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얼굴은 평온하고 침착함으로 가득 찼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의 눈 속에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있었다. 조수아의 차가운 손끝을 살짝 움츠린 뒤 육문주를 향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재판이 시작되고, 상대 변호사는 육문주의 모든 죄증을 열거했다. 외부인들이 보기에도 이 증거를 뒤집을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모두가 이 사건에 낙관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을 때, 조수아가 육문주를 위해 변호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오랜 잠에서 깬 사자처럼 부드러운 입으로 변론하며 맑고 당당한 목소리가 재판장에 울려
그의 목소리에는 끝없는 억울함과 상처가 담겨 있었다. 큰 손으로 조수아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고 있었다.조심스럽고도 애지중지 하는 모습이었다.그 모습은 조수아를 약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가 이전처럼 독단적이고 강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럴 경우에는 그를 거리낌 없이 밀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의 육문주는 부서지기 쉬운 자갈처럼 보였고, 조금만 힘을 줘도 깨질 것만 같았다.조수아는 입가에 억지로 미소를 짓고 냉정하게 말했다.“육 대표님이 저에게 이렇게 큰 보상을 주지 않아도 돼요. 당신
그건 다 그가 스스로 만든 일이 아닌가!두 사람은 연성빈의 차를 따라 현지의 고급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연성빈은 젠틀하게 조수아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그의 얼굴에는 온화하고 아름다운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조수아, 내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너를 만나고 싶어서 여기서 반나절을 기다렸어.”조수아는 거절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 사건 수사할 때 그들이 큰 도움을 줬어, 그래서 감사의 의미로 선물을 사야겠어.”“괜찮아, 그냥 밥 한 끼 함께 하면 돼.” 두 사람은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갔고 회백머
식사를 마친 후, 연성빈은 조수아를 호텔로 데려다 주었다. 방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물었다. “수아야, 내가 지난번에 너에게 말한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조수아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려고 하는데 바로 뒤에서 낮고 둔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 변호사, 지금 시간 괜찮으신가요? 제 사건에 몇 가지 후속 문제가 있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육문주가 검은 옷을 입고 차가운 표정으로 이쪽으로 걸어왔다. 그는 공손하면서도 거리감이 느껴졌으며, 눈에는 다른 어떠한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연성
표정이 순식간에 공적인 모습으로 변했다.“그렇게 은밀한 곳의 태아 흉터는 아마도 가장 가까운 사람만 알 거야.”육문주는 어두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우리 집 사람 중에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할머니와 우리 부모님뿐이야. 그분들이 나를 함부로 몰고 가려고 할 이유가 없어. 왜냐하면 이건 결국 육엔 그룹 전체에 관련된 문제니까.” 조수아는 눈을 가볍게 떨었고 육문주를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당신을 헬레나와 결혼하게 만들려고 했다면?”“왜 그렇게 생각해?”“헬레나가 내게 당신이 헬레나와 결
“아마 다시 일어서기 힘들 겁니다.”조수아는 비록 거실에 서 있었지만, 의사의 말은 들을 수 있었다.자연스럽게 다시 일어서기 힘들다는 말의 뜻도 알 수 있었다.그녀는 두 손으로 옷깃을 꼭 움켜쥐었다.심장도 멈춰버린 것 같았다.하지만 곧이어 의사가 그녀를 부르더니 연고를 두 통 주면서 말했다.“아침, 점심, 저녁에 한 번씩 발라야 해요. 며칠 동안은 물 닿으면 안 돼요. 상처가 다 아물면 기능 문제를 확인해 보죠. 그때는 아마 당신의 협조가 필요할 거예요.”조수아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어떻게 협조하죠?”의사는 웃으며
(설마 팬티에 발이 달려서 혼자서 걸어간 거야?)그는 참지 못하고 혀를 찼다. 그의 대표의 뻔뻔함은 한번 시작하면 소 열 마리도 힘을 못 쓴다.육문주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한 것을 보자 그제야 자신의 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곧바로 멋쩍게 웃고는 말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어제저녁에 사소한 일이 생겨서 조 변호사 방에서 잤습니다.”그가 해명하면 할수록 오해가 쌓였다.조수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하얀 얼굴에 얇게 파운데이션이 한층 덮여있었다.그녀의 입술이 몇 번이나 움직였지만, 한마디도 내뱉지
송학진은 몇 초간 경악을 금치 못하다가 다시 침착하게 물었다.“손 아주머니 기억력도 참 좋으시네요.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정확히 기억하시다니요.”손숙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나랑 네 어머니는 친구였어. 그때 너의 어머니는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심하게 다친 거였어. 그러니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지. 네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다른 신생아들과 달랐어. 하얗고 포동포동하고 모반은 매화와 똑같았어. 그걸 보는 순간 나는 눈물이 앞을 가렸어. 네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걸 네 동생에게 남겼다고 생각했지.”의사 사무실
“네가 안고 자고 싶다면 될 일이야? 네가 그러다가 이모부한테 쫓겨 나오면 내 잘못 아니다.”둘째와 셋째는 아빠와 천우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신바람이 나서 쉴 새 없이 옹알이했다.육문주는 셋째를 끌어안고 볼 뽀뽀를 하며 행복한 얼굴로 말했다.“그래도 딸이 좋아. 역시 우리 보배 딸이 제일이야. 너희 오빠 한번 봐봐. 고작 3살밖에 안 됐는데 아빠 엄마는 안중에도 없고 와이프를 입에 붙이고 살잖아.”셋째는 아빠의 따뜻한 품에서 웃음꽃을 피우고 입을 비죽이며 뭐라 말했다. 아기의 귀여운 모습에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자리로 돌아간 송학진은 차서윤을 아래 우로 훑어보고 관심 어린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는 나한테 연락해야지. 내가 걱정했잖아. 날 남편이라고 생각하는 거 맞아?”미간을 찌푸린 채 잔뜩 화가 나 보이는 송학진을 차서윤이 빙그레 웃으며 달래줬다.“걱정하지 마세요. 강한나 씨를 만났을 때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어요. 식사하는 내내 자꾸 저희를 보면서 친구들과 뭐라고 소곤거리더군요. 그 사람들이 무슨 수를 쓸 것을 먼저 예상하고 화장실로 간 거예요. 둘째 도련님이 다가올 때 먼저 스프레이를 뿌리고
“지금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전 그런 적 없어요. 바람피우다가 송 대표님한테 잡혀서 저한테 덮어씌우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요. 그만하시죠.”차서윤은 장사연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더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남자를 이용해서 저를 망가뜨리고 제가 바람났다고 학진 씨를 불러올 수작이었죠. 이런 수작에 제가 넘어갈 줄 알았어요? 제가 바보로 보여요?”말을 마친 차서윤은 화가 가시지 않는지 장사연의 나머지 반쪽 뺨을 후려쳤다.“제가 학진 씨와 결혼한 게 마음에 들지 않는가
강한나와 친구들은 시간이 됐다 싶어 화장실을 찾아가서 문이 잠겨있다며 호텔직원을 불러 모았다.그 소식을 들은 송학진도 아림을 데리고 화장실이 있는 쪽으로 달려왔다.무슨 영문인지 화장실 앞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마음이 놓이지 않은 송학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어떤 여자가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딱 보면 알리죠. 파렴치한 남녀가 지금 바람피우는 거죠. 정말 이상한 여자가 다 있네요. 방 하나 예약하면 될 일을 굳이 화장실에서 저러잖아요.”“더 스릴 있으니까 그러는 거죠. 저는 이런 장면 많이
강한나가 4년을 기다려 기다려온 것은 송학진이 다른 여자와 결혼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이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그 소식이 가짜라 생각했고 송학진이 다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고 자신을 위로했다. 강한나는 송학진과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외국에서 돌아왔는데 한차례 모욕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오늘 아침에 발생한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뺨이라도 처맞은 것처럼 얼굴이 얼얼했고 가슴이 아파 났다.그녀는 독기를 품은 눈빛으로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내 남자는 영원히 내 것이야. 누구도 빼앗
송학진이 차서윤과 아림을 데리고 행복한 모습으로 레스토랑에 나타난 것을 본 강한나는 치밀어 오르는 질투심을 참을 길이 없었다.오늘 저녁은 친구들이 그녀를 위해 마련해준 자리였다. 그녀의 친구들은 송학진을 알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알고 있었다.너무나도 거북한 장면에 강한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어색한 웃음을 자아냈다.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송학진을 불렀다.“학진아.”강한나의 부름 소리를 들은 송학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서윤과 아림을 끌어안고 예약한 자리로 갔다.강한나의 친구들
“그런다고 제가 용서해 줄 것 같아요? 오늘부터 일주일 동안 저한테 손대지 마세요.”“여보, 그건 너무했어. 벌써 금욕이라니! 내가 참지 못하고 죽으면 어떡해. 다음에 주의할 테니까 제발 용서해 줘.”두 사람이 차 옆에서 티격태격하고 있을 때 매니저가 아림을 데리고 멀리서부터 다가왔다.아림은 팝콘을 품에 안고 활짝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아빠, 엄마. 얘기 끝나셨어요?”송학진이 허리를 굽혀 아림을 안아 들고 어린이의 볼에 입을 맞춘 뒤 웃으며 대답했다.“응, 얘기 다 끝났어. 근데 어쩌지? 엄마가 아빠 때문에 많이 화
송학진의 갑작스러운 키스에 놀란 차서윤은 아무런 반응도 못 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피팅룸에 놓인 커다란 거울에는 흰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거울 앞에서 남자에게 입술을 약탈당하는 모습이 비쳐있었다.거울 속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차서윤은 너무 부끄러워 토마토처럼 목과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키스가 끝나자 수치스러운 마음에 그녀는 송학진의 어깨에 이빨 자국을 남기고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이건 너무했어요!”송학진은 어깨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잠깐 미간을 찌푸린 뒤 웃으며 대답했다.“미안해.근데 너 아
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말했다.“요놈이 너한테 뭘 가르친 거야. 이제 보면 엉덩이를 때릴 거야.”“천우 오빠 때리지 마세요. 쌍둥이한테 뽀뽀도 할 수 있게 하고 날 엄청나게 예뻐한단 말이에요. 아빠, 쌍둥이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손도 너무 작고 보들보들해요. 나도 여동생을 갖고 싶어요.”아림의 말에 송학진은 웃으며 차서윤의 입술에 뽀뽀하고 그녀의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엄마가 허락해야 해. 여보, 우리 오늘 밤에 딸 소원을 들어줄까?”차서윤은 송학진을 흘겨보며 말했다.“애 앞에서 못하는 말이 없어요.”송학