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는 조수아의 머리를 감싸안으며 그리운 기색이 역력했다.“아니, 아직 모자라.”그러고는 육문주는 조수아의 입술에 키스했다.키스는 부드럽고 섬세하며 조심스러웠다.육문주의 길쭉한 손이 천천히 조수아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의 뜨거운 손은 그녀의 등에서 마구 움직였다.조수아는 온몸이 나른해질 정도로 키스했지만 정작 육문주가 다음 단계에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느꼈다.조수아는 숨을 헐떡이며 육문주의 이름을 불렀다.“문주 씨.”그녀의 외침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육문주의 그윽한 눈동자에는 더 이상 감출 수 없
이 말은 육문주 한테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순간 그의 몸은 굳어서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10여 초가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한영미가 잃어버린 여자의 이마에 점이 있었어요. 마침 임다윤 씨의 가정부도 똑같은 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말인데 수아가 혹시...”육문주는 조병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가설을 부정했다.“그럴 리가 없어요. 수아는 설매 아주머니와 송군휘 아저씨 사이에서 나은 딸이잖아요. 이 일은 제가 자세히 조사해 볼 테니까 아저씨는 당분간 수아한테 비밀로
육문주는 숨이 막힐 정도로 조수아를 꼭 껴안았다.조수아는 여태까지 이렇게 추태를 부리는 육문주를 본 적이 없었다.그녀의 기억에 육문주는 무슨 일이 생겨도 영원히 전략을 짜는 유형의 사람이었다.지금 그 이성적인 사람이 마치 득실을 따지는 아이처럼 그녀에게 약속해달라고 조르고 있다.조수아는 무슨 일이 육문주를 이렇게 긴장하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작은 손을 뻗어 육문주의 머리를 살살 어루만졌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다독였다.“그래, 안 떠날게.”육문주가 죽음을 무릅쓰고 조병윤을 구한 후로부터 조수아는 이
그 목걸이는 임다윤의 서랍 안에 있던 설계도와 똑같았다. 육문주는 이를 똑똑히 기억할 수 있었다.목걸이의 디자인부터 위에 박힌 다이아몬드의 모양과 개수까지 똑같았다.당시 육문주는 이 목걸이에 매료되었었다. 그는 막내동생이 이 목걸이를 걸면 얼마나 예쁠지 상상했었다.임다윤은 그가 그렇게 매료된 모습이 너무 귀여워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건 엄마가 설매 아주머니의 베 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디자인한 거야. 이걸 네가 그 아이한테 주는 사랑의 증표로 삼으면 어때? 좋아?”육문주는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나중에 설매가
조수아는 유나를 보자마자 신나서 몸이 떨릴 정도였다.당민서는 웃으며 말했다.“얘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봐. 얘가 아빠를 보고도 이렇게 기뻐하지는 않았어.”곽명원은 바로 질투심이 폭발해 버렸다.“누가 그래. 내 딸은 나를 제일 좋아해. 매일 내가 안을 때마다 대소변을 다 본다니까.”그들은 웃고 떠들며 육문주의 병실로 향했다.병실에 들어서자 육문주는 베란다에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조수아는 바로 달려가 그의 손에서 담배를 뺏고 담뱃불을 껐다.그녀는 창문을 열어 환기했다.그러고는 엄숙한 얼굴로 육문주를 짓궂었
조수아는 뜨거운 입김이 등에 닿는 것을 느꼈다.육문주는 촉촉하고 뜨거운 입술을 그녀의 몸 곳곳에 대었다.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몸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꼈다.조수아는 씁쓸하게 눈을 감고 육문주를 밀어냈다.“대낯부터 뭐 하는 짓이야.”조수아의 눈가가 촉촉하자 육문주는 안쓰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너도 아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내 불찰로 의해 우리 아이를 잃었으니 그게 너무 미안했어. 난 그저 이런 방식으로 네 한을 풀어주고 싶었어.”조수아는 목이 턱턱 막혀 억지로 입술을 꾹 물었다.“문주 씨, 만약 내가...”
조수아는 육문주가 세리를 설득하기 위하여 눈 속에 서서 밤새도록 기다렸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그녀의 마음은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감돌았다. 육문주가 안타깝기도 하고 또 더 큰 것은 그가 한 모든 일에 감동했다.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세리를 보며 말했다.“세리 씨, 알려줘서 고마워요. 세리 씨와 선배도 다시 만나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게요.”세리는 웃었다.“그러려면 용기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뒤에서 묵묵히 지켜줘야 해요. 수아 씨는 지금도 F국에서의 육문주 씨 사건에 의심 가는 부분이 없다고 생각해요?”
영상은 육문주가 F국 호텔에서 모함을 받았던 그날이었다. 그는 술에 취해 침대에 의식을 잃고 누워 있었지만, 매번 헬레나가 접근할 때마다 아주 능숙하게 피했는데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그들은 단 한 번도 피부의 접촉이 없었다. 모든 것은 헬레나의 자작극이었다.세리의 말대로 육문주의 이번 사건은 그녀를 침체기에서 끌어내려는 것이었고 그는 수억에 달하는 손실을 보았다.어릴 적부터 호강하게만 자란 그는 처음으로 어둡고 습한 감옥에 십여 일 동안 갇혀 있었고 감옥의 두목에게 협박도 받았다.육문주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은 모두 조수아를 정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본 박서준의 가슴은 찢어질 듯이 아팠고 따라서 안색도 어두워졌다.“상후를 그렇게 믿는 거야?”곽서연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니면 누구를 믿을 수 있어요? 삼촌을요?”곽서연의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린 박서준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한참 바라보더니말을 이었다.“결혼은 인생의 중요한 일인데 이렇게 무모하게 결정하면 안 돼. 게다가 열아홉 살밖에 안 된 네가 아직 사람 볼 줄도 모르는데 속으면 어쩌려고 그래.”그 말에 곽서연은 씁쓸하게 웃었다.“저는 삼촌처럼 계획적이고 생각이 깊은 것은 아니지만
“이 단서를 계기로 계속 조사해 봐. 나는 상후가 돌 틈 사이에서 태어나지 않은 이상 실마리가 없을 거라고 믿지 않아.”“네, 박 대표님. 지금은 어디로 모실까요?”“서연이 할머니가 계시는 호텔로 가.”한편 아름다운 헤어스타일링을 마친 곽서연은 예쁜 원피스 한 벌까지 선택해 입어보았다.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곽서연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이 순간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자신의 결정이 곧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곽서연은 잘 알고 있다.윤상후와 결혼한다면 박서준과의 인연은 완전히 끝나버린다.그 이후
박서준의 태도에 놀란 심은하는 슬픔 가득한 눈으로 박서준을 바라보았다.“서준아, 내가 혹시 잘못한 거라도 있어? 알려만 준다면 네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고칠게.”그녀의 모습을 본 박서준은 야속한 말을 할 수가 없었다.박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너는 좋은 사람이야. 그냥 우리는 잘 어울리지 않을 뿐이야. 어머니께는 우리 약혼 절차를 모두 정지하라고 할 거야. 그리고 너에게 불러일으킨 오해는 나의 잘못이기에 보상 해줄게.”“서준아, 서연이는 상후랑 결혼할 거야. 너랑 서연이는 불가능해. 서연이 때문에 두가
차가 멈추기도 전에 그는 차 문을 열어달라고 하였다.의사의 도움을 받아 차에서 내린 박서준은 휠체어에 앉았다.그는 바로 휠체어 버튼을 눌러 곽서연의 기숙사로 향하여 갔다.이때 한 여자가 기숙사에서 걸어 나왔고 그녀는 바로 곽서연의 룸메이트였다.박서준은 전에 그녀를 본 적이 있었기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앞으로 다가가 곽서연의 룸메이트에게 물었다.“학생, 서연이 좀 불러줄래? 삼촌이 왔다고 전해줘.”박서준을 본 적 있던 그녀의 룸메이트는 예의 있게 인사했다.“삼촌, 서연이는 어제저녁 기숙사에 돌아오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오
전화번호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계정과 인스타 계정까지 모두 차단당하였다.자신과의 모든 연결고리를 철저하게 끊어버린 것을 보아하니 곽서연은 자신을 많이 미워하고 있을 것이다.진정으로 그녀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아니라면 그녀는 상대에게 화를 잘 내지 않았다.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고 생각한 박서준은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난간을 붙잡고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했다.인기척을 들은 비서는 얼른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박 대표님, 화장실에 다녀오시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제가 도와드릴게요. 침대에서 내려오시지 않으셔도 됩니다.”항상
자신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어야만 윤상후에게 올인할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곽서연은 박서준에 대한 미련을 버리려고 했다.밤이 되자 빈혜경은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작 19살 된 손녀가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불안하기만 하였다.빈혜경은 곽명원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그녀의 말을 들은 곽명원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전에 그녀가 M 국에 유학 하러 가겠다고 결정 내렸을 때처럼 일단 결정한 일이면 소 열 마리라도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었다.어머니의 전화를 끊고 곽명원은 혼자 서재에
이 말을 들은 윤상후는 기쁨에 넘쳐 사랑 가득한 눈길로 곽서연을 바라보았다.“진짜야? 서연아?”감정을 가다듬은 곽서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만약 양가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으시면 우리는 M 국에서 등기하고 결혼해요. 저 여기 법정 결혼 나이가 되었어요. 제가 앞으로 선배에게 올인할게요, 절대 다른 마음을 품지 않을 거예요.”윤상후는 지금의 심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그토록 오랫동안 좋아했던 여자가 그랑 혼인하겠다고 할 뿐만 아니라 그에게 올인할거라고 했다.이것은 그가 꿈에도 그리지 못하던 일이었다.그에게
허리를 굽혀 곽서연을 품에 끌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서연아, 괜찮아?”온몸이 얼음장처럼 굳어버렸던 곽서연은 윤상후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자 서서히 눈꺼풀을 치켜올리고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선배, 저 돌아가고 싶어요, 저를 좀 데리고 가주시면 안 돼요?”가슴이 아픈 윤상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래, 지금 바로 데리고 가줄게.”윤상후는 곽서연을 안고 방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박 대표님을 보면 서연이가 어제 일을 떠올려 또 놀랄 수도 있기에 제가 먼저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빈혜경
곽서연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아픔이 서려 있었고 얼굴의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심은하의 입에서 ‘어머니'라는 호칭이 나오자 곽서연은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끊어진 듯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져 방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몸 전체의 신경 하나하나가 무언가에 찔리는 듯 아파져 왔다.곽서연의 모습을 본 박서준은 가슴이 아파 한층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아.”박서준은 당장이라도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었고 심지어 곽서연의 앞에 뛰어가고 싶었지만, 다리에 있는 상처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박서준의 부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