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송미진 아니야? 남자 문제가 이렇게 복잡한데 어떻게 우리 앞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말할 수 있지? 미쳤나 봐 진짜!”“어쩐지 육문주가 외면한다더니... 이런 더러운 여자를 누가 원하겠어?”“우린 다 저 청순한 외모에 속았던 거야. 사랑을 위해 희생은 무슨... 남자들이랑 저렇게 놀아나니 아이도 못 낳게 된 거겠지!”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온갖 추악한 말들이 오갔다.송미진은 이 상황을 전혀 몰랐다.그녀는 여전히 기자의 인터뷰요청에 응하고 있었고 자신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고 있었다.
조수아는 마지막 줄에 조용히 앉아 아수라장이 된 현장을 지켜보았다.그녀의 맑은 눈동자에 한 줄기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문을 나서면서 찢겨진 설매의 포스터를 보자 그녀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파왔다.그 포스터 앞에 선 조수아는 우아하고 고상한 모습의 설매를 바라보며 죄책감을 느꼈다.그녀의 타깃은 송미진뿐이었다. 그런데 설매의 명예까지 훼손할 줄은 조수아 본인도 생각지 못했다.설매는 한때 이름을 떨쳤던 예술가였다. 그녀는 온화하고 지혜로우며 겸손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송미진처럼 못되고 잔인한 딸을 낳을
조수아는 놀란 티를 내지 않고 오히려 피식 가볍게 웃었다.“송 대표님, 제 도움이 필요하신 소송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럼 내일 사무실에서 상의합시다.”“조수아, 네가 오늘 수아 공연 망친 거지? 네가 오늘 한 일로 손해를 본 건 수아 한명뿐이 아니야. 몇 년간 쌓아온 수아 엄마의 명성도 네가 짓밟은 거라고. 그러니 공개적으로 사과해.”조수아는 그 모습이 참 우스워 보였다.‘딸을 극진히도 아끼네. 조사도 안 해보고 송미진이 무고하다고 생각하다니. 정말 좋은 아버지야.’조수아는 그의 위협에 겁먹지 않았고 오히려 차분히 말했다.
‘바람난 여자의 아이를 위해 너를 이렇게 모욕하다니...’그는 얼음같이 차가운 손끝으로 조수아의 눈가를 살짝 어루만졌다. 비록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빛은 그러하지 않았다.“전 아저씨가 그렇게 많은 남자들을 주선해줄 만큼 미진이에게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번 조사해보지 그러세요? 최근 이 몇년동안 미진이가 해외에서 어떻게 지냈는지.”한 마디가 송군휘의 말문을 완전히 막히게 했다.최근 몇 년 동안 송미진은 줄곧 혼자 해외에 있었고, 많아봤자 주변에는 일상생활을 돌봐주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었다.송군휘는 정말 그녀의
조금 전까지 미소를 머금고 있던 육문주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그는 당장이라도 핸드폰을 빼앗아 끊고 싶었지만 조수아가 대답했다.“시간 있어요. 내일 마침 쉬는 날이라서요.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음식 있으면 말해주세요. 제가 식당 골라볼게요.”그러자 박서준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정말 세심하네요. 저희 엄마가 수아 씨 정말 마음에 들어 하시면 어쩌려고 그래요?”“서준 씨도 그걸 바라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해서 집에서 맺어준 정략결혼을 피하려고요. 걱정하지 말아요, 잘 할 테니까.”조수아는 냄비 속의 면을 저으면
육문주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이 여자...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특히 그녀의 아름다운 눈, 그리고 눈 속의 부드러운 미소가 인상적이었다.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언제 본 건지 당장은 떠오르지 않았다.육문주는 자신이 순간 당황한 걸 느끼고 곧 표정을 바로잡았다.“혹시 불편하시면 제가 옆 테이블로 가겠습니다.”“괜찮아요, 앉으세요.”차애영도 서둘러 놀란 표정을 거두었다.몹시 당황한 조수아는 테이블 밑에서 육문주의 다리를 발로 찼다.그러나 발을 빼기도 전에 육문주가 두 다리로 그녀의 발을 단단히 감싸 안았다.
말을 마치고 조수아는 화난 얼굴로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조금 전까지 육문주에게 냉정한 얼굴을 보였던 그녀는 돌아서서 박서준에게 활짝 웃었다.이 광경을 본 육문주의 속에서는 더 큰 화가 치밀었다.그러자 진영택이 급히 달려와 어두운 그의 얼굴을 보고 달래듯 말했다.“대표님, 너무 급하셨습니다. 요즘 조 변호사님 태도가 조금씩 누그러들고 있었는데 지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어요.”육문주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진영택을 힐끔 쳐다보았다.“그렇다고 눈앞에서 다른 남자랑 잘 지내는 걸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어.”진영택은 가차
박서준은 아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의 꼬맹이는 어릴 때부터 끈 원피스 입기를 좋아했다는 것을.아이의 등에는 똑같은 매화 모양의 반점이 있었다.그리고 그 꼬마는 박서준에게 자주 이렇게 말했었다.“만약 우리가 길을 잃으면, 넌 이 반점으로 나를 찾을 수 있을 거야.”박서준은 미묘하게 눈살을 찌푸렸다.‘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하지만 최근 조수아에게 연달아 일어난 여러 사건을 생각하면 그녀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뒤이어 박서준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했다.“알겠어요, 가서 확인해볼게요.”그 반응에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