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에 도착하니 조병윤과 햔영미의 몸에는 폭탄으로 가득했다.게다가 한영미가 얍삽하게 조병윤의 뒤에 숨어있어 사격하기도 힘들었다.육문주는 이렇게 철저하게 계획된 모습과 폭탄이 몸에 가득 휘둘러져 있는 것을 보고 한영미 혼자서 해낸 일이 아니라고 짐작했다.한영미 뒤에 숨은 사람은 교도소에까지 손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탈옥할 수 있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육문주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조병윤의 온몸에 폭탄이 가득 묶인 것을 보고 조수아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아빠
육문준는 스위치를 쥔 한영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두 사람이 산비탈을 따라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동안, 육문주는 온 힘을 다해 한영미의 손목을 쥐었다. 육문주의 손힘이 워낙 세서 한영미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드디어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스위치를 놓았다.두 사람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굴러떨어졌고 이내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이어서 절벽 아래서 귀를 찢는듯한 폭발음이 들려왔다.조수아는 벼랑 끝에 엎드려 목에 핏줄이 서도록 소리쳤다.“문주 씨!”하지만 돌아오는 건 조수아의 메아리뿐이었다.절벽 아래서 짙은 연기가 서
몇 초간 시간이 지나서야 육문주는 천천히 눈을 뜰 수 있었다.“수아... 수아는 괜찮아?”여태까지 제멋대로였던 백시율마저도 육문주의 첫마디를 듣고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그 눈물은 육문주가 무사히 살아 돌아와서가 아니라 조수아 때문에 흘린 눈물이었다.만에 하나 육문주에게 정말 무슨 일이 생기면 조수아가 얼마나 괴로워할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백시율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괜찮지. 형이 죽으면 수아 누나와 결혼할 참이었어.”육문주는 입꼬리가 점차 내려오더니 입을 열었다.“절대 너한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
그러나 육문주는 그가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는 동시에 조수아의 마음도 찢어지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다.육문주가 구조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조수아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육문주의 이름을 몇 번이나 되새겼는지 모른다.육문주의 이름을 한 번씩 되새길 때마다 그녀의 마음도 따라 아팠다.그제야 조수아는 자신이 육문주와 있었던 나쁜 기억을 이미 내려놓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대신 그녀의 마음속에 뿌리를 박고 있었던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그에 대한 집착이었다.그 집착은 곧 육문주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조수아가 문득 뒤를 돌아보자, 마침 육문주의 그윽한 눈동자와 마주쳤다.그녀는 바로 젓가락을 내려놓고 육문주한테 달려갔다.“문주 씨, 일어났어? 혹시 어디 불편한 곳 있어?”육문주는 박서준을 힐끗 쳐다보더니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수아야, 이분은 누구셔? 꼴 보기 싫은 얼굴이라 병실에서 내보내 줘.”조수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육문주를 바라보았다.“이분은 박서준 씨야. 전에 나를 구해 줬었는데 혹시 기억이 안 나? 설마 기억을 잃은 건 아니지? 그럼 혹시 내가 누군지 알아보겠어?”“당연히 알지. 넌 내 아내잖아.”육
육문주는 조수아의 머리를 감싸안으며 그리운 기색이 역력했다.“아니, 아직 모자라.”그러고는 육문주는 조수아의 입술에 키스했다.키스는 부드럽고 섬세하며 조심스러웠다.육문주의 길쭉한 손이 천천히 조수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의 뜨거운 손은 그녀의 등에서 마구 움직였다.조수아는 온몸이 나른해질 정도로 키스했지만 정작 육문주가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느꼈다.조수아는 숨을 헐떡이며 육문주의 이름을 불렀다.“문주 씨.”그녀의 외침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육문주의 그윽한 눈동자에는 더 이상 감출 수 없
이 말은 육문주 한테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순간 그의 몸은 굳어서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10여 초가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한영미가 잃어버린 여자의 이마에 점이 있었어요. 마침 임다윤 씨의 가정부도 똑같은 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수아가 혹시...”육문주는 조병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가설을 부정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수아는 설매 아주머니와 송군휘 아저씨 사이에서 나은 딸이잖아요. 이 일은 제가 자세히 조사해 볼 테니까 아저씨는 당분간 수아한테 비밀로
육문주는 숨이 막힐 정도로 조수아를 꼭 껴안았다.조수아는 여태까지 이렇게 추태를 부리는 육문주를 본 적이 없었다.그녀의 기억에 육문주는 무슨 일이 생겨도 영원히 전략을 짜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지금 그 이성적인 사람이 마치 득실을 따지는 아이처럼 그녀에게 약속해달라고 조르고 있다.조수아는 무슨 일이 육문주를 이렇게 긴장하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작은 손을 뻗어 육문주의 머리를 살살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다독였다.“그래, 안 떠날게.”육문주가 죽음을 무릅쓰고 조병윤을 구한 후로부터 조수아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