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진짜 수아 씨가 하나도 걱정이 안 돼? 그놈이 지금 네 여자를 탐내고 있는데도?”“너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내가 왜 조수아를 좋아해!”“좋아하지도 않는데 이것저것 다 사다 바친다고? 내가 속을 것 같아?”“내가 슈거 대디인데 그러는 수밖에 없지.”녹음파일을 들은 조수아는 순간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제일 들키고 싶지 않았던 치부가 만인 앞에서 탄로가 나버렸다.같은 자리에는 R 대 교수와 학생들뿐만 아니라 각 매체에서 온 기자들도 있었다.육문주의 사생활은 항상 많은 관심을 받았다.녹음파일을 듣게 된 기자들
육문주는 조수아를 애틋하게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제가 아직도 구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육문주의 발 빠른 해명으로 조수아는 다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육문주는 조수아의 슈거 대디가 아니라 육씨 가문의 도련님이 줄곧 구애를 펼쳐오던 여자였다.게다가 육문주의 영향력은 상당했다.그는 B시 권력의 상징이며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그는 모든 여자가 그토록 오르고 싶어 하는 산이었다.방금 그가 내뱉은 한마디로 수많은 여자의 희망을 짓밟기에 충분했다.육문주가 조수아 한테 구애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뉴스
조수아는 육문주의 손에 이끌려 캠퍼스 후문으로 빠져나왔다. 나오던 중, 3년 전 사고가 났었던 그 골목을 지나쳤다.그 골목은 여전히 형편없이 낡았다.가끔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깜빡이는 가로등이 두 사람을 비춰 바닥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 당겨졌다.조수아는 이곳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저도 모르게 육문주의 팔을 껴안았다.그녀는 잔뜩 긴장해서 육문주한테 물었다.“문주 씨, 왜 날 여기 데려온거야?”육문주의 잘생긴 얼굴은 흐릿한 불빛 때문에 윤곽이 더욱 선명해졌다.그의 깊은 눈동자는 달에 비친 호수처럼 잔잔하게 빛이
“네, 지금 바로 전달 하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육문주는 몇 초 동안 침묵을 지켰다.육문주 쪽의 사람이 한영미과 접촉한 후 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육문주는 아직 그녀의 입에서 어떠한 유용한 정보도 알아내지 못했다.절대 우연일 리가 없었다.한영미는 어느새 감옥에서도 손을 쓸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았다.그녀가 목숨을 끊고 입을 꾹 다물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육문주는 조수아를 보더니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수아야.”육문주는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며칠간 어디도 가지
장소에 도착하니 조병윤과 햔영미의 몸에는 폭탄으로 가득했다.게다가 한영미가 얍삽하게 조병윤의 뒤에 숨어있어 사격하기도 힘들었다.육문주는 이렇게 철저하게 계획된 모습과 폭탄이 몸에 가득 휘둘러져 있는 것을 보고 한영미 혼자서 해낸 일이 아니라고 짐작했다.한영미 뒤에 숨은 사람은 교도소에까지 손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탈옥할 수 있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육문주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조병윤의 온몸에 폭탄이 가득 묶인 것을 보고 조수아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아빠
육문준는 스위치를 쥔 한영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두 사람이 산비탈을 따라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동안, 육문주는 온 힘을 다해 한영미의 손목을 쥐었다. 육문주의 손힘이 워낙 세서 한영미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드디어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스위치를 놓았다.두 사람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굴러떨어졌고 이내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이어서 절벽 아래서 귀를 찢는듯한 폭발음이 들려왔다.조수아는 벼랑 끝에 엎드려 목에 핏줄이 서도록 소리쳤다.“문주 씨!”하지만 돌아오는 건 조수아의 메아리뿐이었다.절벽 아래서 짙은 연기가 서
몇 초간 시간이 지나서야 육문주는 천천히 눈을 뜰 수 있었다.“수아... 수아는 괜찮아?”여태까지 제멋대로였던 백시율마저도 육문주의 첫마디를 듣고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그 눈물은 육문주가 무사히 살아 돌아와서가 아니라 조수아 때문에 흘린 눈물이었다.만에 하나 육문주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조수아가 얼마나 괴로워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백시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괜찮지. 형이 죽으면 수아 누나와 결혼할 참이었어.”육문주는 입꼬리가 점차 내려오더니 입을 열었다.“절대 너한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그러나 육문주는 그가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동시에 조수아의 마음도 찢어지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육문주가 구조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조수아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육문주의 이름을 몇 번이나 되새겼는지 모른다.육문주의 이름을 한 번씩 되새길 때마다 그녀의 마음도 따라 아팠다.그제야 조수아는 자신이 육문주와 있었던 나쁜 기억을 이미 내려놓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대신 그녀의 마음속에 뿌리를 박고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그에 대한 집착이었다.그 집착은 곧 육문주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본 박서준의 가슴은 찢어질 듯이 아팠고 따라서 안색도 어두워졌다.“상후를 그렇게 믿는 거야?”곽서연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니면 누구를 믿을 수 있어요? 삼촌을요?”곽서연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린 박서준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한참 바라보더니말을 이었다.“결혼은 인생의 중요한 일인데 이렇게 무모하게 결정하면 안 돼. 게다가 열아홉 살밖에 안 된 네가 아직 사람 볼 줄도 모르는데 속으면 어쩌려고 그래.”그 말에 곽서연은 씁쓸하게 웃었다.“저는 삼촌처럼 계획적이고 생각이 깊은 것은 아니지만
“이 단서를 계기로 계속 조사해 봐. 나는 상후가 돌 틈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실마리가 없을 거라고 믿지 않아.”“네, 박 대표님. 지금은 어디로 모실까요?”“서연이 할머니가 계시는 호텔로 가.”한편 아름다운 헤어스타일링을 마친 곽서연은 예쁜 원피스 한 벌까지 선택해 입어보았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곽서연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이 순간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자신의 결정이 곧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곽서연은 잘 알고 있다.윤상후와 결혼한다면 박서준과의 인연은 완전히 끝나버린다.그 이후
박서준의 태도에 놀란 심은하는 슬픔 가득한 눈으로 박서준을 바라보았다.“서준아, 내가 혹시 잘못한 거라도 있어? 알려만 준다면 네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고칠게.”그녀의 모습을 본 박서준은 야속한 말을 할 수가 없었다.박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좋은 사람이야. 그냥 우리는 잘 어울리지 않을 뿐이야. 어머니께는 우리 약혼 절차를 모두 정지하라고 할 거야. 그리고 너에게 불러일으킨 오해는 나의 잘못이기에 보상 해줄게.”“서준아, 서연이는 상후랑 결혼할 거야. 너랑 서연이는 불가능해. 서연이 때문에 두가
차가 멈추기도 전에 그는 차 문을 열어달라고 하였다.의사의 도움을 받아 차에서 내린 박서준은 휠체어에 앉았다.그는 바로 휠체어 버튼을 눌러 곽서연의 기숙사로 향하여 갔다.이때 한 여자가 기숙사에서 걸어 나왔고 그녀는 바로 곽서연의 룸메이트였다.박서준은 전에 그녀를 본 적이 있었기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앞으로 다가가 곽서연의 룸메이트에게 물었다.“학생, 서연이 좀 불러줄래? 삼촌이 왔다고 전해줘.”박서준을 본 적 있던 그녀의 룸메이트는 예의 있게 인사했다.“삼촌, 서연이는 어제저녁 기숙사에 돌아오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오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계정과 인스타 계정까지 모두 차단당하였다.자신과의 모든 연결고리를 철저하게 끊어버린 것을 보아하니 곽서연은 자신을 많이 미워하고 있을 것이다.진정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아니라면 그녀는 상대에게 화를 잘 내지 않았다.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한 박서준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난간을 붙잡고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인기척을 들은 비서는 얼른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박 대표님, 화장실에 다녀오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제가 도와드릴게요. 침대에서 내려오시지 않으셔도 됩니다.”항상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어야만 윤상후에게 올인할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곽서연은 박서준에 대한 미련을 버리려고 했다.밤이 되자 빈혜경은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작 19살 된 손녀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하기만 하였다.빈혜경은 곽명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곽명원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전에 그녀가 M 국에 유학 하러 가겠다고 결정 내렸을 때처럼 일단 결정한 일이면 소 열 마리라도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어머니의 전화를 끊고 곽명원은 혼자 서재에
이 말을 들은 윤상후는 기쁨에 넘쳐 사랑 가득한 눈길로 곽서연을 바라보았다.“진짜야? 서연아?”감정을 가다듬은 곽서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만약 양가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으시면 우리는 M 국에서 등기하고 결혼해요. 저 여기 법정 결혼 나이가 되었어요. 제가 앞으로 선배에게 올인할게요, 절대 다른 마음을 품지 않을 거예요.”윤상후는 지금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그토록 오랫동안 좋아했던 여자가 그랑 혼인하겠다고 할 뿐만 아니라 그에게 올인할거라고 했다.이것은 그가 꿈에도 그리지 못하던 일이었다.그에게
허리를 굽혀 곽서연을 품에 끌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서연아, 괜찮아?”온몸이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던 곽서연은 윤상후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자 서서히 눈꺼풀을 치켜올리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선배, 저 돌아가고 싶어요, 저를 좀 데리고 가주시면 안 돼요?”가슴이 아픈 윤상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 지금 바로 데리고 가줄게.”윤상후는 곽서연을 안고 방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박 대표님을 보면 서연이가 어제 일을 떠올려 또 놀랄 수도 있기에 제가 먼저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빈혜경
곽서연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아픔이 서려 있었고 얼굴의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심은하의 입에서 ‘어머니'라는 호칭이 나오자 곽서연은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끊어진 듯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져 방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몸 전체의 신경 하나하나가 무언가에 찔리는 듯 아파져 왔다.곽서연의 모습을 본 박서준은 가슴이 아파 한층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아.”박서준은 당장이라도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었고 심지어 곽서연의 앞에 뛰어가고 싶었지만, 다리에 있는 상처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박서준의 부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