먹는 거 몰라요?”한지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눈에는 옅은 붉은 기를 띠었다.그녀의 희고 부드러운 입술은 찢어져 피가 났다.하지만 허연후는 화를 내기는커녕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더니 피를 닦아줬다
그러자 한지혜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요. 사람 잘못 보신 것 같네요. 연후 씨, 감독님이 저를 찾으셔서 먼저 가볼게요.”한지혜가 황급히 도망치는 모습에 허 어르신은 고개를 갸우뚱했다.“정말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어디서 본 건지 기억이 안 나네. 이놈이 기억력이 점점 나빠지네.”허연후는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제가 결혼을 안 한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기억력이 좀 나빠져도 좋을 것 같아요.”“그럴 일은 없을 거야. 한 어르신도 병원에 왔으니까 나도 잘 설명해 드려야지. 그 집 손녀도 B시에 있대. 언제 시간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간 송학진은 차서윤을 아래 우로 훑어보고 관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나한테 연락해야지. 내가 걱정했잖아. 날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송학진을 차서윤이 빙그레 웃으며 달래줬다.“걱정하지 마세요. 강한나 씨를 만났을 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식사하는 내내 자꾸 저희를 보면서 친구들과 뭐라고 소곤거리더군요. 그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것을 먼저 예상하고 화장실로 간 거예요. 둘째 도련님이 다가올 때 먼저 스프레이를 뿌리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전 그런 적 없어요. 바람피우다가 송 대표님한테 잡혀서 저한테 덮어씌우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요. 그만하시죠.”차서윤은 장사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남자를 이용해서 저를 망가뜨리고 제가 바람났다고 학진 씨를 불러올 수작이었죠. 이런 수작에 제가 넘어갈 줄 알았어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화가 가시지 않는지 장사연의 나머지 반쪽 뺨을 후려쳤다.“제가 학진 씨와 결혼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강한나와 친구들은 시간이 됐다 싶어 화장실을 찾아가서 문이 잠겨있다며 호텔직원을 불러 모았다.그 소식을 들은 송학진도 아림을 데리고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무슨 영문인지 화장실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은 송학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어떤 여자가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딱 보면 알리죠. 파렴치한 남녀가 지금 바람피우는 거죠. 정말 이상한 여자가 다 있네요. 방 하나 예약하면 될 일을 굳이 화장실에서 저러잖아요.”“더 스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저는 이런 장면 많이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
송학진이 차서윤과 아림을 데리고 행복한 모습으로 레스토랑에 나타난 것을 본 강한나는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을 참을 길이 없었다.오늘 저녁은 친구들이 그녀를 위해 마련해준 자리였다. 그녀의 친구들은 송학진을 알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다.너무나도 거북한 장면에 강한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어색한 웃음을 자아냈다.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송학진을 불렀다.“학진아.”강한나의 부름 소리를 들은 송학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서윤과 아림을 끌어안고 예약한 자리로 갔다.강한나의 친구들
“그런다고 제가 용서해 줄 것 같아요?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저한테 손대지 마세요.”“여보, 그건 너무했어. 벌써 금욕이라니! 내가 참지 못하고 죽으면 어떡해. 다음에 주의할 테니까 제발 용서해 줘.”두 사람이 차 옆에서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매니저가 아림을 데리고 멀리서부터 다가왔다.아림은 팝콘을 품에 안고 활짝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 얘기 끝나셨어요?”송학진이 허리를 굽혀 아림을 안아 들고 어린이의 볼에 입을 맞춘 뒤 웃으며 대답했다.“응, 얘기 다 끝났어. 근데 어쩌지? 엄마가 아빠 때문에 많이 화
송학진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차서윤은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피팅룸에 놓인 커다란 거울에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 앞에서 남자에게 입술을 약탈당하는 모습이 비쳐있었다.거울 속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차서윤은 너무 부끄러워 토마토처럼 목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키스가 끝나자 수치스러운 마음에 그녀는 송학진의 어깨에 이빨 자국을 남기고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이건 너무했어요!”송학진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잠깐 미간을 찌푸린 뒤 웃으며 대답했다.“미안해.근데 너 아
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말했다.“요놈이 너한테 뭘 가르친 거야. 이제 보면 엉덩이를 때릴 거야.”“천우 오빠 때리지 마세요. 쌍둥이한테 뽀뽀도 할 수 있게 하고 날 엄청나게 예뻐한단 말이에요. 아빠, 쌍둥이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손도 너무 작고 보들보들해요. 나도 여동생을 갖고 싶어요.”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차서윤의 입술에 뽀뽀하고 그녀의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엄마가 허락해야 해. 여보, 우리 오늘 밤에 딸 소원을 들어줄까?”차서윤은 송학진을 흘겨보며 말했다.“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요.”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