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준은 아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꼬맹이는 어릴 때부터 끈 원피스 입기를 좋아했다는 것을.아이의 등에는 똑같은 매화 모양의 반점이 있었다.그리고 그 꼬마는 박서준에게 자주 이렇게 말했었다.“만약 우리가 길을 잃으면, 넌 이 반점으로 나를 찾을 수 있을 거야.”박서준은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하지만 최근 조수아에게 연달아 일어난 여러 사건을 생각하면 그녀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뒤이어 박서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알겠어요, 가서 확인해볼게요.”그 반응에
“누구더러 당신 제자라고 하는거예요, 지금?!”하지만 한지혜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고는 허연후를 가리키며 말했다.“그쪽이 설마 진 감독님께서 말한 그 허 선생님이세요?”그러자 허연후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맞혔으니 제가 상으로 좋은 술 한 병 줄게요.”말을 마치고, 그는 품에 있던 와인을 한지혜에게 건넸다.한지혜는 그제야 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전에 한 선배가 그녀에게 한 촬영 팀을 소개해 주면서 생명을 구하는 의사에 관한 공익 영화를 찍는다고 했다.그녀의 역할은 간호사 역할이었는데 간호사의 시선에서 의
조수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육문주를 바라보았다.이곳 아파트의 면적은 크지 않았다. 방 두 개에 거실 하나, 고작 30평 남짓에 불과했다.그 뜻인즉 육문주네 집 방 하나의 크기만큼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잘 살던 별장을 놔두고 밀크 치료를 위해서 우리 아래층으로 이사를 왔다고?! 이렇게 활기차게 돌아다니는 걸 보면... 밀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말은 믿기 어려운데.’조수아는 피식 차갑게 웃으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대표님, 밀크를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시네요.”육문주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육문주, 너 안 올 거면 내 시체 거둬갈 준비나 해! 난 설매한테 미진이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었어. 절대 미진이가 이렇게 죽는 꼴 가만히 두고 볼 수 없다고!”임다윤은 이렇게 말하며 옆에 있던 과도를 집어 들고 목에 댔다.그러자 장서희는 즉시 달려가 핸드폰에 대고 외쳤다.“문주야, 네 엄마 자살하려고 하신다. 너도 네 엄마 성격 잘 알잖아, 빨리 와!”화가 난 육문주는 이마의 혈관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는 임다윤이 왜 그렇게 송미진을 받아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송미진의 행실은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임다
이 한마디에 병실 문이 열렸다.뒤이어 몇몇 외국 전문가들과 함께 들어온 진영택이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띠며 송미진에게 말했다.“송미진 씨, 이분들은 해외에서 온 전문가들입니다. 반드시 송미진 씨를 살려낼 수 있을거예요. 하지만 치료하기 전에 몇 가지 검사가 필요합니다.”그 말을 듣고 있던 모두가 멍해졌다.송군휘는 즉시 그들을 막아서며 말했다.“당신들 뭐 하는 겁니까? 미진이가 지금 이 지경이 됐는데 뭘 더 괴롭히려는 거예요?”진영택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송 대표님, 저희 육 대표님께서는 이 병원의 의사들 실력이 그
“이 일로 인해 전 몇 년 동안 송미진 곁에 있었고 심지어 수아가 가장 위험할 때도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당신들 연기력은 정말 상을 받아야 할 정도예요. 나 육문주를 다들 완전히 속였잖아요!”사태가 드러나자 조금 전까지 생사의 기로에 있던 송미진이 갑자기 일어나 울며 고개를 흔들었다.“문주 오빠, 난 정말 모르는 일이야. 오빠가 말한 자궁경부암도 난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고. 아빠가 나한테 모든 걸 숨긴 거야, 내가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그랬겠지. 문주 오빠, 예전에 나를 진심으로 대해준 걸 생각해서라도 우리 아빠를 용서해
육문주는 조수아의 어깨에 기대어 이번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그날 수아 네가 일깨워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거야. 내가 상처받은 건 송미진이 나를 속였기 때문이 아니라, 이 일에 내 어머니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했다는 사실 때문이야. 도대체 나를 얼마나 미워했기에 이렇게까지 괴롭히고 죄책감 속에 살게 한 걸까.”그는 말을 하면서 뜨겁고 축축한 입술로 조수아의 귀를 가볍게 더듬었다. 그 때문에 조수아는 온몸이 떨렸고 목소리도 한껏 낮아졌다.“문주 씨, 이거 놔줘.”하
그녀의 사랑은 진실하고 열정적이었지만 그 뒤에는 큰 고통이 따랐다.조수아는 목이 아팠다. 쉰 듯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육문주도 마음이 흔들렸다.“육문주, 육문주.”그녀는 육문주의 품에 안겨 연신 그의 이름을 불렀다.예전에도 얼마나 많은 밤을 이렇게 꿈속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보냈던가. 하지만 조수아는 매번 깨어날 때마다 눈물로 젖은 베개와 옆에 없는 그의 빈자리를 마주해야 했다.육문주는 큰 손으로 그녀의 눈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우수 깊은 눈동자에는 그가 현재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그는 조수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