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주는 조수아의 어깨에 기대어 이번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그날 수아 네가 일깨워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을 거야. 내가 상처받은 건 송미진이 나를 속였기 때문이 아니라, 이 일에 내 어머니가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했다는 사실 때문이야. 도대체 나를 얼마나 미워했기에 이렇게까지 괴롭히고 죄책감 속에 살게 한 걸까.”그는 말을 하면서 뜨겁고 축축한 입술로 조수아의 귀를 가볍게 더듬었다. 그 때문에 조수아는 온몸이 떨렸고 목소리도 한껏 낮아졌다.“문주 씨, 이거 놔줘.”하
그녀의 사랑은 진실하고 열정적이었지만 그 뒤에는 큰 고통이 따랐다.조수아는 목이 아팠다. 쉰 듯한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육문주도 마음이 흔들렸다.“육문주, 육문주.”그녀는 육문주의 품에 안겨 연신 그의 이름을 불렀다.예전에도 얼마나 많은 밤을 이렇게 꿈속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보냈던가. 하지만 조수아는 매번 깨어날 때마다 눈물로 젖은 베개와 옆에 없는 그의 빈자리를 마주해야 했다.육문주는 큰 손으로 그녀의 눈가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우수 깊은 눈동자에는 그가 현재 느끼는 고통스러운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그는 조수
“너 진짜 수아 씨가 하나도 걱정이 안 돼? 그놈이 지금 네 여자를 탐내고 있는데도?”“너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내가 왜 조수아를 좋아해!”“좋아하지도 않는데 이것저것 다 사다 바친다고? 내가 속을 것 같아?”“내가 슈거 대디인데 그러는 수밖에 없지.”녹음파일을 들은 조수아는 순간 표정 관리가 되지 않았다.제일 들키고 싶지 않았던 치부가 만인 앞에서 탄로가 나버렸다.같은 자리에는 R 대 교수와 학생들뿐만 아니라 각 매체에서 온 기자들도 있었다.육문주의 사생활은 항상 많은 관심을 받았다.녹음파일을 듣게 된 기자들
육문주는 조수아를 애틋하게 바라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제가 아직도 구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육문주의 발 빠른 해명으로 조수아는 다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육문주는 조수아의 슈거 대디가 아니라 육씨 가문의 도련님이 줄곧 구애를 펼쳐오던 여자였다.게다가 육문주의 영향력은 상당했다.그는 B시 권력의 상징이며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그는 모든 여자가 그토록 오르고 싶어 하는 산이었다.방금 그가 내뱉은 한마디로 수많은 여자의 희망을 짓밟기에 충분했다.육문주가 조수아 한테 구애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뉴스
조수아는 육문주의 손에 이끌려 캠퍼스 후문으로 빠져나왔다. 나오던 중, 3년 전 사고가 났었던 그 골목을 지나쳤다.그 골목은 여전히 형편없이 낡았다.가끔 길고양이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깜빡이는 가로등이 두 사람을 비춰 바닥에 그림자가 길게 늘어 당겨졌다.조수아는 이곳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저도 모르게 육문주의 팔을 껴안았다.그녀는 잔뜩 긴장해서 육문주한테 물었다.“문주 씨, 왜 날 여기 데려온거야?”육문주의 잘생긴 얼굴은 흐릿한 불빛 때문에 윤곽이 더욱 선명해졌다.그의 깊은 눈동자는 달에 비친 호수처럼 잔잔하게 빛이
“네, 지금 바로 전달 하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육문주는 몇 초 동안 침묵을 지켰다.육문주 쪽의 사람이 한영미과 접촉한 후 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육문주는 아직 그녀의 입에서 어떠한 유용한 정보도 알아내지 못했다.절대 우연일 리가 없었다.한영미는 어느새 감옥에서도 손을 쓸 수 있는 수준이 된 것 같았다.그녀가 목숨을 끊고 입을 꾹 다물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육문주는 조수아를 보더니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수아야.”육문주는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며칠간 어디도 가지
장소에 도착하니 조병윤과 햔영미의 몸에는 폭탄으로 가득했다.게다가 한영미가 얍삽하게 조병윤의 뒤에 숨어있어 사격하기도 힘들었다.육문주는 이렇게 철저하게 계획된 모습과 폭탄이 몸에 가득 휘둘러져 있는 것을 보고 한영미 혼자서 해낸 일이 아니라고 짐작했다.한영미 뒤에 숨은 사람은 교도소에까지 손을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탈옥할 수 있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능력을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육문주의 표정은 점차 어두워졌다.조병윤의 온몸에 폭탄이 가득 묶인 것을 보고 조수아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아빠
육문준는 스위치를 쥔 한영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두 사람이 산비탈을 따라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동안, 육문주는 온 힘을 다해 한영미의 손목을 쥐었다. 육문주의 손힘이 워낙 세서 한영미는 아파서 비명을 질렀다. 드디어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스위치를 놓았다.두 사람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굴러떨어졌고 이내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이어서 절벽 아래서 귀를 찢는듯한 폭발음이 들려왔다.조수아는 벼랑 끝에 엎드려 목에 핏줄이 서도록 소리쳤다.“문주 씨!”하지만 돌아오는 건 조수아의 메아리뿐이었다.절벽 아래서 짙은 연기가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